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특별한 여름휴가, '낙동강자전거길' 횡단 여행기
서울에 거주하는 류수연(28세. 여)씨는 평소 운동을 즐기는 마니아다.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하는 그녀는 최근 자전거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그런 그녀가 여름휴가를 맞아 특별한 여행을 계획했다. 바로 '4대강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출발에 앞서 그녀는 '4대강 이용도우미'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여행 코스를 계획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인천 서해갑문에서 부산 을숙도까지 연결된 국토종주 자전거길(633km)이었다.
하지만 국토종주 전 구간을 완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거리. 한참을 고민한 그녀는 경상북도 지역을 둘러보는 '낙동강종주자전거길(상류)' 코스를 선택했다. 이 코스는 자전거 마니아들 사이에 최고의 코스로 손꼽히는 곳이다. 낙동강 주변의 다양한 문화와 유적지는 물론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함께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 ▲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류수연(28세. 여)씨가 '낙동강종주자전거길(상류)' 코스의 시작점인 안동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여행 준비를 마친 류씨는 지난 주말 자전거를 챙겨 경북 안동으로 향했다. 이른 새벽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버스 짐칸에 자전거를 싣고, 그녀도 버스에 올라탔다. 도시를 벗어나 버스의 창밖으로 넓은 들판이 보이기 시작하자 그녀의 얼굴에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과 긴장감이 서렸다.
3시간 만에 안동에 도착한 류씨는 서둘러 자전거를 챙겨 안동댐으로 향했다. 댐에 도착한 그녀는 먼저 ‘물문화관’에 들러 국토종주를 인증해주는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여행' 수첩을 구매했다.
수첩에는 코스별로 도장을 찍는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이를 다 채우면 국토인증 메달을 받는다. 이곳에서 첫 번째 도장을 찍은 그녀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댐에서 하회마을의 거리는 약 45km 정도. 류씨는 3시간여를 달려 낙동 제12경 '부용경'에 도착했다. '부용대(芙蓉臺)'로 잘 알려진 이곳 정상에서는 마을을 두른 체 흐르는 낙동강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정상에 오른 그녀는 "하회마을의 전경과 낙동강의 아름다움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전경을 감상한 뒤 다시 자전거에 올라 하회마을 안으로 향했다.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한국의 대표적인 동성(同姓)마을로 지난 1984년 마을 전체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됐다.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을을 둘러보던 류씨는 "오랜 세월 유교문화를 고수하며 마을을 지켰다는 점이 대단하네요. 앞으로도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해 나가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 낙동 제12경일 불리는 '부용대'에 오르면 낙동강과 어우러진 안동 하회마을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마을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류씨는 경북 상주에 위치한 '경천경'으로 향했다. 낙동 제10경이라 불리는 이곳은 '경천대(擎天臺)' 주변을 말하는데, 낙동강 1,300리 물길 중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는 곳으로 알려졌다.
내리쬐는 태양빛 속에서 약 40km를 쉬지 않고 달린 류씨는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뙤약볕도 피하고, 잠시 휴식을 취할 겸 경천대 전망대로 향했다. 10분 정도 걸어 전망대에 오르자 그녀의 발아래로 낙동강의 비경이 펼쳐졌다.
- ▲ 류씨가 하회마을의 강변 도로 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곳이 부용대.
기암절벽 위로 솟은 송림과 절벽 아래로 굽이도는 물길, 금빛 모래사장이 어우러진 '경천대'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냈다. 이를 본 류씨는 "낙동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평생 기억에 남을 정도로 멋스럽네요."라고 말했다.
전망대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류씨는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강변으로 난 자전거 길을 따라 약 30분 정도 내려갔다. 그러자 저 멀리 낙동강 8개 보 중 첫 번째인 '상주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로 솟은 3개의 보 기둥의 모습에서 웅장함이 느껴진다. 기둥 위에는 거대한 자전거 모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자전거 도시' 상주의 특징을 나타낸 것이다.
- ▲ 낙동 제10경이라 불리는 '경천대'에서는 낙동강 1300리 물길 중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다.
'상주보'에 도착한 류씨는 곧장 국토종주 인증센터에 들러 도장을 찍고, 센터 2층 전망대로 향했다. 이곳의 전망은 경천대와는 또 다른 풍경이다. 경천대가 동양화와 같다면, 이곳은 현대적인 모습을 간직한 서양화와도 같다.
관람을 끝낸 그녀는 상주보를 출발해 '낙강경(낙단보)'과 '선학경(구미보)'을 차례대로 둘러본 뒤 '호국경(칠곡보)'에 도착했다. 낙동강 상류의 마지막 코스인 이곳은 '칠곡보'를 중심으로 한국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호국의 다리'와 생태공원, 수변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 ▲ 낙동강종주자전거길에서 만날 수 있는 첫 번째 보인 상주보의 모습.
그녀가 도착했을 당시 하늘은 붉은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서둘러 인증센터로 향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이를 본 그녀는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인증스티커도 받을 수 있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인증센터 옆에 마련된 무인인증센터(빨간색 부스)에서 마지막 인증 도장을 찍었다.
모든 일정을 끝마친 그녀는 "스티커를 받지 못해 아쉽지만, 정말 특별하고 잊지 못할 여행이었어요. 자전거를 타고 낙동강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거든요.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우리나라를 둘러봐야겠어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국토종주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녀의 얼굴에는 오전의 긴장감은 온데간데없고,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 4대강 자전거길 여행정보
대표전화 : 1577-4359
홈페이지 : http://www.riverguid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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