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3구간 (답운치~ 통고산~ 애미랑재~ 칠보산~ 한티재)
솔길 남현태
5월 6일(금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어,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까지 이어지는 4일간의 황금연휴가 만들어진다. 미래가 불안하여 지갑을 잘 열지 않는 국민들에게 소비를 장려하여 경제를 살리려는 취지라고 한다. 타지에 나가 살고 있는 아들 둘이 어버이날이라고 집으로 오고 하여 별 계획 없이 보내게 된 연휴는 토요일은 출근을 하고, 마지막 날인 일요일은 예정대로 낙동정맥 3구간을 걸으면서 마무리 하기로 한다.
경북 울진군 답운치에서 시작하여 통고산과 칠보산을 거쳐 마루금 따라 동서로 사행을 하면서 경북 영양군 한티재까지 남진하는 낙동정맥 3구간은 약 32Km의 거리에 만만치 않는 코스인 듯하다. 욕심을 내어 여러 개의 정맥산행을 한꺼번에 시작하여 매주 일요일 마다 진행 하다 보니, 정맥에 너무 올인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요일 새벽 4시에 출발하기로 하여 3시에 일어나니, 마눌은 벌써 도시락을 준비하고 아침을 차려놓았다. 가다가 아침을 먹기로 되어 있어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집 근처 약속 장소로 나가 기다리니 새벽 공기가 서늘하다. 잠시 후 산이좋아님 차가 도착하여, 낙동정맥팀 네 사람이 타고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여명이 밝아오는 뿌연 어둠 속으로 달리는데 주변에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피어 상쾌한 새벽을 열어준다.
동해의 수평선을 뚫고 오르는 아름다운 일출에 감탄사를 흘리며, 후포를 지나다가 인심 좋은 기사 식당에 들러 맛있는 쇠고기 국으로 푸짐하게 아침을 먹는다. 오늘 산행은 날머리인 한티재에 차를 세워두고 택시로 답운치까지 이동하여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아침을 먹고 백암온천을 지나 한티재로 향하면서 영양군 수비면 개인택시로 전화를 하니, 택시비가 생각보다 저렴한 4만 원이라고 한다.
넓은 한티재에 도착하여 한쪽에 주차하고 배낭을 내리니 택시가 도착을 하는데, 택시에서 내리는 기사 아저씨의 걸음걸이가 비실비실 다리를 절룩거리고 있어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든다. 다섯 달 전에 양쪽 무릎 연골수술을 했다는 아저씨는 약 40분 거리의 답운치로 가는 도중에 젊었을 때 무릎을 혹사시키며 탄광과 벌목 현장에서 어렵게 가산을 일구어온 일생을 한 폭의 드라마처럼 장황하게 열변을 토한다.
답운치로 가는 도중에 오늘 걸을 애미랑재를 통과하면서 좌측으로 건너야 쉽다고 하며,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 기사 아저씨는 산행 거리를 너무 멀리 잡은 것 같다면서 1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아침 7시 50분경 지난 달에 비를 맞으며 하산을 하던 답운치에 도착하여, 느긋하게 행장을 챙기고 10시간 후인 저녁 6시에 하산 예정 시간으로 하고, 아침 8시경에 통고산을 향하여 산행 길에 오른다.
답운재(619.8m)는 일명 답운치라고도 하며,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쌍전리와 광회리 사이에 있다. 늘 안개가 끼어 있어 마치 구름을 밟고 넘는 듯한 고개라 하여 답운재라고 한다. 동쪽은 통고산 자연휴양림과 접하고 서쪽은 옥방천을 사이에 두고 봉화군과 접경을 이루며, 36번 국도가 동서로 관통한다.
초록이 어우러진 산길에 들어서니 맨 먼저 '붉은병꽃'이 피어 반기고, 초록 속에 철쭉이 한창 피어나기 시작한다. 잠시 비탈길 따라 오르니 능선에 화사한 철쭉이 피어 있고, 연초록 푸르러 오르는 오솔길 고운 철쭉을 만나면 걸음을 멈춘다. 초록과 꽃들이 어우러진 오르락 내리락 환상의 마루금 길 며칠 전 강한 바람에 쓰러진 나무들이 길을 막은 곳을 피하여 산불 감시 초소가 있는 봉우리를 지난다.
하얀 쇠물푸레나무 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길 벌목을 한 나무 사이로 트이는 초록 골짜기 조망은 시계가 참 맑다. 미출미출 한 금강송 아래 철쭉과 초록이 바람에 흔들리는 능선 초록 속으로 오르락 내리락 정겹게 이어지는 발걸음은 새로 조성된 듯한 깔끔한 임도를 건너고, 오늘 황사가 있다는 예보와는 달리 소나무 숲 오름길에서 바라본 좌측으로 트인 동쪽 조망은 멀리 산봉우리들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불어오는 바람 끝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고운 철쭉을 만나면 습관처럼 저절로 걸음이 멈추어지고, 철쭉 아래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능선길 파고드는 오월의 햇살이 연초록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이 부신다. 화사한 철쭉을 찍다 보면 가끔 좌측으로 트인 조망은 초록이 넘실대고, 리본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좌측으로 꺾이는 봉우리 890봉을 지난다. 초록 물결 속에 허우적대는 듯한 철쭉들 사진을 찍다 보면 일행은 초록 속으로 사라져간다.
