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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좋은 죽장, 상옥... 참살이의 이상향

호젓한오솔길 2011. 1. 25. 10:18

 

참살이의 이상향

  


참살이 또는 웰빙이란 말이 시대의 화두가 돼 있는 요즘, 과거 산간오지로 무시받던 죽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평지가 적어 벼 재배가 어려운 관계로 옛날부터 산에서 고로쇠나무 수액을 채취한다든지 밭에서 과수나 약초 재배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던 죽장 사람들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사람들은 생활에서 건강을 우선시한다. ‘유기농’과 ‘친환경’이란 말에 관심을 갖게 됐고, 죽장 같은 청정 환경에서 생산되는 임산물, 농산물을 찾게 된 것이다. 죽장고로쇠축제나 '상옥슬로우시티'도 그러한 개념에서 나왔다.

 

먼저 고로쇠 이야기부터 해 보자. 아직 산봉우리에 듬성듬성 잔설이 남아 있는 3월초, 포항의 두메산골 죽장면이 시끄럽다. 바로 봄기운을 부르는 죽장 고로쇠 축제 때문이다. 현지에서 채취한 고로쇠물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로쇠 시음회, 특산품 판매, 먹거리 장터, 민속놀이 체험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

 

죽장에는 면봉산(1,113m)을 중심으로 63ha에 걸쳐 5천여 그루의 고로쇠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죽장의 대표적인 산골인 두마리, 봉계리, 가사리, 상사리 등 8개 마을 90여 농가에서 고로쇠를 직접 채취한다. 매년 2월 중순부터 3월말까지 고로쇠 수액을 받는데, 추위가 왔다가 날이 따뜻해질 때 수액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죽장 고로쇠는 특히 '달달하고' 깨끗한 맛을 자랑한다. 고로쇠 수액은 뼈를 위한 물이라고 할 정도로 마그네슘, 칼슘, 인 등의 뼈에 좋은 물질의 함유가 높고 미네랄이 풍부하다. 또한 피로회복과 신경통, 위장병, 관절염, 성인병 치료 예방에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은 요즘 ‘슬로우시티(slow city)’로 불리는 상옥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1970년대 이후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 도시화의 물결을 타고 농업 생산 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보다 빨리, 보다 많이 생산하기 위해 논밭에서 기르는 농작물엔 맹독성 농약이 필수가 됐다. 대규모 사육시설에서 기르는 가축에겐 인공사료를 먹인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사료를 먹인 게 원인이 되어 가축에게 희한한 병이 생기고, 그 병이 사람에게 옮길까봐 전전긍긍하는 시대가 됐다. 잘못된 줄 알면서도 모두가 그 쪽을 향해 달음질치는 판국인데, 역발상이랄까, 반대로 해서 성공해 보자는 움직임이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다. ‘슬로우시티’ 운동이 그것이다.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살면서 거기에서 나는 음식을 먹고, 그 지역의 문화를 공유하며 자유로운 과거의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운동이다. 1986년 패스트푸드에 반대해 시작된 슬로우 푸드(slow food) 운동을 확대하면서 만들어진 개념이다. 7년 전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그레베의 시장으로 있던 파울로 사투르니니(Paolo Saturnini)가 마을 사람들과 세계를 향해 '느리게 살자'고 호소하면서부터 유럽 곳곳에 확산되기 시작했는데, 전 세계 아흔 개가 넘는 도시가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2007년 2월 22일, 상옥1리 농산물집하장에서는 '상옥슬로우시티 선포식'이 있었다. 단국대 유기농업연구소와 자매결연도 맺었다. 이후 상옥은 아직 공인받은 건 아니지만, 포항을 대표하여 슬로우시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강원도 산골을 연상케 하는 오지인데다가 사방이 높은 산들에 둘러싸이고, 주변에 오염원이 없으며, 해발고도 500m가량 되는 고원분지인 특성상 여름에 고랭지 채소 재배가 가능할 만큼 서늘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포항시에서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간 슬로우시티 지원사업을 펼쳐 전국에서 으뜸 가는 친환경농업관광 명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상옥리는 2007년 정부로부터 정보화마을로 지정되었는데, 행정안전부에서 제작, 지원하는 홈페이지 '포항 상옥참느리마을(http://slow.invil.org)'이 있다. 참느리마을은 청정지역 상옥의 친환경 브랜드로 느리고 여유로운 삶을 위해 100%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친환경농산물을 의미한다. 이 마을에서 생산하여 판매하는 친환경농산물에는 사과, 토마토, 적채, 상추, 호박, 고구마, 감자, 풋고추, 가지 등이 있는데, 인터넷으로도 주문이 가능하다.

 

(상옥 참느리마을 홈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