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산행방 ♥/오솔길의산행기

내 고향 뒷동산 추억 밟으며..

호젓한오솔길 2011. 2. 5. 00:01

 

  

내 고향 뒷동산 추억을 밟으며..

 

* 위   치 :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 일   자 : 2011.02.03(설날)

* 날   씨 : 맑음

* 산행코스 : 고향집 - 정골 - 뒷동산(766.1봉) - 한바위 - 무시랍등 - 고향집

* 산행시간 : 약 4시간 소요(어울렁 더울렁)

 

우리나라 겨울 날씨는 삼한사온이 있어 얼렸다 녹였다 하면서 긴 삼동을 넘기는데, 올겨울은 예외인 듯 유난히도 춥다. 초겨울 접어들면서부터 시작된 영하의 강추위는 언 몸을 잠시 녹일 여유도 주지 않고 폭설과 한파로 연일 몰아붙이더니, 오늘 설을 맞으면서 언제 그랬느냐는 듯 거짓말처럼 어제부터 온순하게 누그러진다. 내일 초이튿날이 입춘이고 보니, 그간 무례하게 굴던 날씨가 계절의 흐름에 굴복하고 이제 서서히 봄이 오기는 오는가 보다.

 

아침에 설 차례를 다 지내고, 세배를 마치고 나니 날씨가 너무 포근하다. 산소에도 들려 볼 겸. 한바위 산행을 가기 위해 떡과 과일을 배낭에 챙겨 넣고 혼자 집을 나선다. 한바위는 낙동 정맥 능선이 흐르는 고향의 서쪽 산에 멀찌감치 청송군 쪽으로 물러앉아 있는 우람한 바위로 어릴 적에는 늘 두려움을 간직한 체 멀리서 바라만 보고 한 번도 올라보지 못한 신성한 곳이기도 했는데, 산행하면서 한번 가보고 난 후로는 그 호젓한 매력에 취하여 고향에 와서 시간이 날 때면 늘 버릇처럼 찾아가는 곳이다.

 

 * 신작로에서 돌아본 고향 집 풍경.

 

 * 집 뒤 차도를 따라 올라가다가 돌아보니, 포근해진 날씨가 가로수 벚나무에 벚꽃을 피울 날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 정골 밭으로 올라가는 길엔 어느덧 봄빛이 감도는 듯하다. 옛날에는 좁은 길로 지게를 지고 다니던 길인데, 새마을 운동으로 리어커가 다니더니, 이제는 자동차도 다닐 수 있도록 포장 되어 있다.

 

 * 정골 밭둑에서 바라본 큰골 풍경. 오늘은 흰 눈이 붙어 있는 좌측 음지 능선을 따라 올라가 보기로 한다.

 

 * 아버님 산소에 들러 잠시 성묘하고.

 

 * 산소 뒤 정골 밭둑에서 바라본 고향마을 그 너머 멀리 향로봉과 오목등 풍경. 날씨가 갑자기 포근해지니 운무가 끼어 조망이 흐린 것이 흠이다.

 

 

감자

 

 

       솔길 남현태

 

 

무더운 여름 정골 밭

대수술 받은 아버지

어머니와 호미로 감자 캐시고

열네 살 어린 아들

먼 꼬부랑길

혼자 지게 지고 감자 나른다

 

어두운 저녁 보막이 냇가

등목 씻기다 고개 돌려

흐느끼는 어머니 

등어리 부풀어 이 모양 되도록

지게질한 어린것

안쓰러워 흐르는 모정

 

몸서리치도록 질려버린 

무거운 감자

강산이 몇 번 바뀐 세월

목이 멘

아린 추억 남아

즐겨 먹는 모습 구경만 하네.

  

(2009.07.23)

 

 

 * 큰골로 올라가는 길.

 

* 잠시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들러 성묘하고.

 

* 양봉터를 지나는데 길 복판에 개를 메어 두고 혼자 지키게 하고는 주인은 설쇠러 간 듯하다.

 

골짜기가 떠나가도록 얼마나 으르렁대며 짖어대는지. 겁이나 옆으로 슬슬 피해 지나가서 카메라를 들이대니 짖던 것을 멈추고 꼬리를 내린 체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시치미 뚝 떼고 포즈를 취한다.

