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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 텃밭… 봄이 들어왔다

호젓한오솔길 2013. 5. 6. 08:17

 

집 안에 텃밭… 봄이 들어왔다

  • 글·박세미 기자 
  • 사진·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베란다 텃밭에서 10가지 채소 키우기… "참, 쉽다"

‘우리 집 베란다에도 봄이 왔습니다!’베란다에 텃밭을 들이면 공간도 한결 싱그러워지고, 따 먹는 재미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스티로폼 박스 등에 흙을 담고 씨를 뿌린 뒤 이틀에 한 번꼴로 물을 주면 별다른 관리 없이도 잘 자란다. 선반이나 인테리어용 새장, 조경용 나뭇가지를 함께 놓으면 세련된 분위기도 낼 수 있다.

 

봄 소식은 집에 가장 늦게 도착한다. 산과 들은 만물이 소생하는 연둣빛으로 가득한데, 정작 내가 지내는 집은 여태 거둬들이지 않은 두꺼운 겨울 이불이 굴러다니고 있다. 그러나 봄을 좇아 무작정 바깥으로만 도는 건 내 집에 너무 미안한 일 아닌가?

지금부터 '봄과의 접점(接點)'인 베란다에 눈을 돌려보자. 갖가지 지저분한 잡동사니가 굴러다니는 삭막한 이곳에 따뜻한 봄을 '이식(移植)'하는 거다. 집에서 놀기 좋아하는 '초식 남녀'든 거친 자연을 뛰놀고픈 '육식 남녀'든 모두가 그리워하는 땅의 향기와 풀내음을 선사하는 '베란다 텃밭'이다. 씨앗을 뿌리고, 흙을 만지고, 물을 주고, 내 눈으로 파릇파릇한 잎이 쑥쑥 자라는 걸 지켜보는 일. 그 잎과 열매를 따 내 혀 위에 올려놓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아파트든 단독주택이든 어디서 살든 상관없다. 내가 씨앗을 뿌린 이곳, 나의 베란다가 곧 봄이다.

그늘에서 자라는 새싹 무순. 안 쓰는 머그컵도 훌륭한 화분이다. 바닥에 키친타월을 깐 뒤 물을 적시고, 서로 겹치지 않게 씨앗을 뿌려 다시 한 번 물을 주면 금세 자란다. 물은 하루 3~4번 분무기로 줘야 한다.

 

봄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는 지난 22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그녀'의 아파트에 찾아갔을 때 기자의 눈에 펼쳐진 건 연둣빛 싱그러운 채소밭이었다. 6.6㎡(2평) 남짓한 베란다에 텃밭이 가득했다. 어떤 것은 바닥에, 어떤 것은 선반 위에, 어떤 것은 벽에…. 봄기운을 잔뜩 머금은, 도심 한가운데서 만나는 채소라니! 베란다 한가운데 걸린 칠판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5월 채소밭: 상추, 치커리, 근대, 방울토마토, 쑥갓, 강낭콩, 완두콩, 청경채, 바질, 샐러리.'

이 베란다 텃밭의 주인은 채소 소믈리에 박희란(33)씨다. 인기 블로그 '바키의 베란다 채소밭(blog. naver.com/vakivaki)'과 가드닝 쇼핑몰 '브이가든(www.vgarden.co.kr)'을 운영하며 저서 '웬만한 건 다 키워 먹는 베란다 채소밭', '그녀의 아지트, 베란다' 등을 냈다. 평범한 아기 엄마이자 주부, 지금은 만삭의 임신부가 된 그녀는 어떻게 베란다 텃밭 전문가가 됐을까.

"2009년 가을이었어요. 돌도 되지 않은 아들 이유식을 만들기 위해 늘 그렇듯 마트에서 유기농 야채를 구입했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유기농이라면, 그냥 집에서 키워봐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마 농사를 짓던 친정부모님 영향 덕분에 쉽게 용기를 냈던 것 같아요. 그 길로 청경채 씨앗을 샀고, 뿌렸죠."

사계절 채소인 청경채는 파종(播種)한 지 두 달 만에 따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자랐고, 그녀는 그 길로 본격적인 '베란다 텃밭 가꾸기'에 나섰다.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딴 것도 이때쯤이고,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다. 지난 4년간 이렇게 베란다에서 키운 채소만도 무려 80여 종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은 20여 종 정도 키우고 있다.

