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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매봉- 칠대박꿈이- 손티- 막골

호젓한오솔길 2011. 1. 24. 15:31

 

 

내연산, 매봉- 칠대박꿈이- 손티- 막골

 

* 위   치 : 경북 포항시 죽장면 상옥리

* 일   자 : 2011.01.23 (일요일)

* 산행코스 : 쑥밭- 매봉(833m) - 꽃밭등- 칠대박꿈이- 손티- 막골- 쑥밭

* 산행시간 : 5시간 35분 소요 (미끄러운 골짜기 더듬거리며)

 

전국적으로 온통 가축 구제역이 발생하여 소와 돼지의 10% 이상을 살 처분하고, 시골 마을 입구마다 출입을 통제하는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방제 작업을 하고 있는 힘겨운 모습들이다. 게다가 산꾼들도 구제역 바이러스를 옮기는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 터라 이런 시국에 근교 산행을 다니기도 좀 민망하고, 그간 날씨도 몇십 년만의 제일 춥다고 방송에서 늘 떠들어대는 통에 지난주에는 산행을 접었다. 이번 주도 그냥 쉴까 하고 어제 토요일을 그냥 넘기니 좀이 쑤신다.

 

고향 근처 산으로 갈까 하다가 상옥에도 소와 돼지를 많이 먹이니 가급적으로 피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 지도를 펴놓고 구제역의 피해를 주지 않을 곳을 찾으니 궁여지책으로 잡은 산행 코스가 내연산 수목원이 있는 쑥밭에 차를 두고 매봉으로 올랐다가 칡대박꿈이 골짜기를 타고 내려와 손티를 거쳐 쑥밭으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막골 답사코를 지도 위에 그려본다.

 

막골은 안이 막힌 골짜기라고 하여 막골이라고 한다는데, 상옥에 살면서 아직 한 번도 족적을 남겨보지 못한 곳. 늘 강정비리로 차를 타고 샘재를 다니면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깊은 골짜기 속이 궁금하기도 하였는데, 얼마 전 고향 선배님이 등산로 개발 답사차 산행하시고 사진을 올려놓은 것을 보고 개발되기 전에 한 번 가봐야지 하면서 숙제로 남겨놓았던 곳이기도 하다.

 

오늘 새벽에는 이란 팀과 아시안컵 축구 8강전을 했는데, 전 후반전이 모두 끝나도 0:0 무승부가 되어 연장전 까지 하여, 연장 전반이 끝나 갈 무렵 교체 맴버로 들어간 김 보람이 멋지게 한 골을 넣어 1대0으로 간신히 이기고 나니 새벽 4시가 된다. 늦은 시간에 그래도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어 오전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일어나 산행 준비를 하고 내연산 수목원이 있는 쑥밭으로 향한다.

 

내연산 수목원에 차를 두고 매봉으로 오르면 좋겠으나, 요즘이 산불 경방 기간이고 내연산 수목원 산불 감시가 어느 곳보다 심한 터라 할 수 없이 수목원을 지나서 상옥 쪽으로 가다가 수목원에서 보이지 않는 막골 상류 길가에 주차하니 오전 11시 40분이다. 서둘러 행장을 챙기고 행여 산불 감시원이라도 볼 새라 재바르게 개울 건너 길이 없는 산비탈을 헤집으면서 매봉을 향해 올라간다.

 

* 꽁꽁 얼어붙은 개울을 건너서 경사가 급한 산비탈로 오른다.

 

* 낙엽 비탈을 헤집고 올라가다가 돌아본 쑥밭 풍경.

 

* 골짜기 쪽으로는 낙엽이 더 심하게 쌓여 있다.

 

* 능선에 올라서니 매봉이 보이고 간벌을 하여 앞이 훤하다.

 

* 수목원에서 설치한 쉼터 전망대가 보인다.

 

* 등산화 속으로 자꾸 눈이 들어와. 전망대에 올라가 비닐봉지로 발목에 단단히 밀봉하고.

 

* 고향 쪽으로 바라보니 멀리 한바위가 보인다.

 

* 수목원에서 새로 개통한 자연 관찰로가 하얀 눈으로 융단을 깔고 기다린다.

 

* 별 오르막도 없이 등고선을 따라가는 모양처럼 잘 다듬어진 길이다.

 

* 때로는 낙엽도 쌓여 있는 곳을 지나니.

