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산 첫눈 밟으며 걸은 환종주
솔길 남현태
계절은 어느덧 11월도 끝자락으로 접어들어, 화사하게 가을 산천을 수놓던 오색 단풍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지난 정권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설쳐대는 좌파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처럼 다짜고짜 밀고 들어오는 겨울은 여기저기서 첫눈 소식을 알린다. 지난 15일 포항 지방을 강타한 진도 5.3 지진의 여파로 아직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공동 대피소와 진척 집을 전전하는 이재민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적폐청산이란 명목으로 전 정부의 국정원장들과 정권 실세들에게 구속 영장을 난발하여 줄줄이 포승 줄로 묶어 구속하였다가, 김관진 전 국방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 실장이 법원 구속 영장의 기각으로 풀려나자 여당 국회의원이란 작자들은 영장을 기각한 판사를 적폐 판사로 몰아 언론에 신상 털기를 하고 있으니, 지금의 대한민국은 좌파들이 꼴리는 대로 칼 춤추는 무법천지가 되어가는 듯하다.
모두가 '뼈 속까지 무인'이라고 하는 김관진 전 장관은 60만 전군의 표상이라 한다. '모두가 내 책임' 이라고 하는 그는 국방장관 시절 "북한이 도발 시 10배로 보복하라"고 지시하여,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군인'이며, 장군 중에 장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은퇴한 노장군을 포승 줄로 묶어 보란 듯이 구치소로 끌고 가는 모습을 TV 에서 보니, 마치 임진왜란 때 백성들의 신임을 받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쪼다 임금을 둘러싼 정치 세력들이 모함하여 전범으로 압송하는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여 씁쓸한 기분이 든다.
지난 13일에 공동경비구역으로 차를 몰고 귀순하다가 차가 도랑에 빠지는 바람에 뛰어서 넘어 오다가 북한군에 의해 여섯 발이나 맞아 심한 총상을 입은 북한병사가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이국종 교수에 의해 천신만고 끝에 생명을 구하였는데, 뱃속에 생 옥수 알갱이 몇 개와 길이 27Cm 나 되는 회충이 수십 마리나 우글거렸다고 한다.
귀순한 북한군의 뱃속에 기생충이 오염되어 치료 전망이 어둡다는 의료진의 브리핑에 대해 종북 좌파 야당(정의당)의 한 국회의원이 " 우리가 북한보다 나은게 뭔가" 하면서 "인격테러"라고 비판을 하고 나선다. 귀순 병사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북한의 처참한 실상이 공개되는 것이 싫은 종북 세력들이 국회와 청와대의 구석구석에 기생충처럼 또아리틀고 있는 대한민국의 앞날이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어느덧 연말 분위기가 들기 시작되는 듯한 11월도 마지막 주말이 되는 이번 주에는 서쪽 중부지방과 강원 산간지방에 제법 많은 눈이 온다고 하더니, 금요일에 포항에는 빗방울 몇 개 떨어지는가 싶었는데, 고향 상옥과 내연산에는 눈이 내렸다고 하여, 주말에 가까운 곳으로 첫눈 산행을 다녀오기로 한다.
토요일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산행준비를 하고. 아침 10시경에 배낭을 꾸려 어디로 갈까 하면서 집을 나서니, 시내를 지나 연하재를 넘어서면서 앞쪽에 펼쳐지는 메뉴판의 산봉우리들은 모두가 언저리는 늦가을 갈색이고 산봉우리는 회색 겨울빛이 감돈다. 회색 산봉우리들 너머로 유독 멀리 영천시의 보현산이 하얀 분 칠을 한 얼굴을 내밀고 있으니, 자동차는 저절로 그리로 향한다.
오전 11시 20분경에 보현산 아래 정각 마을에 도착하여, 늘 하던 데로 마을 뒤에 있는 정각사 쪽으로 올라가기 위해 좁은 골목길을 들어서는데, 확장 공사를 한다고 파헤쳐진 골목이 좁아서, 폭이 넓은 내 자동차는 들어가기 어려워 다시 빽 하여 마을 입구로 나와 도로변에 주차를 한 후 보현산을 좌에서 우로 능선을 크게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정각리 입구 한 길가에 주차하고, 정각리 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절골 쪽으로 별빛 마을 절골 표지석 앞을 지나 마을 당나무인 커다란 느티나무와 정자가 있는 곳에서 좌측 언덕길로 올라간다. 길이 없는 과수원을 지나 묘지가 있는 언덕배기에서 내려다 본 절골 마을은 눈이 모두 녹아 포근한 느낌이 들고, 길가에 내 자동차도 얼른 다녀오라고 쳐다보며 손짓한다.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은 등산로가 없고 그냥 능선을 따라 소나무와 잡목 사이를 이리저리 헤집으며 올라간다.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아직 녹다가 남은 하얀 첫눈이 반기고, 잔설 미끄러운 너덜겅과 빼곡한 잡목들이 헤치고 오르기가 까다롭게 느껴진다. 바위에 내린 하얀 눈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하얀 백설의 찐한 향기가 느껴진다.
