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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 <363> 문경 운달산

호젓한오솔길 2012. 9. 8. 21:34

 

[산&산] <363> 문경 운달산

 

굽이져 흐르는 계곡물에 발 담그면 "아! 춥다 추워~"
박진국 기자

 

 

한여름 산행은, 어지간히 산을 좋아하는 꾼들에게도 고역이다. 그럼에도 산을 찾는 이유는 능선이 품고 있는 계곡 때문일 것이다. 땀에 흠뻑 젖은 몸을 차가운 계곡물에 씻어내는 기쁨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다. '산&산'은 휴가철을 맞아 여름 산행의 진미를 느낄 수 있도록, 계곡을 낀 산행 코스를 연속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그 첫 번째는 운달계곡을 끼고 있는 운달산이다.


경북 문경시 문경읍과 산북면의 경계에 있는 운달산(雲達山·1,097m)은 부운령을 넘어 오정산을 솟게 하고 진남교반으로 뻗어 내리는 운달지맥의 맹주산이다. 산 능선은 동서로 10여㎞에 걸쳐 뻗었으며 그 사이의 마전령(627m), 조항령(673m) 등은 예로부터 문경과 다른 지방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천년고찰인 김룡사와 운달계곡을 품고 있다. 특히, 산북면 김룡리의 운달산 남쪽 사면에서 발원해 김룡사를 거쳐 문경읍으로 흐르는 운달계곡은 경치가 아름답고 물이 차가워 문경팔경 중 하나로 이름이 높다.

운달(雲達)이라는 이름은 '구름에 가 닿는다'는 뜻이지만, '해탈의 경지에 오른다'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산 이름이 김룡사를 창건한 운달조사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일반적으로 운달산은 육산으로 분류한다. 그도 그럴 것이 멀리서 바라보면 울창한 숲이 감싸고 있는 산세가 부드럽다. 그러나 속살을 파고 들어가면 도처에 암릉과 기암괴석들을 품고 있는 만만찮은 산이다.

산행 코스는 김룡사 일주문~대성암 입구~장구목~전망바위~정상~헬기장~화장암~대성암 입구~김룡사 순이다. 들머리에서 장구목 직전까지 운달계곡을 끼고 오르며, 하산길에도 화장암부터 날머리까지 다시 계곡을 옆에 두었다. 전체 8.1㎞ 구간으로 4시간 20분 걸렸다.


아름드리 전나무 등 하늘 가려

암릉·기암괴석 자연미 뛰어나


계곡 온도, 도시보다 10도 낮아

운달계곡, 별칭 '냉골' 이름값


들머리인 김룡사 일주문으로 난 길로 접어들자 산이 지닌 넉넉한 기품이 드러난다. 길 양 옆으로 전나무와 참나무가 쭉쭉 뻗어 하늘을 가린다. 수령 300년이 넘는다고 한다. 아름드리 밑동에는
푸른 이끼가 자라 고풍스럽다.

드디어, 김룡사 일주문. 기와를 이고 있는 솟을 대문에는 두 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위에는 홍하문(紅霞門), 아래는 운달산 김룡사(雲達山 金龍寺)라 적혔다.

일주문에서 장비를 점검한 뒤 임도를 따라 김룡사를 향해 걷는다. 2~3분 임도처럼 넓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성철 스님이 30년 수도 후 첫 번째로 설법했다는 김룡사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 절은 신라 진평왕 10년(588년)에 운달조사가 창건했지만 그 후 소실과 중수를 반복하다 조선 인조 27년(1649년)에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

김룡사를 스쳐 지나 장구목으로 가는 오르막 길은 울창한 숲 속으로 구불거리지만 폭은 제법 넓다. 그럼에도 자연미가 뛰어나다. 길 왼편으로 운달계곡이 길게 따라 붙었고, 오른쪽으로는 키 큰 소나무와 전나무가 키 작은 관목들과 조화를 이뤄 입체감을 준다.

운달계곡은 장마에 물이 불었다. 산도
스펀지처럼 물을 한껏 머금어 축축하다. 산은 미처 품지 못한 물을 낮은 곳을 통해 흘려보낸다. 그 덕에 산 사면 곳곳에는 전에 없던 작은 폭포가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10여 분 걷다보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나온다. 여여교다. 이 다리를 건너면 김룡사 부속 암자인 대성암이다. 다리를 건너지 않고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장구목 방면으로 올라간다. 대성암에서 다시 7~8분 오르다보면, 넓은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오른쪽 길을 잡아 장구목으로 치고 올라간다.

