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정맥수필

고운산정 금남정맥 6구간 (윗장고개~ 진고개~ 가자티고개)

호젓한오솔길 2017. 7. 21. 20:39

 

 

고운산정 금남정맥 6구간 (윗장고개~ 진고개~ 가자티고개)

 

 

                                                                   솔길 남현태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기는 무더위가 며칠간 이어지더니, 휴대폰에 폭염주의보를 알리는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 문자 메시지가 뜨고, 일요일부터 올 여름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가 있는 6월 셋째 주에는 고운산정 산악회를 따라 진행 중인 금남정맥 산행이 계획되어 있다. 행여 우중 산행이 되지 않을까 염려 했는데, 다행히 산행지인 충남 공주시 계룡면 지역에는 비가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주에 산행하게 되는 금남정맥 6구간은, 지난 달 금남정맥의 백미였던 국립공원 계룡산 구간에서, 다음 달 종착지점인 부여군의 사이를 이으며 충남 공주시를 통과하는 나지막한 무명 봉우리들과 고개를 오르내리는 약 24Km 거리의 야산지역으로, 선답자들의 산행기에는 별로 볼거리도 없으면서 과수원을 드나드는 가시밭 길에 걷기가 약간 짜증스러운 길이라고 한다.

 

그리 길지 않는 산행 거리지만, 더운 날씨에 산행을 일찍 마치기 위해 토요일 밤 12시에 포항을 출발하는 무박산행으로 진행하기로 한다. 토요일 퇴근을 하니, 주말을 맞아 아들 부부가 집에 다니러 와서 함께 저녁을 먹고 잠시 이야기 나누다가 방에 들어가 눈을 붙이려고 하였으나 평소에 자정이 넘어서 자는 습관이 되었어 인지 잠이 오지 않는다.

 

억지로 청한 잠이 오지 않으니 누워 있는 것이 더 피곤한 것 같아 잠시 뒤척이다가 그냥 일어나 배낭을 꾸리고, 출발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아들 부부와 마눌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선다. 밤 11시 45분에 집 근처에서 만나기로 한 재무이사님의 차를 타고 북구에 사는 네 사람이 연하재에 도착하여 잠시 기다렸다가, 포항 종합운동장에서 자정에 출발한 버스가 도착하여 차에 오르니 오늘 산행에 참여한 대원이 16명이라고 한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잠을 청하며 가는 도중에 청통휴게소에 들려 잠결에 차에서 내리니 비가 내리고 있다. 휴게소 벤치에서 재무이사님이 준비해온 야식을 먹는데, 야밤에 출출한 뱃속을 달래는 고소한 통닭과 시원한 소맥이 꿀맛이다. 소맥 두 잔과 통닭으로 배를 채우고 버스에 올라 눈을 감으니. 금방 몽롱하게 잠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들고, 잠결에 차창을 때리는 빗소리와 고인 물위를 달리는 타이어 소리가 거칠게 귓전을 스쳐간다.

 

잠결에 버스가 멈추기에 눈을 뜨니, 새벽 3시 50분경인데 벌써 산행 들머리인 윗장고개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오는 도중에 내리던 비는 다행히 이곳에는 내리지 않는 것 같고, 버스 안에서 각자 준비한 아침을 간단하게 먹은 후 산행 준비를 하여, 버스에서 내려 기념사진을 찍고 깜깜한 새벽 4시 10분경에 가파른 팔재산 자락으로 오르면서 제 6차 금남정맥 길은 시작된다.


잠시 숨소리 흘리며 가파른 길 치고 오르니, 무박 산행의 단점인 사방이 어두워서 그 정체는 알 수는 없으나 오늘의 최고봉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 보이는 팔재산(364.1m) 정상을 맞이한다. 아직 사방이 깜깜한 팔재산 정상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어두운 능선 길을 따라 걸음을 재촉한다.

