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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곡산, 야생화 따라 산나물 따라..

호젓한오솔길 2010. 5. 22. 12:15

 

 

침곡산, 야생화 따라 산나물 따라

 

* 위   치 : 경북 포항시 북구 기북면 용기리

* 일   자 : 2010.05.21(금. 석가탄신일)

* 날   씨 : 맑음

* 산행코스 : 용전지 - 능선- 침곡산(725.4m) - 골짜기 - 용전지

* 산행거리 : 산나물 눈치 살피며..

* 산행시간 : 약 5시간 소요(유유자적)

 

주말로 이어지는 3일 연휴의 첫 날인 오늘은 '석가탄신일'이자 '부부의 날'이고 절기로는 '소만'이다. 옛날에는 소만이 되면 논에 퇴비를 위한 영풀을 베는 날이므로 모두 새벽부터 일어나 산에 올라 영풀 한 짐 베어다 놓고 논 자리에서 아침을 먹고 선 걸음에 또 산에 오르는 매우 바쁜 날이었다.

 

별 계획이 없는 연휴 첫날이라 근교 산나물 산행이나 다녀오려고 늦은 시간에 집을 나선 걸음은 두 달 전에 할미꽃 사진 찍으러 다녀온 침곡산으로 향한다. 침곡산은 포항시 북구 기북면에 있으면서 야생화와 산나물이 많이 있어 몇 년 전부터 할미꽃 사진을 찍으려 봄 산행으로 즐겨 다닌 곳이다.

 

금년 봄에 갔을 때는 침곡산 골짜기를 개발한다고 포크레인으로 길을 닦고 작은 나무들을 마구 베어내어 골짜기가 많이 훼손되고 있었는데, 오늘은 입구에 사유지이므로 출입을 통제한다는 팻말까지 세워놓았다. 용전지 상류에 주차하고 출입이 통제된 골짜기를 피하여 옆으로 돌아 나와 지금까지 한 번도 올라보지 않은 소나무 우거진 능선을 타고 올라 산나물과 야생화를 살펴가며 정상으로 향한다. 

 

 * 용전지 상류 침곡산 골짜기 입구에 세워진.. 포항시민 어쩌고저쩌고.. 기분이 별로인 희한한 팻말..

 

  * 옆으로 돌아서 능선을 타고 올라가는 입구에서 돌아본 용전지 풍경.

 

 * 능선에는 산소들이 줄지어 있으니 출입을 통제할 수가 없겠다 싶더니..

 

 * 여기도 조금 올라가니.. 송이 채취 어쩌고저쩌고..

 

 * 작년에 송이를 지키던 주인의 천막인 듯한데.. 주위에 버려진 음료수 병 하며... ㅉㅉ

 

 * 그러나 하늘도 맑고.. 그저께 내린 비로 초록도 싱그럽다.

 

 * 송홧가루 날리는 침곡산 알 봉을 향하여..

 

 * 바람이 없는 곳에서는 오늘도 땀을 많이 흘리며 올라갑니다.

 

여기서 꼭 팬티 이야기를 남겨야하나..ㅎ 여름 산행에서는 늘 스포츠용 삼각팬티를 속에 입고 산행을 하는데, 금년에는 아직 깜박하고 사각 면 팬티를 그냥 입고 산행을 하다 보니, 지난 번에 날씨가 더워 땀을 많이 흘린 산행을 하고 집에 가서 보니 땀에 감기어 뒤쪽이 다 찢어져 있었는데, 오늘도 깜박하고 왔더니 벌써 땀이 배어 칭칭 감기는 것이 또 너덜너덜하게 헤질 모양이다.

 

 * 소나무 우거진 비탈을 오르고 나니 잠시 평지가 나오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온다.

 

양쪽이 깊은 골짜기이고 동남 쪽으로 뻗은 이 능선이 침곡산의 알 봉이고 명당인지 올라오면서 보니 산소가 무지하게 많은 것이 어떤 곳은 오랜 세월과 공간을 초월하여 덕지덕지 누더기처럼 붙어 있는 묘지들이 마치 공동묘지를 방불케 한다.

 

 * 초록 속에 숨은 봉우리.

 

 * 아래쪽에는 고사리가 다 피어서 고사리 밥이 되어 있어 고사리는 이제 틀린줄 알았는데, 정상 쪽으로 올라갈수록 초록이 점점 옅어지면서 가끔은 이번 비에 올라온 보드라운 고사리가 나타나면서, 숲 속을 헤집는 눈길과 손이 바빠진다.

 

 * 바람 시원한 초록길.

 

 * 보드라운 비비추 나물도 송글송글 올라오네요.

 

 * 연초록이 이렇게 고울 수가... 그러나 땀을 흘리고 나니 쇠파리들이 점점 몰려들어 성가시기 시작합니다.

 

 * 침곡산 정상부의 참나무 숲..

 

 * 아직 연둣빛으로 창공을 수놓고 있네요.

 

 * 낙동정맥 길에 자리하여 오가는 산꾼들의 산행 리본이 주렁주렁 달리 침곡산 정상.. 오늘은 호젓합니다.

