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별·성별 건강검진 선택법
건강검진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언제, 어떤 검사항목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쉽지 않은 문제다. 비슷해 보이는 항목이라도 검사받는 이의 나이와 성별에 따라 받아야 할 검사는 따로 있다.
■가족력 있다면 매년 위내시경·복부초음파
건강검진은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가족력이나 생활습관에 따라 개인차가 있지만 전문의들은 보통 노화가 본격화되는 40대 초반을 건강검진 시작의 적기로 본다. 송호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건강검진을 통해 주로 발견되는 암과 내분비, 심혈관계 질환은 주로 40대 이후에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며 "단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과음·흡연 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있다면 정기적인 검진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족력은 통상 부모와 조부모의 병력을 말한다. 이들 중 각종 암을 비롯해 고혈압, 당뇨 등의 발병이 있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검사주기를 앞당기는 것이 좋다. 암에 대한 가족력이 있으나 현재 증상이 없다면 암 검진은 1~2년 주기가 권장된다. 40대 이상을 기준으로 남성은 위내시경과 복부초음파는 매년, 대장내시경은 3~5년, 폐CT와 전립선 초음파는 1~2년마다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여성은 여기에 유방암과 자궁암, 갑상선암 검사항목을 추가한다. 갑상선초음파와 부인과 검진, 유방 X선 촬영을 매년 해볼 것이 권고된다.
- 가족력과 연령을 고려해 검사항목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비용을 절약하고 검진의 효과를 높이는 길이다. 사진은 서울성모병원의 심혈관 CT.
■폐경 전후 골다공증 검사와 호르몬 검사를
가족력이 없고 특별한 증상도 없는 경우라면 2~3년 주기로 건강검진을 받아도 무방하다. 단 50대 이후는 높은 발병률을 감안해 적어도 2년에 한 번씩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는 것이 송 교수의 설명이다. 가족력이 없는 상태에서 기본 검진 외에 추가를 고려할 항목은 40~50대의 경우 갑상선초음파와 위내시경, 복부초음파, 유방 X선이 꼽히며 50대 이후는 여기에 대장내시경과 전립선초음파를 추가할 것이 권고된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 갱년기를 겪으며 인체에 큰 변화가 오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검진이 필요하다. 송 교수는 "여성의 경우 대표적인 여성암으로 꼽히는 유방암·자궁경부암·난소암에 대한 검사를 꾸준히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결혼과 출산을 앞둔 여성이라면 태아의 신경관계 기형에 대비하기 위한 엽산과 풍진 항체검사를 추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폐경을 전후해 나타나는 인체 변화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시기 여성은 골밀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안면홍조·식은땀·우울증·요실금 등 다양한 증상을 겪는다. 여성호르몬 검사를 통해 미리 대처하면 건강한 갱년기를 보낼 수 있다.
■유전자 검사로 미래 질병 미리 막는다
초음파와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의 차이도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초음파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편안한 검사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단 인체 표면에 가깝게 위치한 장기만 확인이 가능하다. CT는 초음파나 X선 만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정밀검사에 주로 이용된다. MRI보다 촬영시간이 짧고 비용이 저렴하지만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자기장을 이용하는 MRI는 주로 부드러운 조직을 확인하는 데 쓰인다. 근육이나 연골, 뇌의 병변 확인에 유리하지만 검사시간이 길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송 교수는 "처음부터 CT나 MRI를 고집하기보다는 초음파 검사 후 이상소견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의 후 검사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건강검진은 발생한 병을 찾아내는 것보다는 건강할 때 미리 관리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 좋다. 송 교수는 "건강은 시기를 놓치면 회복을 위해 더 큰 노력이 필요한 만큼 건강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며 "일례로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유전자를 진단해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미리 확인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했다. 검진 프로그램을 꼼꼼히 살피는 것은 비용을 절약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소화기계 검사로 전날 금식이 필요한 건강검진의 특성상 오전 검진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일부 기관의 경우 오후 검진에 별도 혜택을 주기도 한다. 특정 부위에 국한된 검사를 받고 싶을 때는 몇 가지 검사만 묶어 저렴하게 내놓은 프로그램을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글 이경석 기자 | 사진 김잔듸 기자 | 도움말=송호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건강증진의학과 임상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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