굽이져 흐르던 계곡은 장구목으로 가는 등산길을 두 번이나 가로질러 끊는다. 물이 불어난 계곡을 왔다갔다 건널 수밖에 없다. 징검다리로 이용할 바위를 찾아 물가로 붙자 냉기가 엄습한다. 달아오른 몸이 시원해진다. 물가는 문경시내보다 10도 정도나 기온이 낮다고 한다. 운달계곡의 별칭이 왜 '냉골'인지 저절로 깨닫게 된다.



완만했던 등산로는 서서히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계곡도 등산로에서 멀어졌다. 땀이 비 오듯 한다. 계곡이 멀어지자 숲이 만든 그늘이 위안이다. 소나무들이 풍상을 견디다 못해 굽었고, 가지들이 길 안쪽으로 늘어져 녹음을 만든다.

두 번째 계곡을 건넌 후 20분가량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해발 679m 지점에서 희미한 등산로가 두 갈래로 갈린다.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여기서부터 해발 887m의 장구목까지 20분가량
급경사 오르막이다. 산행 초입 때 완만했던 길이 후반으로 가면서 급격하게 가팔라진다.

드디어 장구목. 이정표는 왼쪽으로 가면 운달산 정상이 1.2㎞, 오른쪽으로 가면 장구령이 1㎞ 남았다고 알려준다. 잠시 휴식 후 정상을 향해 왼쪽 오르막길을 잡았다. 10분 정도 오르다 정상에 약간 못 미치는 지점에서 왼쪽으로 등산로를 이탈한다. 전망바위에 오르기 위해서다. 이번 코스에서 거의 유일하게 전망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전망바위에서 조망의 즐거움을 만끽한 뒤 정상으로 향한다. 등산로는 정상 직전에 갑자기 절벽에 막혀 끊어진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이 눈앞에 보이지만 이쪽 절벽에서 저쪽 절벽으로 뛰어 건너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할 수 없이 오른쪽으로 우회한 뒤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로 다시 올라간다. 우회해서 내려가는 등산로는 몸을 뒤로 돌려서 밧줄을 잡고 '라펠링'하듯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급경사다.

우회로를 따라 정상을 향한 능선에 다시 붙자, 길이 온통 뭉글거린다. 말풀이 발목 위까지 풍성하게 자라 초록색 솜이불을 깔아놓은 듯하다. 이 길을 따라 5분 정도 더 걷자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은 숲에 가려 전망을 볼 수 없다.



오랜 산행에 몸이 한껏 더워져 계곡물이 그렇게 그리울 수 없다. 정산에서 석봉산 방면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곧 헬기장을 만나 왼쪽으로 꺾어서 금선대·김룡사 방면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1시간가량 줄곧 내리막을 내려오니 화장암 삼거리 이정표를 만난다. 시원하게 물 흐르는 소리가 다시 들린다. 계곡이 가까워진 모양이다. 마음이 다급하다. 내리막을 조금 더 걷다보니 고즈넉한 돌담이 인상적인 화장암이 나온다. 그러나, 화장암의 사립문은 굳게 잠겼고
대청마루는 먼지가 뽀얗게 앉았다. 빈 절이 된 모양이다.

화장암 옆을 흐르는 계곡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급하게 쏟아진다. 땀을 씻을 요량으로 물에 손을 담갔다가 '헉' 놀란다. 물이 너무 차서 손을 담글 수 없을 지경이다. 조심조심 세수를 하고 머리까지 물에 담갔다. '찡'하며 영혼까지 얼어붙는 느낌이다.

화장암 계곡을 따라 아까 올라왔던 갈림길에 붙는다. 화장암 계곡도 운달계곡에 합류한다. 여기서 김룡사까지는 넉넉잡아 10분이 소요된다. 김룡사는 일제 강점기 때 31본산의 하나로서 50개의 말사를 거느린 큰 절이었으나 지금은 직지사 말사로 편입됐다고 한다. 대웅전을 중심으로 하여 극락전, 응진전 등 전각 48동이 가람을 이루고 있다.

산행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답사
대장 010-3740-9323.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