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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산 산성골의 봄

호젓한오솔길 2009. 7. 28. 09:36

 

 

 

팔각산 산성골의 봄

 

 

                                     솔길 남현태

 

 

어제와 오늘, 내일까지 영덕에서 대게 축제와 복사꽃 축제를 한다고 하여, 해맑은 복사꽃 풍경이 그리워 산행지를 팔각산으로 정하고 가는 도중에 행여나 교통이 막히지나 않을까 많이 걱정을 했는데 예외로 한산하여 쾌적한 기분으로 옥계에 도착한다.

 

길가 복숭아 밭에는 복사꽃이 한창 개화하고 있어 비록 한물은 아니지만, 꽃 구경하기에 딱 좋은 시기다. 가다가 몇 번이고 복숭아 밭 옆에 차를 세우고 연분홍빛 복숭아꽃과 하얀 배꽃을 사진에 담으면서 산성골 입구 모텔 옆에 도착하여 주차하고 서둘러 조용한 출렁다리를 건너 산성골로 깊숙이 빨려 들어간다.

 

길가에는 벌써 산딸기 꽃이 피어나고 연초록이 푸르러 오르는 산성골 입구는 적막감이 감돈다. 화사하게 핀 하얀 조팝대 꽃을 보니 지금이 보릿고개로구나 며칠 전에 내린 비로 골짜기의 물이 불어나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아름다운 초록으로 새 옷을 갈아입기 전에 홀랑 벗은 산성골 암봉들의 아름다운 자태가 눈에 들어온다.

 

굽이도는 맑은 물 청아한 목소리를 내고 길가에 쌓아 올린 자그만 돌탑 누구의 솜씨인지 재주가 참 아깝다. 깊이 들어갈수록 양쪽 골짜기가 암봉으로 이루어진 산성골의 진풍경의 연출이 시작되고 잎이 있을 때 보지 못했던 암봉들의 깊은 곳까지 속속들이 드려다 볼 수가 있어 즐겁다.

 

어느덧 골짜기는 푸른 봄빛이 맴도니 거친 암봉의 우람한 자태가 더욱 아름답기만 하다. 구멍이 뻥 뚫려 길이 난 개선문바위 구멍으로 말을 타고도 당당히 지나갈 수 있을 듯하다. 하도 맑아 깊은 물밑이 훤하게 드려다 보이는 계곡 따뜻한 봄날에 아래위로 서로 마주 붙어서 쪽쪽 깊은 사랑을 나누고 있는듯한 사랑나무 모습이 정겹다. 진달래가 서서히 지는 골짜기에 어느덧 철쭉이 피고 있다. 가는 진달래의 아쉬움, 오는 철쭉의 반가움으로 산성골의 봄은 그렇게 무르익어 간다.

 

계곡 바닥과 양 측면이 하나의 암반으로 이루어져 면경지수가 흐르는 반석 바위의 자연 포석정에서 막걸릿잔을 띄워놓고 가는 세월이나  즐겼으면 얼마나 좋으랴. 맑은 물이 흐르는 목욕탕처럼 생긴 웅덩이에는 나뭇잎이 서서히 커튼을 드리우며 아담한 선녀탕으로 꾸며갈 것이다.

 

노란 산괴불주머니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니 곱기도 하여라. 독가촌 뜨락에도 파릇파릇 봄이 오고 낡고 녹슨 족동식 탈곡기가 잘 모셔진 체 주인은 떠나간 축 담 위에서 홀로 늙어가고 있다. 아련한 독가촌을 뒤로하고 진달래 벗을 삼아 거친 숨소리 내며 팔각산 능선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혼자 앉기엔 너무 넓은 괴목의자 둘이라면 더 좋았을걸, 낙엽 위에 온통 산괴불주머니꽃이 황금빛이다.

 

진달래면 다 진달래냐, 소나무 숲 속에는 청정 진달래가 만발해 있다. 호젓한 오솔길에 이어지는 연분홍 진달래 열병식을 받으니 왠지 으쓱한 기분이 든다. 팔각산 정상에 올라서니 이제 막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는데 그 빛깔이 너무 곱다. 아직도 맺혀 있는 저놈들 언제나 다 피려나 오십천 방향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팔각산 정상에 올라 분주한 정상석 사진을 찍으니 부탁도 안 했는데 먼저 찍어주겠다는 고마운 분의 도움으로 사진을 한 장 찍혀본다. 바데산, 동대산, 시 경계 능선이 선명하게 보이고  저 멀리에 내 고향 상옥 쪽 성법령과 괘령산도 보인다. 조기 아래 보이는 옥녀남 골짜기로 계속 올라가면 새터양지 하옥을 거쳐 내 고향 상옥이다. 고향이 보인다. 그래서 자작으로 증명사진 한 장 더 찍어본다.

 

바위 위에 아름다운 노송은 비록 낙락장송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구한 세월 속에 꿋꿋이 살아왔다. 송진을 낸다고 소나무에 낸 상처자국이 방긋 웃는 하트 모양으로 웃으며 오솔길 님 사랑해요 하며 반긴다. 색깔이 청량한 팔각의 진달래 산성골과 화사한 조화를 이루니 아름답다.

 

팔각산이 토해 내는 은빛 물색 청아하게 흐르는 산성골로 다시 내려오니 또 집에 가기가 싫어진다. 산성골 입구에 자연산 복사꽃이 무리로 피어 맑은 계곡물에 발 담그며 어우러지니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 일세.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은 정말 볼거리가 많은 산행길이었다. 복사꽃 축제에 맞춰 만발한 복숭아 꽃과 배꽃을 비롯하여 산성골의 청량한 맑은 물빛과 물소리, 속옷만 입고 하늘을 찌를 듯이 솟은 무수한 암봉들의 아름다운 자태, 독가촌의 아련한 봄, 팔각산의 청정 진달래 열병식, 무릉도원을 실감케 하는 물 위에 복사꽃, 초록 물감 번져가는 산성골의 봄봄봄... 

(2006.04.15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