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4구간 (한티재~ 검마산~ 아랫삼승령)
솔길 남현태
때 이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황사 보다 더 무섭다는 뿌연 미세먼지가 전국을 자욱하게 덮는 이상 기후에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 중의 하나가 경유 차량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뉴스를 화두로 여론을 들끓게 하더니, 결국 경유 값을 인상하여 경유 차량을 줄여야 한다는 탁상논리로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서민들 삶의 주름을 더욱 깊게 후빈다.
수많은 생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과민해진 민심은 집안에서 고등어 굽을 때 발생하는 초 미세먼지가 건강을 해친다는 뉴스가 나오기 무섭게 시장에 고등어가 안 팔린다고 한다. 이래저래 공포에 질린 불안한 마음들이 숨쉬기조차 답답하게 느껴지던 계절의 여왕 오월도 어느덧 마지막 주말을 맞이한다.
고운산정 산악회에서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지리산 태극종주를 하는데 함께 가자고 하였으나, 지금까지 장거리 산행 기록이 50Km가 전부인 나에게는 기록 도전에 기회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90Km 이상되는 먼 거리를 약 40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고 걸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되고, 몸을 망친다는 마눌의 결사반대와 토요일 출근을 해야 하는 관계로 미련 없이 포기를 하게 된다.
하여 이번 주에는 단체 산행이 없어 토요일엔 출근을 하고, 혼자 잦은 산행으로 앙금이 앉은 것 같은 마음의 소통을 위해 일요일엔 오랜만에 마눌과 같이 근교 산행이나 느긋하게 다녀오려고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러나 토요일 퇴근하여 컴퓨터 앞에 앉아 마눌의 수준에 적당한 근교 산행지를 고르고 있는데, 낙동정맥 팀이 갑자기 카톡을 들쑤시며 내일 낙동 4구간 산행을 가자고 한다.
마눌하고 이미 약속을 하여 곤란하다고 하였는데, 모두 오케이 하고 내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 같아 어렵게 마눌에게 산행 약속 파기 요청을 했더니, '알아서 하세요' 한다. 영 석연치 않은 허락 아닌 허락을 받아놓고 번개로 낙동정맥 산행을 위해 새벽 2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준비를 서두른다.
물주머니에 물을 채워 냉동실에 넣고,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하는 등 분주하게 배낭을 꾸린 후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1시에 일어나니 마눌이 도시락을 싸놓았다. 여름 산행에는 물이 생명인데, 냉동실에서 물주머니를 꺼내니 아직 얼지 않고 출렁거리는 것이 오늘은 시원한 물을 마시기는 틀린 것 같다.
새벽 2시에 집 근처 약속 장소에 나가 잠시 기다리니, 세 사람이 탄 산이좋아님 차가 도착하여 함께 타고 어둠 속으로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간다. 오늘 산행하게 될 낙동정맥 4구간은 경북 영양군에 위치한 한티재에서 영덕군 아랫삼승령까지로 약 32Km 거리에 11시간 정도 산행 시간이 예상된다.
가는 도중에 미리 예약한 창수면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했더니, 자세하게 길을 안내해주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택시를 따라 비포장 도로인 아랫삼승형까지 올라가서 주차하고 모두 택시를 타고 한티재로 이동한다. 지난 번에 이어 이용한 영양군 수비면 택시는 아랫삼승령에서 한티재까지 요금이 4만 원이다.
새벽 일찍부터 산행을 하려고 랜턴을 준비해 왔지만, 비포장 도로를 따라 아랫삼승령까지 갔다가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데 시간이 지체된 듯 05시 34분경에 낯익은 한티재에 도착하니 날이 훤한 아침이다. 택시에서 내려 각자 산행 준비를 하고 배낭을 챙겨 숲 길로 접어드니, 누가 뭐래도 오월의 아침 공기는 싱그러운 그 맛이다.
초록 시원한 능선에 올라서니, 멀리 후방에 일월산과 우측으로 걸어온 낙동정맥 산봉우리들이 올망졸망 아침 운무에 아련히 펼쳐지고, 발아래 녹음 짙은 골짜기에는 발정 난 고라니 울음소리 애절하게 들린다. 약간 흐린 날씨에 동풍 시원하게 불어주는 능선 길 초록 봉우리 오르락 내리락 싱그러운 발걸음은 금강송 숲 속으로 이어진다.