 

* 아직 지붕을 덮지 않은 두 번째 전망 쉼터.

 

* 숲 길을 걷노라면/ 김윤진, 분위기에 맞는 시를 적을 안내판이 설치 되어있다.

 

* 다시 하얀 뽀드득 관찰로는 이어진다.

 

* 눈이 내린 후로는 아직 아무도 다니지 않은 하얀 융단 위를 잠시 걸으니.

 

* 세 번째 쉼터, 여기가 관찰로의 종점이라고 한다.

 

* 종점의 이정표. 우측으로 꽃밭등 가는 길을 따라가야 한다.

 

* 마지막 쉼터에는 소나무를 설명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 종점에서 바라본 향로봉.

 

* 멀리 천령산(우척봉) 모습도 보인다.

 

* 좌측으로 올라서 꽃밭등 쪽으로 향한다.

 

* 매봉 전망 바위에서 바라본 고향 상옥 풍경. 멀리 구암산까지 보인다..

 

* 상옥1리와 가사령 풍경. 내연산에서 상옥이 이렇게 잘 보이는 곳은 처음이다.

 

* 살짝 당겨봅니다.

 

* 조금 더... 상옥 1리 풍경

 

* 조금 더..

 

* 이제 저기 친구네 집들도 다 보이는군요.

 

* 향로봉으로 가는 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하니.

 

* 향로봉으로 가다가 관찰로 쪽으로 길을 잘못 들어 알바를 한 산꾼들이 화가 나서인지 안내판 글씨를 막 후벼 파버렸네요.

 

* 꽃밭 등으로 가는 길.

 

* 꽃밭등 전경.

 

* 꽃밭등의 이정표. 여기서 산봉우리를 피해 좌측으로 질러가는 길을 십여 미터 가다가..

 

* 리본이 몇 개 달린 곳에서 좌측 골짜기로 내려선다. 옛 날에는 길이 없었는데 요즘은 제법 길이 잘나 있네요.

 

* 미끄러운 비탈을 따라 눈 덮인 골짜기로 내려선다.

 

* 골짜기에 물이란 물은 전부 다 꽁꽁 얼어버렸다.

 

 

 

칠대박꿈이

 

 

               솔길 남현태

 

 

내연산 꽃밭 등 목쟁이 아래

낙엽 잠든 골짜기

녹아내릴 듯 하얀 얼굴

양지 비알에 박힌 숯가마 터

조상님 숯 짐 지고 쉬어가던 

더듬거리는 발걸음 두렵다

 

얼음 녹은 맑은 계곡물

겨울잠 깬 낙엽들

슬며시 숨어들어 목욕하는 곳

고향 찾은 산 나그네

폭닥한 융단 길 혼자 거닌다

 

발길 거부하는 폭포 노랫소리 

외롭게 들리는

어릴 적 물 방구 아래 고기 잡던

넘절 그 계곡 

삿갓 소 살얼음 파고 흐르는 

싫지 않은 물소리 봄 기별인가?  

 

 (2007.02.10)

 

 

* 나무 뒤에 가려진 빙폭.

 

* 골짜기는 사람 흔적은 없고. 산짐승들 발자국만 즐비하다.

 

* 저 멀리 나무 사이에 숨어 있는 바위가 신기해 보여..

 

* 살짝 당겨보니 아기를 업은 사람 모습이다.

 

* 마치 산짐승들 발자국이 산행길을 안내하는 듯하다.

   잠자고 있던 산짐승들이 갑자기 놀라 성질 부릴까봐 미리 노래를 불러 산골짜기를 깨우면서 내려간다.

 

 "사는 게 뭐 별거 있더냐 ~  욕 안 먹고 살면 되는 거지 ~ 술 한잔에 시름을 털고~  너털웃음 한번 웃어보자 세상아~~
 시계바늘 처럼 돌고 돌다가 ~  가는 길을 잃은 사람아 ~  미련 따윈 없는 거야 후회도 없는 거야 ~
 아~~ 아~~ 아~~ 아~~  세상 살이 뭐 다 그런 거지 뭐~~~~" (신유의 시계바늘 입니다..ㅎ)
 

* 딱따구리가 벌레를 잡아먹으려고 죽은 나무를 아래에서 꼭대기까지 홀랑 껍질을 벗겨놓았다.

 

* 자세히 보니 나무 속에 애벌레가 있기는 있는 모양입니다..

