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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두 번의 도전’ 값지다

호젓한오솔길 2007. 7. 6. 11:02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우리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거리응원 주민들 침통
5일 강원도청 앞에서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방송을 지켜보던 주민들이 유치 실패가 결정된 뒤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리는 등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춘천=홍진환 기자
《“아쉬움은 남지만 모두들 잘 싸웠습니다.” 5일 오전 8시 22분 강원 평창군청 앞.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러시아의 ‘소치’를 발표하자 숨을 멈춘 채 두 손을 모으고 지켜보던 강원도민들의 입에서는 일순간 “아∼” 하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8년이나 노력을 해 왔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라며 모두 망연자실했다.》
 
 

■ 평창 현지 표정

발표 직전까지 평창이 개최지로 결정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거리 응원전을 펼쳤던 인파 속에서는 “할 만큼 했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느냐”는 소리와 함께 곳곳에서 흐느낌이 퍼져 나갔다.

침통해진 분위기 속에서도 한편에서는 “아쉽지만 잘 싸웠다. 할 만큼 했다”며 손에 쥔 태극기를 흔들었고 “또 한 번 도전해 우리의 참모습을 보이자”고 고함을 지르며 주민을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거리 응원전에 참석했던 많은 주민은 결과가 믿기지 않는 듯 자리를 뜨지 못했고 강릉시청과 평창군청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걱정 어린 모습으로 향후 전개될 일을 논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성태(66·농업·강원 평창군) 씨는 “지난번에 너무 아깝게 탈락해 이번에는 반드시 유치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며 “발표 직후 다리가 떨리며 일손마저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혁승 평창군수는 발표 직후 권순철 부군수를 통해 “2010년 유치 실패의 쓰라린 눈물을 삼키고 군정의 최대 현안으로, 군민의 최대 염원으로 전력을 쏟았는데 또다시 좌절돼 죄송스럽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근식 강릉부시장은 “시민들이 어느 때보다도 큰 성원을 보내줬음에도 보답하지 못했다”며 “상심한 시민들을 위해 전 공무원은 지역 발전을 위해 두 배, 세 배 이상 노력하며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로 강원지역의 개발사업이 차질을 빚는 등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강원도개발공사가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였던 용평스키장 인근의 4.98km² 용지에 조성 중인 알펜시아 리조트의 분양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강원도개발공사에 현물(토지)을 출자한 강원도와 리조트 조성 사업비 마련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한 강원도개발공사도 재정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의 장기 국토종합개발 계획보다 앞당겨 건설될 예정이던 원주∼강릉 전철(120km)과 국도 56호선 진부∼나전 간 32.9km 구간 선형개량사업 등 교통망 확충사업도 차질이 예상된다.

 

김모(45·사업·강원 춘천시) 씨는 “진행 중이거나 계획했던 많은 사업이 일시에 중단된다면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주민들의 실망이 크지 않겠느냐”며 “정부는 이 같은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최창순 기자 cschoi@donga.com

 

“국민께 감사 그리고 송구”

▽한승수 평창 유치위원장=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 그동안 유치위를 지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와 송구의 말씀을 드린다.

우리는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라는 데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다. 프레젠테이션도 우리가 가장 잘해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평창이 다시 도전에 나설지는 지금 시점에서 논의하거나 언급할 사항이 아니다.

 

“유럽 장벽 못넘은게 패인”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밤낮으로 성원해 준 강원도민과 체육인,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평창이 2014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면 한국뿐만 아시아 전체의 동계 스포츠 발전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유럽의 장벽을 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2010년 유치전 때 지지 기반이었던 아프리카와 남미 표는 잠식당한 반면 아시아 표를 지키지 못한 게 아쉽다.

 

“예상 밖 결과 책임감 느껴”

▽김진선 강원지사=목이 메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 과테말라에 오기 전 국내에서 파악한 예상 득표수는 과반수에 육박했다. 그런데 현지에 와서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일부 이탈표 때문에 불안하긴 했지만 근소한 차이의 접전으로 우리가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각계각층의 너무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 2010년 유치 경쟁부터 유치단을 이끌어 온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과테말라시티=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평창” 대신 “소치” 일순간 정적
 

 

5일 오전 8시 22분(한국 시간).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소치가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는 발표를 하자 과테말라시티 인터콘티넨털호텔 로블홀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평창 유치 대표단은 한동안 말을 잊은 채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같은 시간 유치단 본단이 묵는 홀리데이인호텔 3층 종합상황실과 동사모(동계스포츠를 사랑하는 모임), 현지 교포들이 모여 있는 로비도 정적에 휩싸였다.

