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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 <315> 거창 좌일곡령

호젓한오솔길 2011. 8. 16. 22:36

 

[산&산] <315> 거창 좌일곡령
정상에 오르면 안다, 가야산 능선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을
전대식 기자

 

 

 

남으로 마루금을 그으며 내려오던 백두대간은 전북 무주군, 경북 김천시, 경남 거창군이 만나는 대덕산 줄기의 삼도봉에서 동쪽으로 굵은 산줄기를 펼친다. 바로 수도지맥이다. 수도지맥은 수도산(1,317m), 단지봉(1,326.7m)을 거쳐 두리봉(1,133m)에서 가야산에 조금 못 미쳐 남쪽으로 급히 우회전한다.

이후 우두산(1,046.2m), 비계산(1,130m), 오도산(1,120m) 등 1천m급의 산을 두루 밟은 뒤 고령군과 합천군 군계를 따라 만대산(688m), 성산(205.7m)에서 마무리한다. 지맥은 황강, 감천, 회천의 물줄기를 품어 낙동강으로 물길을 잇기도 한다. 한때 백두대간, 낙동정맥, 낙남정맥 종주 다음 코스로 수도지맥 종주가 유행이었다. 명산이 즐비한 고산준령에다 대간, 정맥에 비해 발때가 덜 묻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성산' 가야산의 묘경과 덕유산 등 백두대간의 웅자를 볼 수 있는 것도 산꾼들에게 매력이었다.



이번 주 '산&산'이 찾은 곳은 수도지맥 단지봉과 두리봉 사이의 준봉인 좌일곡령(座壹谷嶺·1,258m)이다. 한자 '령(嶺)'자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은 높은 고개인 줄 안다. 이러다 보니 본격적인 산행지라기보다는 수도지맥의 경유지 정도로만 대접받았다. 그 흔한 봉우리 표석 하나도 없이 말이다. 하나 좌일곡령에 올라보면 안다. 수도지맥의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고, 가야산의 신비한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을 수 없다는 것을. 이런 조망미 이외에도 빈바랑폭포 등 서쪽 계곡의 숨은 아름다움도 좌일곡령의 자랑거리이다.


발때 덜 묻은 수도지맥의 준봉

거창 일대 명산들 두루 조망

하산길엔 빈바랑 폭포 물줄기


일반적인 좌일곡령 산행은 홍감마을에서 출발해 빈바랑폭포~수도재~좌일곡령~용암봉~목통령~상개금마을로 간다. 하나 이 코스는 빈바랑폭포~수도재 사이가 된비알인데다, 산행 초입부터 계곡을 만나다 보니 산행 중반부터는 능선으로 내려오는 것 이외에 별 포인트가 없다. 여름 산행 코스로도 부적절하다. 산행팀은 하개금에서 목통령으로 올라 용암봉에서 좌일곡령~수도재~빈바랑폭포로 떨어지는 역코스로 꾸며봤다. 산행길은 10.4㎞, 쉬는 시간 포함해 6시간 정도 걸린다. 기점부터 목통령, 목통령~수도재는 육산 코스다. 중간에 바위 봉우리 몇 개를 지나 만나는 용암봉과 좌일곡령 봉우리는 골산으로 불러도 무리가 없을 만큼 암봉 덩어리다. 산행 후반은 계곡 물길을 여러 차례 건넌다.



거창군 가북면 하개금리 약초마을 주차장을 기점으로 잡았다. 예전에 금이 많아서 개금마을이다. 요즘엔 금 대신 마, 당귀,
오가피, 복분자 등 약재를 키워 약초마을로 변신했다.

주차장에서 태자암 방향으로 내려온다. 농촌버스 회차지에서 태자암 쪽으로 길이 나 있다.
시멘트 길이다. 태자암 앞에서 밭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간다. 매미가 윙윙 운다. 소리가 시원하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표고는 740여m. 개금마을은 거창에서도 고지대에 속한다. 고랭지채소가 잘 자란다. 벌써 배추와 무 잎이 시퍼렇다.

임도를 따라 15분 정도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상개금마을로 가는 길이다. 왼쪽으로 튼다. 이 일대는
장뇌삼, 오미자를 재배하는 곳이 많다. 함부로 작물을 채취하면 큰일 난다. 초소 앞을 지나 농장에서 오른쪽으로 오른다. 약간 둔덕인데, 옆에 널찍한 바위가 있다. 바위에 '성혈'이 군데군데 나 있다.

바위 앞으로 잡풀이 우거져 있다. 묵은 길은 아니지만, 풀에 가려 길이 잘 안 보였다. 홍성혁 산행대장이 풀을 걷어내자 비로소 길이 보인다. 이런 작업이 목통령에 다다를 때까지 몇 차례 이어진다. 숲은 간밤에 비를 머금어 습했다. 팥죽땀이 났다.

