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금북정맥 3구간 (중티재~ 상암재~ 국사봉~ 추정재)
솔길 남현태
찬바람을 피해가며 전국을 화사하게 물들이던 벚꽃이 비바람과 함께 사그라지고, 꽃 떨어진 가지에 반짝이는 연둣빛 잎새 돋아나는 날씨에 모두가 덥다 덥다 여름 노래를 부른다. 겨울 눈치를 보며 올 듯 말듯 망설이던 봄이라는 계절은 슬며시 다가와 잠시 어물쩍거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훌훌 털고 미련 없이 떠나가는 매정한 손님이다.
5월 9일 세월호 대통령을 뽑는 대선 열풍에 화끈하게 달아오른 4월 셋째 주말은 토요일 출근을 하였는데, 어제까지 쌀쌀하던 날씨가 갑자기 확 풀어져 기온이 27도까지 올라가 더위를 느끼게 하더니, 고운산정 산악회와 함께 진행중인 한남금북정맥 3구간을 산행하기로 한 일요일에는 기온이 더욱 올라간다고 예보를 하여, 물병을 꽁꽁 얼려 배낭을 채우고 여름 복장으로 산행 준비를 한다.
종주대원으로 가입하여 부 대표로 몸 담고 있는 포항 고운산정 산악회는 포항에서는 유일하게 대간과 정맥, 지맥의 마루금을 이어가는 의미 있는 산악회라고 자랑을 해야겠다. 회원은 20명 남짓 많지는 않지만, 일반 테마산행을 주로 하는 타 산악회와는 달리 한반도의 산줄기 1대간 1정간 13정맥 완주를 꿈꾸는 대원들이 모여서 자발적으로 운영해가는 산악 동아리 모임이라고 해야겠다.
이번 주에 산행하게 될 한남금북정맥 3구간은 지난 달에 산행을 마친 충북 보은군 중티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시루산, 구봉산, 도랑이재, 벼재고개, 대안리고개, 금적지맥 분기점, 쌍암재, 새터고개, 팔봉지맥 분기점, 살티재, 국사봉을 거처 충북 청원군 추정재까지 이어지는 약 20Km 거리를 봄 꽃들과 함께 어울려 오르내리는 지루하지 않는 산행 길이 예상된다.
아침 5시 출발 시간에 맞추어 얇은 여름 옷에 바람막이 하나 걸치고 4시 40분에 집을 나서니 날씨가 참 포근하게 느껴진다. 5시에 포항시 북구 두산위브 사거리에서 출발하여 부산프라자, 창포사거리, 우현사거리, 천령산 막걸리, 양학 육교, 한방병원, 승리아파트, 공대정문, 지곡 롯데마트에서 마지막 대원들을 태우니, 오늘 산행에 참여한 대원이 신입회원이 2명 참여하여 겨우 19명이라고 한다.
모자라는 잠을 보충하면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선산 휴게소에 잠시 들렸다가 아침 8시 15분경에 지난달에 하산을 한 충북 보은군 산외면 중티리 마을 앞 19번 고속국도 위에 정차하고, 모두 서둘러 도로 아래로 내려와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아침 8시 20분경에 연둣빛 푸르러 오르는 중티고개를 향하여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다리 아래 누런 갈대 사이로 흘러내리는 봄 풍경 바라보며 종종 걸음으로 서둘러 다리를 건너니, 포항 보다 기온이 낮은 이 곳은 이제 개나리가 한창 피어나고 있어 잠시 걸음을 멈추며 노란 개나리 사진 몇 장 담아본다. 시멘트 농로를 따라 오르다가 산자락에 접어들면서 돌아본 푸른 봄빛이 돋아나기 시작하는 들판과 은은한 농촌의 아침 풍경이 평화롭게만 느껴진다.
진달래가 한창 피어나는 길 따라 옛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움품 패인 중티고개에 올라서서 한남금북정맥 마루금을 이어간다. 포항에는 이미 지고 없는 진달래가 한창 피어나고 있는 능선길 따라 가파른 길 잠시 걸어 오르니, 노송 아래 누구의 정성인지 편석을 쌓아 올려 만든 제단이 설치되어 있다.
