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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가메봉

호젓한오솔길 2009. 8. 16. 18:41

 

 

주왕산 가메봉

 

 

                        솔길 남현태

 

 

어제저녁에 웬일인지 마눌이 내일 어디든 바람 쐐 달라고 하여, 그래 내일 아침 7시에 출발이다. 하고 약속을 해놓고 아침에 눈을 뜨니 벌써 7시다. 마눌은 벌써 일어나 아침 해놓고 점심 도시락까지 싸놓고 기다리고 있다. 얼른 준비하여 주왕산 절골에 도착하니 9시 15분이다. 

 

절골 주차장엔 차량이 한 대만 달랑 주차되어 있다. 작년 봄에 왔다가 산불 경방 기간이라고 입산이 통제되어 되돌아간 기억이 있다. 오늘은 날씨가 꾸리 한 것이 곧 비가 쏟아질 그런 분위기다. 매표소에서 표를 싸고(입장료 인당 1,600원임) 행장을 차려 절골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경관이 대단하다.

 

주차를 하고 출발하는데 길옆에 메꽃 한 송이가 좀 보아주고 가라고 손짓하여서 할 수 없이 사진에 담아본다. 절골 입구에 들어서니 사방에 우람한 바위봉우리들이 가리어 아름다울 풍경을 연출한다. 개울 건너 바위봉우리에는 초록들이 조화롭게 달라붙어 암 즙을 빨아 먹으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모습이 장관이다. 고요한 골짜기 전경이 아름다운데 날씨가 흐린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바위에 박힌 저 초록들의 대견스러운 합창소리를 들으며, 황홀한 풍경에 아래위로 눈알 굴리려니 눈이 그냥 바쁘단다. 우람한 경관을 한 장에 다 담을 수 없어 토막을 내어 카메라에 담는 것이 안타깝다. 오늘은 보조 사진사가 있어 인물 사진을 자주 찍을 수가 있다.

 

아담한 폭포 소리가 정겨운데 비가 오면 피할 수 있을 만한 동굴도 있고 아름다운 전경은 상류로 올라가니 여느 산골짜기처럼 다시 평범해진다. 용두사미...?? 야생화 화원 오솔길을 지나고 아름다운 폭포에 도달할 때쯤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개울물이 불어나면 못 나간다고 마눌은 벌써 걱정이 대단하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이 시원해 보이지만 알탕 하기엔 날씨가 서늘하다.

 

가메봉 오르는 도중에 허리와 다리가 날렵하게 잘 빠진 노송이 하늘 향해 다리를 배배 꼬면서 오르는 모습에 걸음을 멈추고 사진에 담아본다. 자욱한 안갯속에 서늘한 오솔길은 걸어서 가메봉 능선에 도착하니 소슬바람 소리에 으스스하다. 아무도 없는 안갯속의 가메봉 정상에는 몰아치는 안개비가 바위를 적시고 있다. 마눌도 똑바른 사진 한 장 찍어서 홈피에 올려달라고 보챈다.

 

안개 때문에 가메봉의 아름다운 조망이 오늘은 없고 발아래 내려다보니 절벽의 높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니 금방 유령이라도 나올듯한 가메봉을 뒤로하고 내려온 골짜기 화원 오솔길 정겹다. 겉은 멀쩡한데 속은 벌레 먹은 고목은 다람쥐 동물들의 삶터이고, 골짜기 상부에도 안개가 자욱하다. 머리엔 안개 모자를 쓴 바위봉우리들의 모습, 개울 복판의 바위 위에서 싸리나무는 꽃을 피웠다. 우산을 들고온 구경꾼들로 절골 입구는 어느덧 사람들이 붐빈다.

 

온종일 흐리던 날씨가 이제 간간이 비를 뿌리다가, 골짜기를 빠져나올 땐 바위가 미끄러울 정도로 비가 내린다. 5시간 30분 동안 절경의 절골 골짜기를 마음껏 구경하고  안개 때문에 조망은 볼 수가 없었지만 가메봉에 올라 서늘한 안개 바람을 맞으며 여름에 한기를 느껴본 의미 있는 피서도 했다.

 

오후 3시에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침에 차가 한 대뿐이던 주차장이 차들로 꽉 차있다. 더러는 산행을 하고 대부분 골짜기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이 많다. 조금 있어 날씨가 더워지면 이 골짜기에는 피서객들로 가득 메우리라. 주왕산 절골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서둘러 포항으로 돌아오면서 아름다운 주왕산 절골 산행을 마무리해 본다. (2006.06.25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