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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 별바위의 봄

호젓한오솔길 2009. 8. 4. 23:44

 

 

주산지 별바위의 봄

 

 

                                솔길 남현태

 

 

어제는 혼자  침곡산을 다녀오고, 오늘 마눌과 산행하기로 약속한 터라 어디로 갈까 갈 곳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데, 오후부터는 전국적으로 황사가 심하게 강풍과 함께 몰려 온다고 하여 짧은 산행을 준비하다가 지난봄에 너무 일찍 다녀왔어 보지 못했던 주산지 왕버들의 연두색 자태가 생각나서 주산지 왕버들을 구경하고 별 바위까지 산행하고 오기로 작정하고 8시경에 집을 나섰다. 아침에 이미 멀리 산들이 뿌옇게 보이는 것이 주위에 옅은 황사 먼지가 날리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는 못했다.

 

가는 길에 죽장면 꼭두방재 휴게소에 들러 차를 세우니 동쪽 산자락이 온통 철쭉으로 덮여 경관을 이루어 그냥 갈 수 없었어 사진 몇 장 담아본다. 주산지 주차장에 도착하니 자동차가 거의 꽉 들어차 있고 몇 개의 빈자리만 남아있다. 서둘러 준비를 하여 주산지 골짜기 입구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 담으면서 들어간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이 간편한 나들이 옷차림이고 등산 준비를 하고 온 사람은 우리 부부뿐이었다. 혹시 입산 통제인가 걱정을 하면서 주산지로 올라간다.

 

주산지 제방에서 바라보니 상류 쪽으로 저 멀리 산 위에 별 바위가 보인다. 제방 우측 골짜기의 푸르러 오는 봄 풍경도 아름답고, 제방 좌측 왕버들 사이에는 전문 사진사들과 구경꾼들이 붐빈다.

 

주산지의 대표선수 왕버들은 위용을 자랑하며 가지 끝에는 연두색 새싹들을 토해내고, 하반신을 차가운 물속에 담근 채 카메라 세례를 받으면서 폼나게 찍어 달라고 바람 따라 양팔을 흔드는 여유까지 보이며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중, 상류 쪽 왕버들도 자태는 우람하지만, 물에 빠져 버둥대는 모습이 호흡하기 어려워 고통을 느끼고 있다. 서로 의지하며 꿋꿋이 더러는 물속에서 허우적대다 익사도 하고, 여유롭게 봄바람에 노래도 실려 보내고 있다.

 

돌배나무 꽃과 야생화가 만발한 주산지 상류 계곡을 따라 사진 찍고 있는 동안 마눌이 앞서 올라간다. 여기에도 금낭화가 무더기로 피어나고, 역시 금낭화는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그냥 아름다운 꽃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졸졸 바위를 흐르는 맑은 개울 가의 이끼가 소담스럽다.

 

골짜기를 지나 산자락에 올라서니 여기도 역시 철쭉이 많이 피어 있다. 따라오는 아줌마가 힘들어지는지 가다가 기다려도 점점 멀어진다. 고목의 가랑이 사이에도 산괴불 주머니 꽃이 피고, 마지막 별 바위 오름 길에는 바스락 낙엽이 깔렸다. 커다란 바위에 응아 구멍이 크게 뚤린 통천문 바위, 가까이 가 보려니 세찬 바람에 가물가물 낭떠러지 오금 저린다. 아직 재래식인가 보다.

 

시간이 정오를 넘기니 별 바위 정상부에는 황사 먼지와 함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니 잘못하다가는 포항까지 그대로 날려 보낼 태세이다. 꽃도 흔들리고, 나도 흔들리고, 바위도 흔들린다. 도저히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어 대충 몇 장 눌렀다.

 

가운데 진짜 별 바위 오르는 급경사 길에서 돌아보니 아줌마는 그냥 엉금엉금 기면서 따라오고 있다. 별 바위 주위엔 온통 진달래가 바람에 마구 흔들리고 있다. 별 바위에서 내려다본 주산저수지 일대 전경과 올라온 골짜기가 황사 속으로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선글라스에 모자를 꾹 눌러쓰고 사진 한 장 찍어본다.

 

멀리 대궐령과 왕거암도 황사 속에 흐릿하게 보이고 별 바위 좌측 봉우리 아까 사진 찍던 통천문 바위에도 진달래가 바람에 심하게 흔들리며 눈이 부신다. 통천문 바위 확 당겨서 보고 사진 몇 장 찍고 바람에 쫓기어 하산길을 서두른다. 개울가에 내려와 맑은 물가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데, 저 높이 머리 위로는 골짜기를 흔드는 바람 소리만 들리고 주위는 고요하다. 간혹 한 번씩 바람이 쌩쌩 불어 주위의 나뭇가지 들이 졸지 못하도록 흔들어 깨워 준다. 맑은 물이 흐르는 알탕 자리 나뭇가지에 풀이 조금만 더 피어나면 명당자리가 될 것이다.

 

개울에는 복사꽃과 새하얀 돌배나무 꽃이 진짜로 많다. 새하얀 돌배 꽃 옆에서 나도 한 장 아줌마도 한 장 사진을 찍어본다. 덩굴에 칭칭 감긴 나무는 이렇게 못살게 굴 바엔 차라리 죽여라 죽여 앙탈을 부리며 발버둥치고 있다. 주산지 상류에 도착하니 오전보다 많은 인파가 붐빈다.

 

그런데 별 바위까지 갔다 오는 동안 한 사람도 구경 못했는데, 여기오니 도로가 미어진다. 모두 왕버들 구경하러 왔을 뿐 황사 바람이 부는 오늘 등산객은 우리 둘이 전부다. 다녀온 별 바위를 배경으로 주산지 왕버들 대표선수를 한 장 찍고 나오는 좌측 대문 격인 암봉의 위용을 그냥 지날 수가 없어 사진에 담아본다. 주차장 근처에서 주산지 입구를 돌아보며 작별 인사로 한 장 찍어 본다.  

 

황사를 피했어 간단하게 다녀온다는 것이 예상보다 시간이 지연되어 별 바위 오르는 길은 황사 바람을 맞으면서 산행을 했다. 남들은 가볍게 산책 나오는 주산지 길을 우리 둘만 등산 배낭을 메고 나오니 좀 어색한 기분은 들었지만, 그래도 오늘 처음으로 답사한 호젓한 주산지 골짜기를 골고루 사진에 담아 한 장의 추억거리로 만들었다는데 애써 의미를 두어본다. (200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