커다란 금강송의 허리가 며칠 전 강풍에 맥없이 부러진 곳을 지나 좌측 통고산 자연휴양림에서 우측 남회동으로 넘어다니는 깔끔한 고개 임도를 건넌다. 임도를 건너 통고산으로 향하는 길 커다란 노송이 뿌리체 뽑혀 쓰러진 곳 백 년을 넘게 살아온 듯한 낙락장송이 며칠 전 바람에 맥없이 쓰러져 있다. 일생 동안 수많은 태풍들을 잘 견디어 왔건만 한 순간의 방심과 자만심에 빠져 링 위에서 KO 패를 당한 복서처럼 덩그런 능선에 처참하게 꼬꾸라진 노송의 몰골을 돌아보고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통고산으로 향한다.
고도를 높일 수록 초록은 연둣빛으로 돌아오고 잠시 가쁜 숨소리 흘리고 나면 평온한 통고산 정상부 능선을 걸어 넓은 헬기장 위에 오른다. 통고산 정상 헬기장에서 바라본 우측 일월산 방향 풍경 아련하고, 좌측으로 임도를 끼고 도는 통고산 초록 능선이 평온하게 느껴지고, 통고산 정상에는 이제 다래순이 보드랍게 피어 있고 누군가 다래순 나물을 채취해간 흔적이 남아있다. 커다란 정상석이 놓여 있는 오늘의 최고봉 통고산 정상에 도착하여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통고산(1.076m)은 경상북도 울진군 금강송면 쌍전리,광해리,왕피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전설에 의하면 고대국가 형성기 실직국의 안일왕이 다른 부족에게 쫓기어 이 산을 넘을 때 하도 재가 높아 통곡하였다 하여 통곡산으로 부르다가 그 뒤 통고산으로 불려지고 있다.
낙동정맥의 주맥으로 동쪽으로는 불영계곡과 왕피천의 주요 수맥이 되며, 서쪽으로 흐르는 물은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상류천에 해당한다. 불영계곡에는 통고산자연휴양림이 있는데, 통고산자연휴양림은 태백산맥 줄기의 깊은 곳에 있어 숲이 울창하다.
통고산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그늘에서 잠시 배낭을 풀고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통고산 정상의 통신탑을 지나서 연초록 사이로 내려서는 길, 길가에 노랑무늬붓꽃이 눈에 띠어 바람을 피하여 몇 장 담아본다. 연둣빛 펼쳐지는 능선길 내려서니 다시 통고산을 휘감은 임도를 건너고, 이어지는 철쭉 능선길 모두가 발걸음이 가볍다.
낙동정맥 937.7봉을 알리는 안내판 앞에서 기념사진 찍어보고 철쭉과 연둣빛이 어우러져 눈이 부시는 길, 분홍 철쭉과 연초록이 오월의 햇살과 어우러져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곳 가벼운 발걸음은 이어진다. 쇠물푸레나무 꽃과 철쭉이 피어 있는 곳에 연초록 햇살이 파고드니, 자연이 만들어 가는 변화무상하고도 오묘한 풍경을 어찌 말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애미랑재를 향하여 고개를 숙이는 길, 며칠 전 바람에 쓰러진 노송이 길을 막아 어렵게 피해가니, 또 다시 뿌리를 공중에 치켜들고 죽어가는 노송들이 안쓰럽다. 모진 태풍을 다 견디어온 고목들이 통째로 뿌리가 뽑혀 퍽퍽 쓰러진 것을 보니, 며칠 전에 전국을 휩쓸고 간 강풍의 위력이 대단하기는 대단했던 모양이다.
산허리를 심하게 절개하여 도로를 낮춘 애미랑재에 도착하니, 좌측과 우측으로 모두 내려가는 길이 있는데, 좌측으로 건너는 길이 더 좋다고 하던 택시기사 말이 생각나서 좌측으로 내려선다. 도로에 내려서서 바라본 애미랑재의 잘려진 낙동 마루금이 안스러운데, 잠시 도로를 따라 절개지 철망이 끝나는 지점까지 내려오니, 영양군에서 설치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안내판 뒷면에는 상세한 낙동정맥 영양구간 지도를 붙이고 자세하게 설명까지 해놓았다. 잠시 안내판의 지도를 보고 다음 산행에 대한 작전계획을 세우며 쉬어간다.
