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보슬 비가 내려요… 숲으로 여행 떠나요
날씨·시간대별 숲 즐기기
숲을 즐기기에 좋은 계절, 숲해설가들은 말합니다. "오늘의 숲은 어제와, 내일의 숲은 오늘과 다르며 한낮의 숲은 새벽의 숲과, 저녁의 숲은 한낮의 숲과 다르다"고. 날씨와 아침·점심·저녁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여름의 숲. 지금 만나러 갑니다.
- 비 오는 날의 숲은 ‘발견의 재미’가 있다. 숨어있던 달팽이나 개구리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종로구 부암동 백사실계곡 부근에서 우중(雨中) 숲 체험을 하고 있는 숲해설가 오수경(맨 왼쪽)씨와 숲 체험 참가자들.
■달팽이·지렁이 관찰하기 좋은 우중(雨中) 숲
비 내리는 숲은 어떨까. 보슬비가 내리던 지난 11일, 비옷을 단단히 챙겨입고 종로구 부암동 백사실계곡을 찾았다. 오솔길 따라 숲으로 들어갈수록 흙 냄새, 풀 향기가 강하게 피어올랐다. 비 오는 날의 숲은 짙은 향, 짙은 색으로 단장한다.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던 달팽이가 느릿느릿하게 기어가는 모습이나 비를 맞은 송충이가 나무 줄기에 매달려 있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종로구에서 활동하는 서울시 숲해설가 오수경(49)씨는 "비 오는 날에는 달팽이, 지렁이, 개구리 그리고 각종 새들의 생태를 관찰하기 좋다"고 말했다. "특히 백사실계곡은 도롱뇽 서식처로 운이 좋다면 도롱뇽을 목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촉촉하게 젖은 땅바닥엔 비를 맞고 떨어진 앵두며 뽕나무 열매 등이 흩어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숲 체험은 맑은 날 한낮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보다 다채롭게 숲을 즐길 수 있다. 강동구에서 활동하는 서울시 숲해설가 강현애(51)씨는 "바람이 심하거나 폭우가 내리는 날엔 숲 체험을 피해야 하지만 보슬비처럼 비가 잔잔하게 내릴 때는 맑은 날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감성의 숲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비오는 날 숲에 갈 때는 비옷과 투명 우산만 준비해도 즐거운 숲 체험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달팽이나 각종 곤충의 배와 등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배면관찰경, 돋보기 등을 가져간다면 육안으로 보기 힘든 생명체의 신비로운 모습도 만나게 된다. 아이와 함께라면 투명 우산에 컬러 유성펜을 이용해 우산 안쪽에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재미있다. 강씨는 "우산 안쪽에 살고 싶은 집을 그린 후 우산을 들어 비 오는 하늘을 올려다보면, 우산에 그린 집에 숲이 그대로 배경이 되는 재미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비 온 다음 날은 청진기를 활용해 '나무 맥박 소리'를 들어보는 활동도 해볼 만하다. 나무 맥박 소리란 식물의 물관이 삼투압 작용에 의해 물을 빨아올리는 소리로 침엽수보다는 활엽수에서, 껍질이 두꺼운 나무보다는 껍질이 얇은 나무에서 더 잘 들린다.
■아침에는 새, 한낮에는 꽃 관찰
- 숲 체험 참가자 박혜진·이하은 모녀가 벌레 먹은 나뭇잎을 살펴보고 있다.
숲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갈 때마다 다양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숲해설가들은 "숲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즐기는 게 정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땅에 기어다니는 벌레나 새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하려면 이른 아침에 가는 것이 좋다. "이른 아침은 사람들의 발길이 적어 벌레들이 활동하기 좋은 시간대로 새들도 벌레를 잡아 먹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라는 게 숲해설가들의 설명이다. 한낮은 활짝 핀 꽃과 날아다니는 곤충을 목격하기가 쉽다. 요즘같은 여름엔 오전 10시부터 정오까지가 숲이 피톤치드를 왕성하게 뿜어내는 시기. 삼림욕을 즐기려면 이 시간에 숲에 가면 된다. 야간 숲 체험도 해볼 만하다. 낮보다 시야 확보가 쉽지 않은 시간대에 후각과 촉각에 의존해 걷다보면 감각이 더욱 예민하게 깨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가족과 손을 잡고 숲의 향기를 느껴보고, 숲 속 동물이나 각종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며 걸어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몇 가지 숲 체험 활동을 더하면 숲은 더욱 즐거운 자연 놀이터가 된다. 강현애씨는 맑은 날 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숲 체험 활동으로 '나뭇잎 배 힐링'을 추천한다. 신갈나무나 쪽동백의 잎 등 넓은 나뭇잎을 준비해 한쪽에는 소원을 쓰고 다른 한 쪽에는 버리고 싶은 습관을 쓴다. 그리고 이 나뭇잎을 배 모양으로 접어 체험 활동을 함께하는 친구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눈 후 흐르는 계곡 물에 띄워보낸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별도의 준비물 없이 쉽게 해볼 수 있다.
아이들에겐 나뭇잎을 조각내 맞춰보는 퍼즐도 재미있다. 표면에 거친 털이 있어 옷에 잘 달라붙는 환삼덩굴을 아이들 가슴에 브로치처럼 붙여주기만 해도 숲 체험이 더욱 즐거워질 수 있다. 단, 자칫 긁혀서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잎을 딸 땐 조심하는 게 좋다.
■긴소매 착용, 채집한 곤충 관찰 후 놓아줘야
숲을 오롯이 즐기기 위해선 몇 가지 준비도 필요하다. 풀에 베이거나 벌레에 물릴 수 있으므로 되도록 긴소매의 옷을 착용하는 게 좋다. 모기 등에 물리지 않도록 숲 체험 전 해충기피제 등을 뿌리는 것도 방법이다. 식물도감, 곤충도감 등 도감을 챙겨 가면 숲 체험 중 발견한 식물과 곤충들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숲 체험 활동 중 잎을 딸 땐 되도록 줄기 위쪽에 있는 잎보다는 아래쪽 그늘진 곳에 있는 잎을 따고, 관찰을 목적으로 곤충이나 벌레를 채집했다면 관찰통에 넣어 관찰한 후 다시 놓아주도록 한다. 숲 속에는 위험한 지역도 있으니 허락된 곳에서만 숲 체험을 하는 게 좋다. 한편, 서울시에선 11월까지 서울시내 주요 공원과 산에서 ‘자연생태체험교실’과 ‘숲길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 구에서 진행하는 자연생태체험교실과 숲길 여행 프로그램은 ‘서울의공원’ 홈페이지(parks.seoul .go.kr)에서 확인 가능하다.
글 박근희 기자 | 사진 염동우 기자 | 도움말 오수경·강현애·우성윤 서울시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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