천장산 낙엽산행
솔길 남현태
* 위 치 : 경북 영천시 임고면 수성리
* 일 자 : 2019.11.09 (토요일)
* 날 씨 : 맑음
* 산행코스 : 은행나무- 골짜기- 천장산(694m)- 능선- 은행나무
* 산행거리 : 약 6.0 Km
* 산행시간 : 약 3시간 30소요(유유자적)
계절은 어느덧 가을이라고 소문 없이 찾아 왔나 싶더니, 포항 근처 명산인 내연산의 단풍은 지난 주에 이미 한 물을 넘긴 듯하고, 11월 둘째 주말인 이번 주에는 주 중 금요일에 입동을 넘기면서 전국에 추위가 몰려온다고 하니, 이제는 겨울이라 고 불러야 하나 보다. 토요일에는 광화문에서 사회주의 대통령 문재인을 간첩 혐의로 체포하라는 천 만인 집회가 열린다고 하여, 그 역사적인 현장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꿀떡 같지만, 실제로 지방에 살면서 집회에 참여하기는 모든 여건이 어려워 마음으로만 응원을 하고 있을 뿐이다.
혼자 조용히 천장산을 찾아 만추에 마지막 빛을 발하는 끝물 단풍이나 구경하면서 잠시 낙엽 길을 걸어보려는 생각에 느지막이 배낭을 챙겨 집을 나선다. 포항 시내를 빠져 나와 기계면을 지나 이릿재를 넘어가면서 바라 보니, 운주산에도 골짜기에는 끝물 단풍이 남아 있고, 능선에는 어느새 황량한 겨울 빛으로 변해있다. 영천시 임고면 수성리 마을을 지나 산행 출발점인 유전자 보호수 은행나무 아래 도착을 하니, 노랗게 물든 잎을 지우고 있는 고령의 은행나무 자태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영천시 임고면 중리 마을을 지나서 천장사로 가는 길가의 우람한 은행나무는 오백 년이 된 '산림유전자 보호수'라고 한다. 조선 숙종 때 성리학자 이언적 선생이 장산 서원 건립 기념식수 목으로서 역사적 사물가치가 있으며 매년 칠월 칠석날 옥산 문중 후손들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길 위에 소복이 쌓여가는 은행나무 잎은 가을 햇살에 눈이 부시고, 갈바람 부는 가지에 노랗게 매달려 낙화암에서 떨어지는 삼천 궁녀처럼 한 잎 한 잎 몸을 던지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인다. 바람에 많이 흔들리는 가지 끝 부분에는 대부분 잎이 떨어지고 흔들림이 적은 몸통 부분에는 노랗게 달려 있는 은행나무 전경, 사방을 둘러보며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사진을 찍어댄다. 은행나무 근처에는 동갑내기 커다란 향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역시 5백 년이 된. "산림유전자 보호수"라고 한다. 오백 살이나 먹은 향나무는 아담한 모습이 여성스럽게 생겼다.
은행나무와 향나무 주변에서 잠시 머물다가 차를 몰고 백연암까지 올라갔더니, 예전과 달리 주차할 곳이 마땅치가 않아 잠시 아래로 돌아내려오다가 길가 공터에 주차하고, 걸어서 백연암 쪽으로 올라간다. 주차장 주변에 가건물 증축 공사를 한 백연암 앞을 지나 천장산 골짜기로 들어가니, 입구에 벌목을 많이 하여 잡풀이 우거져 어수선한 분위기가 든다.
골짜기 안으로 잠시 들어가니. 마지막 가을 정취가 드러나기 시작하고, 건너 산비탈에는 아쉬운 마지막 단풍들이 잎을 지우고 있다. 가을 날씨가 가뭄이 심한지 좁은 골짜기의 가는 물줄기는 졸졸 바위를 타고 흐르고,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니 다시 봄이 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바위들이 어우러진 좁은 골짜기에는 물이 흐르고, 목마른 낙엽들이 개울물에 목을 축이는 곳 산비탈 너덜겅에는 이런 산골짜기에도 반공호가 설치되어 있다. 골짜기 따라 올라가던 걸음 삼판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굴파가 저서 험한 도랑으로 변해있다.