 

 * 멍하게 있는 놈을 뒤로하고 돌아 올라가는 데 등 뒤에서 또 계속 짖어댄다.

    저 놈도 뒤통수 치는 비겁한 놈이구나! 산 중턱을 다 올라가서 들리지 않을 때까지 계속 짖어댄다.

 

 * 능선에 올라서니 발아래 하얀 눈이 제법 밟힌다.

 

지금 올라가는 능선 오른쪽은 '큰골'이고 좌측은 '애척골'(애장골)이라고 어릴 적부터 불러온 곳이다. '큰골'은 물론 마을의 서쪽 산에서 제일 큰 골짜기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겠지만, '애척골'은 옛날에는 어린아이가 태어나면 첫 돌을 넘기기 전에 죽는 경우가 많아 첫돌을 넘기면 돌 찬치를 하곤 했다. 특히 마을에 홍역(홍진), 천연두(마마) 등 돌림병이 돌면 애들이 많이 죽었는데, 애들이 죽으면 시신을 이 골짜기로 지고 와서, 애처로운 마음으로 땅속에 묻고 동물들이 시신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돌무더기를 쌓아놓고 지고 온 소쿠리나 바소쿠리를 위에 엎어 두곤 하였다.

 

그래서인지 이 골짜기에는 참꽃도 유난히 많이 피어 해질 무렵 정골 밭에서 바라보면 석양에 역광으로 비치는 분홍 물결이 장관을 이루었으나, 애장골이라 겁이 나서 어릴 적엔 함부로 가까이 오지를 못하던 곳이다. 그 시절에는 정골 밭에서 일을 하다가 개울 물을 그대로 마시곤 하였는데, 우측 '큰골' 물을 마시고 좌측 '애척골' 물은 절대로 마시지 말라고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 하얀 눈이 녹은 습기를 머금고 자라는 이끼는.

 

 * 그간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기력을 되찾은 듯 생기가 돈다.

 

*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로 보이는 고향마을.

 

 * 당겨보니 우리 집이 선명하게 보인다.

 

 * 포근한 바람은 잔설을 녹여 바위에 붙은 이끼 풀을 푸르게 한다.

 

 * 봄눈 녹는 애처로운 소리와 이끼 풀이 기운을 차리는 부스스 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 어제부터 풀린 날씨에 이끼 풀은 재바르게 대처를 하는 듯하다.

 

 * 긴 겨울잠에서 부스스 기지개 켜고 하얀 이불 밑에 엎드려 소곤거리고 있다.

 

 * 연두색 보드라운 숨소리가 들린다.

 

 * 간벌을 한 가지들이 눈 속에 걸그적 거리는 더딘 비탈을 올라간다.

 

 * 간벌한 썩은 둥치에 핀 운지버섯.

 

 * 하얀 눈과 조화를 이룬다.

 

 * 하얀 눈 위를 고라니 발자국 따라.

 

 * 헤집고 올라서니.

 

 * 소나무 우거진 능선에 올라서고.

 

 * 봉우리 올라서면 가사령과 통점재로 통하는 낙동정맥 길이다.

 

 * 소나무 우거진 낙동정맥 길.

 

 * 눈 위로 여러 산꾼이 다닌 흔적이 있다.

 

 * 776봉 삼거리가 있는 곳.

 

 * 낙동정맥 길과 헤어지는 776봉 삼거리.

 

 * 여기서 환동해 산악회의 리본을 하나 달아두고는. 좌측으로 능선을 따라 올라간다.

 

 * 올라가다가 돌아본 삼거리 풍경.

 

 * 776 봉으로 오르는 바스락 낙엽 길.

 

 * 정상에 있는 삼각점. 여기에도 산악회 리본을 하나 달아둔다.

 

 * 한바위로 가는 길. 년 초에 눈이 오고 눈이 온 뒤로 아무도 찾지 않은 한바위는 올해 들어 내가 처음으로 찾아가는 듯하다.

 

 * 이곳 낙엽 길은 언제 찾아와도 늘 환상적이다.

 

 * 가다가 전망 바위에서 바라본 한바위.

 

 * 잿빛 능선 위에 우뚝 솟아 있다.

 

 * 살짝 당겨 본 모습.

 

 * 높은 바위 성처럼 반월형으로 둥그러니 둘러쳐 져 있다.

