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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 창궐하는 세상 구룡포 야산의 봄

호젓한오솔길 2020. 3. 25. 22:24

우한폐렴 창궐하는 세상 구룡포 야산의 봄

 

                                                    솔길 남현태

 

* 위   치 :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병포리

* 일   자 : 2020.03.15(일)
* 날   씨 : 맑음, 흐림

* 산행코스 : 야생화 피어 있는 야산 골짜기 능선 따라

* 산행거리 : 약 10Km
* 산행시간 : 약 4시간 소요

 

중국 발 우한폐렴(코로나19)이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 지구촌을 죽음의 공포로 몰아 넣고 있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무심한 세월은 경자년도 어느덧 삼월 중순을 넘어서며, 어김없이 봄은 찾아와 주변에는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건만, 퇴근 후 외출이나 모임을 자제하고 최대한 집안에 머물기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 확산으로 소통이 단절되어버린 답답한 우리네 인간사 속의 봄은 아직 먼 곳에 있는 듯하다.

 

세계 각국이 다투어 국경 봉쇄로 나라의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으니, 세계 경제가 끝없이 추락을 하고, 주식 시장은 연일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국내에서 전염병 확산이 심한 대구 경북지역은 대구폐렴 이란 모함까지 쓰면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단절되고, 가족들 간에도 왕래가 끊긴지 오래다. 찾아오는 손님이 없는 상가들은 문을 닫고 골목 상권이 죽은 거리는 휑하니 찬바람이 불고 있는 듯하다.

 

뜻하지 않게 나타난 우한폐렴 이란 괴질은 생활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은 듯하다. 유치원을 비롯한 학생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여 가정에 머물게 되고, 회사에서는 모든 회의가 취소되고, 사회적으로 사람이 모이는 모든 행사는 취소 또는 중단이 되어버렸다. 산악회들도 대부분 관광버스로 가는 매월 정기산행을 취소하는 등 온 국민이 전염병 예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우리 집에도 대구에는 장남 내외와 손주들이 살고 있으나 왕래가 중단 된지 오래고 시골에 어머님은 아무도 찾아오지 말라고 하신다. 둘째 아들은 결혼식이 3월 말에 예정되어 있었으나 어쩔 수 없이 청첩장 돌리던 것을 중단하고, 결혼식을 6월 말로 연기를 하기로 하였으나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뭉치면 죽고 흩어져야 산다는 희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회적 거리주기 실천운동에 적극 참여하자고 모두가 난리들이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 되어버린 봄날,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토요일은 근무를 하고, 일요일에 마눌과 근교 산으로 가벼운 꽃 산행을 가려 했는데, 마눌이 지난 주 산행에 힘이 들었는지 오늘은 혼자 다녀오라고 하여, 오전 11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간단하게 배낭을 챙겨 매년 이맘때쯤에 복수초 구경을 하러 자주 다니던 구룡포 야산으로 향한다.

 

여느 해 보다 빨리 찾아온 봄 기운에 어느덧 한 물을 넘긴 매화가 남아 반기고 있는 산자락에는 현호색 무리 지어 피어나 거친 봄 바람에 하늘거린다. 어느새 물씬 커버린 복수초들이 부락을 이루고 정겹게 모여 사는 오막한 골짜기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그녀들의 모습에 카메라 겨누어본다.

 

거친 산비탈을 비집고 올라가는 복수초들이 노란 입술을 벌름거리며, 오는 봄을 노래하는 한가로운 이 곳에는 우한폐렴 같은 무서운 전염병도 없고, 나라가 위태로울 땐 쥐죽은 듯이 엎드려 있다가 선거 때만 되면 기어 나와 모두가 한 자리 해보겠다고 발광을 하는 바람에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공천의 갈등도 없다.

 

바람에 흔들리는 탐스러운 복수초 무리들 속에 잘 생긴 놈들을 골라 사진에 담으면서, 어슬렁어슬렁 이어지는 걸음은 오막한 낙엽 골짜기 비탈을 지나 여느 해 보다 조금 일찍 핀 듯한 진달래 화사한 능선에 올라서니, 하늘거리는 연분홍 물결이 아련한 추억과 함께 바람에 흐느낀다.

 

화사한 진달래 피어 있는 호젓한 소나무 숲 능선 길이 좋아 수년 전부터 이맘때쯤이면 자주 찾아오는 곳 새록새록 아름다운 봄날의 추억들이 피어 오르고, 꼬투리 오진 놈을 골라 거친 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려 초상화를 담아보며, 어슬렁어슬렁 또 하나의 봄날에 추억을 만들어가는 호젓한 걸음은 이어진다.

 

물이 오른 푸른 소나무들과 연분홍 진달래가 함께 어우러져 노래 부르는 나지막한 야산 능선 길 스며드는 햇살에 봄날의 부푼 꿈들이 화사한 날개를 펼친다. 우거진 소나무 숲 사이로 가끔 조망이 트이는 능선길 활짝 핀 진달래 너머로 올망졸망 산봉우리와 나지막한 능선들이 파도처럼 울렁거리며, 아름다운 봄날의 꿈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난다.

 

푸른 솔과 어우러져 눈부신 연분홍 빛 진달래 바람에 흐느끼는 애련한 모습 부드러운 햇살이 감싸고 안으니, 상기된 얼굴에 화색이 돌고 카메라 앞에 얼굴 비추며 살며시 웃어준다. 오막한 골짜기에는 온갖 야생화들이 숨어서 피어나고, 산전수전 다 겪은 세월 속에 비틀린 몸으로 능선에 활개를 펼친 노송들은 봄볕 아래 한가롭다.

 

생강나무꽃, 하얀 노루귀, 분홍 노루귀, 노루귀 삼형제, 야생화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곳을 지나니, 남쪽으로 드리워진 따스한 골짜기에는 파릇파릇 초록이 피어나고 울창한 소나무 숲 길에는 분홍 진달래 부푼 망울이 다투어 피어난다. 화사한 진달래 따라 가다 갑자기 흐려지고 돌풍이 부는 날씨에 돌아서는 길, 다시 하늘이 맑아지며 구름 정겹게 떠 다니는 풍경 한가롭다. 솔잎 낙엽 밟으며 화사한 진달래 따라 걷는 발 걸음 이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산행 길이 있을까 싶다. 소나무 비탈에 숨어 있다가 석양에 눈이 부신 듯 아우성을 지르는 진달래 무리 봄 바람에 하늘거리며 우한폐렴 괴질이 창궐하는 아쉬운 봄을 노래한다.

 

아침에 출발할 때 맑았던 날씨가 갑자기 돌풍에 가까운 바람이 불면서 잔뜩 흐려졌다가 다시 해가 나는 등 지랄발광을 하고 있다. 서둘러 자동차로 돌아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맑았던 날씨가 또 찡그리면서 집 근처 포항 북구 쪽으로 돌아오니 빗방울이 드문드문 떨어진다. 하여간 괴질이 창궐하는 경자년의 봄은 이래저래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2020.03.15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