바위에서 남양 홍씨 묘까지 300여m. 수풀과 고군분투(?)하느라 무려 40분이나 걸렸다. 홍씨 묘부터 목통령까지 길이 훤하다. 때마침 바람도 살랑살랑 분다.

목통령에 올랐다.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이 지점보다 450m 정도 뒤에 표시돼 있다. 지도가 틀렸다. 목통령에서 좌회전이다. 여기에도 풀이 우거져 길머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산행 안내리본을 놓치지 말자.



목통령에서 약간 오르막 능선을 타다 다시 내리막으로 떨어졌다. 안부 사거리에
이정표가 있다. 단지봉, 두리봉, 개금 방향을 가리킨다. 단지봉 쪽으로 직진한다.

이정표부터는 외길이라 속도감이 난다. 다만
무릎까지 자란 산죽이 다소 신경에 거슬린다. GPS는 이제 1천m를 표시한다. 몇몇 무명 봉우리를 밟고 간간이 가야산을 바라본다. 구름에 가려 아쉽다.

이정표에서 25분 정도 거리에 용암봉(1,125m)이 있다. 암벽을 타려다 상당한 직벽이라 그만두고 우회한다. 암봉의 그늘에는 이끼가 끼어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자. 한발 한발 조심해서 봉우리에 올랐다. 흙이라곤 한 줌 없는 암봉 뭉치다. 표석은 없고 낡은 삼각점이 있다. 구름이 조금씩 가야산 정상을 벗어나고 있다. 가야산 상왕봉의 돌부리들이 구름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거창 일대 산 중의 최고 산답다. 언제 봐도 신비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남쪽으로 몸을 돌리니 우두산, 비계산, 금귀산, 보해산의 푸른 산줄기가 발아래에 엎드려 있다. 우두산 의상봉에 유독 햇볕이 내리쬐는 듯하다.

용암봉에서 내려와 산행을 이어간다. 이 길도 산죽 천지다. 10분쯤 걸어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거창 가조면 일대가 잘 보이는 곳이다.

전망대에서 좌일곡령까지는 40분 정도. 좌일곡령 부근은 암릉이다. 우회로가 있지만 돌덩이가 날카롭지 않아 암봉을 조심스럽게 디딘다. 각종 산악회 리본이 어지럽게 달려 있다. 정상은 삼각점도, 표석도 없다. 누군가가 리본에 '좌일곡령'이라고 써 놓았다. 가야산과 수도지맥의 마루금이 확실하게 보인다. 용암봉에서 보이지 않던 수도산도 눈에 들어온다. 멀리 백두대간의 덕유산 능선, 가야산의
톱날 능선이 아기자기하다. 홍 대장이 주변 산세를 하나하나 설명한다. 하나같이 산꾼들이 찾고 싶어 하는 명산들이다. 거창군이 '산들의 고향'이라는 말이 괜한 게 아니었다. 정상 옆에 금정산 금샘 모양의 바위가 있어 카메라에 담았다.



정상에서 내려와 20분쯤 앞으로 나간다. 떡갈나무 숲을 지나는데 잎 때문에 전진하기가 쉽지 않다. 갈림길에선 직진한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홍감마을로 붙는 능선이 나온다.

갈림길에서 7분가량 가면 수도재가 나온다. 별다른 이정표는 없다. 사거리인데 오른쪽으로 가면 김천시 증산면
수도리 마을이 나온다. 수도재 부근도 잡목 탓에 사방이 막혔다. 방향을 잃으면 낭패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골은 아직 보이지 않는데 물소리가 조금씩 난다. 능선 하나를 비스듬하게 넘어 이정표를 만난다. 홍감마을 방향으로 난 능선 아랫길로 간다.

여기서부터 묵은 길이 많아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 졸졸대던 물소리가 이제 제법
소음을 낸다. 계곡 본류에 점점 가까워졌다.

계곡에 들어서면 계곡 갓길을 이리저리 넘어야 한다. 물길이 얕다. 신발이 젖어도 괜찮다면 물속을 걸어도 괜찮겠다. 여러 차례 태풍으로 주변 산행로가 유실돼 길이 끊어진 데가 많다. 때 묻지 않은 원시림이 햇빛을 가려 어둑하다. 점점 수량이 늘어난다. 약 40분간 계곡 물길을 왔다 갔다 한다. 잠시 뒤 직벽에서 큰 소리를 내며 물거품을 뿜어대는 빈바랑폭포가 나온다. 스님들이 빈 바랑을 풀고 쉬다 갈 만큼 아름답다고 붙인 이름인데 유래는 확실하지는 않다.

폭포부터는 산길과 계곡길이 교대로 나온다. '주의지점(지도 참조)'에선 길이 거의 끊어지다시피 했다. 얇은 밧줄이 오히려 더 위험해 보였다. 산행팀이 한참을 작업해 길을 하나 내놓았다.

10분쯤 내려가면 합수지점이 나오고, 곧 기도원에 도착한다. 기도원에서 홍감마을 정류소까지는 20분 정도 걸린다. 산행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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