좌측으로 작은 마을(오기리)이 보이는 농장길 고개로 내려서고, 농로를 따라 약초 밭 사이를 건너 숲 속으로 들어서니, 하얀 찔레꽃 누리에 피어 찐한 향기 풍기며 바쁜 발걸음 멈추게 한다. 잠시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 길 포실포실한 국수나무꽃이 무리로 피어 있고, 미끈한 금강송 숲길 올라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걸음은 추령봉이란 팻말이 붙은 밋밋한 봉우리에 올랐다가 내리막 길 따라 비포장 임도가 가로 지르는 추령에 내려선다.
길가에 벤치가 있는 추령에서 아침을 먹으며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추령 길가에 핀 붓꽃들을 잠시 접사를 해보고, 오르막 길에서 만난 기품이 있어 보이는 하얀 야생화가 '은내난초' 라고 한다. 오래 전에 산불이 난 듯한 훤한 언덕배기 오르는 길가에 야생화가 많이 보인다. 붓꽃, 벌깨덩굴, 큰으아리 추령에서 잠시 오르막 오르니 능선을 따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길 이어진다.
이어지는 넓은 능선길 낙동정맥 635.5m 봉우리를 알리는 준.희님의 팻말을 지나고 빼곡한 금강송 숲 길 여유롭게 걷는다. 갑자기 앞이 훤하게 트이도록 나무가 벌목된 구간에 드문드문 남겨놓은 노송들이 바람에 허리가 부러져 맥없이 쓰러져 있는 곳 나무도 모여서 숲을 이루어야 서로 의지하며 강한 비바람을 견딜 수 있다.
멀리 가야 할 봉우리들 바라보며 훤하게 트인 능선길 내려서니, 다시 울창한 숲 속으로 이어지고 빼곡한 금강송 숲을 지난다. 으아리꽃, 고광나무꽃 곱게 피어 있는 길 따라 왕릉봉에 올라서고, 이어지는 발걸음은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있는 덕재에 내려선다. 덕재에서 바라본 가야 할 갈미산과 검마산 쪽 풍경이 아련히 멀어 보인다.
이어지는 초록 어우러진 금강송 숲길 잘 생긴 소나무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숲을 지나 이어지는 오르막 길에서 만난 독사 한 마리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가 스틱으로 건드리니 도망간다. 산행길에서 살무사를 자주 만나다 보니, 이제 이런 독사 정도는 시시하여 뱀같이 보이지도 않는다.
잘 단장된 휴양림 임도를 건너 오르막 길에 소나무들이 바람에 많이 쓰러져 있는데, 대부분 허리에 상처를 안고 살아온 불쌍한 노송들이다. 일제시대 때부터 어렵던 시절 송진 채취를 위해 인간이 톱으로 상처를 낸 것이 원인이 되어, 이제 그 후유증으로 하나 둘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고 있다.
하얀 민백미 피어 있는 길 우산나물 흐드러지고, 노랑갈퀴꽃 은내난초 피어 있는 초록 비탈길 치고 오르니, 바위와 괴목이 어우러진 양쪽 바위 사이로 천왕문을 지난다. 멋진 바위와 고광나무 꽃이 피어 있는 봉우리가 검마산인 줄 알고 올랐는데, 낙동정맥 갈미산(918m)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갈미산에서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이어지는 초록과 낙엽이 어우러진 시원한 능선 길 따라 구지령 임도를 건넌다. 구지령 건너 검마산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한 곳은 돌계단 공사 중이고 잘 단장된 비단 길이다. 나무데크가 설치된 검마산 정상에 올라서고, 아무도 없는 검마산 정상의 전망 데크에서 점심을 먹으며 쉬어가기로 한다.
검마산 정상에서 바라본 검마산주봉 모습 바라보며, 느긋하게 점심을 먹은 후 기념사진 찍고 데크에서 내려서니, 초록 능선에 야생화들이 반긴다. 백당나무꽃, 븕은병꽃, 미역줄나무 우거진 초록 능선길 지나 예쁜 큰앵초를 만나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몇 장 접사를 해본다.
여기저기 만발한 하얀 노린재나무 꽃에 마음이 끌려 걸음 멈추고 접사를 하면서 걷는 걸음은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로프가 있는 바위 길 올라 헬기장이었던 검마산 주봉에 올라선다. 검마산 주봉에서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나무계단 길 따라 내려서는 발걸음 가파르다.
