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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눈부셔라… 해질녘 철새의 군무와 금빛 갈대

호젓한오솔길 2011. 10. 28. 07:51

 

아, 눈부셔라… 해질녘 철새의 군무와 금빛 갈대

 

 

 

금강 하구 구불길

금강(錦江). 충북 옥천 동쪽 보청천, 충남 조치원 남부 미호천 등 크고 작은 20개의 지류가 만나 한 줄기 물을 이뤘다. 공주를 지나 부여를 한 바퀴 휘감은 물줄기는 논산에 이르러 다시 서남쪽으로 치닫는다.

전북 군산에 펼쳐진 금강 하류는 밀려 들어온 바닷물이 내려가는 강물과 뒤섞인 탓에 맑은 맛은 없다. 흐리고 탁하다. 하지만 좌우로 강이 넓게 퍼져 있고 땅과 적절히 어우러져 있어 그윽한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을 채만식은 소설 '탁류'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大處·시가지) 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금강 주변엔 유난히 금빛 갈대숲이 많다. 갈대숲을 좋아하는 철새들은 이곳에 머물다 돌아가곤 한다. 뒤로 보이는 금강 갑문교 위로 장항선과 29번 국도가 지나간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wanfoto@chosun.com

 

◇갈대숲 우거진 철새도래지

지난 20일 걸은 '금강 하구 구불길(비단강길)'도 군산 시가지 쪽에서 시작했다. 군산역을 나와 잠시 주위를 돌아보고 한적한 시골길 방향으로 30분쯤 걷다 보면 비단(錦)처럼 펼쳐진 금강을 만나게 된다. 군산시외버스터미널로 온 경우엔 시내버스(82번)를 타고 '내흥초교 입구' 정거장에서 내려 길을 건너자. 김수영·박목월·헤르만 헤세 등 국내외 유명 시인 20여명의 시를 자연석에 새겨놓은 진포시비공원이 강길의 출발지다.

길은 금강을 거슬러 올라 이어진다. 길 중간 중간 '구불길'이라 적힌 노란 리본이 이정표 역할을 해준다. 갈림길에는 땅 위에 파란색으로 방향을 나타내는 화살표가 예쁘게 그려져 있다. 노란 리본과 파란 화살표,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 5시간 30분짜리 코스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진포시비공원에서 5분쯤 걸으면 각종 체육시설이 모인 금강체육공원이 나오고 그 오른편엔 채만식 문학관이 있다. 여기서 10분을 또 걸으면 금강호시민공원이다. 이곳엔 고려 말기 왜구를 무찌른 것을 기념하는 진포대첩비가 놓여 있다. 잘 닦인 길과 공원은 다소 조야한 인공(人工) 느낌이지만, 왼편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면 무성한 갈대를 만날 수 있다. 강과 갈대가 어우러져 가을 느낌이 난다.

이번엔 시민공원에서 금강갑문교를 바라보자. 강가엔 백로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여러 새가 모여 있다. 그만큼 자연이 살아있는 생태공간이다. 공원에 서서 한가로이 노니는 새들을 내려보고 있으면 바득바득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 부질없게 느껴진다.

지하통로를 지나 금강호휴게소에 도착하면 강길이 끝난다. 금강호관광지(공사 중)까지 뻗어 있는 30분짜리 길은 차도를 따라 나 있어 다소 아쉽지만 이것저것 놓여 있는 시설물 덕에 나름 볼거리는 쏠쏠하다. 길 끝에 높이 솟아있는 금강철새조망대에서는 매년 11월 가창오리 수십만 마리가 낙조 속으로 떠오르는 군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금강 구불길 여행은 눈과 혀가 모두 즐겁다. 대표적 향토음식 꽃게장(왼쪽)이 입맛을 돋우고, 마을길에 그려진 벽화(오른쪽)는 여행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역사 살아있는 오성산 길

철새조망대를 지나 오른쪽으로 꺾인 길을 따라가면 성덕마을이 나온다. 이곳부터는 소박한 시골길과 산길이 펼쳐진다. 마을 입구 펼쳐진 소나무 숲은 풍수지리상 산세가 허할 때 액을 막아줬다는 전통 비보림(裨補林)이다. 마을이 외부에 곧바로 노출되지 못하게 막아주는 기능도 있다. 마을 길엔 드문드문 공공미술 벽화가 그려져 있어 걷는 게 심심하진 않다.