 

 * 더위에 졸고 있는 작은 정상석..

 

 * 제비꽃..

 

 

 * 졸방제비꽃..

 

  * 제비꽃은 종류가 하도 많아.. 이름을 알기가 참 어렵네요..

 

 

 * 쥐오줌풀.

 

 

 

 * 둥굴레.

 

 * 무덤가에 무리로 피어 있다.

 

 * 정상부에는 병꽃이 이제 한창입니다.

 

 

 * 침곡산 정상을 화사하게 수를 놓고있네요.

 

 * 죽장 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 초록 속으로 능선길을 갑니다.

 

 * 시원한 그늘 아래서..

 

 * 왼손 뻗어.. 셀카입니다...ㅎ

 

 * 초록 사이로 바라보이는 올망졸망 봉우리들.

 

 * 살짝이 당겨봅니다.

 

 * 초록 숲 속에..

 

 * 독이 있는 '삿갓나물'입니다.

 

 * 어린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고 하지만.. 뿌리와 줄기에 독이 있다고 하여 나물로는 채취하지 않습니다.

 

 * 사전에는 '우산나물'이라고 하던데, '삿갓나물'이라고도 한답니다.

 

 * 어릴 적 부터 '삿갓따카퍼리'라고 불러와서.. 저는 그냥 '삿갓나물'이라고 부릅니다.. 위쪽에 독이 있는 삿갓나물은 나물 축에도 들지 못하지요..ㅎ

 

 * 천남성도 올라오네요.

 

 * 여기도 천남성.

 

 * 삿갓나물.

 

 * 하늘을 보니.

 

 * 날파리, 쇠파리가 하도 달려들어서 정신이 다 없을 지경입니다.

 

 * 온 전신에 달라붙어  빨아대니 간조증이 납니다..ㅎ

 

그저께 단비가 내려서 인지, 오늘은 유별나게도 쇠파리가 얼마나 많이 달려드는지 솔버서 산행을 하기가 힘들 정도다. 안경을 가지고 왔어 끼고 다니니 눈에는 들어오지 못하고 눈앞에서 귀찮을 정도로 알랑거린다. 사진을 찍으려 하면 카메라 렌즈에 몇 마리씩 들어와 화면을 흐리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서, 카메라를 허공에 휘휘 둘리다가 순간 속사를 해야 할 정도다.

 

생각다 못해 궁여지책으로 배낭에서 스프레이 물파스를 꺼내어서 휙 뿌리니 이상할 정도로 날파리들이 도망가버리고 주위가 조용해진다.. 거~ 참~ 신기하네.... 올 여름 종종 써먹어야겠다..ㅎㅎ

 

 * 어릴 적에 달콤한 열매를 많이 따 먹던 나무인데..

 

 * 이름 모를 야생화..?

 

 * 파리를 쫓고 나니 한결 홀가분하다.. ㅎ 다시 초록 속으로..

 

 * 독이있는 삿갓나물..

 

 * 둥굴레.

 

 * 무덤가에 늙은 할미꽃.

 

  

 

할미꽃

 

 

        솔길 남현태 

 

 

갓 깨어난 어린 봄

뽀송한 얼굴 

양지 돔 봉긋무덤 지키다

하얀 산발 머리

혼 빼어 창공에 보내고

다소곳이

홀로 고개 숙인

꼬부랑 할미 애달프다

 

품은 자식 다 자라 

뿔뿔이 도회지 떠나간 

텅 빈

보금자리 공허한데

하얀 대머리 

실바람에 흔드는 

외로운 할미 모습 측은타. 

  

(2007.04.29 ) 

 

 

 

 * 큰꽃으아리.

 

 * 발랑 뒤집힌 늙은 큰꽃으아리 그 속이 곱다.

 

 * 처녀 큰꽃으아리.

 

 * 소녀 큰꽃으아리.

 

 * 낙엽 비탈길을 따라 골짜기로 내려갑니다..

 

 * 길 가에 웬 더덕이.

 

 * 발밑에 두 뿌리나 있네요..

 

 * 옛날 사람들이 많이 걸어서.. 고개를 넘은 유서깊은 길인 듯합니다..

 

 * 골짜기에 내려오니 개발을 한다고.. 잔잔한 나무들을 다 베어버리니 너무 훤하네요..

 

 * 여기가 침곡산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바위를 가르며 졸졸 흘러내리던 맑은 물이 가운데 오막한 웅덩이를 이루어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이라도 할 것 같은 부담없이 아름다운 곳으로 사방이 수풀로 가려져 있어, 옛날 등짐지고 넘던 오가는 길손들, 나물 하던 처녀들 등목하며 쉬던 곳, 그러나 오막한 수풀이 개발이란 명목 아래 모두 잘려 버리고, 길가에 훤히 드러난 노천탕이 되어 아무도 알탕을 할 수 없는 그냥 웅덩이가 되어가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 조금 설렁한 기분이 든다.

