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왜국에 힘 센 역사(力士) 한 사람이 있었다. 이 역사는 일본 전국을 두루 다니면서 힘겨루기를 일삼았다. 힘이 세다는 일본의 모든 장수를 굴복시킨 후, 조선으로 건너왔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강한 자가 있다는 소문만 들으면 그 곳으로 달려가 힘을 겨루어 역시 모두 물리쳤다.
어느 날, 영일땅 운제산 대각봉에 다다르니 동해가 활짝 열리고 수평선 너머에 고국 일본이 보일 것만 같았다. 문득 고향과 부모 형제 생각에 젖어 있는데 등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한 역사가 버티고 있었다. 키는 하늘을 찌를 듯하고 몸은 태산과 같았으며, 눈은 혜성같이 밫났고, 팔다리는 동철의 갑주를 둘러놓은 것 같았다.
이 역사는 뇌성벽력같은 소리로
“네가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역사인가?”
“그렇다, 너는 누구냐?”
“요사이 이 나라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힘을 과시하는 왜인이 있다더니 바로 너구나. 나는 조선의 창해역사다. 너를 찾아 수십 일을 헤매다가 오늘 여기서 만나게 되었구나.”
창해역사와 일본역사는 서로 어울려 던지고 치고 박고 싸우니 운제산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 같았고 바람과 먼지는 천지를 뒤덮었다. 하늘을 날고 땅을 치며 싸우다가 일본역사가 넘어지면서 손을 짚었는데 그 곳이 그만 움푹 꺼지니 이곳으로 바닷물이 밀려들어와 호수가 되었다. 이 호수가 지금의 영일만이 되었다고 한다.
일본역사는 창해역사 앞에 무릎을 꿇고 군신(君臣)의 예를 취하여, 창해역사는 임금이 되고 일본역사는 신하가 되었다 한다. 운제산 정상부에는 창해역사의 전설이 담긴 대왕암(大王岩)이 있다. 아들이 없는 부부는 이 바위에 기도하면 영험이 있어 요즈음도 기도를 드리는 사람이 간혹 있다고 한다.
(자료 : 영일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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