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한파 속에 찾아간 소백산 비로봉
솔길 남현태
매서운 북극 한파가 연일 최저 기온을 갈아치우며 극성을 부리고 있는 올 겨울은 대관절 겨울의 끝자락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토요일이 입춘인 이번 주말에는 일요일에 포항의 명문 포산사 산악회를 따라 겨울 칼 바람 대명사인 소백산으로 산행을 가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입춘 땜으로 찾아온 추위에 또 다시 전국을 꽁꽁 얼리는 한파 주의보가 내려진다고 하니, 살을 애는 소백산의 똥 바람을 생각하면 온몸이 오싹하게 느껴진다.
일요일 낮 소백산 정상의 기온이 영하18 ~20도의 강추위에 초속 12미터의 강풍이 불어 체감 온도가 영하 25도 이하로 내려간다고 하는 일기 예보에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가 새벽에 일어나, 오래 전에 태백산으로 신년 일출 산행을 간다고 구입하여 한 번 입어보고, 장롱 속 어디엔가 숨어 잠자고 있을 내의를 찾아 속에 껴입고 가기로 한다.
일요일 아침 6시에 포항시 남구 종합 운종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15분경에 북구 학산파출소 앞에서 탑승하기 위해 서둘러 일어나 산행준비를 하고, 마눌의 차를 타고 가다가 보니 지난 번 처럼 또 시간이 너무 이른 것 같아 중간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기다리다가 약속 시간에 맞추어 학파 앞으로 나가니, 산악회 회장님을 비롯한 낯익은 회원님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예정 시간 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는 버스에 올라 가는 도중에 연하재에서 마지막 회원들을 태우고 잠시 고속도로를 달려가다가 영천 휴게소에 들러, 휴게소 한편에 추위를 피해 실내에서 아침을 먹을 수 있도록 마련된 고객 휴게실에 들어가 산악회에서 준비한 따뜻한 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가기로 한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 회장님의 인사와 산행대장님의 산행 안내를 마친 후 사무국장님의 사회로 한 사람씩 앞으로 나와서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지며, 소백산 칼 바람 맞이를 위해 산악회에서 특별히 준비하여 나누어 준 가슴과 손, 발을 따뜻하게 하는 여러 가지 핫팩으로 완전 무장을 한다.
가는 도중에 오늘 대타로 오신 기사님의 착각으로 버스가 잠깐 공사 중인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 빠구를 하고 나오는 알바를 하면서, 아침 10시 13분경에 산행 들머리인 충북 단양군 천동리 주차장에 도착하니, 국립공원 입장료가 인당 1,000원 이고, 단체 할인으로 인당 800원 이라고 한다.
무척 추울 것으로 예상하고 버스에서 내리니, 바람이 잠잠한 날씨가 햇살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이 미련하게 내의를 입고 온 것이 잘못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각자 산행 준비를 하면서 산행대장님의 구령으로 준비 체조를 마치고, 주차장에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잔설이 남은 천동 골짜기를 따라 삼삼오오 느긋한 발걸음을 이어간다.
조금 차갑기는 하여도 예상 보다 바람이 없어 푸근하게 느껴지는 날씨에 얼굴이 활짝 핀 회원님들 천동계곡을 따라 정겨운 발걸음 이어간다. 제설작업을 한 도로에 얼어 붙은 잔설이 남아 약간 미끄러운 길 따라 공원 관리사무소 앞에 도착하여, 모두 배낭을 풀고 아이젠을 착용하고 가기로 한다.
소백산 탐방로 안내판을 지나, 이어지는 넓은 등산로는 산님들의 발 아래 다져진 눈이 빙판을 이루어 아이젠을 차고 걸으면 빠드득 빠드득 소리가 나는 것이 걷기가 참 편하게 느껴진다. 엎드려 있는 하얀 잔설 아래 계곡물이 모두 꽁꽁 얼어 있는 골짜기를 따라 다져진 눈 길을 걷는 발걸음들 삼삼오오 여유롭기만 하다.
