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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곡산 산딸기 따라 갈팡질팡

호젓한오솔길 2009. 8. 8. 11:21

 

 

금곡산 산딸기 따라 갈팡질팡 

 

 

                                                솔길 남현태

 

 

 

아침에 일어나 인터넷에서 산행 지도 한 장 뽑아들고 경주시 안강읍에 있는 금곡산으로 향한다. 안강읍 하곡지 제방 아래로 난 길을 지도와 비교하면서 찾아 들어가니 공단과 자그마한 마을들을 지나 화산곡지가 나온다. 저수지 상류의 한적한 개울가에 주차하고 서둘러 계곡물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화산곡지 상류의 계곡은 한적하기만 한데 개울엔 이끼 사이로 맑은 물이 졸졸 흐른다. 작은 은빛 폭포들도 보이고 물줄기가 시원하게 흐르는 모습 열심히 카메라에 담아본다. 맑은  물은 폭포 위에서 떨어지기 전에 준비 운동을 하는 듯 뱅뱅 돌다가 아래로 떨어진다. 폭포 아래는 한 길이 넘어 보이는 깊은 곳이 있어 시원한 알탕 생각이 절로 난다. 개울물은 바위 미끄럼틀 위를 시원스럽게 미끄러져 간다.

 

개울가에 온통 빨간 산딸기가 탐스럽게 열려 있다. 침을 삼키며 초상화를 찍고는 모조리 입안으로 따다 넣으니 잘 익어 당분이 많은 놈 새콤달콤 향기 가득 퍼진다.

 

개울물이 모이는 삼거리를 지나 왼쪽으로 오르는데 골짜기가 떠들썩하다. 민가가 한 채 있는데 진돗개인지 잡종인지는 몰라도 두 마리의 개와 거위 떼들이 합창으로 짓고 소리치니, 닭들도 덩달아 입을 모아 요란스럽게 동물농장 소리를 낸다. 동물들에겐 내가 도둑놈으로 보이거나 아니면 친구로 보이는 모양이다.

 

괜스레 앞을 지나기가 섬뜩하고 조용한 산골짜기에 한바탕 소란을 피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길가 뽕나무엔 잘 익은 오디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데 딸기와는 달리 달콤한 맛이 그만이다. 산딸기로 다진 뱃속을 오디로 가득 채우니 배부른 산행이 시작된다. 때죽나무 꽃이 하얗게 은하수처럼 피어 장관을 이루고 개울가엔 그윽한 찔레꽃 향기도 풍겨온다. 개울 물에 드리워진 하얀 찔레꽃 풍경이 운치가 있다.

 

'삼기산 금곡사지'라는 작은 사찰 금곡사에 들어가니 경내에는 스님과 보살 두 분이 마루에 앉아 소곤소곤 정담을 나누고 있다. 금곡사지 원광법사 부도탑을 사진에 담아 본다. 골짜기로 들어갈수록 산딸기 산행은 계속되고 저 산딸기를 다 어이 할꼬 하도 많아 그냥 바라만 보고 지나간다.

 

개울에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쪽 금곡산 봉우리를 향해 오르는데 사면이 온통 딸기 덩굴과 조피나무 가시로 어우러져 경사면을 치고 오르기가 여간 상그롭지가 않다. 바람기 없는 무더운 골짜기에서 가시 덩굴을 치고 올라가는데 산딸기가 지천이다. 이젠 먹을 만큼 먹은 터라 처다보기도 싫은데 넘어져 손이 다으면 산 딸기다.

 

그렇게 딸기와 싸우면서 길도 없는 수풀을 헤치고 그냥 높은 곳을 향하여 한없이 오르다 물러서고 또 오른다. 음식의 양념으로 쓰이는 조피나무 열매가 귀한 것인데 많이도 열려 있다. 드디어 정상주변 주 능선에 반가운 희미한 길이 있다. 고사리가 아직도 보드랍게 올라오고 주변에 산행 리본이 여러 개 매달려 있는 것을 보니 여기가 금곡산의 정상인가 보다.

 

경사면을 치고 올라오면서 한 장뿐인 땀에 저린 산행지도를 빠트린 모양이다. 어디로 가야 하나 사방에 풀이 우거져 길이 별로 없다. 무딘 동물적 감각으로 택한 것이 국제신문 리본이 달린 길을 따라 하산한다. 희미한 삼거리가 나오기에 또 망설이다가 오른쪽으로 얼마쯤 내려왔을까. 올라오는 사람을 만나 어디서 오느냐고 물으니 내태제 에서 온다며 조금만 더 가면 된단다. 아뿔싸 잘못 왔구나. 산행 지도가 있느냐고 물으니 보여준다. 들여다보니 금곡산 정상에서부터 잘못 와도 한참 잘못 왔다. 다시 뒤로 돌아 금곡산을 향하여 바쁜 걸음으로 걸어야 한다. 길을 못 찾아 우왕좌왕한 것을 포함하여 알바를 많이 한 편이다.

 

정상에서 중층 폭포를 거쳐 화산곡지로 내려오는 희미한 길은 어느 산소까지 왔어는 딱 끊기고 그냥 우거진 수풀 길 뿐이다. 그냥 능선을 따라 숲 속을 해치며 하산을 해야 한다. 숲 속에서 헤매는 길 쉬어 가라고 하얀 민백미꽃이 곱게 피어 반긴다. 여기에도 딸기가 상큼한 맛을 즐긴다. 능선에서 떨어진 급경사 비탈길 숲 속으로 헤집고 개울가에 내려와 한적한 농로를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따라 내려온다. 

 

장시간 동안 길이 없는 숲 속에서 헤매며 땀을 많이 흘리고 개울가에 내려와 염치 불구 깊은 곳을 찾아 시원하게 알탕을 한번 하고 나니 정신이 확 돌아온다. 금곡산의 높이만 보고 만만히 달려들었다가 오늘처럼 숲 속에서 혼쭐이 난다. 그래서 아무리 작은 산 이라도 사전에 산행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또 여름철에는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쉬우므로 반드시 산행 지도는 지참해야겠다. 오늘은 무딘 동물적 감각으로 산행하다가 다리가 고생을 많이 한 날이다. (2006.06.06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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