취미가 업(業)이 돼 자타공인 텃밭 전문가가 된 그녀에게 '결혼 3년차 빵(0)점 주부'인 기자가 오만가지 걱정을 담아 물었다. "저희 집 아파트 베란다엔 풀 한 포기 없어요. 자전거와 아기 장난감, 죽어버린 난초 화분이 널려 있죠.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 정서를 위해, 그리고 삭막한 집에 좋은 봄기운을 들이기 위해, 텃밭을 한 번쯤 가꾸고 싶어요.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녀의 답은 명쾌했다. "먼저 씨앗을 사세요. 흙하고요. 그다음엔 물을 주면 되죠."

(맨위부터) 어린 열무, 청경채, 상추 등을 심은 플라스틱 페트병 화분. 가로로 눕힌 1.5L짜리 페트병을 위에서 절반 정도 잘라낸 뒤 채소용 상토를 넣고 씨를 뿌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울토마토 새싹. 위 사진은 홈런볼 과자 상자를 활용한 화분이고, 아래는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이용한 것이다. 반드시 바닥에 송곳으로 구멍을 내줘야 하며, 새싹이 한 뼘 정도 크기로 자라면 큰 화분으로 옮겨심는다.

 

초보자라면 근대·쑥갓·청경채부터

빵점주부(기자·이하 '빵'): "어렸을 때 말고는 식물을 거의 키워본 적이 없어요. 초보자라면 어떤 채소부터 키우면 좋을까요?"

박희란(이하 '박'): "3가지 정도 추천해요. 근대와 쑥갓, 청경채이지요. 모두 잎채소(쌈채소)인데, 키우는 데 손이 비교적 덜 가고 금방 수확해 따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전부 봄에 잘 자라는 채소이기도 하고요."

: 어, '국민 쌈채소' 상추가 없네요?

: 상추는 은근히 키우기 힘들어요. 모종(어린 식물)을 사다 심으면 쉽지만, 씨앗을 뿌려 키우면 재배 초기부터 본잎을 뽑아 재배치하는 등 상당히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요.

: "봄에 키우기 적합한 채소가 따로 있나요?"

: "사실 4~5월은 거의 모든 채소의 재배 적기(適期)예요. 굳이 그중에서 몇 가지 고른다면, 상추, 치커리, 근대, 쑥갓, 청경채, 바질, 샐러리, 방울토마토, 강낭콩, 완두콩. 지금 씨앗을 뿌려도 한두 달이면 따 먹을 수 있어요."

비료는 모자라다 싶을 정도만, 환기가 더 중요!

: "베란다 텃밭을 만들기에 앞서 제일 걱정되는 게 벌레예요. 진딧물이나 개미, 이런 것들이요."

: "음, 잘 관리해도 조금씩은 생기거든요. 벌레를 최소화하는 세 가지 팁(Tip)을 기억하세요. 첫째는 환기. 눅눅한 환경에서 벌레가 잘 생겨요. 둘째는 천연 살충제예요. 저는 두 가지 방법을 쓰는데, 물엿과 물을 섞거나 우유와 물을 섞은 액체를 뿌리죠. 벌레가 비리비리해질 때 물로 확 씻어내면 돼요. 셋째는 주변 공원에서 흙을 퍼오지 않는 것이에요. 온갖 벌레가 꼬이는 지름길이거든요. 반드시 채소용 상토를 사서 쓰셔야 해요."

: "흙먼지가 실내로 들어오진 않을까요?"

: "겉흙이 말랐다 싶으면 분무기로 꾸준히 수분을 공급해주세요."

: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도 걱정인데…."

박: "화분 받침이나 방수 시트를 깔면 그리 큰 걱정 안 해도 돼요. 또 화분을 선반 위에 놓으면 베란다 바닥이 지저분해지는 것도 막고, 세련된 인테리어 효과도 누릴 수 있죠. 전 타일 바닥보다 비닐 장판으로 마감한 베란다를 추천해요. 물걸레로 쉽게 닦을 수 있거든요. 공사가 여의치 않다면 화분 아래에만 장판을 깔아주세요."

: "비료 주는 것도 좀 번거롭지 않을까요?"

: "대부분의 베란다 채소가 영양 과다(過多)로 죽어요. 충분한 환기(하루에 30분 이상 한 번, 봄·여름에는 볕 드는 시간 내내), 이틀에 한 번꼴로 물 공급만 해주면 비료는 안 줘도 무방해요. 물론 열매채소(수박·가지 등)인 경우엔 어느 정도 자라면 비료를 주는 게 좋지만, 이럴 때도 최소한으로, 한 달에 두 번 정도만 줘야 해요."