 

사방에 어둠이 서서히 걷히어 우측 공주시 계룡면 기산리 마을 불빛이 기운을 잃어갈 쯤 4차선 도로가 가로 놓인 봉명리 마을에 내려선다. 중앙 분리대가 있는 4차선 도로(23번 국도)를 건너서 후미 대원들이 따라 오기를 잠시 기다리다가 밤나무 농장 길을 따라 알파인님의 GPS 트렉을 확인하며 언덕배기 올라서니, 맞은편에 가야 할 산봉우리들은 뚜렷이 보이는데 농장 지대를 빠져 나갈 길이 보이지 않아 잠시 우왕좌왕 한다.


전기 철선으로 살벌하게 울타리가 설치된 농장 옆으로 어렵게 빠져 나와 돌아보니, 대원들이 각자 흩어져 길을 찾아 건너오고, 다시 길을 막아놓은 농장이 나오며 맞은편에 가야 할 산봉우리들은 보이는데, 건너 갈 길은 없다. 칡넝쿨 우거진 울타리에 J3 클럽 노란 리본이 걸려 있는 풀섶을 헤치며, 밤꽃이 하얗게 피어 있는 밭둑 길 따라 개망초 밭으로 변해버린 묵은 밭뙈기를 가로 질러 잠시 평온함을 느끼게 하는 숲 속 길을 들어서더니 시멘트 포장된 농로를 건넌다.


무덤군이 있는 언덕배기 오르면서 돌아보니, 걸어온 능선 위에 아침 해가 구름 사이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어, 오랜만에 산행 길에서 만난 어설픈 일출을 살포시 당겨본다. 건너 숲 속을 빠져 나와 따라 오는 대원들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고, 멀리서 부르는 일행들 소리가 들린다.

 

눈치 보며 걷는 농장 길을 지나 숲 속으로 들어서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고, 내려다 보이는 골짜기 풍경이 여유롭게 보인다. 가파른 길 오르다 보면 금남정맥 길 힘을 내라는 어느 산님의 정성 어린 팻말이 걸려 있고, 산님들 리본 주렁주렁 달린 무명 봉우리들을 지난다.

 

올해 처음 만난 산나리꽃, 바쁜 걸음 멈추고 살며시 다가가 몇 장 접사를 해본다. 노성지맥 분기점을 알리는 준.희님의 이정표가 걸린 삼거리에서 산이좋아님이 가지고 온 막걸리 나누어 마시며 동료 대원들이 따라 오기를 잠시 기다렸다가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던 능선 길은 앞이 훤하게 트인 시멘트 도로에 내려서서 간식과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선두팀 9명이 모여서 쉬는 동안에 혁명의 바람이 분다. 오늘 산행이 끝나고 십여 킬로 남은 구간 때문에 먼 거리 다시 오지 말고, 내친 걸음에 조금 더 걸어서 부여 백마강 구드레나루터까지 직행하여, 오늘 금남정맥을 졸업 해버리자는 여론이 모아지고 배님들이 서둘러 먼저 출발을 한다.

 

간식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시원한 언덕길 내려서는 발걸음 가벼운 것이 오늘 얼마든지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잘 하면 오늘 졸업 할 수 있겠는데 하는 대원들의 걸음걸이가 경쾌하다. 이어지는 걸음은 2차선 도로(17번 국도)를 거침없이 건너고 잠시 가파른 길 치고 올라 성정산(237m) 정상에 올라선다.

 

성정산(237m)은 산의 둘레에 약 800m나 되는 백제시대의 용산성의 터가 남아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성이 있던 산이라 하여 명칭 그대로 성정산이라 불리우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선두팀 9명이 성정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오늘의 목표를 수정한 발걸음들은 서둘러 성정산을 뒤로하고 이어지던 능선길 가파르게 내려서니, 밤나무 농장으로 들어선다.

