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6구간 (하삼의갈림길~ 명동산~ 황장재)
솔길 남현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를 지나고, 중국을 향해 올라오고 있는 1호 태풍 네파타가 태평양의 뜨거운 공기를 밀어 올려 전국이 폭염 주의보와 열대야 현상으로 이어지는 7월 둘째 주말, 다음 주초에는 한반도에도 태풍이 몰고 올라오는 수증기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예상이 된다고 한다.
금남호남정맥 팀산행이 예정되었던 지난 주에는 일요일에 비가 내리고, 대원 중 한 사람이 발바닥이 못에 찔려 펑크가 나는 부상을 당하여 부득이 산행을 취소하는 아쉬움을 남겼는데, 이번 주에는 날씨가 약간 덥기는 하여도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하여, 계획대로 낙동정맥 6구간 산행을 진행하기로 한다.
이번 주에 산행하게 될 낙동정맥 6구간은 국내 최대의 풍력발전 단지가 있는 경북 영양군에 위치한 하삼의 마을 갈림길에서 경북 영덕군과 청송군 사이를 잇는 황장재까지로 구간 내에 명동산(812m)을 제외하면 그렇다 할 명산이 없는 약 20Km의 거리에 비교적 오르내림이 적은 완만하고도 호젓한 산행길이 예상되며, 낙동정맥 산행길 중에서 교통이 불편한 오지 구간을 탈출하게 된다.
이번 산행에도 들머리에서 날머리까지 차량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고맙게도 알파인님이 함께 동참을 하게 된다. 새벽 3시에 남구에서 출발을 하였다는 카톡을 보고 시간에 맞추어 약속 장소로 나가는데,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날씨가 후덥지근하게 무덥게 느껴져 일기예보를 확인하니, 포항의 현재 기온이 열대야에 가까운 24.5도 라고 한다.
잠시 후에 네 사람이 탄 차가 도착하여 함께 타고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영덕군을 지나 영양군 하삼의 마을에 들어서니, 어둠이 서서히 걷히면서 하얀 안개를 품은 운치 있는 주위의 산봉우리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하삼의 마을 소공원 옆으로 난 좁은 시멘트 농장길을 따라 꼬불꼬불 낙동정맥 마루금까지 차를 몰고 올라간다.
동녘 햇살이 밝아오는 아침 5시 20분경에 바람개비 소리 요란한 하삼의 갈림길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후덥지근하던 포항의 날씨와는 달리 서늘한 안개바람이 한기를 느끼게 하여 바람막이를 꺼내 입는다. 모두 추위에 떨면서 준비해 온 햄버거와 과일로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 먹은 후 각자 배낭을 꾸려 5시 35분경에 명동산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한다.
지난 달에 걸어온 맹동산은 다시 짙은 아침 안개에 휩쓸려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시멘트 임도에서 좌측 수로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돌아보니 동쪽에 떠오르는 태양은 뿌연 안개에 가리어 힘을 잃고 안개바람 시원하게 불어주니, 오늘도 산행 하기에 딱 좋은 날씨인 듯하다.
등산로에 접어드니 맨 먼저 반기는 동자꽃을 흔들리는 안개바람을 피해 몇 장 접사를 해보는데, 하늘말나리 여기저기 바람에 하늘거리며 손짓을 하니, 설레는 발걸음은 시작부터 더디어 진다. 마치 길가에 하얀 소금을 뿌려놓은 듯 바람에 흩날리는 '가는장구채' 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려가며 잠시 카메라를 겨누어본다.
키가 커서 바람을 많이 타는 물레나물꽃은 여러 장 찍었지만, 흐릿한 것으로 겨우 한 장 건진다. 바람을 피해 야생화 사진을 찍으며 걷는 느린 걸음은 어느덧 봉화산 정상에 올라서고 봉화산 정상에 흐드러지게 핀 기린초와 이름 모를 노란 얼굴의 그녀는 참좁쌀풀 이라고 한다.
야생화 사진을 찍으면서 일행의 뒤를 따라 봉화대에 도착하니, 규모가 작아 보이는 봉화대는 석축의 원형이 대체로 잘 보전된 듯하다. 봉화대 위에서 내려다본 발걸음들 분주하고, 지나와서 돌아본 봉화대는 추억 속으로 멀어진다. 바위채송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올해 처음 만난 각시원추리 쪼그리고 앉아 정성들여 담아본다.
여기 저기 각시원추리 피어 있는 평온한 능선 길이 잠시 가파르게 치고 오르더니, 태양발전기와 산불감시 카메라 철탑이 설치된 오늘의 최고봉인 명동산 정상에 올라선다.
명동산(812m)은 경상북도 영양의 남동쪽 끝에 있는 산으로, 군의 석보면·영덕군 지품면과 영해면 3개 면의 경계가 되는 산이다. 낙동정맥에 속한다. 낙동정맥은 군의 검마산, 울진군 백암산을 거쳐 울치재와 명동산으로 이어지고, 다시 영덕군 지품면의 황장재를 거쳐 청송군 주왕산으로 뻗어간다. 예로부터 영덕군 지품면 쪽 산기슭에 닥나무가 많아 인근 지역에서 한지생산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고로쇠나무 수액 채취와 고랭지채소 재배가 많이 이루어진다.
