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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학산- 괘령산- 장구재- 고주산 환종주

호젓한오솔길 2011. 3. 12. 22:55

 

 

 

비학산- 괘령산- 장구재- 고주산 환종주

  

* 위   치 :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 반곡리

* 일   자 : 2011.03.12(토)

* 날   씨 : 맑음

* 동행자 : 호젓한오솔길 홀로

* 산행 코스 : 반곡지- 비학산(762m)- 성법령- 괘령산(870.3m)- 내연산 수목원- 장구재- 고주산(347.5m)- 반곡지

* 산행 거리 : 약 30 Km

* 산행 시간 : 약 9시간(8시간 47분) 소요(열심히 걸어서..)

 

 

토요일 저녁에는 초등학교 동기 모임이 있고, 일요일에는 산악회에서 경남 고성의 거류산 산행이 있어, 거류산 산행지를 찾아보니 먼 거리를 달려가서 산행 시간이 네 시간 정도 걸리는 단 코스이다. 하여 토요일은 근교 산에서 땀이나 좀 빼고 오려고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놓으라고 부탁했는데, 금요일 저녁에 둘째 아들이 늦게 온다고 하여 얼굴이나 보고 자려고 기다리다 보니, 밤 두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잠자리에 들어, 자연 아침 7시가 넘은 시간에 일어나 산행 준비하고 8시 30분경에 집을 나선다.

 

비학산 괘령산 종주는 97년 가을에 장구재를 잇는 원점회귀 산행을 다녀왔어. 산행기를 인터넷에 올렸더니, 그 간 많은 산님들이 다녀오고 산행기를 올려서 요즘은 근교 산꾼들에게 장거리 코스로 많이 알려진 듯하다. 그 당시 알바를 해가며 8시간 40분이나 소요되었는데, 그 후 산꾼들 산행기를 보니 산행 시간이 9시간 전후로 기록되어 있어, 오늘은 고주산을 더해서 함께 다녀오려고 하니, 10시간 이상이 예상된다.

 

오늘 비학산과 괘령산, 고주산을 환종주 하는 데 걸리는 산행 시간을 10시간 정도로 예상하고 아침 7시부터 산행 계획을 세웠는데, 아침 9시가 넘어 출발이 두 시간 정도 늦어진 관계로, 차를 신광온천 앞에 세우고 산행을 시작할까 하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고주산을 버리고 바로 하산하고, 늦어지면 어두운 시간을 안전한 도로 위를 걸어서 산행을 마칠 생각으로 하산 시간을 조금이라도 당기기 위해, 차를 산행 들머리인 신광면 반곡지 상류에 세우고 9시 10분에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 반곡지 상류에 주차하고, 건너 비학산의 오른쪽 날개 자락을 향하여 걸어간다.

 

* 비학산 자락에 오르다가 돌아보니 반곡지 건너 소나무 숲 아래 세워둔 내 자동차가 보인다.

 

* 언제나 정겨운 낙엽 오솔길.

 

지난주처럼 주 중에 꽃샘추위가 주말을 맞아 또 누그러진다고 하더니, 날씨가 풀리면서 수증기가 피어올라서인지 사방이 운무가 자욱하고 시계가 흐리다.

 

* 올라가다가 돌아본 반곡마을 건너 운무에 가린 고주산 아련하다.

   오늘 출발이 늦어 저기까지 돌아올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하여간 가는 데까지 열심히 걸어가 볼 요량이다.

 

* 바스락 낙엽길 걸음을 재촉한다.

   올라 가면서 겉옷과 쪼기까지 벗어서 배낭에 넣고도 땀을 뻘뻘 흘린다.

 

* 능선에 올라서니 기일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 신광 들녘과 포항 쪽 풍경도 운무 속에 가리었다.

 

* 오른쪽으로 멀리 가야 할 성법령과 괘령산도 운무에 아련하다.

 

* 법광사로 내려가는 갈림길 이정표. 이제 비학산 정상이 가까워진다.

 

* 양지쪽으로 돌아가는 바스락 낙엽길 정겹다.

 

* 언 땅이 적당히 녹아서 촉촉해진 길.

 

* 정상이 가까워지니 아직 잔설이 남아 미끄러운 길.