바람기 없는 조용한 골짜기 뽀드득 소리 흘리며, 오순도순 산 이야기들 나누는 정겨운 발걸음들 울창한 낙엽송 숲 길을 지나, 스키장처럼 잘 다져진 눈 위를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고도를 높여가는 길은 아이젠을 차고 걸으니, 촉감이 참 부드럽게 느껴진다. 오늘 날씨가 대단히 춥다고 하였는데, 바람기 없는 골짜기 하얀 눈길을 다사롭게 내리 쪼이는 눈부신 겨울 햇살을 받으며 걸이니, 몸에서 땀이 날락말락 하는 것이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라는 생각이 든다.
다져진 하얀 눈길을 밟으며 골짜기 길을 따라 어슬렁어슬렁 걸은 걸음이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 천동야영장에 도착하니 산님들이 붐비고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니, 차가운 날씨에 금방 한기가 찾아 들어 얼른 겉 옷을 챙겨 입은 후 야영장 벤치에 비닐 텐트를 치고, 여러 명이 안으로 들어가 둘러앉아 따뜻하게 점심을 먹는다.
비닐 속에서 따뜻하게 점심을 먹은 후 출발 직전에 기념사진 한 장 찍어주고, 민트님과 자리 바꾸어 나도 한 장 찍혀보고, 야영장을 건너 와서 화장실에 잠시 들렸다가 하얀 눈길을 따라 본격적으로 칼 바람이 기다리는 비로봉 산행길이 시작된다. 야영장에서부터 좁아진 일반 등산로는 등산화로 다져진 하얀 눈이 꽁꽁 얼어 미끄럽게 보이지만, 아이젠을 차고 걷기에는 촉감이 참 부드럽게 느껴진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정상이 매우 춥다고 하며 가끔 눈썹이 하얗게 얼어 눈꽃을 피운 사람들이 내려오는 것을 보면, 정상이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한다. 꽁꽁 얼어붙은 옹달샘 뒤에 세워진 비로봉이 2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니, 차가운 바람과 함께 하얀 상고대가 세상을 가득 덮었다.
수북이 쌓인 눈 속에 뿌리를 묻은 채 매서운 찬바람에 시달리다 밤새 하얗게 늙어버린 소백산의 겨울 나목들은 오후가 된 이 시간에도 꽁꽁 얼어붙은 몸을 잠시나마 녹일 짬이 없는 듯하다. 나무데크 위에서 사진 몇 장 찍으며 뒤에 오는 일행들을 잠시 기다려 보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 멈추는 순간 저 나무들처럼 꽁꽁 얼어버릴 것 같아 오래 기다릴 수가 없어 천천히 걸음을 이어간다.
소백산 주 능선을 향하여 오르는 다져진 눈길은 오랜만에 만난 제대로 핀 하얀 상고대에 걸음을 멈추고 연신 셔터를 눌러본다. 오후 2시경인 이 시간 까지 눈이 부시는 맑은 햇살에 녹지 않고 꽁꽁 언 채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하얀 상고대는 영하 20도라는 이곳 소백산의 차가운 날씨를 실감나게 한다.
앙상한 나목과 파란 주목이 하얗게 얼어 있는 환상의 상고대 길에서 뜸달 대장님 한 장 찍어주고, 나도 한 장 찍혀본다. 나무데크에 천막이 처져있고 바람이 조금 잠잠해 보이는 이 곳에서 잠시 서성이며, 일행을 기다리다가 뒤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오는지 소식이 없어,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겨간다.
상고대를 피운 늙은 주목들 사이를 지나는 길에 겨우내 겹겹이 쌓이고 쌓인 저 눈은 언제 다 녹으려나 싶다. 길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멈추어서 붐비는 산님들을 지나면서 올려다 본 파란 하늘에 섬세한 솜씨로 수를 놓은 듯한 하얀 상고대들 자연의 신비에 절로 감탄사를 흘리지 않을 수가 없다. 파란 창공을 덮은 앙상한 가지 마다 하얀 서리꽃을 탐스럽게 피운 하얀 눈길에 마주 오는 산님들은 이 곳이 포근하다고 하며 지나간다.
파란 하늘에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하얀 상고대를 올려다보며, 어슬렁거리는 걸음은 비로봉으로 향한다. 하얀 상고대 사진을 찍는 동안 배터리가 얼어서 방전이 되었다고 하며, 카메라가 작동이 되지 않아 카메라 케이스에 핫팩을 넣고 잠시 잠시 예열을 하면서 한 두 장 찍고 나면 다시 멈추니, 사진을 많이 찍을 수가 없다.
