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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 사케 시장, 막걸리가 이끈다?

호젓한오솔길 2012. 11. 6. 22:45

 

일본 내 사케 시장, 막걸리가 이끈다?

 

 

최근에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미디어 중 하나인 산케이 미디어에서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나왔다. 기사 제목은 ‘막걸리에 지지 말아라, 한일 탁주전, [탁함]과 [탄산(거품)]으로 맹반격 나서’란 내용이다. 내용은 일본에서는 사케 시장이 계속해서 시장이 축소되어가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막걸리가 그나마 그 시장을 플러스로 견인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일본 내의 사케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해외시장과는 달리 1990년대 들어와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93년도 136만 톤이 생산된 사케는 비하면 작년에는 겨우 60만 톤을 넘었을 뿐이다. 

일본식 막걸리, 대부분 유리병에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에서도 막걸리와 비슷한 탁주가 있어

일본에서도 일본 나름의 전통 막걸리가 있다. ‘니고리슈’ 또는 ‘도부로크’라고 불리는 이 탁주는 얼마 전까지 알코올 도수 15~16도가 주류를 이룬 고도수의 주류이다. 우리나라 막걸리와 같이 저 도수인 경우도 많지 않고, 대부분이 열처리한 살균에 탄산이 없는 나머지 그 인기가 점점 사그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일본식 막걸리가 다시 회생은 물론, 일본식 사케 시장의 부활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제2의 도시인 오사카의 대표적인 백화점인 한신백화점의 식품코너에서는 이번 달 들어 여름의 ‘생주 특집’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식 막걸리를 특별 판매하고 있다. 효모균이 살아있는 생주를 포함하여, 달콤한 맛, 새콤한 맛 등 다양한 막걸리가 진열되어 있다고 말이다.

일본의 사케 부활은 막걸리 붐이 이끌어

이러한 현상을 해당 기사는 3년 전부터 시작한 한국의 막걸리 붐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막걸리 붐이 일면서 니고리슈(일본 전통 막걸리 명칭)도 판매가 늘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막걸리로 인해 탁주의 맛을 안 젊은 여성들이 일본의 막걸리에도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본산 막걸리를 판매하는 이 백화점에서는 매출이 작년 대비 2배나 늘었다고 한다. 즉 일본의 전통 막걸리는 한국의 저도수와 생으로 무장한 한국의 막걸리를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 막걸리 붐을 견인한 것이 여성 소비자다 보니 일본의 사케 주조장도 여성을 타겟으로 한 다양한 상품을 출시 및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 모니터를 모집하여 분석을 시키기도 하고, 다양한 서양요리레스토랑과 공동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식 막걸리 판매가 왜 사케 시장의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특이하게도 일본 주류시장에는 주세법에는 탁주라는 항목이 없기 때문이다. 즉 쌀로만 빚고 첨가물이 없으면 모두 청주(일본식 사케)로 인정이 되다 보니, 이렇게 일본식 막걸리의 매출이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일본 사케의 매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부러울 수 있는 일본의 막걸리 소비층

어떻게 보면, 일본에서 지속되고 있는 막걸리 붐이 조금은 부럽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은 젊은 여성이 즐기는 웰빙주라는 개념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일본 주류 제조산업자체에 큰 영향까지 미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막걸리가 저렴한 아저씨들의 술로만 인식될까? 보다 막걸리가 젊어지는 방법은 없을까? 일본의 사케 주조장이 우리나라 막걸리를 벤치마킹 했듯이 우리나라 막걸리도 일본의 막걸리 시장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주류문화 컬럼니스트/명욱 <
mw@juroju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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