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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소매물도 등대섬 트레킹

호젓한오솔길 2018. 3. 15. 22:31

 

통영 소매물도 등대섬 트레킹



                                      솔길 남현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뛰어나오고 초목의 싹이 돋기 시작한다는 경칩을 며칠 앞둔 3월 첫째 주 일요일에는 포항의 명문 산악회 포산사에서 3월 정기 산행으로 경남 통영에 있는 소매물도로 간다고 하여, 바닷물이 갈라진다는 신비의 섬 소매물도는 늘 한 번 가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기회가 되지 않아 생각에 머물러 있었던 곳이기에 마눌과 함께 다녀오기로 하고 일찌감치 산행을 신청한다.


경남 통영시 한산면에 위치하여 한려해상 국립공원에 속하는 소매물도는, 옛 날 인근 대항, 당금 부락에서 매물(매밀)을 많이 생산하였다 하여 일컬어지는 지명인데, 매물도 옆에 있는 작은 섬이라 하여 '소매물도'라 한다. 1094년경 김해김씨가 섬에 가면 굶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육지에서 이 곳으로 이주하여 마을을 개척하였으며, 섬의 형상이 수려하여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소매물도 등대섬은 국립공원 자연경관 100선에 선정된 푸른 초지로 이루어진 섬으로 정상에 하얀 등대 하나가 서 있는 모습은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모세의 바닷길"을 볼 수 있는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 50m의 바닷길이 열리는 열목개 길은 하루에 두 번 크고 작은 몽돌이 맨몸을 드러내면 걸어서 등대섬을 갈 수 있다고 한다.


일요일 아침 6시에 남구 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6시 15분에 학파 앞에서 타기 위해 아침에 일찌감치 일어나 산행 준비를 하여, 서둘러 마눌의 차를 타고 근처 주차장에 주차하고 잠시 걸어 약속 장소로 간다. 학파에서 네 사람이 기다렸다가 조금 늦게 도착하는 버스를 타고, 마지막으로 연하재에서 모든 회원님들이 탑승을 하니, 오늘 산행에 45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국도를 따라 가다 경주에서 고속도로에 올라선 버스는 잠시 후 경주 휴게소에 들러 산악회에서 준비한 미역 국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가는 도중에 휴게소에 한 번 더 들리며, 느긋하게 아침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경남 '통영항 여객선 터미널' 주차장에 도착하니,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버스들이 빼곡하다.


잠시 기다렸다가 오전 10시 30분부터 소매물도 행 여객선 승선을 시작하여, 통영 - 비진도 - 소매물도를 오가는 (주)한솔해운소속, 한솔 2호 여객선에 오른다. 10시 50분에 통영항을 뒤로하고, 소매물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 포산사 회원님들은 모두 2층 갑판에 올라 산악회에서 준비한 술과 각자 가지고 온 술과 안주를 나누어 먹으면서 느긋하게 소매물도로 향한다.


어제는 초등학교 동기 자녀 결혼식이 있어 초등 친구들과 관광버스로 서울에 결혼식을 다녀오면서 과음을 하였어 인지 술이 영 내키지 않아 해장으로 한 잔만 마시고 나니, 바람막이를 꺼내 입어도 바닷바람이 으실으실 추위를 느끼게 한다. 통영항을 뒤로하고 소매물도로 향하는 여객선에는 새우깡에 유린된 갈매기 떼들이 무리 지어 따라 나서니, 1시간 30분 이라는 조금은 지루한 뱃길의 무료함을 달래는 또 하나의 볼거리인 듯하다.


비진도 내항과 외항에서 승객을 내리는데, 내릴 사람이 없으면 그냥 통과다. 쪽빛 바다 위에 고개를 내민 작은 무인도들을 바라보며, 흐려진 날씨에 차갑게 느껴지는 바닷바람에도 선상 분위기는 여유롭다,

비진도의 아름다운 해안 갯바위에 붙어 파도와 실랑이 하며, 세월을 낚고 있는 낚시꾼들 모습 여유롭고, 암벽들이 병풍처럼 펼쳐지는 비진도 해안 풍경과 우람한 암봉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이어지는 뱃길은 매물도와 소매물도 앞 바다를 지키는 바위섬 가익도가 눈에 들어오고 점점 가까워지더니, 12시 20분경에 소매물도항에 도착한다.


도착한 여객선에서 내려 찾아온 육지 사람들로 붐비는 소매물도항과 마을 풍경 둘러보고, 소매물도항 주변의 해안 갯바위와 아늑한 느낌이 드는 소매물도 마을 풍경을 사진에 담아본다. 포산사 회원들 단체로 모여 기념사진을 찍은 후 총 산행대장님의 오늘 산행 설명을 들은 후 소매물도 마을 앞 상가 길을 따라 트레킹을 시작한다.