 

* 옛 날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펑퍼짐 한 곳입니다.

 

* 얼지 않는 개울물은 오늘 처음 봅니다.

 

* 이곳은 미끄럽게 제대로 얼었네요.

 

* 얼음 폭포.. '사랑폭포'라고 불러 본다.

 

 

'칠대박꿈이' 전설

< 칠대와 박우 이야기 >

신라 말에 서라벌에서 난을 피하여 지금의 상옥리 먹방골로 피난 온 칠대와 박우 라는 화랑 부부가 있었는데, 부부는 작은 오두막을 짖고 노모를 모시고 가난하게 살았으나, 칠대는 열심히 공부하였고 아내인 박우는 먹을 팔아 늙은 시어머니를 정성껏 봉양했다.

(그래서 마을 이름을 먹방골 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노모가 돌아가시고 자식도 생기지 않고 살기가 너무 어려운 터에 나라가 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 손터 골짜기를 찾아들어 와 저 배바위에서 죽기로 하고, 폭포에서 목욕하는 중 바위 속에서 합애~합애~ 하는 소리가 들린다.

합애(合愛)가 사랑하라는 뜻이니, 칠대와 박우는 서로 쳐다보다가 입을 맞추게 되었고 사랑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폭포 이름이 옛날에는 '합애폭포'였는데 발음이 잘못되어 할배폭포라고 하다가 지금은 '사랑폭포'라고 한다.

바위 역시 합애바위에서 할배바위 다시 배 같기도 하다 해서 배바위로 불리다가 후대에 주례 바위로 바뀌었다. 

그리고 골짜기 이름이 칠대와 박우가 살았다 해서 '칠대박움'에서 '칠대박꿈'이 되었고, 그래서 요즘도 부부 금실을 좋게 하기 위해 이 폭포에서 부부가 같이 목욕을 하는데, 물론 골짜기 입구에 장대를 걸어놓으면 다른 사람은 들어 갈 수가 없단다.

 

지금은 상옥 먹방골에서(박우가 먹을 팔았던 곳) 어렴풋이 전해오는 '칠대와 박우 놀이'라는 사랑놀이가 있다.

줄여서 '칠박놀이'

 

화랑 '칠대와 박우'는 골짜기로 피난할 때 나라가 아주 어수선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화랑 칠대와 박우는 지금의 문천(問天)바위에서 무릎을 꿇고 하늘에 물었다.

하늘이시여! 장차 이 나라가 어찌 되옵니까?

간절히 물었으나 대답을 듣지 못하였으니, 그 앞에 있는 바위가 '농(聾)바위' 귀머거리처럼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망골'은 망할 골짜기에서 망골로, '막골'은 막힌 골짜기니 막골이라고 한다.

지금의 산지께는 "산에서 지켜라." 하여 산지켜 ->산지께로 바뀌었고, 손터는 활을 쏜 터가 있어 손터->손티로 바뀌었단다.

 

그 뒤 칠대와 박우가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이 나라와 부모님을 위하여 넘은절에 절을 지었는데 절 이름은 알 수가 없다.

돈세동(둔세동)으로도 많은 사람이 숨어들었으나, 그곳에는 절을 지을 수가 없었어. 움막과 바위굴, 초가를 지어 살았다.

그곳은 부처님, 혹은 신선만이 살 곳이다. 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마도 둔세동은 자연 부처님 그대로 두던지 가장 자연에 가까운 스님, 속세와는 거리가 먼 순수하신 스님만이 머물 수 있는 곳이라고 전한다. (상하옥 향우회 카페에서..)

 

* 천 년 망국의 사연을 담은 바위들이 나무 뒤에 즐비하게 숨어서 내려다보고 있다.

 

* 신비한 얼음폭포.

 

* 어느 곳이 사랑폭포인지는 알 수 없지만..

 

* 골짜기에 여러 개의 폭포가 한파에 꽁꽁 얼어 있다.

 

* 짐승 따라 가는 길. 눈 덮인 낙엽 비탈 길은 건너기가 장난이 아니다.

 

 

 

칠대박꿈이 (2)

 

 

             솔길 남현태

 

 

홀 벗은 겨울나무 사이로

숨어든 계곡마다

품 안에 감춘

신비한 비경 드러내고

 

낙엽 쌓여 분간 어려운

경사면 옛길 

헤집고 나와 돌아보면

금방 흘러내려 흔적 지운다

 

두려운 바위 함정 덮은

낙엽 강 건너 

그 옛날 숯 가마터 

한숨 가득 다져 옥토 되고

 

영롱한 얼음 폭포 속으로

흐르는 옥수의 노래 

컴컴한 골짜기 고드름 

하얀 얼굴 배시시 고개 내민다. 

