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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의 미련

호젓한오솔길 2009. 7. 13. 15:22

 

 

덕유산의 미련

 

 

                            솔길 남현태

  

 

지난주 재약산 눈꽃 산행에 이어 이번 주에는 덕유산의 설경이 보고 싶어 일요일 06시 30분에 대구에서 출발하는 산장산악에 예약을 하고 일요일 새벽 4시 20분에 차를 몰고 시내에서 포항에 동료 3명을 태우고 대구 성서 삼성프라자 앞에 주차를 하고 잠시 기다렸다가 산악회 버스에 동승하여 9시경에 무주 리조트에 도착한다.  

 

곤돌라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정상 쪽을 바라보니 구름이 밤새껏 하얗게 눈꽃을 만들어 놓고 이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산꾼이 곤돌라 타고 등산하는 것이 조금 이상했지만, 문명의 혜택으로 에너지 소비 없이 설청봉 정상까지 올라올 수가 있어 빨리 눈꽃을 볼 수가 있는 즐거움이다. 곤돌라 속에서 설경을 바라보니 그저 마음이 급하다.

 

설청봉 정상에는 하얗게 내린 눈 위에 수많은 사람이 붐비어 쌓인 눈이 발아래서 빙판을 이룬다. 주위에 온통 쌀가루를 뿌린 듯 하얀 설국이 펼쳐저 있고 향적봉을 향해 올라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눈꽃 산행은 시작되고 올라가다 잠시 돌아보니 곤돌라 타는 곳에는 사람들이 개미 같이 모여 바글거린다.

 

돌탑에 상고대가 얼어붙은 향적봉 정상에는 많은 사람이 북적대면서 소란하다. 향적봉에서 바라본 덕유산 주능선은 과연 장관이다. 길가의 주목에는 하얀 눈꽃이 덕지덕지 피어 있고 오래 살아 속이 빈 주목은 오가는 수많은 등산객이 사진 모델이 되었으리라 그래서 나도 한 장 담아본다. 탁 트인 덕유산의 주능선 멀리 지리산도 선명히 보이고 산호초 같은 눈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아름답다.

 

백암봉에서 본 주능선에도 설화가 만발한 눈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하늘을 바라보니 거기에도 하얀 산호초가 햇살을 받아 영롱한 빛을 토하고 돌아본 향적봉도 눈이 아린다.

 

멀리 지리산 주능선이 손에 잡힐 듯 하늘가에 걸려 있고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금방이라도 승천을 하려는 듯 꿈틀대는 능선을 밟아가니 마지막 용의 머리인 무룡산 정상에 오른다. 무룡산을 내려와 오늘 산행의 종점인 삿갓재에 도착하니 오후 1시 5분이다.

 

산악회 정식 산행코스는 다 왔지만 하산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시간이라 삿갓봉과 남덕유산까지 종주하고 와도 충분히 시간이 될 것 같아 지체없이 계속 달려 버린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삿갓봉 오르는 길은 몹시 가파르고 눈길이 미끄러운데 남덕유 산에서 넘어오는 등산객이 부쩍 늘어나면서 산행 속도는 점점 더디어진다.

 

삿갓봉 정상에도 등산객이 많이 몰려 있다. 정상석 주위에서 북적대는 사람들 틈으로 "아저씨 아줌마들 돌 좀 찍읍시다" 하며 비키도록 하고 급히 정상석을 한 장 찍고는 달아나듯 삿갓봉을 내려와 하산길인 월성재에서 잠시 망설이다. 그대로 남덕유산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예상외로 등산객이 줄지어 내려왔어 도저히 올라갈 수가 없다. 몇 발짝 가다가 한참을 비키고를 반복하면서 올라가다가 버스 약속시간 때문에  정상을 눈앞에 두고 발길을 돌려야만 하는 아쉬움을 눈 속에 묻는다.

 

밀려 내려오는 등산객을 피해가며 남덕유산 정상 바로 아래까지 도착한 현재시간 15시 17분 정상에 서 있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고 말소리도 들리 것만 하산 집결 약속 시간이 17시 30분 인 점을 가만하면 저 줄지어 내려오는  등산객들을 비켜가면서 정상까지 갔다 되돌아오면 예정 시간이 넘을 것이고 나 하나 때문에 모든 사람이 차에서 기다린다 는 걸 생각하니 과감히 그냥 돌아설 수 밖에 없다.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에 또 오리라 다짐 또 다짐하면서 남덕유산에서 내려오는 밀리는 등산객들 사이에 끼여 버스에 돌아오니 예정시간보다 30분이나 빠른 17시가 되었다.

 

약속 시간보다 미리 도착했지만 모두 차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꼴찌다. 1차 탈출로로 동업령으로 내려온 사람들은 1시간 30분이나 기다렸다고 하면서 막걸리에 건아 하게 취해들 있었다. 순간 중간에 아쉬움을 뒤로 한체 돌아온 것이 참으로 옳은 판단이었다는 생각을 하고 미리 온 사람들에게는 괜스레 미안한 느낌이 든다. 여기까지 와서 남덕유산을 남긴 너무나 아쉽고 미련이 남은 산행이다. 그러나 덕유산의 아름다운 눈꽃을 감상하면서 뽀드득거리는 눈길을 한없이 걸어본 것을 병술년 첫 산행의 추억으로 간직하며 하얀 덕유산 산행길을 마무리한다. (2006.01.09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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