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캠핑, 해본 사람만 안다
진짜 캠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가을… 춘천 굴봉산 캠핑장을 가보다
모닥불 피워 놓고~ 수다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가을 밤
- 나무로 기둥 삼고 숲을 지붕 삼아 대자연에서 보내는 초가을의 하룻밤. 일상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숲 속에 파묻히는 가을 캠핑은 편안한 휴식을 즐기며 추억을 만드는 가족 나들이로 적당하다.
새벽이면 코끝에 닿는 바람이 제법 차다. 얼마 전까지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옛 기억'으로 물러서고 있다. 성가시게 달려들던 날벌레도 사라졌다. 한층 부드러워진 한낮의 햇볕이 달콤하게 느껴질 정도다. 바야흐로 '하늘 높고 물 맑은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야외 취침을 즐기는 오토캠퍼에게도 가을은 축복이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당한 기온과 안정된 날씨 덕분이다. 게다가 가을이 되며 한적해진 야영장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캠핑은 확실히 만족도가 높다. 피서객들이 몰리는 여름보다 훨씬 편안하다.
"고수들은 한여름 성수기에는 캠핑을 쉰답니다. 오히려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 진짜 캠핑 재미를 느낀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달 초 만난 강원도 춘천 굴봉산 캠핑장의 홍경희 대표는 한바탕 전투를 치른 장수처럼 약간 지쳐 보였다. 경춘선 굴봉산역 부근의 캠핑장은 한 달 전만 해도 많은 이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에서 가까운 데다 계곡에서 물놀이하며 더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캠핑객(캠퍼)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올해 처음 개장해 시설이나 운영 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희 캠핑장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환경이 장점이자 테마입니다."
그의 말대로 굴봉산 캠핑장의 첫인상은 약간 거칠었다. 손을 많이 보지 않아 깔끔한 맛은 없었다. 캠프사이트 구획도 없어 나무 사이 적당한 공간에 텐트를 쳐야 했다. 취사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약간 허술했다. 하지만 캠프장을 둘러싼 병풍 같은 산자락과 울창한 숲은 훌륭했다. 바로 옆으로 전철이 지나가지만 깊은 산골과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캠핑장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적당한 자리를 골랐다. 큰 나무 밑은 그늘이 좋지만 활동공간이 좁았다. 오히려 주차장 근처의 넓은 공터가 눈에 들어왔다. 여러 사람이 모여 놀기에는 트인 공간이 더 낫기 때문이다. 해가 지기 전 숲 전망이 좋은 널찍한 풀밭에 텐트를 설치했다. 바로 옆에 타프(그늘막 텐트)로 커다란 지붕을 만들어 밤이슬에 대비했다.
- 선선한 가을밤, 화로에 구워 먹는 소시지 맛은 어디에 비할 수 없는 일품이다. 모닥불을 피우고 가족과 친구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며 추억을 만드는 밤이다. /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ydw2801@chosun.com
일교차가 큰 가을철에는 해가 진 후 대개 찬 이슬이 내린다. 가랑비처럼 온 세상을 축축하게 적시는 이슬을 피하기 위해 채비를 단단히 했다.
아이들은 캠핑장에 도착할 때부터 물가에서 어슬렁대더니 결국 계곡에 뛰어들었다. 작은 그물을 들고 고기를 잡겠다며 물속을 이리저리 휘젓고 돌아다녔다. 피라미 한 마리를 포획하는 작은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입고 있던 옷이 흠뻑 젖어 엉망이 됐다. 입술이 파랗게 질려 캠프로 돌아온 아이들이 옷을 갈아입고 불가에 모여 앉았다.
모닥불 피우기는 캠퍼들의 놀이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도시에서는 엄두도 못 낼 독특한 체험이기 때문이다. 특히 밤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가을부터 모닥불은 필수다. 젖은 몸을 말리거나 숯불을 이용해 바비큐 요리를 즐기며 밤 시간을 보내는 낭만을 즐길 수 있다. 모닥불은 캠핑장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모닥불을 피울 때는 밑불을 잘 만들어야 한다. 야영장 구석에 쌓여 있던 커다란 장작을 가져와 도끼로 잘게 쪼갰다. 그리고 번개탄에 불을 붙인 뒤 소나무 가지와 작은 불쏘시개를 그 위에 올렸다. 순식간에 짙은 연기가 야영장에 깔리며 솔향기가 퍼져 나갔다. 자연의 냄새를 맡으며 캠핑장의 밤을 준비했다.