 

 (2008.01.05)

 

 

* 내려가기 쌍그러운 바위에서.. 한참을 쩔쩔맨다.

 

* 멧돼지가 떨어져 죽어 있던 낙엽 눈길. 무릎 위까지 차오르는 낙엽을 건너려니 끔찍하다.

 

* 작년엔 저기 아래 멧돼지가 떨어져 죽어 있었는데..

 

* 드디어 상옥에서 내려오는 물과 만나는 합수점이다.

 

* 좌측으로 상옥에서 내려오는 골짜기.

 

* 우측으로 하옥, 옥계로 내려가는 골짜기 풍경.

 

* 계곡을 따라 손티 쪽으로 올라온다.

 

* 올라가다가 돌아본 풍경.

 

* 어디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하면서.. 배낭을 벗기가 싫어서 출출한 배를 달래면서 올라온다.

 

* 여기 개울 가에도 완전히 고라니 놀이터인 듯하네요.

 

*오늘 전국적으로 눈이 온다고 했는데, 어느덧 흐릿한 해는 점점 서쪽으로 기울고.

 

* 미끄러운 빙판 위를 걸어오다 돌아본 풍경.

 

* 배는 고픈데, 날씨가 바람이 쌩쌩 음침하게 추우니 밥 먹을 마음이 영 생기지 않는다.

 

* 어디 바람의지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고향 산천이 오늘따라 춥게만 느껴진다.

 

* 투명한 얼음이 제대로 얼었네요.

 

* 너무 얼어서 깨진 듯하다.

 

* 금이 간 곳으로 보니 투명한 얼음의 두께가 대단하다.

 

* 모두가 얼어 있는 차가운 골짜기.

 

* 저기 바위에 고드름이 보인다.

 

* 한 방울 여유도 없이 꽁꽁 얼었네요.

 

* 작은 골짜기마다 올라가면 계속 고드름 전시장인 듯하다.

 

* 얼음 위에 덮인 눈을 밟으며 살살 걸어서 깊은 곳을 통과한다.

 

* 꽁꽁 얼어붙은 이 얼음 속에도 생명은 살아 봄을 기다리며 굳어가는 몸 부지런히 움직일 것이다..

 

* 돌아본 하얀 골짜기 풍경.

 

* 드디어 손티가 보인다.

 

* 막골과 상옥에서 내려오는 합수지점. 계곡 가운데 저 바위는 아래가 '귀소'인데, 어릴 적에 자주 놀러 오던 곳이다.

 

이 근처는 몇 해 전까지 천연기념물 수달의 흔적을 눈 위에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오늘은 근처에 물이란 물은 모두 얼어 있고 수달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행여 멸종된 것은 아닐까.!

 

 * 여기가 '귀소'인데. 오늘은 꽁꽁 얼어 있다.

 

 * 올라온 골짜기 돌아본 풍경.

 

 * 상옥으로 올라가는 골짜기.

 

 * 쑥밭으로 올라가는 막골.. 원래 오늘의 산행 목적지인 막골이 이제 시작된다.

 

막골 입구 얼어붙은 '마당소' 옆에서 점심 도시락을 펼치니, 시간이 벌써 오후 3시가 다 되어간다. 추위 속에서 배고플 때 먹는 따끈한 보온도시락 그 맛이야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ㅎ

 

 * 마당소 얼음 위를 걸어서..

 

 * 돌아본 풍경.

 

 * 번들번들한 얼음 골짜기가 쫘 펼쳐진다.

 

 * 처음 입구로 봐서는, 막힌 막골이 아니고. 탁 트인 골이다..ㅎ

 

 * 빙판과, 얼음 위에 덮인 눈으로 골짜기는 당분간 이어진다.

 

 * 전 구간이 얼어 있으니 건너기가 까다로운 곳이다.

 

 * 아이젠을 찰까 하다가 바윗길이 불편할 것 같아 그냥 살금살금 걸어서 올라간다.

 

 * 골짜기에 커다란 바위가 숨어 있다.

 

 * 돌아본 풍경.

