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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주산 메마른 낙동 길 따라

호젓한오솔길 2009. 8. 30. 18:20

 

 

 

운주산 메마른 낙동 길 따라

 

 

                                             솔길 남현태

 

 

대관절 며칠째인가 비 한 방울 오지 않고 달달 복은 지가 오래다. 밤마다 열대야이고 오늘도 아침에 태양을 쳐다보니 만만치않은 더위가 예상된다. 산행을 간다고 하니 마눌이 말린다. 이렇게 더운 날 산행이 될 말이냐고 그냥 집에서 푹 쉬다가 저녁때 공원이나 한 바퀴 돌고 오란다.

 

궁리 끝에 시원한 곳을 찾다가 결국은 운주산 낙동정맥 길을 맘에 두고 10시가 넘어서 이글이글 태양 아래 이릿재에 도착하니 승용차 두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이릿재에는 기계 쪽에서 불어오는 골 바람에 제법 시원하였다. 그러나 행장을 챙겨 산속으로 들어가 오르막길에서는 바람기 하나 없는 고요한 숲 속이 얼마나 더운지 금방 땀이 줄줄 흘러내리며 숨이 막히고, 길가에 풀들은 생기를 잃고 바싹 오그라들어 가고 길바닥엔 먼지가 폴폴 난다.

 

무더운 날씨에 산천을 울리는 매미 소리가 재미있게 들린다.

찌리 찌리~~~~찌ㅉㅉㅉ~~~찌리리~~~찌르르~~~~꼬치 자지~~꼬치 자지~~

로 마감한다...ㅋㅋ

 

이릿재에서 내려다본 대구 포항 간 고속도로 시원하게 뚫렸다. 숲 속은 어찌나 더운지 길에는 먼지가 폴폴 나고 날씨가 너무 가물어 숨이 막힐 듯 메마른 오솔길이다. 머리에 두건을 질러 맨다. 넓어진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멈추게 하고 변해 는 자신을 들여다보기가 싫어지다.

 

전망 바위에서 바라본 대구 포항 간 고속도로와 기계면의 전경이 시원하게 드러난다. 맞은편에서 머리에 구름을 이고 있는 봉좌산의 모습도 보인다. 걸어온 고개 위에는 구름이 몽실몽실 더한층 아름답다. 서로의 상대에게 상처를 주면서 붙어서 문지르면서 사는 나무의 아픈 사랑 이야기도 들어가면서 운주산으로 향한다.

 

패랭이꽃 각시원추리꽃과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가뭄에 시달리 듯 피어 졸고 있다. 가랑이 사이로 뚫고 지나간 큐피드의 화살인가. 이상하게도 생긴 나무 깊은 상처에 아픔을 간직한 나무도 있다. 그냥 한 바퀴 팽~ 꼬아 버렸어 괴목이 되어버린 아픈 상처를 간직한 나무도 있다. 정상 부근에 있는 묘지에 사람 모양의 낡은 비석이 잡초 속에서 머리만 들어내고 더위에 헐떡이며 묘지를 지키고 있다. 아름다운 동자꽃도 만나서 몇 장 담아본다. 운주산 정상의 헬기장 주위에는 야생화가 많이 피어 있다.

 

부산에서 올라온 낙동정맥 종주팀을 만나 길을 안내 잘 해주고 나중에 이릿재에서 맥주 한잔 얻어 마신다. 운주산 정상은 사방이 숲이라 조망이 없다. 대신에 사방 하늘을 쳐다보니 창공엔 온통 구름 꽃이 만발하고 파란 하늘 도화지에 하얀 물감을 풀어 각양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돌아오는 오솔길은 내리막길이라 바람이 살랑대 주니 그런대로 시원하다. 살아있는 소나무에 이런 구멍이 뻥 뚫린 참으로 끈질긴 생명력이다. 그늘 속의 낙동정맥 길에서 앞서 가던 부산에서 온 정맥종주팀을 만나 이릿재에서 맥주 얻어 마신다. 바위 위에 이끼는 비를 기다리며 끈질기게 더위와 싸워 견딘다.

 

하산의 마지막 고갯길에서 자작으로 사진을 한 장 찍어 보니, 가끔 나이를 먹어가는 자신의 모습이 밉게 보일 때가 있는데, 더위를 먹은듯한 오늘 같은 날은 더욱 그렇다. 포항으로 오는 길에  돌아보니 운주산 정상에 구름 사이로 아름다운 빛줄기가 내리비친다. 

아름다운 서광이 비친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하도 아름다워 자동차를 멈추고 내려서 사진에 담아본다.

  

무지하게 더운 날 피서 인파가 북적거려 냄새 나는 골짜기를 피하여, 오늘은 낙동 정맥 길을 따라 운주산 정상을 여섯 번째로 다녀온 그늘 산행으로 한 주를 마감한다. 산행 다녀왔어 사진 정리하다 하도 피곤하여 드러누워 자다가 저녁 늦게 일어나 대충 또 사진을 정리하여 올려놓고 운주산 산행길을 갈무리한다. (2006.08.13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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