생각 보다 거칠고 까다롭게 느껴지는 너덜겅 능선을 살금살금 헤집고 올라가니, 절골에서 올라오는 등산로를 만나고, 잔설이 남아있는 길 촉촉한 낙엽이 푹신거리는 길은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두었던 낡은 등산화는 벌써 양말이 축축한 느낌이 들어온다. 잔설이 스며들어 있는 낙엽 길을 따라 올라가니, 늘 올라오던 정각사에서 오는 등산로와 만나고, 음지로 올라오는 그 길은 눈이 제법 쌓여 있다.
이어지는 등산로는 올라갈 수록 낙엽 위에 눈이 더욱 쌓여 있고, 처음 길을 만들 때 설치한 안전 로프와 말뚝은 이제 썩어서 끊어지고 넘어지고 하여, 아무런 쓸모도 없이 어지러운 쓰레기로만 보인다. 길가 소나무 아래 만들어진 전망대 위로 올라가서 내려다 본 정각리 마을 정겹고 건너 기룡산의 검은 숲 속에 박힌 눈빛이 희끗희끗 스며 나온다.
건너 갈미봉과 기룡지맥 능선엔 제법 많은 눈이 쌓여있고, 돌아본 보현산에도 앙상한 겨울나무 숲 속에 하얀 눈이 햇볕을 피해 숨어 있다. 정각으로 내려가는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이어지는 능선 길은 겨울에 상고대가 피면 참 아름다운 곳인데, 오늘은 바닥에 잔설만 남아 있다.
카메라와 통신탑이 설치된 곳을 지나고, 올해는 아직 산불감시원이 올라오지 않은 듯한 산불 감시 초소를 지나 시루봉 아래 정자에 도착한다. 정자에서 바라본 영천 쪽 풍경은 역광에 시계가 흐리고, 나무데크로 만든 천수누림길은 부식이 심하여 수리 중이라고 출입금지표시가 되어 있다.
계단길을 따라 등산객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 시루봉으로 오르니, 부자처럼 크고 작은 두 개가 나란히 서있는 시루봉 정상석은 아직도 여전한데, 시루봉에서 바라본 부약산으로 가는 길에도 아직 사람의 흔적이 없다. 발아래 절골 정각리와 건너 갈미봉에서 기룡산으로 건너가는 기룡지맥 풍경 잠시 둘러보고, 천문대 쪽으로 가는 길에도 하얀 눈 위에 아직 사람의 흔적이 없다.
하얀 눈 위에 발자국을 만들면서 보현산 천문대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길가에 진달래 나무는 하얀 눈꽃를 피우고 있다. 하얀 눈 위에 비치는 햇살이 눈이 부시는 길을 천천히 걷는 걸음은 한가롭기만 하고, 돌아보니 발자국이 동행을 한다. 자연이 만들어놓은 예술품들과 화사하게 핀 하얀 진달래를 감상하면서 보현산 천문대 안으로 들어서니, 제설작업을 한 천문대에도 발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보현산 천문대 이정표와 천문대 전시관 전경과 주목에 쌓인 눈을 둘러보고, 보현산 정상을 향하여 걸음을 이어간다. 보현산을 오르면서 시루봉 쪽 풍경 돌아보고, 천문대 건물 옆에 위치한 보현산(1,126.4m) 정상에 도착하니, 눈이 쌓여있는 보현산 정상의 전망 바위는 시루봉과 달리 수목이 가리어 조망은 별로다.
정상석 뒤쪽으로 눈 쌓인 능선을 따라 인적이 없는 하얀 눈을 밟으며 발걸음을 이어간다. 보현산 정상에서 주차장 쪽으로 내려가는 능선 길은 여러 번 다닌 길이지만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길이다. 발목까지 빠지는 하얀 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호젓한 능선길은 눈꽃 산행을 즐기는 곳이지만, 오늘은 바닥에 쌓인 첫눈을 마음껏 밟는 것으로 만족하다 해야겠다.
혼자 이리저리 마음대로 헤집으며 걷는 눈 밭은 하얀 그리움이 소복소복 쌓여 있는 길, 걸음은 천문대를 오르는 차도에 내려서고, 잠겨 있는 출입문을 아래로 통과한다. 텅빈 주차장을 지나 다시 이어지는 능선 길은 눈 덮인 묘지를 지나고, 밤새 바람이 몰고 온 하얀 눈이 쌓여있는 능선은 종아리까지 푹푹 빠져든다.
