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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관광

호젓한오솔길 2006. 9. 6. 21:52

 

** 묻지마 관광 **

 

 

 

 

"이름과 나이는 알아서 무엇하랴"


사람들은 권태롭고 무기력한 삶을 잠시 잊기 위해 자극과 새로운 것을 찾는다. 우리나라에는 중년들이 여가를 즐길만한 문화도 공간도 많지 않다.


그래서 '묻지마 관광'에 몸을 싣고, 나이트클럽, 댄스홀에서 몸을 흔들어 대는 이들이 많다. 낯선 남녀와 즉석 만남을 갖고, 술을 마시고, 춤을 추면서 일상에서의 탈출을 시도한다. 불륜과 탈선의 현장이라는 곱잖은 시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풀고, 약간의 흥분을 얻고싶어서 이곳들을 찾는 이도 많다. '묻지마 관광버스'와 캬바레, 나이트클럽, 댄스홀 등 '성인들의 해방구'를 들여다봤다.

 

이름도, 나이도 묻지 마라. 앞뒤 좌우에 앉은 사람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려고 하지도 마라. 물정 모르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대답 하지 마라. 어디로 가는 지도 묻지 마라. 그딴 것을 알아서 어디에 쓰려나. 그냥 오늘 하루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자. 성인들의 일상탈출, '묻지마 관광'의 규칙이다. '묻지마 관광'은 목적지도, 동행자도 모른 채 출발하는 하루 짜리 버스여행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른 아침 버스를 탔던 곳에 저녁 늦게 내려준다는 것이다. '묻지마 관광'이 좋아 1년에 3, 4회씩 10년 가까이 '묻지마 버스'를 탔다는 김모(58) 씨와 함께 묻지마 관광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 달렸다.

 

 

 

 

◇ 어디서, 어떻게 출발할까?


'묻지마 관광'의 대구 출발 시각은 대체로 아침 7시∼7시 30분. 대구시 중구 반월당 옆 동아쇼핑 앞, 반고개 네거리, 7호 광장 근처, 성서 홈플러스 앞, 시민회관 앞 등이 많이 알려진 출발지다. 아침 7시쯤이면 45인승 대형버스가 이 곳에 줄지어 늘어서고, 손님이 먼저 탄 버스부터 떠난다.

 

봄, 가을 성수기엔 하루 수십 대의 버스가 대구에서 출발한다. '묻지마 관광'을 주도하는 이른바 '오야지'들 중에는 성수기에 하루 5, 6대 버스를 움직이는 큰손도 있다. 비수기라고 할만한 여름에는 버스 한 대를 채우기도 힘들다. 이럴 땐 3, 4명의 큰손들이 힘을 합쳐 1대의 버스를 움직이는 데 만족해야 한다.

이른바 '버티기'에 들어가는 셈이다.

 

1년에 3, 4차례 묻지마 관광을 떠난다는 김 씨는 "나는 무작정 타지 않는다. 일단 버스에 올라가서 먼저 탄 사람들을 훑어본다. 나이대가 비슷한 사람들이 많으면 타고 가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내린다. 아무래도 비슷한 나이 때 사람들이 많으면 훨씬 즐겁게 놀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 차이가 너무 크면 서로 불편하고 재미도 없다." 그는

여성 단체관광객들은 그렇게 살펴보고 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승객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출발하지만 관광업자들은 치밀한 계획아래 움직인다. 손님이 얼마쯤 될 것인지, 음식은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코스로 어떻게 움직일 것이지…. 군사작전처럼 치밀하다. 음식과 술을 장만하고, 버스와 기사를 대절했는데 손님을 채우지 못하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업자들은 거의 한사람 숫자까지 치밀하게 계산한다. 손님이 적다고 판단되는 날엔 단골들에게 전화를 내 '관광'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하기도 한다. 장거리 버스여행인 만큼 행선지별 날씨까지 고려해 코스를 정하거나 변경하기도 한다.

 

 

 


 

◇ '묻지마 관광'은 불륜?


'묻지마 관광'의 주 고객은 50대와 60대. 때때로 40대 중반의 남녀가 타기도 하지만 많지 않다. 관광객은 무심코 버스에 타지만 업자들은 보이지 않게 남녀 성비를 맞추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대체로 남자가 조금 부족하다고 한다.

 

낯선 남녀가, 한 대의 버스를 타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출발 직후부터 소주와 맥주가 돌고, 박자 빠른 노래와 음악이 흐른다. 커튼이 내려져 있고, 처음 만난 남녀는 몸을 부딪히며 춤추고 노래한다. 땀이 흐르고 선반에 매달아둔 두루마리 화장지는 금세 바닥난다. 그래서 '묻지마 관광'이 곧 '불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묻지마 관광을 다녀왔다고 모두 불륜에 연루됐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종일 창 밖만 바라보며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아요. 물론 술만 마시는 사람, 노래만 부르는 사람, 시종일관 콩닥콩닥 이른바 '관광버스 춤'을 추는 사람도 있고요. 물론 그 중에는 버스에서 내린 다음을 생각하며 '정치'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렇지만 글쎄요. 이성을 만나기 위해 오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 취향이 있고, 자기 방식대로 하루 즐겁게 놀다 가는 겁니다." '묻지마 관광' 애호가 김 씨의 설명이다. 그는 하루를 즐기기엔 '묻지마 관광'이

매우 저렴하고 효과적이라고 했다.