 

이들이 동시에 눈물을 펑펑 터뜨리기까지는 몇 초의 시간이 필요했다. 한순간에 불과했지만 억겁같이 느껴진 힘겨운 시간. 그만큼 평창이 이번에도 유치에 실패하리라고 생각한 한국인은 없었다.

사나이는 일생에 세 번 운다고 했다.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조국이 망했을 때. 이 말은 적어도 과테말라에선 틀린 말이 됐다.

 


소치의 위로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관계자(오른쪽)가 개최지 발표 직후 한승수(왼쪽에서 두 번째)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 등 한국 관계자들에게 악수를 건네며 위로하고 있다. 과테말라시티=AP 연합뉴스

한승수 평창 유치위원장과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김진선 강원지사를 비롯한 과테말라시티 현지의 한국인들은 흐르는 눈물을 굳이 감출 필요가 없었다. 한국인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울고 있었고, 그저 눈에 띄는 대로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면 되는 카타르시스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눈물은 다가올 기쁨과 환희를 예고하는 전령. 연방 흐르는 눈물을 훔치면서도 여기저기서 ‘예스 평창’이 연호됐고 유치 대표단이 홀리데이인호텔로 돌아오는 길목에선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눈물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강원도에서 정년퇴직을 한 뒤 환갑을 넘은 나이에 다시 돌아와 평창 유치단의 안살림을 도맡아 해 온 방재흥 사무총장은 “내일 비행기는 예정대로 간다”고 말해 침울하기만 했던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띄웠다.

 

대한항공 전세기편으로 귀국길에 오르는 유치단은 6일 오후 10시 45분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세버스를 타고 곧바로 강원 춘천으로 내려가 10월 초까지 유치위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과테말라시티=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되살아난 ‘프라하의 악몽’ 
 


러시아의 환호
5일 러시아 소치가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발표되자 과테말라시티 레알 인터콘티넨털 호텔 앞에서 한 러시아 남성이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과테말라시티=김경제 기자
이번에도 1차 투표 때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찍은 표의 향방이 문제였다.
 

평창 유치위 본단이 자리 잡은 과테말라시티 홀리데이인 호텔 3층 종합상황실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한 도시가 나오지 않아 2003년 체코 프라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이어 2회 연속 3위에 그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제외하고 평창과 러시아 소치를 대상으로 한 2차 투표가 실시되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평창으로선 4년 전 ‘프라하의 악몽’이 생각나는 순간. 평창은 첫 도전이었던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전 때 1차 투표에서 51표를 얻어 캐나다 밴쿠버(40표)와 잘츠부르크(16표)를 압도했지만 불과 3표가 모자라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평창은 이어 열린 2차 투표에선 잘츠부르크 표가 대부분 밴쿠버로 몰리는 바람에 2표밖에 추가하지 못해 53-56으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이는 당시 잘츠부르크를 찍은 유럽 IOC 위원들이 2012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미주 대륙을 선택했기 때문. 2012년 유치전은 2년 후 싱가포르 총회에서 낙점을 받은 영국의 런던을 비롯해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러시아 모스크바의 ‘유럽 연합군’이 미국 뉴욕과 경쟁을 벌이고 있던 상황.

IOC 위원 투표 결과
- 1차 2차
평창 36 47
소치 34 51
잘츠부르크 25 -
무효 2 2

평창으로선 결국 이번 유치전도 잘츠부르크가 ‘독약’이 됐다. 1차 투표에서 36표를 얻은 평창이 2차 투표에서 추가한 표는 4년 전보다는 훨씬 늘어난 11표. 그러나 소치는 17표를 추가해 47-51로 전세가 역전됐다.