애미랑재 도로를 건너 가파른 절개지를 치고 올라 시원한 능선에서 점심을 먹으며 쉬어간다. 시원한 그늘에서 점심을 먹은 후 초록 속으로 이어지는 걸음은 철쭉이 피어 있는 능선을 걸으니, 좌측으로 돌아가야 할 골짜기 건너 뾰쪽한 봉우리 칠보산이 보인다.
계곡을 돌아가는 마루금을 따라 칠보산으로 향하는 길 화사한 철쭉 속을 지나 잠시 산봉우리 감아 도는 가파른 오르막길 치고 올라가니, 정상석은 없고 삼각점과 작은 안내판이 여러 개 달려 있는 수목 우거진 허름한 칠보산 정상에 도착한다. 잠시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가파른 내리막길 내려선다.
비비추나물과 우산 나물 흐드러진 길 따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고, 머리 위로 전선줄이 가로 지나가는 세신고개에 내려선다. 세신고개 안내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걸음은 초록 속으로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다가 덕산,일월지맥 분기점을 우측으로 흘려 보내고, 탈출 구간이 있는 깃재를 지난다.
깃재를 지나 잠시 이어지는 오르막 길 활기차게 오르내리던 걸음은 수백 년은 먹은 듯한 늙은 소나무의 허리가 골다공증인지 수수깡처럼 맥없이 부러진 곳에서 의아한 걸음 멈춘다. 밑동을 잘라서 관을 만들어도 될 것 같은 수백 년을 견디어 온 굵은 소나무가 며칠 전 강풍에 허무하게 부러져 생을 마감한 모습을 보니,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는 진리를 새삼 떠오르게 한다.
철쭉이 바람에 흔들리는 길에 들어서니, 아침에 동쪽에서 시원하게 불어 청량하던 바람이 오후가 되니 서풍으로 바뀌면서, 중국산 뿌연 미세먼지가 썩인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 들고 조망도 약간 흐려진다. 낙동정맥 884.7m를 알리는 봉우리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발걸음 길가에 피어난 노랑무늬붓꽃을 만나 잠시 접사를 몇 장 해본다.
812.4봉에 올라 잠시 쉬어가는데, 하얀 민백미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어 올해 처음으로 만난 그녀들을 몇 장 담아본다. 하산 예정 시간이 계획보다 많이 지체된 듯하여, 어둡기 전에 하산을 하기 위해 무디어진 발걸음을 서두른다. 초록 속을 달려서 오르락 내리락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던 걸음은 길등재에 내려선다.
이제 한티재가 2.9Km 정도 남은 길등재에서 기념 사진을 찍은 후 길등재 도로를 건너고, 숲 속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발아래 정겨운 각시붓꽃 사진 하나 얼른 담아보고는 걸음을 서두른다. 짧게 오르내리는 봉우리들이 지겨울 정도로 이어지더니, 예정 시간 보다 1시간 이상 지연된 저녁 7시 25분경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한티재에 내려서면서 낙동정맥 3구간 산행길은 종료된다.
한티재(480m)는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하원리와 근남면 수곡리 사이에 있는 고개로 낙동정맥의 한 줄기이며, 찬물이 나는 고개라는 뜻에서 한티채라고 하였다. 그밖에 조선 중기의 학자 격암 남사고가 명당을 찾아 이곳에 아홉 번째로 부친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안개가 걷힌 뒤 터를 잘못 잡았음을 알고 한이 맺힌 곳이라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36번 국도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각종 생필품과 농수산물이 오고 갔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소금,석유,담배 등을 반입하던 통로였다.
아침 8시경에 답운치에서 너무 느긋하게 산행을 시작하여, 예정 시간 보다 1시간 정도 늦어져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진 32.4Km의 거리에 11시간 25분이나 소요된 산행을 마치고, 조금만 더 지체하였더라면 야간 산행이 될뻔한 아슬아슬한 시간인 저녁 7시 25분에 한티재에 도착하여 배낭을 풀고 한숨 돌리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이 주위가 금방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어디 가서 밥부터 먹자고 했더니, 가는 길에 백암온천에서 목욕부터 하고 밥을 먹자고 하여, 저녁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백암 온천에 들러서 8시 40분까지 목욕을 하고 나오기로 한다. 포항으로 오는 도중에 물회로 저녁을 먹으려고 후포에 들렸는데, 물회는 고사하고 식당이 모두 문을 닫고 있는 늦은 시간이라 식사가 안된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식당을 찾으며 포항으로 돌아 오는 도중에 영덕에 들러서 24시간 해장국 집에 들어가 뼈다귀 해장국으로 늦은 저녁을 먹으며 간단하게 소주 한 잔 걸치고, 11시 30분경에 포항에 도착하여, 내가 제일 먼저 내려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낙동정맥 3구간 산행길을 성공리에 갈무리해본다.
(2016.05.08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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