검마산 주봉에서 잠시 내려오다가 나물 산행을 온 포항의 산꾼 중에 산꾼인 후배를 만나, 모두 반가운 마음에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후배가 뜯어 온 곰취와 당귀나물 안주에 삼 년을 묵혔다는 겨우살이 술까지 얻어 마시며 잠시 이야기 나누고 헤어진다. 금장지맥 분기점을 알리는 봉우리를 지나 초록 속으로 이어지는 발걸음은 옥녀당 삼거리를 지난다.
옛날에는 고을마다 옥녀라는 이름을 가진 처녀가 많았는지 전국에 어느 산을 가더라도 웬만한 곳에는 옥녀봉과 옥녀사당이 산재해 있고, 모두가 애잔한 전설이 남아 있는 것은 마음과 몸이 옥처럼 아름답고 깨끗한 옥녀는 모든 남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어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고, 마음 속에 상사가 된 꿈에 그리는 여인이 아니었던가 싶다.
오전에는 구름이 끼어 시원하던 날씨가 오후로 접어들면서 햇볕이 나고 바람도 줄어드니, 초록 길에서도 더위를 느끼게 한다. 검마산을 두른 임도를 건너고 발걸음은 백암산 쪽으로 향하는 길, 길가에 천남성 사진에 담아보고, 경복궁 대들보 감인 크고 잘 생긴 금강송이 뿌리체 뽑혀 쓰러진 곳을 지나니, 버려진 목재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무명 봉우리들 오르락 내리락 초록 오솔길 따라 이어지는 걸음은 시원한 융단 위에 잠시 멈춘다. 백암산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더니, 한발한발 옮긴 무디어진 발걸음은 백암산 갈림길에 도착하여, 낙동정맥 길에서 왕복 30분 거리에 벗어나 있는 백암산은 자주 오는 곳이고 오늘은 산행 시간이 많이 늦어진 것 같아 버리기로 한다.
백암산 갈림길에서 기념사진 찍고, 삼승령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하는 초록 융단 오솔길은 이어진다. 전망 바위에서 돌아본 백암산 풍경, 산 정상에 커다란 흰바위가 있어 백암산이라고 한다.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백암산 계곡풍경 심산유곡 옥색 물소리 귓가에 들리는 듯하고, 마루금 옆 임도에 세워진 낙동정맥트레일 종합안내판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초록 비탈길 오른 걸음은 953m 봉우리 지나 다시 내려선 오르락 내리락 하던 능선은 잠시 가파른 숨 흘리고 나서 낙동정맥 매봉산(919m)을 알리는 봉우리 올라선다. 서울에서 온 산님 덕분에 매봉산 정상에서 처음으로 네 명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혀보고, 자리를 바꾸어 다시 한 장 찍으라고 한다.
리본 주렁주렁 달린 윗삼승령 고개 임도를 건너고, 잠시 가파른 길 올라 삼승령(748.5m) 봉우리에 올라선다. 윗삼승령을 지나 다 왔나 싶으면 다시 산봉우리가 앞을 가로 막기를 여러 번 지루하게 오르내리던 지친 발걸음이 자동차 주차해둔 아랫삼승령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아침 5시 35분에 영양군 한티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아침에 흐리고 선선하던 날씨가 오후에 햇볕이 나면서 더워진 관계로 예상 시간 보다 2시간 늦어진 무려 13시간 7분 정도 소요된 조금은 지루한 산행을 마치고, 저녁 6시 40분경에 영덕군 아랫삼승령에 하산하면서 오늘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행장을 풀고,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영덕군 강구 면에 들리니, 시간이 늦어 막 장사를 마치려하는 횟집에 들어가 시원한 물회로 저녁을 먹으면서 간단하게 하산주를 나눈다. 밤 10시경에 포항으로 돌아와 집 근처에서 내가 제일 먼저 내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번개로 시작된 낙동정맥 4구간 산행길 하나 성공리에 갈무리해본다.
(2016.05.29 호젓한오솔길)
'낙동정맥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동정맥 6구간 (하삼의갈림길~ 명동산~ 황장재) (0) | 2017.07.21 |
---|---|
낙동정맥 5구간- (아랫삼승령~ 독경산~ 맹동산~ 하삼의갈림길) (0) | 2017.07.21 |
낙동정맥 3구간 (답운치~ 통고산~ 애미랑재~ 칠보산~ 한티재) (0) | 2017.07.21 |
낙동정맥 2구간 (석개재~ 삿갓봉~ 진조산~ 답운치) (0) | 2017.07.21 |
낙동정맥 1구간 (천의봉~ 통리역~ 백병산~ 석개재) (0) | 2017.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