맞벌이는 모종부터… 아이들에겐 방울토마토 맡겨보세요


플라스틱 우유통을 반 잘라 그 안에서 키우는 어린 배추. 뒤로 무성하게 자란 청경채가 보인다. (오른쪽)조경용 사다리에 청경채와 근대를 군데군데 놓으니 마치 진짜 전원(田園)에 온 느낌이 든다. 오른쪽 꽃을 피운 채소는 채심. 맥주 팩에 담았다. /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 "혹, 비료 값이 비싸진 않나요?"

: "직접 만들어보세요. 간단하게 달걀 껍데기를 부숴주거나, 요즘 커피숍에서 나눠주는 커피 찌꺼기를 주는 것도 좋아요."

: "흙, 씨앗, 비료… 다 어디서 사나요?"

: "인터넷이나 대형마트 원예 코너에서 구입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다농(www.danong.co.kr), 청화산농원(www. chsfarm.co.kr), 농업개발연구소(www. mushspawn.com) 등에서 구입해요."

: "저는 맞벌이라, 채소 돌볼 시간이 없는 게 제일 큰 걱정이에요."

: "그럼 씨앗 말고 모종을 키우세요. 힘도 덜 드는 데다 금세 자라거든요. 한두 가지 기본 쌈채소에 집중하되, 거기서 차츰차츰 개수를 늘리면(종류 수가 아니라!) 재미도 있고 식탁 경제에도 도움이 될 거예요."

: "아이에게 '이건 네 거야' 하고 키우게 할 만한 채소가 있을까요?"

: "쌈채소보다 열매채소를 추천해요. 새싹이 자라고 열매 맺는 기다림을 한껏 안겨다 주거든요. 강낭콩이나 완두콩, 방울토마토 등이 비교적 아이들이 쉽게 키울 수 있는 열매채소입니다."

: "베란다에 짐이나 빨래건조대를 두는 집도 많은데요."

: "가능한 공간에만 작은 선반을 놓고 텃밭을 꾸리면 되요. 하지만 빨래건조대를 텃밭과 같이 두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빨래가 건조하는 과정에서 습기를 내뿜는데, 채소에 벌레가 꼬이기도 하고 빨래에서 냄새가 나거나 곰팡이가 스는 원인이 되기도 하죠."

: "볕이 잘 안 들거나 바람이 안 부는 아파트는 텃밭을 포기해야 하나요?"

: "종류를 달리하면 돼요. 일반적으로 주방에서 키우는 '키친가든'을 베란다에 꾸미는 거죠. 대표적으로 숙주나물, 콩나물, 대파, 고구마순, 미나리, 새싹채소 같은 것들이에요.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고, 1~2주면 수확해서 먹을 수 있어요."

1년에 5만원이면 OK, 화분은 재활용품!

: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 "봄·여름(상반기), 가을·겨울(하반기)에 기본 쌈채소 3가지씩 키운다고 가정하면 각각 2만~3만원 정도 들어요. 씨앗과 흙을 포함해서요. 씨앗 하나를 사면 보통 100~1000개는 들어 있기 때문에 두고두고 뿌릴 수 있죠."

: "배(수확량)보다 배꼽(재배비용·노동력)이 더 큰 거 아닐까요?"

: "사실 베란다에서 많은 양은 수확하지 못해요. 하지만 쌈채소 같은 건 한 번 따면 3인 가족 기준으로 한끼 식사 정도 할 수 있고, 과일 같은 경우는 의외의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여기에 정서적 충만감이나 아이들 교육을 생각하면 가치를 환산할 수가 없지요."

: "화분 값은 포함을 안 시키셨는데, 어디서 키워요?"

: "보시면 아시겠지만, 재활용품으로 화분을 만드는 게 경제적이에요. 저 같은 경우 택배 스티로폼 박스를 가장 즐겨 쓰고, 테이크아웃 커피컵이나 아기 분유통, 맥주·우유·생수 페트병, 탄산수 유리병, 심지어 못 쓰는 고무장화까지 온갖 것들을 다양하게 동원하고 있어요. 얼마 전 장난감 트럭에 흙을 채우고 채소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아이가 무척 좋아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