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산의 야생화 따라
솔길 남현태
오늘부터 연휴 3일간 장맛비가 많이 온다고 했다. 북쪽으로 올라갔던 장마 전선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곳에 따라 호우주의보가 내릴 거란 기상대 예보가 있었으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니 날씨가 맑으며 무더워 보인다. 휴가 나온 큰아들은 자기 방에서 자고 있다. 분명히 오후에는 비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오전에 마칠 수 있는 산행을 위해 07시에 집을 나와 08시경에 안강 시티재에 도착하여, 등산로 입구에 조용한 길가에 주차하고 낙동정맥 길을 따라 작년 2월에 다녀와 좋은 기억이 남아있는 삼성산으로 향한다.
등산로 초입에서 올라가는 백여 미터는 수풀이 우거져 있다. 여름을 알리는 자귀꽃 이라고 하던가 무리로 피어 너무 아름다운데, 노란 달맞이꽃도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칡넝쿨이 우거진 길을 지나는데 이름 모를 화사한 꽃에 나비는 거꾸로 매달려 꿀을 빨고, 개미인지 벌인지 이상하게 생긴 하여간 날개가 달려 날아다니는 놈이 노란 각시원추리 꽃에서 꿀을 빨다가 몹시 경계를 한다. 음침한 나무 그늘에는 삿갓 모양의 광대버섯이 분위기를 잡고 영역을 지키고 있다.
오늘도 오솔길은 한적하다. 삼성산에서 아무도 만나지 못한 호젓한 나 홀로 산행이다. 올라가는 오솔길엔 온통 거미줄이다. 나는 거미들의 평화로운 마을을 습격한 한 마리의 거대한 괴물처럼 거미들이 밤새워 일구어놓은 생활 터전을 마구 초토화 시키면서 조그마한 양심의 가책도 없이 공룡꼬리 같은 지팡이를 휘두르며 살벌하게 지나간다.
희뿌연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많이도 피어 있다. 삼성산은 바로 건너 저기 있건만 가는 길은 골짜기를 빙 둘러 능선길이 멀다. 산 복숭아가 태풍에 시달려 골물이 졸졸 흐른다. 태풍에도 절대로 떨어지지 않은 산 복숭아 수험생 용으로 그만일 것이다.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모르는 건 그냥 야생화다 패랭이꽃이 보인다. 예쁜 것.
낙동정맥과 헤어지는 삼거리를 지나 올라가다 바위를 감은 담쟁이넝쿨이 싱그럽다. 멀리 천장산 쪽 풍경이 안개 자욱하다. 자옥산과 안강들 쪽 풍경도 베 한가지다. 뉘 집 산소 뒤에 사는 것이 골물 쓰러운 소나무 가지가 배배틀린 노송이 자태를 뽐내며 그늘을 만들고 있다. 여기 무덤 가에도 각시원추리가 무리로 피어 있다. 각시원추리 사진을 찍는 도중에 나비가 날아든다. 찍사는 안중에도 없다.
삼성산은 정상의 능선이 길에 오르니 오늘 무더운 날씨에도 삼성산 정상은 영천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시원했다. 비바람인지는 몰라도 서늘한 바람이 한 것 불어와 하산하기가 싫어 이리저리 한참 돌아다니다. 정상의 시원한 바위 위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하는데 능선을 막 내려서니 아래쪽은 무진장 더워 걸으니 그냥 숨이 막힌다.
목수출신 딱따구리 인가 나무에 구멍을 뚫어도 아주 예쁘게 잘도 뚫었다. 바위 위에 바위채송화가 노랗게 피어 있고, 꽃잎에 붙은 작은 벌레는 대관절 혼자 뭐 하고 있을까.? 하늘 말나리 무더기로 피어 있다. 고것 참 예쁘고 화사하다.
맞은 편 도덕산 좌 자옥산, 안강읍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바위에 부처손은 푸름을 더하고, 오늘도 무더위 속에 산적처럼 머리에 수건을 질러 매고 기념으로 자작사진 한 장 찍어본다. 하산 도중 영천시 고경면 전경이 은은한 안갯속에 아름답다. 오솔길엔 온통 태풍 때 떨어진 푸른 낙엽이 깔려있다. 참나무를 칭칭 감아 올라간 담쟁이넝쿨, 감는 너는 좋지만 감기는 나는 너무나 답답하다. 제발 제발. 참나무의 절규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안강 쪽과 시티재 맞은편 어림산 쪽 풍경을 사진에 담아본다. 연보라색 산도라지 꽃 오랜만이다. 역시 자태가 고귀하다. 그냥 이름을 모르는 노란 황금빛 야생화 아름답다. 너는 잎인가 꽃인가 빨간 어린 새순의 자태도 아름답다. 무더운 날씨에도 약간의 바람이 인다. 건너편 호국 봉 묘지들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풀 숲길을 헤치며 하산을 완료한다. 몹시 무덥다.
비가 오려고 그러는지 몹시 무더운 날씨가 조금만 걸으면 땀이 줄줄 그냥 숨이 콱콱 막힌다. 이제 삼복더위에는 맘대로 될는지는 모르지만, 산행도 방학을 해야 할까 보다. 집에 돌아와 산행기를 쓰고 있는데 16시경부터 드디어 천지를 울리는 천둥소리와 함께 포항에도 소나기가 쏟아지며 기상청 예보대로 본격적인 장대비가 시작되는가 보다. 예상대로 적중한 오늘의 산행 결과에 쾌재를 부르며 삼성산 야생화 따라 걸은 호젓한 산행길을 갈무리한다. (2006.07.15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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