소백산 주 능선에 올라서 바라본 연화봉 쪽 풍경과 오늘 가야 할 비로봉 쪽 설경을 바라보며, 양지바른 바위에서 잠시 기다리니 일행들이 모두 도착하고, 멀리 비로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어본다. 고운산정 임원들과 포산사 회원님들 기념사진 찍어주고, 나도 한 장 찍혀보고, 비로봉으로 향하는 길 단양군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끝이 매섭다.
연화봉 쪽 풍경 돌아보고, 하얀 설경을 바라보며 비로봉으로 향하는 능선 길에 좌측 단양에서 불어오는 칼 바람이 얼굴을 애는 듯이 따갑게 느껴져 잠시 배낭을 풀고 바람막이를 꺼내서 껴입고 나니 한결 나은 것 같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한 두 장 찍고 나면 배터리가 방전이 되었다고 하여, 식어버린 핫팩과 같이 넣어 문지르다가 얼른 꺼내서 한 장씩 찍어본다.
바닥에 고무가 깔린 계단길 따라 비로봉 오르는 발걸음 바람 끝이 매섭기는 하여도 생각 보다 칼 바람이 약하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겨울 햇살에 눈이 부시는 연화봉 쪽 풍경 돌아보며, 올라선 비로봉 정상에는 정상석과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산님들로 붐비고, 카메라 배터리가 얼어서 어렵게 몇 장 찍어보고 내 사진을 찍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바람이 잠잠한 곳에서 기념사진 찍어보고, 나무계단 길을 따라 바람 거친 비로봉을 내려선다. 비로봉을 내려서는 계단에서 바라본 연화봉 쪽 풍경 겨울 햇살에 아련하고, 돌아본 하얀 비로봉 멀리 국망봉 쪽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소백의 겨울 풍경 바라보며, 눈 쌓인 가파른 계단 길 따라 삼가리 골짜기로 내려선다.
급경사 계단을 내려서니 다져진 눈이 미끄러운 능선 길에서 여기 저기서 넘어지는 산님들 모습이 보이고, 노송들이 어우러진 정겨운 길 따라 이어지는 걸음은 빙판에 미끄러진 김에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아이젠을 풀고 눈이 없는 골짜기로 내려선 가벼운 발걸음은 주차장이 2.2Km 남았음을 알리는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거친 시멘트 포장 길은 소백산 달밭골을 알리는 표지목을 지난다.
정겹게 이어지는 걸음은 비로사 일주문이 세워져 있는 비로사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깨끗하게 잘 관리된 화장실에서 잠시 용변을 보고, 마을 뒤쪽에 있는 소백산 국립공원 안내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에 돌아오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아침 10시 15분경에 바람 고요한 충북 단양군 천동리 주차장에서 천동 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여, 하얀 상고대와 칼 바람이 설치는 소백산 비로봉에 잠시 올랐다가 내려오는 약 6시간의 느긋한 산행을 마치고, 오후 4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버스에서 후미대원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여성 회원 한 명이 하산 도중에 눈길에 미끄러져 다리를 삐끗하는 가벼운 부상을 당하여, 택시를 불러서 타고 오느라 잠시 늦어진다고 한다. 대원들이 모두 하산을 완료하고, 약 15분 거리에 있는 식당으로 버스를 이동하여, 미리 예약한 한우 갈비탕으로 든든하게 저녁을 먹으면서, 산악회에서 준비해 온 과메기 안주로 푸짐하게 하산 주를 나눈다.
버스 안에서 경품 추첨도 하면서 포항으로 오는 도중에 영천 휴게소에 들러서 마눌에게 전화를 하고, 9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포항에 도착하여, 아침에 탑승한 학파 앞에서 내려, 마중 나온 마눌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오늘 소백산 산행 준비에 수고하신 산악회 임원진들과 칼 바람 부는 하얀 능선 길을 함께 걸은 포항의 여러 산님들에 감사한 마음으로 포항의 명문 포산사와 함께한 소백산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8.02.04 호젓한호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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