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산사(塔山寺)의 폐사(廢寺)
청하면 황암리에 신라 고찰 탑산사지가 있다. 탑산사는 신광 법광사의 말사였지만 전답을 수백 마지기나 소유하고 있었다. 추수때가 되면 승려들은 지주로서 횡포가 심했으며 소작인들을 몹시 괴롭혔다.
어느 해 승려 한 사람이 추수 분곡을 위하여 소작인 집에 들러서 후한 대접을 받고 돌아오다가 취기에 못이겨 원구붓재에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한기를 느껴 깨어보니 아주 큰 호랑이가 앞에 턱하니 앉아 있었다. 대경실색한 승려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하니 범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어사용」을 부르며 고개를 넘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넋이 반쯤 나가있던 승려는 죽을 힘을 다해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어사용을 부르며 다가온 사람은 태연스럽게 범을 향하여 꾸짖는 것이었다.
“너는 산중의 왕이라고 하나 만물의 영장인 사람을 해하겠다니 용서할 수 없다.”
그리고는 범을 힘껏 차서 계곡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범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범은 계곡에서 기어올라 와서 사람에게 달려 들었다. 사람과 범은 생사를 건 혈투가 벌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이 점점 밀렸다. 힘이 빠진 사람이 승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 ‘이놈’ 하는 한 마디만 해주면 내가 범을 잡을 수 있소. 빨리 고함을 쳐주시오.”
하고 애원하였다. 그러나 승려는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을 쳐 버렸다. 옷은 누더기가 되었으며, 온몸은 피투성이가 된 채 돌아온 승려에게 주지스님이 그 원인을 물었다. 승려는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말을 다 들은 주지는 크게 화를 냈다.
“석불을 모신 몸으로 음주 혹취가 부당하고, 사무(寺務)를 띄고 나가서 속가의 폐를 끼침이 부당하고, 인호상쟁(人虎相爭)에 사람을 도와야 하는 길을 망각함은 대자대비의 불제자로서 파문의 큰 죄를 범하였으니, 내가 부처님을 대신하여 사문살정(死門殺精)을 하노라.”
주지는 목침으로 승려의 머리를 쳐서 죽였다. 당시의 나라 법에는 승려가 살인하면 참수하고 그가 있던 절은 폐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탑산사는 폐사 처분되었다고 한다.
(자료 : 영일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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