이어지는 오르막 길은 진달래 만발한 작은 봉우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기념사진도 찍어가면서 꽃 대궐 능선 길은 이어진다. 눈부시게 화사한 진달래 무리의 열병식을 받으며,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능선 길은 시루산 정상에 올라선다. 진달래 물들인 시루산 정상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꽃길 따라 내리막 길 내려서니, 골재 채취장 절벽이 나타나면서 시원한 조망을 틔워준다.
연둣빛으로 곱게 물들어가는 골짜기와 산봉우리들 바라보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걸음은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길은 가지 끝에 연초록 피어나고 연분홍 진달래 뿌려놓은 환상의 오솔길은 이어진다. 정맥 마루금을 붉게 물들인 진달래 꽃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길 꽃 산행도 식후경이라 배가 고픈 대원들은 493 봉우리에서 간식을 펼친다.
훨훨 타오르는 환상의 꽃길 따라 걷는 걸음 진달래 물결 너머로 숨가쁘게 돋아나는 연초록에 파고드는 햇살이 눈 부신다. 수채화 같은 꽃길 따라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구봉산(516m)에 도착하니, 정상으로 몰려온 진달래 무리 너머로 올망졸망한 산줄기들 첩첩이 펼쳐진다.
조망 시원한 꽃동산 위에서 모두 배낭을 풀고 기념사진도 찍으며 사방을 둘러보고 잠시 쉬어간다. 멀리 가야할 산봉우리들 연초록 위에서 가물거리고, 진달래 너머 산골짜기 나른한 농촌 마을 봄 풍경 정겹다. 진달래 화원 구봉산 위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 다급하게 내리막길 내려서더니 오막한 고갯길 도랑이재를 건너고, 다시 올랐다가 내려서는 길 무덤이 있는 고개로 내려선다.
이어지는 오르막 길은 계곡 상류를 돌아 마루금길 내려서면서 바라본 걸어온 연둣빛 능선 정겹게 따라 오고, 유난히 붉은 진달래 앞에서 걸음 멈춘다. 벼재고개에 도착하여 잠시 그늘에 걸음을 멈추고, 간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후미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 후 오르막길 오르면서 돌아본 풍경 화창한 봄 볕이 따갑게 느껴진다.
비탈 길에 피어난 각시붓꽃 앞에서 잠시 걸음 멈추어 접사를 해보고, 421 봉우리 올랐다가 내려서는 길가에 늘어선 무덤가에 여기저기 할미꽃이 피어 있다. 무덤 주위에 피어난 할미꽃 앞에 엎드려 허리 꼬부라진 할미꽃들을 하나하나 접사를 해보고, 발걸음은 2차선 도로가 가로 지르는 '대안리고개'를 건넌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피어 있는 대안리 고개를 건너 잠시 오르던 시원한 소나무 그늘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둘러앉아 든든하게 점심을 먹은 후 이어지는 발걸음은 조금은 거친 바위가 박힌 오르막 길에서 가파른 숨이 차오른다. 잠시 가파른 비탈길 밀고 오르니 진달래 화사한 봉우리에 올라서고, 만발한 진달래 꽃길 따라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던 능선길은 금적지맥 분기점 봉우리(461m)에 올랐다가 잠시 돌아내려와 시원스럽게 트인 쌍암재 언덕배기 내려선다.
가로수 벚꽃이 화창하게 피어 있는 쌍암재 도로에서 만개한 벚꽃 아래 벚꽃놀이 온 기분으로 모두 탄성을 지르며 현수막을 펼치고 기념 사진을 찍어본다. 상암재를 건넌 언덕 위에서 큰구슬붕이를 만나 잠시 몇 장 접사를 해보고 무덤가에 늙어가는 현호색 무리 초상화 몇 장 그려본다.
가족 묘지가 있는 언덕배기 연둣빛으로 곱게 물들어가는 풍경 바라보며, 작은 봉우리 올랐다가 '새터고개'에 내려서니, 12시를 넘어서면서 날씨가 더워지는지 졸음이 몰려든다. 모두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식수가 부족한 사람들은 길옆에 있는 농가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간다.