언덕 길에서 바라 본 소매물도 선착장과 비탈에 어우러진 소매물도 마을 전경 사진에 담아보고, 건너 매물도가 바라보이는 동쪽 등산로를 따라 걸음을 이어간다. 빨간 동백꽃이 피어 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물물이 피고 떨어지는 동백아가씨들 몇 장 접사를 해본다.


평화로운 해안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남매바위가 있는 골짜기에 도착한다. 길가 위쪽에 있는 검고 커다란 이 바위가 숫바위이고, 여기서 아래로 30m 떨어진 해안가에 있는 약간 작고 하얀 멀쑥한 바위가 암바위라고 한다.

남매바위 전설은 어릴 때 헤어졌다가 성장해서 다시 만난 쌍둥이 남매가 오누이 사이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져 부부의 인연을 맺으려는 순간에 하늘에서 번개가치며 벼락이 떨어져 두 남녀가 바위로 변해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암바위가 있다고 하는 해안가를 바라보고, 빼곡한 동백나무 숲 속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멀리 바다 위에 나란히 떠 있는 다섯 개의 바위가 보이는데, 오형제 바위라고 한다. 쪽빛 바다 건너 매물도 풍경 돌아보고, 이 섬에서 처음 보는 무덤이 있는 곳을 지나 동백나무 숲 속으로 이어지던 걸음은 조망이 트이는 넓은 언덕배기에 도착하니, 발아래 조금 전에 출발한 소매물도 선착장이 내려다 보인다.


이어지는 길가에 피어 있는 동백꽃에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 겨누어 보지만, 빨간 색깔에 눈이 부시는 똑딱이는 생각처럼 곱고 선명하게 표현을 하지 못하고 눈을 찡그린다.

선착장에서 바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 옛 소매물도 분교 안내판 앞에 걸음 멈추니, 우거진 넝쿨 속에 철재로 된 녹슨 교문이 숨어 있고 교문 옆에는 작은 교적비가 세워져 있다. 교적비에는 '매물도 초등학교 소매물도 분교장터'로 1961년 4월에 개교하여, 36년 동안 131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1996년 3월에 폐교되었다고 한다.

 

소매물도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고, 동백나무 그늘에 벤치가 설치되어 있는 쉼터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관세 역사관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삼거리에서 좌측 아래쪽으로 향한다. 동백꽃이 곱게 피어 있는 곳을 지나 좌측으로 매물도와 공룡바위가 보이는 길을 따라 등대섬을 바라보며 돌계단 길을 내려선다.


계단길에서 바라본 등대섬과 해안 언덕 풍경을 바라보며, 공룡바위와 멀리 매물도 풍경이 바라보이는 해안 언덕으로 내려선다. 등대섬 전망대에 도착하니, 소매물도 터줏대감 '매'를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등대섬 해안의 기암절벽 풍경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꼰드랍은 절벽 위에 어지럽게 흩어진 바위들과 등대섬의 해안 절경을 배경으로 마눌과 기념사진 한 장 찍어본다.


등대섬 전망대를 뒤로하고, 돌아서면서 바라본 망태봉에서 내려오는 계단 길에는 물 때를 맞추어 내려오는 산님들이 줄을 잇는다. 열목개로 향하는 데크길은 가파른 계단으로 내려서고, 기반암 절벽 아래 물살에 다듬어진 몽돌 해변을 따라 열목개 건너 등대섬을 바라보며, 오늘은 오후 1시 30분에 바다가 열린다는 열목개에 도착하니, 아직 물이 거의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질이 급한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파도를 피해 허겁지겁 건너고 있다.


물길이 완전히 열리는 동안 건너 등대섬에서 먹기로 한 점심을 여기서 먹으면서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건너기로 한다. 바람이 불지 않는 해안가 바위 틈을 찾아 도시락을 펼치고 순식간에 바닷물이 갈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있으니, 우리 회원님들이 여러 명이 지나간다.


하루에 두 번씩 썰물 때면 바다를 가르고 솟아 오르는 열목개 몽돌길이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잠깐 동안에 뽀송하게 열려있다. 조금 전까지 물속에 잠겨 있었던 몽글몽글 한 돌들이 별로 미끄럽지도 않게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연결하는 신비로운 몽돌지형을 건넌다.


등대섬으로 건너가서 돌아본 열목개와 점심을 먹던 소매물도 해안 풍경이 소문에 듣던 대로 경관이 참 아름답다. 이어지는 나무 계단길 따라 등대에 도착하고, 등대에서 바라본 소매물도와 매물도 풍경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듯 장관을 이룬다. 등대에서 내려다본 해안 바위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어보고, 가까이 있어서 더 잘 안 보이는 발 아래 절경 모습들 카메라에 담아본다.


바위 절벽으로 이루어진 해안 풍경을 사방으로 둘러보며 열심히 셔터를 눌러보고, 올라온 계단길 따라 소매물도로 향한다. 우리 회원님들 일부가 점심을 먹고 있는 사무소 옆을 지나 이어지는 나무계단 길 내려서는데, 우측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우리 일행들이 보여, 살짝 당겨보고 먼저 간다는 손짓을 하고 지난다.


