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령산 마북골 봄향기에 취하여
솔길 남현태
어제 시골에 다녀오느라고 산행을 하지 못하고, 오늘은 산행하려니 날씨가 옅은 황사로 조망도 좋지 않고 산행하기에는 별로 기분이 석 좋은 날씨는 아니었어 육화산으로 가기로 한 계획을 변경하여 가까운 괘령산으로 산행지를 변경하고 신광면 마북으로 출발한다.
신광 반곡 저수지에서 차를 멈추고 바라보니 상류엔 벌써 부지런한 강태공 몇 명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옛날에는 여기가 환상의 낚시터였는데 지금은 블루길 성화가 심한 곳이다. 마북골 입구의 마북지에는 내가 마지막으로 붕어낚시 하던 곳이다. 수년 전 봄날에 여기서 낚시를 하다가 바람이 하도 불어서 낚싯대를 접고 홀로 괘령산에 오른 것이 산행하게 된 계기가 되어 그날 이후로 낚싯대는 창고 안에서 곰팡이가 피고 있다.
마북 마을을 지나서 비포장도로로 등산로 입구까지 차량진입 가능하다. 괘령산 등산로 초입에 활짝 핀 복사꽃 아래 주차를 하고 마북골을 돌아보며 사진을 몇 장 찍어둔다. 괘령산 기슭에는 벌써 철쭉이 피어나고 등산로 주변엔 서서히 녹음이 푸르러 간다.
조금 더 올라가니 철쭉은 망울이 맺혀 있고, 각시붓꽃이 낙엽 속에서 뽀시시 고개를 내밀며 반기고 있다.
넘어져 죽은 나무에는 아름다운 버섯이 피고, 바위에 달라붙은 노송이 우람하게 잘도 자란다. 소나무 숲 옛길을 따라 올라가니 모서리가 닭은 잔잔한 자갈이 발아래서 바스락바스락 정겨운 소리를 낸다. 좌측 괘령으로 가는 길과 우측 괘령산 정상으로 바로 가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괘령을 둘러서 올라간다.
저 높은 고목의 꼭대기에 분홍빛 벚꽃이 더 고와 보인다. 쿠션 좋은 낙엽이 융단처럼 깔린 길을 지나 괘령(괫재)에 도착한다. 옛날 개나리 담보 짐을 내려놓고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내던 곳 내 고향 상옥으로 가는 내리막 오솔길이 선명하다. 우측으로 괘령산으로 오르는 길이고 반대쪽으로 가면 성법령이 나온다.
이 길은 내가 다섯 살 때쯤 추운 겨울날 아버님 손잡고 신광면 기일리에 있는 외외가 집 잔치에 장구재로 걸어서 넘어왔다가 돌아갈 때 이 길로 걸어서 넘어간 기억이 있다. 상옥은 사방이 팔령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그중에 하나가 이 괘령이다. 옛날에는 상옥에서 외지에 나가려면 항상 재를 걸어서 넘어야만 했다.
그 옛날 고향 상옥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삶의 생계를 위한 생필품을 무겁게 짊어지고 수없이 넘나들면서 이 길에 뿌린 땀이 그 얼마이며 삶에 지친 한숨 소리가 저 깊은 골짜기를 가득 메웠으리라, 한이 서린 이 길을 나는 오늘 배낭을 메고 즐거운 마음으로 콧노래 부르며 걸어간다. 새삼 버릇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삿갓 나물이 낙엽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정상 부위엔 온통 노랑제비꽃, 분홍제비꽃이 흐드러 진다. 낙엽 사이엔 온통 꽃동네라 괘령산 정상석이 홀로 외롭지 않아 보인다. 정상부엔 아직도 진달래가 맺혀 있고 진달래꽃 무리 속에서 한 장 찍어본다. 하산길인 내연산 수목원 쪽으로 가는 길은 환상의 낙엽 융단 길을 지나면 솔 향기 그윽한 길이 나오고, 또 다시 화사한 진달래꽃 동산이다.
꽃길 따라 걷다 보니 내연산 수목원이 보이고 길 양쪽으로 울긋불긋 꽃 대궐 아름다운 빛깔의 진달래가 흐드러진 다. 눈이 부실 지경이다. 꽃 바위 위에서 점심을 먹고 산새들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나누며, 바위틈에 붙어서 모질게 자라난 아름다운 진달래꽃 사진을 담아 본다.
꽃길은 쑥밭 고랭지 채소밭까지 이어진다. 내연산 수목원과 고랭지 채소밭 전경이 한가로운데 풀밭엔 온통 노랑제비꽃이 뒤덮여 있다. 여기서 우측 사면 길을 따라 마북골로 내려가는 길은 한꺼번에 골짜기까지 바로 떨어진 경사가 매우 심한 길이다. 꼬불꼬불 내리막 오솔길을 따라 마북골 상류에 도착하니 골짜기엔 온통 낙엽이 쌓여 있다.
낙엽 속엔 맑은 개울물이 졸졸졸 봄 노래 부르고 산나물 꾼들의 눈을 피한 삿갓나물이 기지개를 켜니 골짜기엔 온통 야생화들이 피어나있는데 산딸기 꽃 속의 금낭화가 가장 아름답다. 금낭화의 아름다운 자태를 카메라에 담아본다. 맑은 개울물과 복사꽃이 어우러진 골짜기 무릉도원 복사꽃의 나무 아래 흐르는 맑은 물에 조자 앉아 새 수를 하고 풍경에 취해 잠시 숨을 돌린다. 마북골 골짜구니 오솔길에도 이제 녹음이 짙어간다.
지난여름 아들과 알탕 하던 자리 아름다운 폭포 옆에서 사진 한 장 찍어본다. 마북골 출구 계곡에도 초록과 복사꽃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가랑이 벌리고 바위에 붙어서 바동되는 노송의 가지에도 물이 오르고 복사꽃이 화사하게 피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돌아본 마북골의 전경이 다사롭다
길가엔 온통 딸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마북골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느 집 담장 가에서 차를 멈추고 이름 모를 아름다운 꽃에 취하여 카메라를 들이댄다. 붉은 꽃의 정열과 흰 꽃의 순결함, 홍백의 조화가 아름답다.
옅은 황사 속에서의 산행이었지만 괘령산에 올라 고향 땅을 바라보며 야생화 속에 묻혀서 지내다. 마북골에 내려와 골짜기의 어우러진 풍경에 정신을 팔다 보니 오늘 하루가 금방 지나가 버린 그런 즐거운 산행이었다.
(2006.04.23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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