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산, 문수봉의 여름
솔길 남현태
데미산, 문수봉 산행을 위해 처음으로 산행에 동참한 3050 가이드 산악회를 따라나선다. 경주 황성공원에서 출발한 버스가 아침 7시에 포항시 남구 종합운동장 호돌이탑을 경유하여 산행지인 충북 제천으로 향한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비가 온다고 하여 예약된 인원이 많이 빠지고, 큰 버스에 겨우 21명 박에 안되어 괜스레 미안한 기분마저 든다.
이것도 사업인데 매일 할 수 있는 장사도 아니고 이렇게 운영하면 오늘은 완전히 적자가 아닌가. 그러나 산행 대장님의 인사말 중에 "여러분과의 말로서 체결된 계약이기 때문에 20명이 아니라 단 2명이 오더라도 예정대로 출발해야 합니다."라는 말이 귀에와 닫는다.
고객과의 언약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3050 산악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아침 7시가 조금 지나 포항에서 출발한 버스가 휴게소 두 군데를 거처 10시 45분경에 목적지인 여우 목 고개에 도착한다. 차에서 맨 나중에 내려 해발 630M 여우 목 고개 전경을 몇 장 카메라에 담는 동안에 모두 우르르 산속으로 다 몰려 들러가고, 맨 후미 붙어서 안개 자욱한 여우 목 고개의 전경을 뒤로하고 이슬에 젖은 숲길을 따라 올라간다.
산행 들머리에 대미산 안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읽어볼 시간도 없이 모두 우르르 숲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맨 후미에 따라붙으니 앞사람들의 뒷모습만 보인다. 산행 속도가 매우 느리다. 이러다간 온종일 오솔길 사진에 일행들의 뒷모습만 찍을 것 같아, 호젓한 오솔길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처음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에서 곧바로 거친 숨소리를 내며 스팟트하여 선두로 나서 본다.
혼자 맨 앞에 걸으면서 안개 자욱한 조용한 풍경을 담으며, 안갯속 오솔길을 마음껏 느끼며 즐겨본다. 선두 4명이 맨 먼저 대미산 정상에 도착한다. 1명은 정상에 남고 3명이 먼저 출발했다. 우거진 수풀이 안개와 조화를 이루고, 야생화가 우거진 능선길에서 선두 3명이 같이 간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야생화를 접사로 사진 찍다가 보면 때로는 바람이 멈출 때까지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 장 찍고 나면 앞서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열심히 뒤따라가다 또 찍고를 계속 반복하면서 선두 그룹을 유지하려다 보니 체력이 많이 소모된다. 낙엽 위에 엎드려 버섯 사진도 찍고, 나무에 귀처럼 징그럽게 달린 목이버섯인가 보다. 알록달록 거미가 참 예쁘기도 하여라 사진에 담아본다.
나무의 모양이 하도 이상하여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오르막길에서 이상하여 돌아보니 길바닥이 온통 시커먼 석탄이다. 날씨가 개고 문수봉 오름길에서 오늘 처음으로 걸어온 능선길의 조망이 안갯속으로 희미하게 보인다. 문수봉 정상에서 선두 3명이 문수봉 오르기 전 안부사거리에서 점심도 같이 먹고, 정상에서 포항분이 가져오신 소주 한 병과 캔 맥주 한 병으로 산행이야기를 하며 정상 주를 나누어 마시고 일어날 때쯤 2진들이 올라온다.
정상을 인계하고 3명은 또 출발한다. 하산길은 산행 예정된 하산길이 아니고 선두 3명은 다음 길로 내려가기로 하고 출발했다. 하산 도중에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찍느라 2명을 먼저 내려 보내고 혼자 요모조모 살펴 가면서 천천히 세월아 네월아 내려온다. 하지만, 여기는 출입이 통제된 곳이라 적발 시는 벌금 50만 원을 내야 하는 곳인 줄은 다 내려왔어야 알았다.
뿌리는 하나인데 고목이 네 개나 되네요. 네 다리 치켜들고 누워있는 곰 같이 생겼네요. 나무 위에 옹달샘에 물이 고여 있다. 올라가 드려다 보니 역시 깊이가 깊다. 나무뿌리들의 집요한 공격에는 결국 단단한 바위도 별수 없는 듯 부서지는 모습이다. 속이 텅 빈 고목에서, 이상하게 생긴 곳에 풀이 나있는 모습에서 상상은 자유입니다.
간밤에 내린 비로 새로 돋아난 바위 위에 연초록 이끼에서 생기가 돈다. 드디어 골짜기에 바위에 달라붙은 풀 위로 흐르는 개울물 소리 이끼 폭포가 따로 없네요. 폭포의 상류에서 내려다보니 미끄러져 저 아래로 떨어질까 아찔하다. 혼자서 보기에는 무서울 정도로 정말 아름답다. 통제된 산골짜기라서 더욱 한적한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보이는 건 청산이요. 들리는 건 물소리뿐이다. 바로 옆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폭포수 알탕 자리 명당이다. 그러나 혼자서 알탕을 즐기기에는 어두 컴컴하니 너무 깊은 산중이다. 계곡물에 세수하니 한결 시원하다. 숲 속의 이중 폭포의 전경 정말 멋지다. 고목에 난 구멍 속으로 다른 나무의 뿌리가 몸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피를 빠는 모습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시원하게 흐르는 폭포수 사방이 물소리뿐이다. 정말 속이 시원하다. 왠지 집으로 가기가 싫어진다. 이렇게 들리는 건 물소리뿐 한적하고 좋을 수가. 혼자 즐기는 사이 드디어 용하계곡에 합류했다. 개울물이 더욱 우렁차게 흐른다. 하늘은 청명한 것이 하얀 구름 동동 띄우니 완연한 가을 모습이다. 기나긴 골짜기를 빠져나오는 길은 지겨울 정도다. 내려오다 개울 물에 발 담그고 세수를 하며 즐거워하는 오늘의 3050 회원님들을 만난다.
여기서부터 계곡 안쪽은 출입통제 구역이다. 커다란 팻말이 여러 개 있으며 과태료 50만 원이라고 적혀 있다. 어쩌다 보니 출입이 통제된 곳으로 내려오게 되어 법을 어기게 되어버렸다. 수해로 길이 많이 훼손되고 통제구역이라 우거진 하산계곡 길은 여러 번 길을 잘못 들어 헤매기도 하였지만 혼자서 두려움과 즐거움을 오가며 한적한 계곡의 자연을 만끽한. 영원히 기억에 남을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이 오늘 산행의 별미라 하겠다. (2006.08.27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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