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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곡산의 봄 야생화 따라

호젓한오솔길 2018. 3. 15. 22:29

 

금곡산의 봄 야생화 따라



                             솔길 남현태



오래 전부터 매년 봄이면 야생화를 찾아가던 금곡산으로 올해는 삼일절에 변산아가씨를 만나러 가볼까 하던 차에, 전날 밤에 봄비 치고는 제법 많은 30m이상의 비가 내린다고 하여 틀렸구나 했는데, 아침부터 해가 나기 시작하여 혹시나 하면서, 밤새 비를 맞고 허물어진 야생화들이 몸을 추스르는 동안 집에서 어물적 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햇살이 달아오르기를 기다려 오전 11시가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아파트 창문이 휘파람 소리를 낼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부는가 싶더니, 폰으로 강원, 경북 일부 지역에 강풍경보가 발령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여린 야생화를 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려 접사 해야 되는 봄 꽃 산행은 오늘 같이 간밤에 비가 오고 강풍이 부는 날씨에는 최악의 조건이지만, 그래도 마음 먹은 김에 설레는 마음으로 변산아가씨를 만나러 가보기로 한다.


차를 몰로 시내를 지나면서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부는지 자동차가 들썩거리고, 신호등이 흔들거려 괜스레 나왔다는 불안한 기분이 든다. 자동차 전용도로에도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강풍에 몸을 가누느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행여나 바람에 뭔가 날아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주위를 살피면서 규정 속도 이하로 달려간다.


화산곡지 제방을 지나 상류 쪽으로 가는 길은 비포장 도로인데, 간밤에 내린 비로 군데군데 흙탕물이 고여 있어 승용차들은 다니기가 조금 불편해 보인다. 목적지 화산곡지 상류에 도착하니, 이 바람에도 변산바람꽃 사진을 찍으러 온 자동차들이 길가에 쭉 늘어져 주차되어 있어 맨 뒤에 주차하고, 간단하게 산행 준비를 하여 화산곡을 향하여 걸음을 옮긴다. 


저수지 옆을 따라 상류 쪽으로 올라가는 길 굶주린 화산곡지는 올 겨울 극심한 가뭄으로 배가 쑥 들어가 있다. 물이 줄어든 저수지 상류에는 아직 얼음이 덮여 있고, 간밤에 내린 비로 물이 고여 있는 임도를 따라 걷는 좌측 골짜기에도 아직 얼음이 남아 있는데, 버들강아지 움트는 곳에 길가 웅덩이에는 벌써 때이른 개구리들이 나와 봄 노래를 부르고 놀다가 다가 서니 모두 물속의 낙엽 밑으로 숨어버린다.


봄 햇살에 움질거리는 버들강아지들 사진에 담으며 저수지 상류를 지나니, 변산바람꽃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 산비탈에 여기저기 엎드려 그치지 않는 바람과 실랑이 하고 있다. 지나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변산바람꽃 사진 몇 장 담아보고, 간밤에 비가 와서 물이 조금 내려오는 골짜기를 따라 올라간다.


바위와 낙엽 사이로 흐르는 해맑은 물소리, 오랜만에 들어보는 환상의 봄의 멜로디에 두 귀가 즐겁기만 하다. 오랜 세월을 두고 물길이 다듬어 놓은 바위 홈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 지나 다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개울 가에는 간밤에 내린 비로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한 변산아가씨들이 흐트러진 매무새로 웅크리고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를 따라 올라가는 걸음은 금곡사로 향하는 길과 만나고 길가에 농가를 지나는데, 여기 저기 매어놓은 개들이 노려보며 짖어대니, 언제 어떤 놈이 고리를 끊고 달려들까 신경이 바짝 쓰인다. 자동차 두 대 세워진 금곡사 아래 주차장을 지나 위쪽 주차장으로 올라가니, 주차장에 폐기물 같아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은 가득 실어다 놓았는데, 아마도 개울을 덮는 교량 공사를 하는데 쓰려는 것으로 보인다.


금곡사를 지나고, 신우대 숲을 지나 낙엽 쌓인 길을 지나니, 여기저기 변산바람꽃 사진을 찍는 사람들 모습이 보인다. 좁은 골짜기에는 꽃 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 변산바람꽃 사진은 내려올 때 찍기로 하고, 지나가면서 슬쩍 변산바람꽃과 복수초 사진 한 장 훔치듯 찍어보며 골짜기를 따라 그냥 올라간다. 


아직 낙엽 속에 얼음이 얼어 있는 골짜기 작은 폭포를 덮은 얼음은 힘에 부친 듯 가랭이 사이로 칠칠 물을 흘리고 있다. 낙엽 쌓인 골짜기 옆으로 붙어 올라가는 길은 고도를 높여 올라갈 수록 바위에 폭포들은 꽁꽁 얼어 있어, 다가가 귀 기울이니, 간밤에 내린 비에 속으로 졸졸 흐르는 물소리 들린다.


꽁꽁 얼어 있는 바위 폭포들을 지나니, 다시 낙엽 쌓인 골짜기는 낙엽 속으로 물이 흐르고, 바위 어우러진 골짜기 오묘하게 생긴 바위 깊은 곳에서 개울 물이 졸졸 흘러 나온다. 너덜겅에 낙엽 쌓인 골짜기 가끔 하얀 얼음이 녹지 않고 있는 곳을 지나 이리저리 낙엽을 피해 살피면서 올라가는 골짜기 낙엽 속에 숨어 올라오고 있는 복수초 몇 포기 발견하고, 쪼그리고 앉아 카메라 겨누어 본다.