언덕길은 어느새 오성산을 오르는 산길로 이어진다. 구불구불한 등산길을 오르다 보면 무덤 다섯개가 놓여 있는 '오성인의 묘'를 만날 수 있다. 백제 말기 길을 묻던 당나라 장군 소정방에게 "너희가 우리를 치러 왔는데 어찌 길을 알려주겠느냐"며 호통친 다섯 노인을 기리는 곳이라 한다.

오성산을 내려와 서포리로 발길을 돌리면 평범한 농촌 마을이다. 쌈밥으로 유명한 음식점 옹고집장집과 금강휴게실을 지나 1시간 정도 걸으면 길 건너 금강조류관찰소가 나타난다. 이곳부터 다시 금강을 따라 걷는다. 조류관찰소에서 북동쪽으로 길게 뻗은 뚝방길이 '금강 하구 구불길(비단강길)'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다.

약 5.5㎞ 길이로 곧게 뻗은 이 뚝방길은 사진가들이 철새를 찍을 때 항상 들르는 곳이라 한다. 금강갑문교 부근 철새조망대는 위에서 내려본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곳 뚝방길은 가까이서 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1월 중순 철새 시즌이 되면 프로·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모여들고, 이들을 겨냥한 포장마차도 들어선다.

뚝방길은 비교적 깔끔하게 조성돼 있다. 풍광이 아름다워 꼭 철새를 만나지 못해도 좋다. 뚝방길 왼편의 금강은 물이 꽤 풍부하다. 덕분에 석양이 질 때면 노을이 장관을 이룬다. 오른편의 나지막한 언덕들은 높지 않지만 굽이치는 모양을 하고 있어 기이하다. 뚝방길 중간 중간 작은 쉼터도 마련돼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걷기에도 적당하다.

군산시청은 '구불 1길'의 종점을 공주산이라고 잡아놓고 있지만, 딱히 공주산이란 이정표는 찾아보기 힘들다. 나포삼거리와 원나포마을을 지나 자전거도로로 쭉 올라가는 길이 나오면 공주산의 기슭이라고 한다.

<여·행·수·첩>

(지역번호 063)군산시내버스 443-3077, 군산시외버스 442-3747, 군산역 445-7782, 호출택시 1577-9425

군산에는 생선탕과 각종 활어회도 맛있지만, '밥도둑'이라 불리는 꽃게장이 특히 추천할 만하다. 파·마늘·생강과 한약재를 넣고 간장을 끓여 꽃게를 담그는 과정을 3번이나 반복해 맛이 깊고 뛰어나다. 계곡가든 453-0608, 궁전꽃게장 466-6677, 대가 453-6701, 유성가든 453-6670

군산관광안내소 453-4986

tour.gunsan.go.kr

 

 

<군산 지역축제>

탐조버스 타고 철새와 만나요

금강 하구는 국제적 보호종인 가창오리를 비롯, 큰고니·청둥오리 등 50여종 80여만 마리가 모이는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다. 전북 군산에서 다음달 16~20일 열리는 ‘제8회 군산세계철새축제’ 기간에는 탐조버스 운행 등 철새 관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063)453-7213~4, gsbird.co.kr

<걷기코스>

군산역→진포시비공원→금강체육공원→금강호시민공원→금강철새조망대(생태습지)→성덕마을(비보림)→오성산(기상청레이더)→오성인의묘→오성산등산로→옹고집장집→금강휴게실→금강조류관찰소→탐조회랑→원나포마을→공주산(18.7㎞, 5시간 30분 내외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