 

 * 옛날에는 이곳에 호랑이 굴이 있다고 하여 아이들은 얼씬도 하지 못하던 곳이고, 어른들도 혼자 오기를 꺼리던 곳이다.

 

 *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반사골 풍경.

 

 * 우람한 노송.

 

 * 가지가 활기차다.

 

 * 한바위 아래로 돌아가면서 올려다본 모습.

 

 * 한바위 위에서 바라본 고향 마을과 멀리 향로봉.

 

 * 운무 속으로 차츰차츰 당겨본다.

 

 * 너무 흐리게 보인다.

 

 

 

한 바위

  

 

             솔길 남현태

 

 

내 고향 뒷동산 통점재 남 방향 

낙동 길 흘러가다 

나그네 숨 고르는 칠칠 육봉 벗어난 자리

도장 골 안 막장에 우뚝 솟아 앉은 

커다란 바위 아래 범 굴 있어

배고픈 새끼 범 우글댄다는 소문

겁 많은 어린 세월 멀찌감치

신비에 찬 눈으로 바라만 보고 살았네

 

밤마다 파란 불빛 그리도 비치더니

사방으로 트인 조망

웅크리고 앉은 사나운 맹수

먹잇감 노려보며 허기진 배 달래던 곳 

우람하여 한바위 런가

애절한 사연 남아 한바위 런가

첩첩산중 능선 끝에 다소곳이 

도장 골 바라보며 세상 시름 잊었다네.

 

 

 * 멀리 괘령산과 성법령은 운무 속에 숨어 있고.

 

 * 구암산은 운무 속에 흐릿하다.

 

 * 한바위에서 내려다본 반사골 풍경.

 

 * 한바위에서 내려다본 풍경.

    정면으로도 올라올 수는 있으나, 위험하므로 뒤로 돌아서 올라오면 어렵지 않게 올라올 수 있는 곳이다.

 

 * 홈을 타고 올라올 수도 있겠으나 위험해 보인다.

 

 * 한바위에서 청송 쪽으로 뻗은 능선.

 

 * 내려다본 반사골 풍경.

 

 * 발아래 풍경 노송과 바위들이 어우러져 정겹다.

 

 * 청송 쪽 능선 자락을 따라가는 산행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멀리서 불어오는 차가운 눈바람이 다사로운 햇살에 데워져서인지.

 

 *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그리 싫지는 않다.

 

 * 한바위 정상의 아늑한 곳에 앉아 따스한 햇볕을 쪼이면서..

    가지고 온 떡과 과일을 먹어가며 잠시 혼자만의 호젓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긴다.

 

 * 한바위 정상에 산악회 리본을 하나 달아두고. 슬슬 일어나 바위를 내려선다.

 

 * 하얀 눈 위에 고라니 두 마리 나란히 걸어간 자국 정겹다.

 

 * 낙엽을 밟으며 내려오는 길에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걸려온다.

   '야야 어디고, 눈 없나? 안 미끄럽나? 조심했어 온느레...' 또 걱정이 되시는 모양이다.

 

 * 낙동정맥 776봉 갈림길에서 음지로 내려서는 길 미끄럽다.

 

 * 낙동정맥 길 776봉 지나 통점재 방향으로 내려서다 보면 멋진 도래솔이 있는 외증조부, 외증조모 산소가 있다.

 

 * 생전에 뵌 적 없는 어머님의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인데 늘 지나가면서 인사는 올리고 가지만, 아마도 내가 누구인지는 모르시고, 그저 자주 지나가는 산꾼 중의 한 사람으로 아실 것 같다.

 

 * 어릴 적에 정월 대보름날 불 깡통 휘두르며 달 보러 올라오고, 좀 더 자라서는 나무지게 지고 번질나게 다니던 '무시랍등.' 근래에 들어 이곳은 늘 고향 마을 사진을 찍는 곳이다.

 

 * 먹방골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 차츰차츰 당겨본다.

    어릴적 나뭇짐 지고 눈치 살펴가며 내려가던 길이라, 늘 바라보는 마음은 감회가 새롭다.