 

* 비학산 정상 올라가다 돌아본. 올라온 비학의 오른쪽 날개 능선 모습.

 

* 비학산 정상 도착에 도착하니, 어느 소규모 산악회에서 시산제를 지내는 모양이다. 10시 37분. (1시간 27분 소요)

   예상 보다 약 30분 단축하니, 잘하면 고주산까지 돌아서 올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 정상에 서 있으니 나보고 자꾸 절을 하는 것 같아.. 시산제 열심히 지내고 있는 비학산을 뒤로하고 서둘러 성법령을 향하여 출발한다.

 

* 성법령으로 가는 능선. 그 끝은 안갯속에 희미하다.

 

* 탑정리로 내려가는 이정표.

 

* 봉우리 갈림길에서 리본이 많이 달린 우측으로 향한다.

 

* 환상의 바스락 낙엽길은 이어진다.

 

* 고요한 산천에 내 발아래서 들리는 와싹와싹 소리만 들린다.

 

* 655봉우리 여기서도 우측으로 휘어진다.

 

* 낙엽과 바람이 있는 상쾌한 길.

 

* 신 나게 흥얼대면서 걸어가는데.

 

* 앞에서 인기척이 들리더니 혼자 걸어오는 여자 산꾼을 만난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혼자 오느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나더러 비학지맥을 하는 중이냐고 물어오는 것을 보니, 성법령에서 시작되는 비학지맥을 타는 산꾼으로 보인다.

반곡지에서 원점회귀 산행을 한다고 설명하고, "이 산중에 혼자서 정말 대단하십니다."라고 덕담을 건네고 돌아선다.

 

* '기마봉'이다.

 

이 봉우리를 바로 넘어가면 마북과 기일을 가로지르는 기마능선을 따라 아까 산행을 시작한 반곡지 상류로 바로 내려가게 된다. 반곡지에서 방금 내가 걸어온 길을 따라와서 이리로 내려가는 5시간 정도의 원점 회귀 산행으로 근교 산꾼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다.

 

* 걸어가는 능선 끝에 성법령과 좌측으로 '골뱅이골'이 보인다.

 

언젠가 여름에 성법령에서 길을 잘못 들어 건너 능선으로 성법 마을 뒤 골짜기 어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올라 간 거꾸로 산행을 해본 이 골뱅이골도 언제 찬찬히 답사를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숙제로 남겨둔 곳이다.

 

* 멀리 비학산과 걸어온 능선.

 

* 성법령 삼거리에 도착하니 아직 눈이 많이 쌓여 있다.

 

* 우측으로 능선을 따라 괘령산으로 향한다.

 

* 능선에 남아 있는 눈 위를 걸어서.

 

* 소복이 쌓인 눈이 조금씩 녹아들어 가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 저 눈더미 속에도 봄 소식이 전해져. 봄을 기다리는 새싹들이 기지개를 켜고있을까..

 

* 내일 남쪽 거류산 산행이 있고 보면, 아마도 이번 겨울 마지막 눈 산행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아직 1미터는 쌓인 것 같다. 눈이 기럽은 포항에서도 올겨울은 눈 구경을 실컷 한 특이한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 눈과 낙엽이 공존하는 능선을 따라 작년에 만난 황금빛 복수초 군락지를 찾아가는데...

 

* 세상에... 이럴수가...!!!

 

꿈에 그리던 환상의 복수초 군락지가 포크레인으로 마구 파헤쳐지고 있다.

"지금 여기 무슨 공사 하는데요.?"

쉬고 있는 인부들에게 물어보니, 이곳에 바람이 많이 불어서 바람을 측정하는 기계를 설치한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거나, 기상 관측소를 설치하는 모양인데, 하필이면 근처에서 유일한 산상 복수초밭을 완전 초토화시켜버리다니... 갑자기 힘이 쭉 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한다.

이쯤 되니, 오늘 산행을 할 기분이 아니다... A 18 者 ***.........

 

 

 작년 봄에 찍은 사진이 이제는 초상화가 되어버린..

괘령산의 복수초들.

 

 

 

 

 

 

참말로 오늘.. 기분 참 더럽다...ㅎ

 

* 복수초 밭에서 괘령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나무가 베어지고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닦아놓았다.