새터고개에서 이어지는 오르막 길 빼곡한 신갈나무 숲에서 올려다본 창공에는 어느덧 연초록 잎새들이 어울려 장막을 치고 있는 모습이 30도에 육박하는 초여름 같은 날씨에 시간이 다르게 초록이 번져나가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분홍 진달래와 연초록 잎새들이 물결치는 능선길 걸으니, 지도상으로는 '팔봉지맥 분기점' 봉우리에 '백두대간 단군지맥'이란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가 몸을 지치게 하지만 진달래가 있어 지루하지 않는 느낌이 드는 능선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에서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던 다리가 한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오르막길 오르면서 넘어진 통나무를 타고 넘다가 순간적으로 양쪽 허벅지에 경련이 나면서 뒤틀려온다. 잠시 낙엽 위에 퍼질고 앉아 아스피린 한알 먹은 후 잠시 주무르다가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길가에 여기저기 피어 있는 제비꽃 사진 몇 장 담아가며 선두팀 뒤에 붙어서 세월아 네월아 따라 간다.
가파른 발걸음은 움푹 패인 '살티고개'에 내려서고 옛사람들의 정성이 쌓인 돌무더기가 있는 살티고개를 건너서 잠시 쉬어간다. 사방에 흐드러진 진달래 무리 속으로 이어지는 발 걸음 정맥 산행이 아니라도 진달래 테마 산행지로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 것이 가두리 속에서 길러지지 않는 자연산 진달래길이 눈부시게 이어진다.
화사한 꽃길을 지나면 바위 길도 건너고 다시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쥐가 내려 무디어진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진달래 꽃길 따라 걷다가 노랑제비꽃 무리를 만나면 잠시 엎드려 접사를 하면서, 헬기장이 있는 마지막 봉우리 국사봉(586.7m)에 도착한다. 준.희님 팻말이 걸린 국사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걸음은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다시 화사하게 이어지는 진달래 꽃길 따라 추정재로 향한다.
스며든 햇살을 받아 현란하게 눈부신 진달래 화원을 지나 길가에 늘어선 진달래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어지는 비단길에서는 다리에 내렸던 경련이 멈추어지고 정상적으로 회복된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연초록과 어우러진 진달래 열병식은 끝이 나고 시멘트 임도로 내려선 걸음은 23번 국도 가에 관정리 마을이 어우러진 오늘의 종점 추정재에 내려선다.
아침 8시 20분경에 충북 보은군 산외면에 위치한 중티재를 출발하여, 초록이 움트는 싱그러운 산천에 진달래 만발한 꽃길 따라 원 없이 걷다가 약 8시간 20분간의 산행을 마치고, 오후 4시 40분경에 충북 청원군 남성면에 위치한 추정재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넓은 32번 국도가 가로 지르고 마을로 변해버린 추정재 도로 아래 도랑물이 흐르는 곳으로 가서 바가지로 도랑물을 퍼서 몸은 씻은 후 후미 대원들을 기다리며 하산주를 나눈다. 잠시 후 대체로 이른 시간에 후미 대원들이 모두 하산을 완료하여, 오후 6시 정각에 하산주를 마무리하고 포항으로 출발을 하게 된다.
포항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TV 뉴스를 보니, 오늘 날씨가 더워져서 전남 광주 기온이 30.4도까지 올라가고, 경북 영덕이 30도, 포항도 29도까지 올라가서 4월 기온으로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며칠 전에만 해도 추워서 웅크리고 있던 몸이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적응을 하지 못하여, 오늘 산행이 모두에게 힘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버스 기사님이 미리 예약을 한 식당에 들려서 따끈한 버섯찌개로 저녁을 먹으며 하산주를 나눈 후 밤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포항으로 돌아와 시내를 경유하며 대원들을 내리고, 종점인 두산위브 사거리에 내려 집으로 걸어오면서, 오늘 고운산정 산악회와 함께 걸은 제 3차 한남금북정맥 산행 길을 성공리에 갈무리해본다.
(2017.04.16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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