명동산에서 돌아본 지난 달에 걸어온 맹동산과 국내 최대의 풍력발전기 단지는 안개에 가리어 흐릿하게 보이는 아쉬움을 남긴다. 명동산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어보고 운무 흐릿한 봉우리들 바라보며, 남진의 발걸음은 화림지맥 분기점을 알리는 준.희님의 안내판이 걸린 봉우리에 올라선다.
화림지맥은 낙동정맥 명동산 남쪽 약 700m지점의 800.4봉에서 동쪽으로 분기하여 포대산(400.9), 국사당산(516.4), 화림산(348.2), 봉화산(141) 등을 차례로 이어가 영덕 오십천과 강구항이 만나는 곳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32.7km에 달하는 산줄기를 말한다.
화림지맥 분기봉에서 우측으로 휘어진 낙동정맥 길은 녹색 바람 속으로 고도를 팍 낮추더니, 임도가 있는 박점고개에 내려선다. 낙동정맥 박점고개를 알리는 안내판 앞에서 돌아본 박점고개 임도는 U자 형이다. 박점고개에서 기념사진 찍고, 잠시 가파른 길 치고 오른 걸음은 포도산 분기점 봉우리(690m)에 올라선다.
여기서 낙동정맥 길은 좌측으로 휘어지지만, 낙동길에서 우측으로 800m 지점에 벗어나 있는 포도산을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다시 일부러 오랴 싶어 족적을 남기기 위해 모두 포도산으로 향한다. 포도산은 포도의 동생 격인 머루가 흔해서 마을에서 '머루산'이라 불렀다고 하더니, 포도산으로 가는 길가의 작은 머루 덩굴에 산머루가 주렁주렁 영글어 가고 있다.
포도산(748m)은 경상북도 영양군의 석보면 포산리에 있는 산이다. 포도산 동쪽에는 명동산(812m)이 있으며, 산악인들은 낙동정맥의 줄기가 명동산에서 포도산으로 이어지고, 다시 석보면 화매리를 거쳐 영덕군 지품면 황장리 황장재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산정상에 오르면 산능선들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포도산이 있는 포산리 마을 이름은 바로 포도산 명칭과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포도산에는 머루가 흔해서 마을에서는 '머루산' 혹은 '구머리산'이라 하였다고 한다. '구머리'는 머루를 의미하는 이 지방 사투리이다.
작은 정상석이 새로 세워진 포도산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잠시 과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 걸음은 포도산을 뒤로하고, 녹음 우거진 길 따라 포도산 삼거리로 다시 돌아와 오르락 내리락 낙동정맥 길을 이어간다.
방초 우거진 헬기장을 지나 삼각점이 있는 여정봉(630.5m)에 올라서니, 얇은 그늘에 햇살이 파고들고 바람기가 없어 더위를 느끼게 한다. 오늘 컨디션 난조를 보인 대원을 위해 여정봉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며 쉬어갈까 하였으나, 화매재에서 주차하고 마주 오고 있는 알파인님과 연락하여 잠시 후에 만나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하고 걸음을 재촉한다.
이 곳에도 풍력 발전기를 세우기 위해 미리 철탑을 세우고 풍량을 측정하고 있는 듯하다. 철탑 공사를 위해 넓힌 임도처럼 보이는 길이 이어지더니, 낙동정맥트레일 안내판 앞에 걸음을 멈춘다. 영양군의 낙동정맥 트레일 종합안내판이 세워진 곳을 지나, 철조망이 둘러진 과수원 옆으로 행여 등산복이 걸려 찢어질까 조심조심 걷는다.
영글어가는 사과는 철조망 안이 답답한지 철조망 넘어 등산로에 삐져나와 주렁주렁 달려있으니, 사과가 빨갛게 익은 계절에 침을 삼키며 지나기에는 무한한 인내심이 필요 할 듯하다. 칠월 햇살에 단맛이 들어가는 사과 밭 가에는 빨간 산딸기 무리 지어 익어가고, 과수원 옆 습지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창포꽃이 고와 다가가서 잠시 몇 장 접사를 하여본다.
창포 꽃 사진을 찍고 나서 앞서간 일행들을 따라가는 데, 좌측에서 호각소리 같은 것이 들리기에 이상하다 생각하며, 앞으로 달려가서 당산이는 어디 있나 했더니 앞에 갔다고 하여 그냥 따라 간다. 잠시 후에 마주 오는 알파인님을 만나 당산님을 봤느냐고 하니, 못 보았다고 한다. 아차 조금 전에 호각소리가 알바를 한 당산님의 호각소리인 듯하여, 모두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소리치며 잠시 기다리니, 잠시 후 알바를 하고 벌겋게 달아오른 당산님이 과수원 쪽에서 올라온다.