 

2003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왜 잘츠부르크 표가 소치로 몰렸는지 정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 김진선 강원지사는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대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을 앞세운 러시아가 막강한 자금과 국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득표 로비전을 벌인 게 주효했다는 것이 과테말라 현지에 모인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과테말라시티=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푸틴의 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개인적 노력과 카리스마, 정부의 뒷받침이 이루어낸 성과다.”(AP통신)
 

“푸틴 대통령의 외교력이 주효한 결과다.” (일본 교도통신)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소치로 결정된 5일, 세계 주요 언론은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야말로 ‘소치 승리’의 의심할 바 없는 주인공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테말라시티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에서 푸틴 대통령은 최종 공식 프레젠테이션을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3개 국어로 준비했다. 평소 그의 영어는 외국인이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낯선 발음을 끝없이 연습하고 또 연습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는 3일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IOC 위원들이 묵은 호텔에 스위트룸을 잡고 수많은 위원들을 초청해 연쇄 회담을 열었다.

 

그가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포츠 외교팀을 본격 가동한 것은 올 1월 IOC의 소치 현지 실사를 앞둔 시점이었다. 1월에 그는 소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 등과 연쇄 회담을 열어 유치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

 

정상끼리의 ‘고공 플레이’를 통해 소치가 평창과 경합을 벌이는 단계로 올라가자 푸틴 대통령은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요르단 등 중동 국가 순방 길에 올랐다. 과테말라로 떠나기 직전에는 흑해경제협력기구 가입 국가를 돌며 고정표를 확인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로비’가 ‘외교’를 이겼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그동안 그토록 강조했던 진정한 올림픽 정신이 과연 무엇인지….”
 

김진선 강원지사는 연방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은 ‘눈물겨운 도전, 아름다운 실패’였지만 이번에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평창은 2003년 첫 도전에선 아쉽게 역전패하긴 했지만 승자인 캐나다 밴쿠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당시만 해도 평창은 후발 주자로서 캐나다 밴쿠버든, 3위에 그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든 충분히 올림픽을 유치할 만한 동계 스포츠 선진국이라는 데 이의가 없었다.

 

그러나 2014년 유치전에서 평창은 선두 주자였다. 평창은 2월 IOC의 현지 실사와 올림픽 관련 매체와 단체의 각종 지수에서 러시아 소치를 압도했다.

평창은 2010년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시설 인프라와 교통 접근성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반면 경기장 시설이 전무한 소치는 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 것인가 의심을 받았을 정도였다.

 

평창은 최근 올림픽 전문 뉴스 사이트인 게임즈비즈닷컴이 낸 유치 지수에서도 64.99점을 얻어 소치(63.17점)와 잘츠부르크(62.62점)를 제치고 선두를 질주했다. 영국의 스포츠 도박 업체인 윌리엄 힐은 평창이 이길 확률이 1.5 대 1인 반면 소치는 4 대 1, 잘츠부르크는 5 대 1이라고 발표했다. 베팅 확률에서 1.5 대 1과 4 대 1은 하늘과 땅의 차이.

 

그런데도 평창이 어이없이 역전패를 한 것은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IOC의 ‘복마전’이 이번에도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스포츠 ‘외교’보다는 스포츠 ‘로비’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한 IOC의 이번 결정 앞에 평창은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과테말라시티=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옛 소련 최고지도자들의 휴양지▼

 

■동계올림픽 유치 소치는

 


제정러시아 시대 소치는 변방의 군사 도시였다. 제정 러시아 황제들은 투르크계 민족을 러시아로 귀화시켜 요새를 지키게 했다. 지금도 인구 40만 명에 이르는 소치에는 그루지야계, 터키계, 아제르바이잔계 시민이 러시아계보다 많다.

 

옛 소련 시절 이 도시가 러시아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니키타 흐루쇼프 전 공산당 서기장 덕분이었다. 흐루쇼프는 1954년 크림 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넘겨준 뒤 같은 흑해 연안이면서도 러시아령인 소치에 별장을 지었다.

 

최고 지도자의 별장이 생기면서 소치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흐루쇼프의 뒤를 이은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전 서기장도 1976년 심장 발작을 일으킨 뒤 소치에서 오래 요양했다. 소치에서 북쪽으로 210km 떨어진 스타브로폴에서 공산당 지방간부로 정치 기반을 잡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도 크렘린 최고 권력자로 오른 뒤 소치를 자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1970년대는 소련 정부가 이곳에 고령자와 환자를 위한 요양시설을 무더기로 지었다. 지금도 시내 곳곳에는 이때 지은 대형 요양시설이 즐비하다.