 

 * 커다란 바위 아래서 기다란 빙폭이 펼쳐진다.

 

 * 빙폭 옆으로 바위에는 전부 눈이 덮여 있으니 올라가기 상당히 까다로운 곳이다.

    아마 여기서부터 막혀서 막힌 '막골'이 된 듯도 하다.

 

 * 미끄러운 바위 밴드락으로 붙어서 올라가다가 돌아본 풍경.

    저기 아래서 마눌의 전화를 받느라 바위 아래 커다란 동굴을 놓친 듯하다.

 

 * 커다란 바위와 폭포 어우러진곳.. 여름 피서지로 참 좋을 듯하다.

 

 * 그러나 폭포를 지나니 빙판 골짜기는 이어진다.

 

 * 여기는 인적이 없으니 고라니들의 놀이터인가 보다.

 

 * 온 골짜기가 고라니 발자국과 배설물로, 노릿한 동물 냄새가 진동한다.

 

 * 이제 골짜기가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한다.

 

 * 쪼개진 바위, 단석산의 단석 보다 몇 배나 더 크다. 옛 화랑 '칠대'의 칼 솜씨인가....

    갈라진 바위틈에는 두 그루의 고목이 뿌리 박고 자란다.

 

 * 이제 골짜기 올라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 바위 위에는 눈이 덮여 미끄럽고, 바위 틈에는 낙엽과 눈으로 가린 함정이 도사린 까다로운 골짜기가 이어진다.

 

 * 낙엽과 눈이 쌓여 우회할 곳도 없는 협곡이라.. 바위 사이로 더듬거리며 올라가는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 때로는 올라갈 곳을 못 찾아 더듬거리기도 하고..

 

 * 쩔쩔 매면서 큰 바위 사이로 발을 옮기려는데, 어찌 함정이 좀 이상하다..?

 

 * 거 참... 할 수 없이 위험한 곳을 밟고 올라설 수밖에는..

 

 * 원래 막골 통과를 한 시간 정도를 예상하고 시간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는데..

    숨어 있는 빙판과, 바위, 낙엽, 눈으로 범벅된 협곡의 함정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보니 벌써 주위가 어두워지는 느낌이 든다.

 

 * 여기도 통과가 장난이 아니네요.

 

 * 숨은 빙폭을 우회하는데. 때로는 지팡이가 다 들어가도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 바위를 붙들고 쩔쩔매다가 다시 내려오기도 하고..

 

 * 바둥대다가 어렵게 통과하기도 하고.

 

 * 등허리에 식은땀이 나고 한 발 한 발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 날은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니..

 

 * 이놈의 골짜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막골'인가 보다.

 

 * 올라갔다.. 내려갔다..

 

 * 참 통과하기 까다롭다.

 

 * 그래도 빙폭은 아름답다..

 

 * 까다로운 그곳을 통과하니... 휴 이제 한숨 돌린다..ㅎ

 

 * 사방이 어두워지는 하늘에서 하얗게 눈이 내린다.

 

 * 이제는 얼음도 지겹다.

 

 * 낙엽도, 눈도 무시무시하게 지겹다..

 

 * 자동차에 돌아오니 사방이 어둑어둑해지고 제법 많은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오전 11시 40분에 산행을 시작하여 오후 5시 15분에 자동차에 도착하니 오후 5시 15분이다. 무려 5시간 35분을 빨빨거리며 쉬지 않고 걸은 샘이다. 눈 속에 숨은 미끄러운 빙폭과 바위 사이를 낙엽과 눈으로 함정을 만들어 놓은 위험한 막골을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린 두 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용을 쓰느라 사지가 노곤한 것이 오랜만에 산행다운 산행을 한 기분이 든다.

 

출발할 때 눈이 별로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스펫치를 집에 두고 온 터라, 발목에 비닐로 단도리를 단단히 하기는 했는데 장시간 낙엽 위에 눈 덮인 골짜기를 걷다 보니 양말이 다 졌어 있고, 바지 가랑이는 꽁꽁 얼어 있어 등산화 안이 축축하니 그냥 신을 수도 없고 하여, 신발을 벗은 채 맨발로 운전하면서 함박눈 내리는 샘재를 달려 포항으로 돌아오면서, 그간 숙제로 남겨두었던 내연산 막골 답사 산행길을 마무리한다.

 

* 오늘 걸은 허접한 산행지도.

2011.01.23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