이어지는 무릎까지 차오르는 낙엽 골짜기에 마지막 얼음 폭포 할딱거리며, 남아 있는 곳을 지나 옛날 숯가마 터가 있는 양지비탈이 포근하게 느껴져 혹시나 싶어 낙엽 속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낙엽을 밀치고 오르는 화사한 복수초 무리를 만난다. 주위에 아직 얼음이 남아 있는 깊은 산골짜기에도 때가 되면 어김 없이 봄의 전령사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낙엽 이불 속에서 봄 노래 부르며 다투어 피어난다.


걸어가기가 어려울 정도로 깊이 쌓인 낙엽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화산골은 끝이 나고, 우측 능선에 금곡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만난다. 무릉산으로 오르는 능선 길 거세게 불어대는 바람이 점점 차갑게 느껴져 하늘을 처다 보니,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파란 창공을 흐리는 구름 떼들을 쫓아내느라 워우~ 워우~ 고함지르며 분주하게 움직인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으로 인하여 길이 없어진 능선을 따라 이리저리 지나가서 돌아보면 금방 걸어온 흔적이 지워지는 금곡산(508.5m) 정상에 도착하여, 근처에서 제일 높은 낯익은 금곡산 표지판 사진에 담아본다. 올려다 본 창공엔 바람소리만 요란한 금곡산을 뒤로하고 화산곡으로 향하는 길은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잠시 이어지다가 건너 금욕산을 바라보며 급하게 고개를 숙이고, 낙엽 쌓인 급경사 길은 가만히 서 있어도 줄줄 미끄러져 내려간다.


건너 금욕산에서 화산골로 내려오는 깊은 골짜기는 몇 해 전에 큰 아들과 같이 복수초 구경을 갔다가 탐색하며 내려와 본 곳이고, 무릉산에서 내려오는 좌측 골짜기도 몇 해전에 한 번 탐색을 한곳이다. 변산바람꽃 사진을 찍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골짜기에 도착하여 혼자 느긋하게 변산바람꽃과 복수초 사진을 찍어본다.


올라갈 때 보다 바람도 조금 잦아든 듯하고, 이제 막 산그늘이 내려와서 접사를 하기가 더 좋아진 것 같다. 변산바람꽃과 황금빛 복수초를 바람이 멈추기를 기다려가며 느긋하게 카메라에 담아본다. 필터가 없는 똑딱이 카메라는 햇볕에 눈이 부시어 접사를 하기 어려운데, 산 그늘이 지고나니 한결 편하게 접사를 할 수가 있는 것 같다. 


오늘 밤에는 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반짝 추위가 온다고 했는데, 바람에 하늘거리는 변산아가씨들을 뒤로 하고, 낙엽 비탈길 따라 골짜기를 빠져 나와 금곡사로 올라오는 도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다시 옛 추억이 남아 있는 골짜기로 들어선다. 오래 동안 큰 물이 내려가지 않아 개울에 낙엽이 쌓이고 위쪽에 농가와 버려진 쓰레기들로 인하여 많이 오염이 된 골짜기 바위가 있는 이 곳은 옛날에 물이 맑고 인적이 없어 여름철 하산 길에 알탕을 즐기던 곳이기도 하다.


꽃잎이 오므려 들기 시작하는 변산바람꽃을 활짝 피어 있는 예쁜 것들을 골라 모자를 벗어 바람을 가려가며 몇 장 접사를 해본다. 주상절리처럼 갈라진 바위들을 타고 넘으면서 다듬어진 물길은 좁은 골짜기에 다단계 폭포를 이루어 숨소리 죽여가며 미끄러운 청석 위를 사뿐사뿐 흘러내린다.

다시 변산바람꽃 군락지에 도착하여 땅바닥에 엎드려 몇 장 접사를 해보고, 종종 걸음으로 돌아 나오면서 늦게 사진을 찍으러 온 부부를 만나 서로 인사하며 지난다. 개구리소리 들리는 화산곡지 둘레길을 따라 자동차에 돌아온다.


깊은 골짜기에 박힌 얼음이 녹아 내리는 속에 봄 야생화들이 피어 나기 시작하는 화산곡을 따라 거친 바람 불어대는 금곡산에 잠시 올랐다가 되돌아 내려오는 약 8Km의 짧은 산행 길에 낙엽 속에 야생화들을 살피며 어울렁더 울렁 걸어본 약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 산행을 마치고 자동차에 돌아오면서 오늘 야생화 산행 길은 종료된다.


밤부터 반짝 추위가 몰려 온다는 일기예보 대로 바람은 점차 누그러지면서, 기온이 떨어져 살살하게 느껴지는 길을 달려 집으로 돌아오니, 순리에 따라 소리 없이 봄이 찾아오는 평화로운 대 자연과는 달리 저녁 뉴스에 흘러 나오는 우리의 인간사는 복잡한 아비규환의 연속이다. 


적폐청산 명목으로 보수 정적을 몰살하려는 좌파 정권이 휘두르는 칼 바람을 규탄하는 보수 시민들의 태극기 집회가 3.1절인 오늘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 평양, 평화, 평창으로 시끄러운 평창 동계 올림픽으로 잠시 가라앉아 있던 북핵 위기가 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남남 갈등과 한미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만 가니, 한반도의 앞날이 오리무중으로 접어드는 듯하다.  

(2018.03.01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