 

 

 

꿈 그리워진다

 

 

             솔길 남현태

 

 

동구 앞 돌담 아래

오지랖 가득 조약돌 모아

새끼손 마주 걸어 눈빛 속삭이던

소꿉놀이 여린 꿈 그리워진다

 

삼삼오오 늘어선 논두렁

버들피리 소란에 

겨울잠 깬 엉머구리 울다 달아난

못자리 뛰어들던

철부지 어린 꿈 그리워진다

 

노고지리 알 낳은

보리밭 고랑 손잡고 숨어

깜부기 뽑아들고 숨바꼭질하던

얼간이 부푼 꿈 그리워진다

 

하얀 눈 소복 쌓인 향 산천

고무신 허리 동여매고

비호가 무참하리 산토끼 뒤쫓던

청운의 젊은 그리워진다.   

 

(2009.06.21)

 

 

 * 통나무 가득 싣고 뽀얀 흙 먼지 폴폴 날리며 달려가는 제무시(지엠시, G.M.C 트럭) 뒤를 졸졸 따라가 매달리며 즐기던 꼬부랑 신작로는 아스팔트로 시원스럽게 포장되었고..

 

 * 봄맥이(보막이) 앞 거랑의 우거진 아카시아 나무와 버드나무 숲은 간 곳 없고 시멘트 방천으로 단조롭게 단장되어 있다.

 

 * 우측으로 장소를 이동하여 전망 바위에서 바라 본 장터 마을. 멀리 샘재, 괘령산, 성법령이 보인다.

 

 * 당겨본 장터 마을 정겨운 모습이.

 

 * 한눈에 들어온다.

 

 * 골목 골목이 추억이 서린 곳이다.

 

 * 상옥 초등학교와 주위 마을 풍경.

 

 * 내가 22회로 졸업한 상옥 초등학교.

    내가 초등학교 다닐 그 무렵 한때는 전교생이 5백 명이 넘는 큰 학교였는데, 이제는 전교생이 십수 명밖에 되지 않는다.

 

 * 나뭇짐 지고 내려오다 쉬어가던, 마을이 잘 내려다보이는 멋진 바위였는데, 이제 크게 자란 소나무 숲에 가리어 조망이 없다.

 

 * 옥 커브 찻길이 소나무 사이로 보인다.

 

 * 간벌한 나무 사이를 헤치고 내려오니.

 

 * 옥 커브 길이 나오고 고향 마을 조망이 트이는 곳. 여기도 늘 사진을 찍는 곳이다.

 

 

 

내 고향 상옥

             

 

              솔길 남현태

  

 

동해 깊이 노닐던 고래 두 마리

영일만 감아 올라 태산 이루고

아늑한 산골 마을 동방 지키니 

옛적부터 이곳을 고래라 불리운다

 

내연산 향로봉 서방향 허리 아래

오강지두 팔령지하 산간오지 마을

서라벌 고관대작 세상 시름 달래 실제

하늘 아래 피난 지처 으뜸이었다네

 

오란 도란 초가지붕 인정 열리면

땅거미 이마 위에 뽀오얀 저녁연기 

가물가물 호롱불에 익어가는 첫사랑

정다움 인정 얽어 오손도손 살던 마을

 

삼동이면 하얀 눈 소복 쌓이고

여름이면 나그네 쉬어 가는 곳

해발 고도 사백오십 오막한 분지 하나

오십천 맑은 근원지 상옥 이라오.

 

(2008.07)

 

 

 * 먹방골 풍경.

 

 * 장터 마을 풍경.

 

 * 당못 마을과 중학교가 있는 봉답 풍경.

 

 * 내가 1회로 졸업한 상옥중학교.

    옛날 봉답 논들에 한 칸짜리 중학교 달랑 짓고, 복도는 교무실로 사용하면서 논들 위에서 1 회생 60여 명을 모집하여 한때는 전교생이 2백 명이 넘었는데, 요즘은 마을에 어린아이들이 없으니 전교생이 십여 명 밖에 되지 않아 폐교 위기에 있단다.

 

 * 고향 마을 전경을 마지막으로 찍으면서..

    포근한 신묘년 설날 오후 석묘 차 다녀온 내 고향 뒷동산 한바위 호젓한 산행길을 갈무리해본다.

 

* 낙동정맥과 포항시 경계 능선이 서, 북 방향을 감사고 도는 상옥 지도.

 

2011.02.03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