 

* 괘령으로 내려가는 길.. 미끄러운 곳에는 자연 습기로 굳게 하려고 마른 시멘트를 마구 뿌려놓았다.

 

* 훼손된 괘령을 바라보니 안쓰럽다.

 

* 고향 상옥으로 넘어가는 괘령길. 이리로 차도를 만들어 올라온 것 같다.

 

* 괘령산으로 올라가는 능선길. 복수초를 생각하니 왠지 다리가 무겁기만 하다.

 

* 여기도 마른 시멘트를 마구 뿌려놓았다. 대관절 무슨 작당들을 하는지 한심한 기분이 든다.

 

* 괘령산 정상 바로 아래로 길이나 있다.

 

* 오늘따라 초라해 보이는 포항의 제2봉. 괘령산은 울고 있는 듯하다.

 

* 정상을 지나 수목원 쪽으로 조금 가다가.

 

* 역시 상옥 쪽으로 아래로 길이나 있다.

 

* 수목원으로 가는 길.

 

* 괘령산의 몰골을 보고 나니 다리에 힘이 빠지고 걷고 싶은 생각이 싹 가신다.

 

* 수목원으로 가는 낙엽길.

 

* 음지 눈길에는 다리가 더욱 후들거린다.

 

* 그냥 달려가기에는 쌍그럽다.

 

* 이제 작은 오르막에도 숨이 차오른다.

 

* 전망 바위에서 바라본 멀리 올라간 능선과 비학산이 아련하다.

 

* 수목원 앞 통신탑이 있는 봉우리도 오늘은 걸음이 무겁고 숨이 찬다.

 

* 통신탑 봉우리.

 

* 수목원으로 내려가는 낙엽길.

 

* 돌아보니 더욱 멋지다.

 

* 내연산 수목원 앞에 도착하니, 오후 3시 5분이다. (5시간 55분 소요)

 

* 포항 쪽으로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 도로 아래 굴파가 많이 졌네요.

 

* 저기 앞에 보이는 장구재 들머리 봉우리로 올라가야 한다.

 

* 여기서 우측 절개지 위로 올라간다.

 

* 내려다본 샘재. 훼손된 자연의 상처가 세월 속에 서서히 아물어간다.

 

* 장구재 오솔길은 높은 봉우리는 절묘하게 피해 간다.

 

 

 

추억의 장구재 

 

 

              솔길 남현태

 

 

길섶이 오그라드는

가을이 되면

꼭 한번 다녀오리라

마음속 숙제 하나 남겨놓은

추억 서린 곳

아버님 손에 매달려

어릴 적 외외가

딱 한 번 걸어 넘은 오솔길

 

오른쪽 날개 타고

비학에 올라

성법령 괘령 샘재 찍고 

가로막은 봉우리

절묘하게 피해 가는 우회 길

조상님 삶의 이야기

추억 따라 바스락바스락

잔자갈 모여앉아 소곤거린다.

 

(2007.10.20)

 

 

* 송이가 많이 나는지 길옆으로 줄이 처져 있다.

 

* 장구재 길은 몇 년 전에 처음 올 때는 길을 찾기가 어려워 알바를 하기도 했는데, 그 간 산꾼들이 많이 다녀 길도 생기고 리본도 많이 달렸어 길을 찾기가 대체로 쉬운 편이다.

 

* 마북지와 기마능선 멀리, 오늘 걸어온 비학지맥 능선이 하늘과 땅의 경계를 이루며 가로지른다.

 

* 너덜겅 가의 생각나무도 이제 꽃눈을 틔우기 시작한다.

 

* 멀리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고주산이 보인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 오후 4시 20분 고주산 삼거리 도착.

 

여기서 좌측으로 가면 고주산으로 향하고, 우측으로 잠시 내려가면 출발지인 반곡저수지로 향한다.

시간이 충분할 것 같아 바로 마지막 봉우리 고주산으로 향한다.

 

 * 엿재까지 가는 길은 묵은 임도가 대체로 무난하게 이어진다.

 

 * 엿재를 나서니 저기 길가에 산불 감시원 차가 서 있고 안에 사람이 타고있다.

    모른 체 좌측으로 길을 건너 입구에 리본이 여럿 달린 소나무 숲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 소나무 숲에 들어서니 길은 없고 요리조리 나무 사이를 피하여 무조건 위쪽으로 올라간다. 