등골나물 꽃, 구름떡쑥 야생화 사진을 찍으며 능선 길 오르다가 바람 시원한 그늘에 둘러앉아 점심 도시락을 펼치고 쉬어가는데, 조금 전에 알바를 하고 온 당산님이 철조망 길을 얼마나 급하게 걸었던지 바지가 철조망에 걸려 찢어지고 팬티가 보여 한바탕 웃음거리가 된다.
어느 집 무덤가에 노랗게 무리 지어 피어나 고귀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그녀들의 이름은 금불초라고 한다. 길가에 누런 빵처럼 먹음직스럽게 생긴 버섯에 카메라 눈길을 주어가며, 자동차가 다닌 듯한 넓은 등산로를 따라 가다 보니, 송이 집하장인 듯한 낡은 천막들이 널브러진 곳을 지난다. 길가에 피어난 각시원추리, 하늘말나리꽃 사진에 담으며 허름한 당집이 있는 곳을 지나고, 우측에 임도를 끼고 걷던 등산로는 잠시 임도에 내려서다가 다시 등산로로 접어드니, 금불초와 노란 솔나물꽃이 피어 반긴다.
햇볕 따가운 농로에 내려서던 걸음은 길가에 풀꽃들에 눈길을 돌리다가 다시 등산로에 들어서고 다시 농로에 내려서고를 반복하며 걷는 걸음 패랭이꽃이 무리로 피어 있는 길을 지나 작은 봉우리들 오르락 내리락 하더니, 중간 정착지 선들재(화매재)에 내려선다.
알파인님이 옮겨놓은 자동차에서 시원한 얼음물을 배낭에 챙겨 넣고 그늘을 찾아 잠시 휴식을 취한 걸음은 마지막 4.5Km 정도 남은 황장재로 향한다. 선들재 오르막길 오르면서 돌아보니 멀리 대둔산과 태행산 모습이 아련하게 펼쳐지고, 황금빛 금관처럼 우아하게 피어난 솔나물꽃 사진 담아보며, 시원한 소나무 숲 길이 따라 작은 봉우리들 오르락 내리락 하던 걸음은 소나무 숲 사이로 뾰쪽하게 솟은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시루봉을 향하여 걸음을 재촉한다.
미출미출 한 소나무 숲 속으로 파고드는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는 길을 지나 잠시 가파른 오르막길 할딱이며, 정상부에 바위들이 널브러진 봉우리에 올라서고 이어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삼군봉이라고도 하는 시루봉(532m)에 도착한다. 삼군봉은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이 교차하는 곳이라는 뜻이며, 시루봉은 멀리서 보면 떡시루를 엎어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마지막 봉우리 삼군봉(시루봉)에서 기념사진 찍고, 황장재로 향하는 길가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이는 어설픈 정자가 지어져 있고, 황장재가 940m 남았다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조성된 길은 잡초로 우거져 있고 찾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다시 낙동정맥 등산로를 따라 걷는 걸음은 무덤 옆으로 지나는데, 술패랭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걸음 멈추고 몇 장 담아본다. 정겨운 오솔길 따라 이어지던 걸음은 마지막 고개를 숙이더니, 높은 철망이 앞을 가린 황장재에 도착하고, 철망을 우측으로 우회하여 4차선 도로에 내려선다. 그늘이 시원한 황장재에 도착하여, 알파이님의 도움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오늘 산행길은 종료된다.
황장재(405m)는 경상북도 영덕군의 지품면 황장리와 진보면 신촌리를 연결하는 고개로 영덕읍에서 출발하는 34번 국도가 이곳을 지나간다. 예전에도 영덕에서 진보로 가는 큰 길이 이 고개를 통과하였다. 대부분의 옛 지도에 황장재가 표현되어 있는데, 임물현, 또는 임울현으로 표기한 것은 황장재 너머 진보면 초입에 있는 '이무곡' 마을 명칭은 황장재의 옛 명칭 '임율현'의 흔적을 보여 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장재라는 명칭은 이 일대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황장봉산'이 실시되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 광여도(영덕)의 주기에 "임물현에 황장봉산이 실시되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아침 5시 35분경에 경북 영양군 하삼의 갈림길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약 8시간 27분간의 조금은 지루한 산행을 마치고, 오후 2시경에 청송군 황장재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길은 종료된다. 알파인님의 도움으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여장을 푸는 동안 알파인님이 매점에서 사온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서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다.
모두 정신을 차리고 자동차로 신촌약수터에 도착하니, 길가의 식당에는 손님들이 분주하여 땀을 씻을 만한 곳이 없다. 몸을 씻을 수 있는 조용한 집을 고르다가 '수정식당'에 들러 차례대로 목욕탕에 들어가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와 닭갈비와 백숙으로 느긋하게 하산주를 나눈다.
진행 중인 1대간 9정맥을 성공적으로 완주하기 위한 진지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며 의미 있는 하산주를 마치고, 오는 도중에 아이스크림을 싸먹으며 오후 6시가 조금 지난 이른 시간에 포항으로 돌아와 북구 장성동에서 내가 제일 먼저 내리면서, 오늘 독수리 오형제 팀이 함께한 낙동정맥 6구간 산행길을 성공리에 갈무리해본다.
(2016.07.10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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