 

무덤군이 있는 낮은 능선을 지나 다시 밭둑으로 내려서고 밭둑 길 걸어 농로길 건너서 다시 치고 오르는 길, 어딘지 모르게 정맥 마루금을 약간 이탈한 기분이 들었지만, 주위가 모두 밤나무 등 농장이고 여기저기 리본들이 달려 있는 것을 보면, 선답자들도 어쩔 수 없이 적당히 논두렁 밭두렁 길을 찾아 훈지만지 걸은 구간인 듯하다.

 

비탈 오르는 길에 까치수영이 무리로 피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몇 장 접사를 해보고, 능선을 오르면서 돌아본 건너편에 방금 내려온 능선 길이 우리는 우측에 숲이 있는 높은 능선을 따라 내려와서 작은 골짜기 논두렁을 건너 왔지만, 정맥은 물을 건너면 안 되는 것이므로 아마도 농장으로 변해버린 가운데 낮은 능선이 실제 정맥 마루금이 맞는 듯하다. 잠시 가파른 비탈길 올라가다가 우측으로 방향을 트니, 뚜렷한 금남정맥 마루금에 올라서고, 잠시 후 마루금은 다시 밤나무 농장 속으로 들어선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야산 구릉지대를 걷다가 갑자기 한 사람이 도저히 배가 고파 못 가겠다며 밥을 먹고 가자고 하여, 너무 이른 시간이라고 망설이다가 하는 수 없이 모두 배낭을 풀고 아침 9시경에 벌써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햇살이 달아오르며 더워지는 날씨에 대부분 생각보다 빨리 지쳐가는 기색이고 보면, 오늘 부여 구드레나루터까지 완주하기로 한 조금 전에 혁명의 등불은 모두가 수포로 돌아갔다는 생각이 든다.

 

칡넝쿨과 가시덩굴 우거진 능선 길 조심조심 걷는 발걸음, 그늘이 없는 곳에서는 금방 햇살이 따갑게 느껴진다. 개망초 우거진 밤나무 농장 길에서 잠시 알바를 하고 거칠게 달리는 자동차들이 숨소리 흘리는 곳을 향하던 밤나무 농장 능선 길은 고속도로 절개지를 피해 우측으로 다급하게 떨어지다가 골짜기 밭둑으로 내려서더니, 고속도로 옆으로 난 아스팔트 포장 도로에 올라선다.

 

우측으로 2차선(697번) 도로를 따라 잠시 걸어서 논산, 천안간 고속도로 아래를 통과한다. 고속도로를 아래로 통과하여, 이어지는 오르막 길은 가파른 고속도로 절개지를 둘러서 올라가니, 도로에서 올라오는 철계단 길 중간에 들어서고 내려다 본 아래쪽 계단은 사람이 다니지 않아 아카시아나무가 우거지고 있다. 잠시 가파른 철계단을 따라 올라서서 우측에 굴이 있어 다가가 보니 몇 사람이 비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제법 넓은 공간이 있다.

 

이어지는 오르락내리락 능선 길은 오색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무명 봉우리를 지나더니, 잠시 아름다운 낙엽 능선 길은 이어지고 좌측으로 낡은 전선 철책이 처진 능선 길 따라 가던 마루금은 다시 밤나무 농장 길로 접어들고 여름을 알리는 자귀꽃이 곱게 피어 가까이 다가가 몇 장 접사를 해보고 산딸나무꽃 시들어가는 모습도 몇 장 담아본다. 꽃 사진을 찍는 동안 같이 가던 일행들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마지막 향기를 토하는 밤꽃 사진 몇 장 담아가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우측에 어느 문중 선산처럼 보이는 잘 단장된 묘지 뒤쪽을 지나 이어지는 마루금 길은 2차선 도로가 가로 지르는 진고개에 내려서서 과일을 먹으며 동료들이 내려오기를 잠시 기다린다. 앞에 네 사람을 먼저 보내고 잠시 기다렸다가 독수리오형제가 다 모여서 진고개 도로를 건너고, 가파른 절개지 마루금을 따라 올라간다.

