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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사 복수초 찾아간 구룡포 야산

호젓한오솔길 2018. 2. 26. 17:39

 

봄의 전령사 복수초 찾아간 구룡포 야산



                                           솔길 남현태



입춘을 지나서까지 전국을 꽁꽁 얼리던 올 겨울 추위는 민족의 최대 명절인 구정을 연휴를 맞이하면서부터 누그러지기 시작하여 대동강물이 풀린다는 우수를 지나니, 계절 변화에는 어쩔 수 없는 듯 바람결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겨울의 끝자락인 2월의 마지막 주에는 별 다른 산행 약속을 하지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어느덧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을 봄 꽃들의 향기를 찾아 보기로 한다.


토요일 매년 찾아 가던 포항의 남쪽인 구룡포 병포리 야산으로 복수초를 만나러 갈까 하면서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흐리다. 일기 예보를 확인 하니 낮부터 맑아지고 일요일 아침에는 동해안에 비나 눈이 온다고 한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봄 꽃들이 꽃잎을 오므리고 있으므로, 햇살이 맑은 날에 찾아가야 화사한 자태를 즐길 수가 있기에 햇살이 달아오르기를 기다리다가 정오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간단하게 작은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선다.


매년 복수초를 찾아오던 골짜기를 입구부터 살피며 올라 왔으나, 올 겨울이 유난히 춥고 건조하여서인지 메마른 골짜기에는 왠지 그 흔하던 복수초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 오늘 완전히 허탕을 치나 했는데, 바싹 마른 맨땅에 이제 막 올라오는 복수초 한 포기를 발견한다.


아직 꽃 잎을 오므리고 있는 어린 복수초를 사진에 담아보고, 다시 골짜기 산비탈을 살피면서 올라가지만, 메마른 골짜기에서는 더 이상의 복수초를 만나지 못한 체 낙엽 쌓인 능선에 올라서니, 조금 허탈한 기분이 들어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다른 산골짜기를 탐색해보기로 한다.


황금빛 낙엽 능선을 따라 잠시 걸은 걸음은 낙엽이 잠들어 있는 청정 골짜기를 탐색하며 내려간다. 곳곳에 바위가 있고 낙엽에 무릎까지 차오르는 깊은 골짜리를 따라 살금살금 내려가니, 이 곳에서 여기저기 피어 있는 반가운 복수초 군락지를 만난다. 봄의 전령사 화사한 복수초 여인 이제 막 올라오는 복수초들을 요모조모 똑딱이 속으로 담아본다.

 

그렇게도 춥던 올 삼동을 무사히 넘기고, 언 땅이 녹기를 기다렸다가 무섭게 밀고 올라오는 강인한 복수초 여인들 낙엽 위에 흩어진 화사한 모습들이 신비롭기만 하다. 한 쌍이 나란히 어깨를 기대고 서서 선탠 즐기는 모습 정겹고, 비탈에 홀로선 외로운 여인은 노란 얼굴 분단장 하고 누굴 기다리시나 송이 보다는 두 송이 마주하는 모습 정겹고, 귀속말로 소곤대는 소리에 카메라가 자주 간다.


노란 복수초 여인들 황금 분가루 폴폴 날리고, 멀쑥하게 자란 모습으로 보아 이 곳에는 복수초는 피지가 벌써 며칠 되는 듯한데, 갸우뚱한 자태가 참 아름다운 복수초, 말쑥한 그녀들이 참 곱기만 하다. 골짜기에 여기저기 피어 있는 복수초들 초상화 하나씩 담아가며 내려서는 길 올 겨울 유난히 눈비가 내리지 않아 먼지가 폴폴 날리는 바싹 마른 땅에 핀 복수초들 봄비라도 흠뻑 내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고목 둥치 아래 부서진 시멘트 덩어리처럼 마른 땅에 박힌 듯이 올라와 곱게 꽃을 피운 복수초 대자연과 생명의 신비함에 감탄사를 흘리며, 골짜기 어귀까지 내려와 잠시 자동차가 세워진 곳까지 걸음을 옮긴다.

 

매년 찾아오면 어김 없이 반겨주던 복수초를 날씨가 유난히도 추웠던 올해의 첫 걸음은 허탕을 치는가 했는데, 다행이 이웃 골짜기에서 새로운 군락지를 발견하여, 똑딱이 셔터를 누르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오후 2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집으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고 나서 낮잠 한숨 늘어지게 자고 나니, 날이 어둑어둑 해지는 저녁 시간이 되어간다. 저녁에는 내일이면 끝이 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빙상의 간판스타 이승훈 선수가 메스스타트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는 금빛 질주를 하여 전 국민을 즐겁게 하고 있다.

(2018.02.24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