 

'묻지마 관광' 버스에 탑승하는 비용은 대체로 개인당 2만 5천 원 안팎. 버스 요금과 술, 안주, 음료수, 식사비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돈으로 업자들은 수지를 맞추기가 힘들다. 그래서 중간에 노래를 한 두 곡씩 부르게 한다. 노래를 부를 때 1만 원 정도의 '노래비'를 낸다. 굳이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기타 관광지 입장료와 남해`연안부두 등의 선박탑승료는 별도 부담이다.

 

 

 

 

◇ 어떻게, 무엇을 하며 놀까?


대구에서 출발한 묻지마 버스의 1차 정차지는 가까운 휴게소나 한적한 국도. 남해와 전라도방향으로 가는 버스는 현풍 휴게소에서, 경북 북부지방이나 강원도 쪽으로 가는 버스는 칠곡 휴게소에서 정차한다. 아침 식사가 나오고, 화장실 등 용무를 본다. 관광업자 겸 가이드와 운전기사가 한 조가 돼 식사와 음료를 내놓는다. 식사를 끝내고 다시 버스에 타면 그 날의 목적지와 대략적인 소요 시간을 알려준다. 기상 상태에 따라 목적지와 경유지는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타면 첫 출발 때와 자리가 조금 달라지기도 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페트(PET) 병에 든 소주가 돌고, 개인별 음료수와 안주, 떡 등이 나눠지고 노래가 시작된다. 오전 8시나 9시쯤부터 20도 소주가 도는 셈이다. 여성들 중에는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교통안전만 강화할 수 있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인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추다보면 자기자리 개념은 거의 사라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에 앉아 창 밖만 바라보는 사람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물론 본격적인 '정치'에 돌입해 목적지 도착 이후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관광업자들의 성향이나

사업색깔에 따라 일부러 남녀의 자리를 섞는 경우도 있다.

 

"남자(혹은 여자)분들 모두 일어나세요. 앞뒤 옆자리 분들과 자리 바꾸세요."

이렇게 바뀐 자리가 끝까지 가는 경우도 있지만, 중간에 바뀌고 또 바뀌는 경우도 있다. '묻지마 관광'에서조차 마음에 안 드는 파트너에게 '지조'를 지킬 선비나 열녀는 없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자유시간이다. 비교적 대구에서 가까운 거리라면 3, 4시간, 먼 곳이라면 1, 2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이 자유시간에 '묻지마 관광' 업자가 정해놓은 코스관광(절이나 유람선 등)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일부 짝을 맞춘 남녀는 노래방을 찾거나 특별한 볼일을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들 중에는 버스 출발시간까지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특별한 일을 만들지 못한

탓에, 특별한 볼일 중인 사람을 기다려야하는 사람들의 목구멍으로

욕지거리가 스멀스멀 기어오르기도 한다.

 

 

 

 

◇ "돌아오는 길은 아쉬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잠시도 노래와 춤이 멈추지 않는다. 다시 일상복귀를 앞둔 사람들은 촌음을 아껴 노래하고 춤춘다. 문제가 있다면 역시 달리고 흔들리는 버스. 버스기사는 이런 점을 고려한 듯 천천히 달린다. 창 밖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버스를 앞지르는 자동차들뿐이다.

 

노래와 음악은 끝이 없다. 그저 관광을 나선 사람들이라면 귀가 따가울 정도다. 귀에 솜을 막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춤추고 노래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노는 데도 재주와 기술이 있어야 한다. '묻지마 관광버스'는 어쩌면 놀 줄 모르고, 놀 곳 없고, 놀 돈도 없는 중년들이 그나마 놀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 듯 하다. 좁고 시끄러운, 위험하고 먼지 나는 버스. 골프장에 비해 놀이환경은 무척 나쁘다.

그럼에도 '묻지마 버스'는 달린다.

 

(2006년 8월 31일자 라이프매일)..

< 매일신문 에서 >

 

 

 

 

 

죠~위에 실린 글은 메일신문에서 발췌하여 그냥 호기심에서 한번 옮겨본 것입므로

호젓한오솔길과는 전혀 무관함을 알려드리며 공개합니다..

 

별로 좋은것이 아니오니 님들은 따라 하지는 마이소...ㅋㅋ

그냥 잠자는 사진 좀 팔아 먹을려고요..ㅎ

 

지난 9월 2일 토요일 날 죽장면 두마리 베틀봉에 산행을 같다가 두마리로 내려 오면서 마을

 집집마다 대문앞을 기웃거리며 담아온 사진들입니다..

 

 

 

2006.09.06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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