 

진고개에 설치된 공주지역의 금남정맥 등산로 안내판을 지나 잠시 가파른 길 오르니, 다시 밤나무 농장 능선 길 이어지고 길가에 까치수영 모습 사진에 담아가며 걷는 길 능선 위에서 바라본 발아래 시멘트블록 공장 너머로 아련하게 펼쳐지는 산줄기들 겹겹이 포개진다. 이어지는 오르락 내리락 나지막한 능선 길은 주위가 대부분 밤나무 농장으로 변하여 조망이 시원하게 트이는 곳에는 유월의 햇볕이 따갑게 느껴진다.

 

엉성한 산길을 가다 보면 또 다시 밤나무 농장 길이 이어지고 훤하게 벌목을 한 골짜기는 아마 이 곳에도 밤나무 농장을 개간하려는 모양이다. 벌목을 한 능선 길 따라 가니, 잘록하게 깊이 파서 고도를 낮춘 임도에 내려서고 황토 고갯길 건너 잠시 가파른 산길 밟아 215 봉에 오른 걸음은 좌측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 따라 감나무골재 시멘트 도로에 내려서고 잠시 그늘에 앉아 포즈를 취한다.

 

감나무골재 시멘트 도로를 건너 개망초와 칡넝쿨 우거진 골짜기 풍경을 뒤로하고 감토산으로 향하는 길 바람 시원한 능선에서 잠시 호흡 가다듬고 오르락 내리락 고도를 높인 걸음은 마지막 봉우리 감토산(262m)에 도착하여 기념사진 찍어보고 간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잠시 쉬고 나서, 이어지는 능선 길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차츰차츰 고도를 낮추더니, 오늘의 종점인 가자티고개 위에 내려서니, 먼저 내려온 선두팀은 이미 등목을 하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여유롭다.

 

새벽 4시 10분경에 공주시 계룡면의 캄캄한 윗장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뚜렷한 볼거리 하나 없는 400고지 이하의 나지막한 야산에서 칡넝쿨과 가시덩굴 헤쳐가며, 끝물 밤꽃이 흐드러진 농장을 수없이 들락거리는 9시간 이상 소요된 조금은 지루한 산행을 마치고, 뜨거운 유월의 햇살이 한창 달아 오른 오후 1시 20분경에 공주시 탄천면 가자티고개에 도착하면서 산행길은 종료된다.


일단 시원한 맥주부터 두어 잔 들이키고, 자동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조용한 가자티고개 2차선 도로 옆에 주차한 버스에 올라 옷을 모두 벗고 팬티바람으로 버스 옆에 나와 서면. 기사 아저씨가 아이스박스에 얼음 물을 한 사람 당 두 바가지씩 배급하듯 머리에 부어주면 각자 손으로 문질러 샤워를 하니, 온몸이 찌릿해지면서 정신이 번쩍 드는 행복한 그 순간을 어찌 말로 다하랴 싶다.

 

개운하게 얼음물로 샤워를 하고 나서 길가 그늘에 주안상을 펼치고, 시원한 수박 안주에 맥주와 막걸리를 마시며 후미 대원들의 하산을 기다린다. 잠시 후 대원들이 모두 안전하게 하산을 완료하여 다 같이 하산주를 나누고, 공주 시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일어나면서 일부 회원님들이 가자티고개에 버려져 있던 쓰레기들을 말끔히 청소하여 대형 비닐봉투에 가득 담아 버스에 싣는다.

 

모두 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공주시 공산성 앞에 있는 '설악추어탕집'으로 들어가 맛있는 충청도 추어탕으로 이른 저녁을 먹으면서 느긋하게 하산주를 나누고, 일찌감치 출발하여 휴게소에 몇 번 들려가며, 저녁 7시 30분경에 아침에 탑승한 연하재에 도착하여, 재무이사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고운산정과 함께한 금남정맥 6구간 산행 길을 성공리에 갈무리해본다.

(2016.06.19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