산판 도로를 따라 갈지자로 이리저리 올라가던 걸음은 끝물 단풍이 있는 곳에서는 사진을 찍어가며, 낙엽이 쌓여 아리까리 하다가 길을 잃고 잠시 헤매다 산판을 하지 않는 능선을 따라 그냥 오르기로 한다. 벌목을 하지 않아 큰 나무들이 있는 곳은 아래쪽이 훤하게 트여 있어 그냥 나무들 사이로 낙엽을 밟으며 이리저리 올라가면 된다.
어느덧 정상부 능선에 올라서고, 올려다본 창공에는 누렇게 물든 마지막 잎새들이 갈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말라 오그라들면서 최후를 마치는 광경이 펼쳐진다. 좌측으로 능선을 따라 한 번 오르내린 걸음은 하얀 억새들이 나폴 나폴 무리 지어 가을 볕을 즐기고 있는 헬기장을 지나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으며 천장산 정상에 도착한다.
작은 정상석 사진 하나 찍고 천장산 정상을 가로 지른 걸음은 바스락 소리지르는 낙엽 쌓인 능선 길을 따라 주위를 살펴가며 발걸음을 옮기지만 볼 것이 별로 없다. 여름철 산행에서는 그늘이 좋고 시원하여, 늘 점심을 먹고 가는 식당바위 오늘은 그냥 통과다. 이어지는 내리막 낙엽길 올해 새로 떨어진 낙엽들이 서로 얼굴 맞대고 소곤거리는 길 바스락거리는 소리 소란하다.
옛날 숯가마가 있던 곳에 이르니, 그 동안 산을 다니며 산속에서 수많은 숯가마 터를 보아왔지만, 평소에 숯가마 터 하면 재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곳이 이 곳이다. 아마도 그만큼 자주 왔다는 뜻이겠지만, 잠시 후에 벌목을 한 곳에 도착하고 앞이 훤하게 트인 곳에서 바라본 수성리 마를 건너 운주산 모습 마지막 단풍이 산천을 누렇게 구릿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멀리 봉좌산 쪽 앞이 훤하게 트인 풍경이 가슴을 시원스럽게 틔워준다. 수성리 마을 내려다 보며 가파른 길 내려선 걸음은 고운 낙엽 앞에서 걸음을 멈추니, 뒹굴고 있는 낙엽들의 형상은 성한 것이 별로 없고 모두가 구차한 몰골로 살아온 모습이 우리네 인간사와 하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저무는 가을, 멀리 기룡산과 올망졸망 산줄기들 바라보며 내려서는 걸음은 벌목을 한 곳에 내려서고, 저기 아래서 산판 차로를 따라 골짜기로 내려가기로 한다. 골짜기에 나무를 실어내기 위해 임시로 낸 산판 차도 이렇게 좁은 길로 어찌 통나무를 가득 실은 차를 몰고 다녔을까 싶다.
골짜기로 내려오는 길은 태풍으로 굴파가 저서 거친 물길로 변해있다. 낙엽송 숲과 밤나무 밭을 지나 내려오는 길, 이곳에 노란 단풍이 오늘 산길에서 제일 고운 듯하여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겨누며 다가간다. 억지로 떠나가는 가을의 꼬리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철문이 달려 있는 곳을 나와 잠시 천장산 쪽으로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올라간다.
약 3시간 남짓한 미니 산행을 마치고 자동차로 돌아와 내려오는 길에 은행나무 아래서 다시 차를 멈춘다. 아침에 보다 더 많이 떨어진 잎이 석양을 받아서인지 더욱 노랗게 변해 간다. 점점 엉크런 속살이 들어나는 늙은 은행나무의 가을 초상화를 카메라에 담아보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천장산에 단풍은 이미 지고 낙엽만 바스락거리는 조금은 허망하게 느껴지는 늦가을 산행 길에, 오늘의 유일한 수확은 이곳 수성리 마을 뒤에서 마지막 잎을 지우고 있는 늙은 은행나무 풍경인 듯하다. 간단한 미니 산행을 일찌감치 마치고 서둘러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은 서울 광화문 광장의 함성소리에 위태로운 "자유 대한민국"의 파란 가을하늘빛이 맑기만 하다.
(2019.11.09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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