 

 

 

침곡산의 봄 

 

 

                 솔길 남현태

  

 

햇살 다사로운 용전 저수지

오 막한 웅덩이 돌아 흐르는

맑은 개울가 

봄 버들 푸르러 오고

하얀 꽃망울 터뜨린 돌배나무

청순한 자태 위에

몽글몽글 꽃 구름 어우러진다

 

낙엽 비집고 오르는 제비꽃

흙먼지 등산화 아래 위태로운

가냘픈 몸뚱이

허리 꼬부린 환한 할미 얼굴

개살굿은 봄바람 실랑이

낯선 무덤 앞에 엎드려 절한다 

  

홀대한 노란 양지꽃

파릇한 사슴뿔 두릅나물 

다산의 즐거움이랬나

까만 솔방울 주저리 달린 늙은 몸

향기 피어난 길

조팝나무꽃 하얀 물결

배고픈 할머니 보릿고개 알린다. 

 

(2007.04.07 )

 

 

 

 *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야생화..ㅎ

 

 

 

 * 설렁한 골짜기 따라..

 

 * 선택받아 살아남은 돌배나무에는 돌배가 열리고.

 

 * 엉겅퀴꽃.

 

 * 개울물 흐르는 곳에 텐트도 쳐놓았네요.

 

 * 개울 풍경.

 

 

 * 두꺼비 바위.

 

 * 이름 모를 야생화.

 

 * 어릴 적에는 댓동나무 라고 하여, 가벼워서 지게 작대기 만들던 나무인데..ㅎ

 

 * 하여간 꽃이 여간 곱지가 않다.

 

 * 아름다운 초록 길을 따라.

 

 * 포크레인으로 새로 길을 닦은 골짜기 어귀에 나오니.

 

 * 컨테이너 몇 채 들어와 있고, 앞쪽에는 철문으로 막혀 있고 자물쇠가 꼭 채워져 있다.

 

 * 잠긴 철문을 옆으로 돌아 나와 보니..

 

 * 사유지 어쩌고저쩌고.. 경고 판이 달린 것으로 보아.. 이제는 할미꽃이 있는 이 침곡산 골짜기 산행길도 오늘이 마지막이 된 듯하다.

 

 * 전국에 산마다 이렇게 대문을 만들어 잠가 놓으면, 자기 산이 없는 사람은 산행할 곳이 없는 그런 시절이 오려나 봅니다.

 

아까 입구의 팻말에 회원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을 보니, 개발하여 입장료를 받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얼마나 많이 먹고 오래 살려고 하는지 원.. 가진 양반들이 점점 더 무서워지는 세상인 듯하여 왠지 철문 달린 침곡산이 씁쓸하다.

 

 * 용전지 상류에 나오니.. 입구에 간판이 왠지 밉게 보인다.

 

 * 그대로 두면 더 좋을 것을 조성은 무슨 조성.. 포항시민 이름 팔아.. 다들 그놈의 돈 욕심 때문이겟지.. 

 

 *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뉘 집 밭에 빨간 꽃이 있어 차를 세우고 다가가니 해당화가 피어 있다.

 

 * 뜨거운 햇볕 아래 졸고 있는 고운 놈들을 몇 장 카메라에 담아본다.

 

 

 

 * 활짝 핀 아카시아 옆에서 또 차를 멈추고.. 요령은 전과 동..ㅎ

 

 

 

아카시아

 

 

              솔길 남현태

  

 

   아린 가슴 녹은 향기

   빗물에 토해내며

   향긋한 꽃내음 대지를 적신다

 

   눈 튼 꽃망울 이슬에 세수 할제

   개살굿은 빗줄기

   하얀 얼굴 해코지한다 

 

   할퀸 상처 흐느끼는 송이

   아슴푸레  남은 미련

   이별의 향기 야공에 드리운다

 

   빗살에 실려 떠나는 모습

   열두 달 긴 기다림

   초조한 나그네 가던 걸음 멈춘다.

 

 

 

 * 왠지 바라보면 배고픔이 느껴지는.. 하얀 찔레꽃도 누리에 피어 있다.

 

 

 

봄날은 간다

 

 

             솔길 남현태

 

  

두메산골 봄 향기 들어

뒷동산 언 솔가지 파릇파릇

물오를 때

동내 개구쟁이

진달래 피길 손꼽아 

꽃 따 먹고

송기 벗겨 씹으며

주린 배 채우는

작은 행복에 봄날은 간다

 

진달래 하나 둘 질 때

안타까운 마음 

개울가 몰려

하얀 꽃 먹으며 아싹아싹 

풋내나는 찔레 꺾고

푸성귀 채독에

천둥소리 아랫배 끌어안고

데굴데굴

모진 고통에 봄날은 간다

 

 

  

오늘 자비로우신 부처님 오신 날, 야생화 따라 산나물 따라 어울렁더울렁 대 여섯 시간 초록 속에서 허대다가 돌아온 침곡산, 하산 길에 사유지 개발한다고 철 대문으로 꽁꽁 걸어 잠그고 들어오면, 민 형사상 책임 어쩌고저쩌고 붙여놓은 간판을 보고 또 하나의 산행길을 잃어버린 허전함을 느끼는 것 또한 지나친 욕심이리라 생각하며, 씁쓸한 침곡산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0.05.21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