우측 아래쪽에 보현산 천문대로 오르는 차도가 있어 산님들의 발걸음이 뜸한 능선 길, 아무도 걷지 않은 하얀 눈밭을 뽀드득 거리며 걷는 촉감은 그만인데, 낡은 등산화 속으로 물이 스며들어 양말이 물크덩거리니 기분이 그저 그렇지만, 그리 춥지 않은 날씨 덕분에 발이 씨럽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외로움을 즐기며 걷는 하얀 눈길은 돌아보면 발자국이 동행을 하고, 여유롭게 이어지는 발걸음은 삼거리 이정표가 세워진 봉우리 면봉산에서 건너오는 길과 만나는 삼계봉에 도착한다. 여기서부터는 포항시와 영천시를 가르는 경계를 따라 기룡지맥을 함께 걷는다. 잡목 속에서 만지송 한 그루 어렵게 살아가는 삼계봉을 뒤로하고, 잡목 사이로 이리저리 이어지는 눈 쌓인 능선 길은 보현산 천문대로 오르는 꼬불꼬불한 차도를 만난다.
골짜기 두마리 건너 곰바위산과 베틀봉이 정겹게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언덕을 내려서서, 잠시 차도를 따라 한 굽이 돌아서 가파르게 내려서는 등산로에 접어들어 하얀 눈길과 낙엽길을 오르내리며, 두마리와 정각리를 넘나드는 고개 위에 임도에 내려서고, 임도 사거리에서 잠시 멈추었던 걸음은 갈미봉 쪽으로 이어간다.
낙엽 위에 쌓인 눈이 뽀드득 거리는 오르막 길 이어지는 발걸음은 작은보현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봉(832m)에 올라선다. 여기서 작은보현산으로 흐르는 시경계와는 헤어지고, 기룡지맥을 따라 갈미봉 쪽으로 향한다. 능선을 따라 잠시 가다 보니, 여기서부터는 두 사람이 지나간 발자국이 보이는 길은 정각리 웰빙 숲 쪽으로 내려가는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고 정겨운 길 따라 잠시 이어지는 걸음은 넓은 바위에 돌탑들이 쌓여있는 곳에서 건너다 본 작은보현산에는 초겨울 햇살이 다사롭게 파고든다.
눈 위에 돌탑들이 우두커니 앉아있는 전망바위에는 주위에 돌탑들이 하나 둘 자꾸 늘어나는 듯하다. 낙엽과 눈이 바스락거리는 길은 정상이 움푹 패인 갈미봉(787m)에 올라선다. 기룡지맥을 따라 이어지는 능선에는 낙엽 위에 잔설이 녹아들고, 잠시 가파르게 내려선 걸음은 돌탑이 몇 개 세워진 곳에서 우측으로 난 길로 돌아 나가니, 산으로 오르는 시멘트 임도에 올라선다.
임도 가에 세워진 이정표를 따라 정각리로 향하는 길에는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는데,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아 바닥에 청태가끼어 미끄럽게 느껴진다. 길이 별로 험하지도 않는 이런 골짜기에 예산을 들여가며 나무계단을 설치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낙엽과 잔설이 어우러진 돌계단 길 정겨운 골짜기 음지에는 마른 단풍이 곱게 남아 가을 여운을 풍기다.
마른 단풍이 곱게 남은 길 낙엽과 하얀 눈이 함께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 골짜기 어귀로 돌아나오니, 정겨운 절골 마을과 석양 드리운 보현산의 걸어온 능선 모습이 한 눈에 펼쳐지고, 절골 마을의 많은 감나무에는 빨갛게 익은 홍시가 주렁주렁 그대로 달려 있어 풍요로운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고 있다.
나무데크 깔린 등산로를 따라 나오는데, 건물 벽에 벽화가 그려져 있고 무시레기가 걸려 있는 농가 뒤안길이다. 걸음은 자동차가 주차된 도로변에 내려서고, 오전에 올라가던 절골 삼거리를 지나 자동차에 돌아오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오전 11시 20분경 늦은 시간에 산행을 시작하여, 첫눈 쌓인 보현산 능선 길 한 바퀴 돌아오는 약 10Km 거리에 4시간이나 소요된 산행을 마치고 자동차로 도착하니. 등산화 속에 물이 들어가 물크덩거리는 젖은 양말을 갈아 신고, 차 안에서 과일을 먹으며 잠시 몸을 녹인 후 포항으로 향한다.
전주에 살면서 친구 결혼식이 있어 포항에 왔어 낮에 마눌과 같이 결혼식에 갔다가 늦게 들어온 둘째 아들과 소주 한 잔 나누면서, 겨울철 눈이 좀처럼 오지 않는 포항에서 첫 눈이 그리워서 찾아간 보현산 미니 산행 길 하나 갈무리 해본다.
(2017.11.25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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