테이블과 의자까지 타프 아래 설치하니 숲 속에 근사한 집이 완성됐다. 편히 쉴 곳이 마련되니 잊고 있던 시장기가 밀려왔다. 급히 아이스박스 속에 굴러다니던 소시지를 꺼내 화로 위에 올렸다. 뜨거운 석쇠 위에서 익어가는 소시지가 너무도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입맛을 다셨다. 캠핑장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특별한 것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 평소에 즐기던 것들도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 맛의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먹는 즐거움을 빼놓고 캠핑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모닥불가에 모여 앉아 요리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슬그머니 해가 졌다. 산골의 밤은 도시와 달리 무척이나 어둡다. 특히 여러 겹 산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유난히 밤이 짙었다. 랜턴을 밝혀 텐트 주변의 어둠을 멀리 쫓았다. 화로에 올린 커다란 장작에 불이 붙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추위에 굳어진 몸이 녹으니 마음도 편안해진다. 조용하고 따뜻한 캠핑장의 가을밤이 좋다.
여행 수첩
굴봉산 캠핑장은 경춘선 굴봉산역에서 남쪽으로 4km가량 떨어진 산속에 자리하고 있다. 올해 처음 개장한 곳으로 아직은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갖춘 수준이다. 깔끔한 캠핑장에 익숙한 이들은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 가깝고 전철로도 접근이 가능한 입지가 장점이다. 또한 캠핑장 인근에 레일바이크, 산악오토바이, 자전거, 서바이벌게임, 수상레포츠 등 레저 기반시설이 즐비하다. 오토캠핑과 체험 레포츠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베이스캠프의 적지로 꼽을 만하다. 4인 기준 오토캠핑장 이용료(전기 제공) 1일 2만5000원(성수기 3만5000원). 010-7150-7508. 홈페이지 www.굴봉산.한국
찾아가는 길
서울 상봉역에서 출발해 굴봉산과 강촌, 김유정역을 거쳐 춘천으로 운행하는 경춘선 전동차(05:10~23:00)가 15~3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춘천행 'ITX-청춘' 고속열차는 강촌역에서만 정차한다. 다른 역으로 가려면 강촌에서 내려 일반 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자가용을 이용하려면 서울에서 양평을 거쳐 춘천으로 이어지는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강촌IC에서 강촌역이나 굴봉산역으로 접근한다. 김유정역은 남춘천IC로 나와 접근하는 것이 가깝다.
캠핑장 인근 즐길거리
경춘선 전철이 개통되며 캠핑장 인근에서 폐철로를 이용한 레일바이크<사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지난 8월 18일 운행을 시작한 경춘선 레일바이크는 북한강을 조망하며 철길을 달릴 수 있다. 굴봉산역에서 가까운 옛 경강역에서 가평역을 왕복하는 7.2㎞ 코스와, 김유정역에서 강촌역, 강촌역에서 김유정역을 잇는 8㎞ 편도 코스가 운행 중이다.
그 중 김유정역에서 강촌역으로 이동하는 코스가 내리막 구간이 많아 편안하게 옛 경춘선의 낭만을 즐기기 좋다. 김유정역에서 출발하는 레일바이크는 주말 낮 시간이면 매진될 정도로 인기다. 철길을 따라가며 중간에 거치게 되는 터널에 설치한 다양한 전시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유정역과 강촌역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2시간 간격으로 레일바이크가 출발하며, 1시간 30분 걸린다. 요금은 4인승 기준 3만5000원. 전화(033-245-1000~2) 예약도 가능하다. railpark.co.kr
맛집
강촌역 주변에는 춘천의 명물 닭갈비와 매운탕 등을 취급하는 곳이 많다. 강촌토종닭갈비(033-261-5949), 닭갈비자존심(033-264-7100), 춘천명동닭갈비(033-261-5174), 명물닭갈비(033-262-8692), 산골식당(261-4521), 토속촌옛날옛집(262-2333) 등이 있다.
가을 캠핑 조심할 것들
1. 가을에는 불을 다룰 일이 많다. 모닥불을 피울 때 항상 어른이 옆에서 지켜보며 불이 번지지 않도록 감시한다. 불 옆에는 반드시 소화기를 비치한다.
2. 땅벌 같은 해충이나 독사를 주의해야 한다. 특히 수풀이 우거진 곳에 캠프 사이트를 설치할 때는 사전에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3. 텐트 속에 난로를 피울 경우 질식 사고에 주의한다. 수시로 환기하고 잠잘 때는 반드시 불을 끈다.
4. 침낭에 뜨거운 물을 담은 물통이나 핫팩을 넣을 경우 저온화상에 조심한다. 특히 감각이 둔한 노약자나 피부가 약한 어린아이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5. 가을은 모닥불 옆에 모여 술을 마시며 즐기는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음주나 소란으로 주변 캠핑객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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