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쏟아지는 물살을 헤치고 중림골을 거슬러 오른다. 미끄러운 데가 많으므로 조심해서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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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대에 오지가 어디 있어’라고 생각한다면 통고산 중림골에 가야 한다. 36번국도에서 임도를 타고 왕피천으로 들어가는 산간 도로에서 이미 ‘여기가 오지구나’ 하고 생각을 고쳐먹게 될 것이다.
통고산 중림골은 울진군 서면 왕피천생태보호구역 안에 있다. 중림골은 등산로가 있다가 없다가 하지만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깊은 계곡이므로 혼자서 산행하다 사고나 조난을 당할 경우 구조될 가망이 없다. 초보자는 계곡 탐방만 적당히 하다 나오는 게 좋다. 표지기나 길은 없으므로 독도능력이 필수이며 GPS가 있어야 산행이 수월하다.
산행은 햇네마을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중림골을 따라 937.7m봉 남쪽 지능선 아래의 계곡 상류까지 들어가서 적당히 완만해지는 곳에서 능선으로 올려쳐 937.7m봉까지 가면 된다. 정상에서는 정맥길을 5분 정도 따르다 능선이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옛길을 따라 가면 된다. 옛길로 능선 따라가다 다시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들어 계곡으로 내려가면 된다. 계곡부터는 다시 옛길이 없어지므로 편하고 빠른 길을 본능적으로 골라 내려가면 된다.
- ▲ 1 중림골 최상류 물줄기. 쓰러진 나무와 가파른 경사의 계곡이라 다이내믹한 자세로 오른다. 2 들머리에서 3km 지난 지점의 협곡. 물에 빠지지 않으려 하면 중림골은 오를 수 없다. 다만 깊이가 얕아 즐기며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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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네이버에서 ‘햇네마을’을 치면 네이버 지도에서 정확한 위치가 표시된다. 돌나라행복마트 앞 공터 주차장이 산행 시작지점이다. 마트라 적혀 있지만 일반 가정집이므로 간식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임도를 따라 들어가면 양계장이 있고 풀이 높은 임도는 계곡 쪽으로 가 닿는다. 이곳 수심이 발목에 닿을 정도로 낮으므로 여기서 왕피천을 건너야 한다.
물에 발을 담그지 않고 계곡을 거슬러 오를 수 없으므로 발은 젖을 요량이어야 한다.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등산화는 배낭에 넣어 가는 게 좋다. 계곡 상류에서 능선으로 치고 오를 때 갈아 신어야 한다. 총 23km 산행 중 계곡산행만 16km가 넘으므로 샌들을 오래 신으면 발에 물집이나 상처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목이 짧은 등산화나 리지화가 있다면 그걸로 물을 텀벙텀벙 걷는 게 더 낫다.
- ▲ 통고산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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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림골 입구에서 왼쪽 숲으로 들어가면 표지기가 있다. 무척 희미한 길을 따르도록 되어 있는데 이 길을 놓치지 말고 따라가면 첫 번째 지계곡이 나오는 지점까지 산행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이후 길이 조금 이어지다 등산로가 없는 계곡의 연속이다. 계곡 옆으로 풀을 헤치며 지나갈 만하다가도 금방 협곡이 나와 발을 물에 담가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차피 길은 없으므로 그때그때 지형에 따라 유연하게 올라야 한다. 깊은 데는 골반까지 물에 젖는 구간도 있으므로 바지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 게 좋으며 팬티까지 젖을 각오로 가야 당황하지 않는다. 허벅지까지 오는 물을 피하려 가파른 경사면으로 우회하다 오히려 다치거나 시간이 배로 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