 

그러나 이곳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올림픽 유치를 찬성했던 러시아 타 지역의 젊은이들조차 찾지 않을 정도로 소치는 기반시설이 부족한 도시”라고 털어놓았다.

 

도시 전체를 모두 허물고 도로와 숙박시설을 새로 지어야 할 것이라는게 시민들의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평창 부동산 “나도 아프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무산되면서 이 일대 부동산 시장에도 냉기류가 돌고 있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원 평창군 일대에서는 그간 동계올림픽 특수(特需)가 예상되면서 땅값이 크게 뛰었지만 올림픽 유치가 무산되자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동계올림픽 경기장이 들어설 예정이던 도암면 내 토지는 3.3m²(1평)당 30만∼50만 원으로 4, 5년 전보다 많게는 10배가량 오른 곳도 있다.

 

흥정계곡이나 금당계곡 등 펜션이 많이 몰린 봉평면 일대도 3.3m²당 최고 50만 원에 이르며 올해도 10%가량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봉평면 면온리 돌부동산컨설팅 송태운 사장은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이 가까워지면서 땅 주인들이 매물을 회수하는 등 가격이 강세를 보였다”며 “기대했던 호재가 사라진 만큼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거래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호가(呼價) 위주로 땅값이 올랐기 때문에 가격이 약세를 보인다고 해도 손해 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계올림픽 유치가 무산되면서 이 일대에서 펜션이나 콘도미니엄을 분양하는 사업자들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평창에서 펜션 단지를 짓고 있는 내집마련정보사는 동계올림픽 유치와 함께 시작하려던 5차분 30채의 분양을 올가을로 미뤘다.

김홍주 내집마련정보사 이사는 “아무래도 일시적으로 분위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 분양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대형 고급 콘도인 ‘알펜시아’를 분양 중인 강원도개발공사도 동계올림픽 유치 무산에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유치 결과를 보고 회원권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며 “평창이 개최지로 선정됐다면 분양이 상당한 탄력을 받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사설] 평창 ‘두 번의 도전’ 값지다 

 
평창이 이번에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했다. 어제 과테말라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는 러시아 소치를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했다. 평창이 우세하다고 전하는 외신에 유치 성공을 확신했던 국민은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TV 앞에서 발표를 기다리던 강원 도민, 특히 평창 주민들은 눈물을 쏟고 말았다. 비록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한적한 산골 마을 평창의 연이은 도전은 아름답고 값진 것이었다.
 

1999년 평창과 강원도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선언한 이후 8년간 모든 주민이 한 덩어리가 돼 유치 작업에 매달렸다. 유치를 기원하며 길을 닦고 꽃밭을 가꿨으며 어려운 형편에도 동계스포츠 낙후 국가 청소년들을 초청해 스키와 스노보드를 가르쳤다. 그 결과 2월 현지 실사는 물론이고 과테말라에서의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도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러시아의 물량 공세와 냉혹한 국제 스포츠 정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진선 강원도지사, 한승수 유치위원장,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지역, 기업, 스포츠계를 막론하고 모든 인사가 최선을 다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현지에서 막판 응원전을 폈다. 국민의 전폭적인 지원에는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유치해 선진국으로 도약하자는 기대와 열정이 담겨 있다.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각계가 힘을 모았던 이 소중한 경험을 이번 한번으로 끝내기는 아깝다.

 

국가 지도자들부터 국가적 당면 과제 실현을 위해서는 언제든 국력을 결집할 수 있어야 한다. 강원 도민의 유치 열망에선 지역 발전과 활성화에 대한 주민들의 염원이 다시 확인됐다. 스포츠 행사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 어떤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

 

평창의 세 번째 도전을 얘기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약점으로 드러난 스포츠 외교력을 보완하고 동계스포츠의 경기력을 높여 나가면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그동안 목이 터지게 ‘예스 평창’을 외쳤던 강원 도민들에게 거듭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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