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禽獸)의 보은
고려초 형산강 주진나루에 한 사공 노인이 살고 있었다. 어느해에 홍수가 나자. 상류에서 사람을 비롯하여 동물이나 곡식들이 많이 떠내려 왔다고 한다.노인은 위험을 무릅쓰고 배를 강에 띄워 사람과 짐승들을 구해냈다.저녘 무렵,노인도 지친 나머지 배를 밖으로 저어가고 있는데 노루 한 마리가 허우적대며 떠내려 오고 있었다.노인은 얼른 배전으로 끌어올렸다.큰 뱀도 한 마리 건져올렸다. 이번에는 열대여섯 되어 보이는 소년이 떠내려오고 있었다.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죽을 힘을 다해 건져올려서 간호한 결과얼마후, 간신히 의식이 돌아왔다. 강가로 나온 노인은 노루와 뱀을 놓아 주었다. 소년은 집으로 데려와서 완전히 소생할 때까지 돌보면서 알아보니 고아라고 하였다. 그래서 외롭던 노인은 그 소년을 양자로 삼아 글도 가르치고, 도선일도 시키며 오손도손 함께 살 게 되었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 하루는 노인의 집에 노루 한 마리가 나타나서 낑낑대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노인이 구해준 바로 그 노루였다. 노인이 마당으로 나오자 노루는 노인의 옷소매를 끌어당기며 어디로 가자는 듯 자꾸만 조르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노인은 노루를 따라 산으로 올라갔다. 어느 곳에 이르러 노루가 가리키는 곳을 파보았다.조그만 상자가 하나 나왔는데 열어보니 금은보화가 가득하였다. 노인은 이를 팔아서 논밭을 장만하여 부자가 되었다.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게 되자, 양자가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다. 글공부와 일은 뒷전이고 밤낮없이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술판을 벌이는 한편 여자와 도박을 가까이 했다.노인은 이를 말려 보았지만 반성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보다못한 노인은 파양자 선언을 하게 되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양자는 연일현 관아에 찾아가서 양부가 사람을 죽이고 그 재물을 약탈하여 부자가 되었다고 거짓 고발을 하였다.연일 현감은 노인을 잡아다가 하옥시켜 버렸다. 양부를 감옥에 넣은 후에도 양자는 방탕한 생활을 계속하였다. 노인은 살인강도라는 엄청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억울함을 하소연해 보았지만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오히려 나머지 죄까지 추궁한다며 혹독한 고문에 시달려야 했다.
고통 속에서 수십일을 보내던 어느날 밤이었다. 느닷없이 커다란 뱀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노인을 덥썩 물고는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기진맥진해 있던 노인은 놀라고 아팠지만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혼자 상처만 부둥켜 안고 있었다. 뱀독이 퍼지면서 의식이 가물가물해져 갔다.노인은 차라리 죽는게 났겠다는 생각으로 누워 있었다.바로 그때 사라진줄 알았던 뱀이 어떤 풀잎을 물고 와서는 상처위에다 붙여 주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홍수때 살려준 바로 그 뱀이었다. 그 약초를 붙이고나자 이내 의식이 돌아왔다.
노인은 참 괴이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잠을 청하였다. 그때 밖에서 옥리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귀를 귀울여 보니 조금 전에 현감 부인이 뱀에게 물려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여러 가지 약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다는 겄이었다. 이 말을 들은 노인은 뱀이 다녀간 이유를 그제서야 알았다. 노인은 옥리들에게 소리쳤다. 자신이 뱀독을 치료하는 묘법을 알고 있으니 현감께 알려달라고 하였다. 이 말을 전해 들은 현감은 노인을 집으로 불렀다. 노인은 뱀이 주고 간 그 약초를 부인의 상처에 붙여 주었다. 얼마지 않아 죽어가던 사람이 숨을 크게 내쉬며 일어났다.
현감은 크게 고마워 하면서 노인에게 그 비법을 물었다.노인은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자세하게 이야기 하였다. 이야기를 다 들은 현감은 짐승보다 못한 양자를 잡아다가 감옥에 가두고 노인은 풀어 주었다고 한다.
(자료 : 경북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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