 

 *  지능선이 나오고 토끼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등산로를 만나고 고주산으로 향한다.

 

 * 마지막 봉우리 고주산 오르는 길.

 

 * 주 전에 올라왔던 고주산 정상. 오늘은 못 올 줄 알았는데, 아직 해가 한 발이나 남아 있다.

 

 * 반곡지와 마북지. 오늘 걸은 능선들이 석양과 운무에 희미하다.

 

 * 오늘 걸어온 샘재 쪽 풍경.

 

 * 아침에 올라간 비학산과 오른쪽 날개 능선.

 

 * 청하면과 월포리 바다 쪽 풍경.

 

 * 좌측으로 둘러 내려가서 저기 보이는 반곡지 상류까지 걸어가는 것이 오늘 산행길의 종점이다.

 

* 산불 감시 초소에 인기척이 들린다.

 

내려가니 산불 감시원 아저씨도 퇴근 시간이 되었는지 내려온다.

어디로 올라왔느냐고 하기에 반곡지에서 출발하여 삥~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더니, 입을 벌리며, 아따. 많이도 걸었네요. 10시간 이상 걸린다고 하던데요. 한다.

나도 고향이 상옥이시더 했더니, 그래서 괫재도 알고 길을 잘 아시는가보다 하면서.. 잠시 이야기 나누며 내려오다가 첫 번째 갈림길에서 아저씨는 덕실 쪽으로 내려가고 나는 신광 쪽으로 내려온다.

 

 * 소나무 낙엽길은 발바닥으로 느끼는 촉감이 별미다.

 

 * 벌건 장끼 한 마리 푸드덕 날려 보낸 농로를 따라 서둔 발걸음은 마을 집집 마다. 잡종 진돗개들이 앙탈을 부리는 소리를 들으며.

 

 * 신광온천 앞에.. 방금 온천욕을 하고 나온 여유로운 모습으로 바라보는 뿌연 얼굴들 앞으로 초라한 몰골의 산꾼 하나가 죽기 살기로 바삐 걸어 올라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니, 한심한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ㅎ

 

 * 해는 비학산 뒤로 숨고. 물 위에 철새들이 노니는 아~ 반가운 반곡지...

 

 * 서쪽 버드나무 사이에 강태공 몇 명이 보인다.

 

* 저수지 가를 따라 자동차에 도착하니 오후 5시 57분이다.

 

아침 9시 10분에 산행을 시작하여 약 9시간(8시간 47분) 동안 참말로 요령 안 피우고 부지런히 걸은 산행길을 마무리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으나, 저녁 6시에 약속된 초등학교 동기 모임은 시간도 늦고, 술 마시는 모임이라 내일 산행에 부담될 것 같아 포기하고 오랜만에 집에 온 둘째 아들과 삼겹살 구워 소주 한잔 나누며 저녁을 먹으니 꿀맛이다.

 

 

* '내연산 6봉 종주'와, 오늘 걸은 '비괘고 환종주' 비교.

 

가지고 간 물은 네 병 중에 세 병을 마시고, 까만 모자에 소금꽃을 하얗게 피워버린 비학산, 괘령산, 고주산 환종주 산행길.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처음부터 서둘다 보니 피로가 빨리 오고, 무엇보다 기대했던 괘령산의 황금빛 복수초 화원이 초토화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늘 꿈속에 그려보던 하나의 아름다운 세계를 잃어버린 허무한 기분이 들어, 갑자기 축 처진 발걸음이 오늘 산행을 힘들게 한 원인이 된 듯한 기분이다.

 

포항시에서 괘령산 정상에다 무슨 대단한 작당을 하는지는 몰라도. 하여간, 오늘은 포항시에서 하는 행정에 불만만 가득하니, 마음을 비우러 갔다가 슬 데 없는 근심을 가득 채우고 돌아온 그런 산행길이 되고만 듯하다. 세월이 지나면 괘령산의 깊은 상처도 서서히 아물어 가겠지 하면서, 오늘의 허전한 마음을 훌훌 털고 내일 산악회의 경남 거류산 산행을 위해 배낭을 챙기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피곤한 산행길 하나를 갈무리해본다.

 

2011.03.12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