아름다운 소매물도 풍경을 바라 보면서 열목개 앞에 내려서니, 좌측 해안에는 두 사람의 등산객이 열심히 해산물을 채취하는 별로 좋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갯바람에 말라 있는 몽돌을 밟으며 열목개를 건넌다. 점심을 먹던 해안가 바위 풍경 바라보고, 건너온 등대섬 풍경 돌아보니. 물 안에 갯바위에는 조개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모습이 이 곳의 바다는 아직 오염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려는 듯하다.


한 20년 전에 내가 한창 낚시를 다닐 때만 해도 포항 근처 영일만 바닷가에도 이처럼 갯바위에 조개와 해초들이 참 많았는데, 언제부터인가 백화현상으로 해안의 바위들은 모두 하얗게 변해버리고, 그 많던 조개들은 영영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인 듯하다.

 

몽돌 해변을 뒤로하고 이어지는 나무계단 오르막 길 올라와서 돌아본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어선 한 척 여유롭고, 망태봉 오르는 계단 길이 마눌에게는 버거워 보인다. 등대섬 해안 풍경 돌아보며, 동백꽃 곱게 피어 있는 길 따라 망태봉 전망대에 올라선다. 망태봉(157.7m)에서 바라본 등대섬 용머리 해안은 소매물도를 끌고 가는 용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용머리 해안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등대섬과 기암절벽의 아름다운 풍경 사진에 담아보고, 동백꽃 피어 있는 길 따라 망태봉 정상에 있는 매물도관세역사관 앞에 도착한다. 

"매물도 관세 역사관은 1978년 7월 15일 남해안 지역의 해상 밀수를 근절하기 위하여 활어선박 및 냉동운반선의 주요 출입통로이자 감시 최적지인 이 곳 소매물도 망태봉 정상에 레이다감시서를 설치하여 밀수단속과 관세국경을 수호 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관세청에서 운영하다 1987년 4월 1일에 폐쇄되었다고 한다."


동백꽃이 가꾸어진 나무 계단길 따라 내려선 걸음은 소매물도 폐분교 앞을 지나 삼거리에 있는 가익도 전망대에 내려서고, 전망대에 설치된 가익도와 가마우지'를 알리는 안내판에는

"가익도는 소매물도 앞 바다를 지키는 작은 바위섬으로 밀물과 설물에 맞춰 5개 혹은 6개의 섬으로 보이기 때문에 오륙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가익도를 자세히 보면 섬이 하얗게 보이는 것은 겨울철이면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마우지란 텃새의 배설물이 덮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마우지는 서남해안의 무인도에서 번식을 하며, 멀리서 보면 온 몸이 까마귀처럼 검게 보이기 때문에 가마우지란 이름으로 불린운다고 한다." 


소매물도 앞 바다에 떠 있는 가익도 모습 바라보며, 내려서는 길가에 설치된 '소매물도 철새의 비밀' 안내판을 지나 돌계단길 따라 내려선다. 마을 뒤 텃밭에는 어느덧 살이 오르는 봄 '마늘'과 향긋한 '방풍나물'이 파릇파릇 자라고, 바로 아래 길가에서 방풍나물 한 봉지에 오천 원에 팔고 있다.


마을 뒤 비탈길 따라 내려선 걸음은 '쿠크다스팬션' 앞을 지나 좌측으로 옛 돌담 축대 위에 지어진 민박집 풍경들 바라보며 골목길을 따라 오후 3시 8분에 맨 먼저 내려와서 마눌과 같이 등대식당 앞 벤치에 앉아서 과일을 먹으면서 기다린다. 잠시 후에 회원님들이 내려오고 선착장 옆 포장마차에 들러 해삼, 멍게, 굴 등 싱싱한 모듬 해산물을 시키고 바로 앞 슈퍼에서 소주와 초장을 싸다가 푸짐하게 하산주를 나눈다.


멀리 바다에 배가 들어온다고 하여, 하산주를 마치고 나와 아딸딸 한 기분으로 소매물도 마을 풍경에 카메라 겨누어 보고, 선착장에서 잠시 기다리니, 여객선이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조금 전에 소주 한 잔 같이한 민트님 친구들과 산이좋아님, 오늘의 마지막 배가 도착하여 탑승하는 동안 기념사진 찍어보고, 이 곳 소매물도에서 16시 30분에 출발하는 마지막 배에 오른다.


오늘 잠시 머물며 정들었던 소매물도를 뒤로하고, 통영으로 돌아오는 배위에서 다시 하산주가 이어지는데, 총무님이 얼마나 준비를 했는지 소주와 막걸리는 물론 안주들이 바다에서 낚시를 하듯 하나 둘 자꾸만 끌려 나온다. 

새우깡에 유혹되어 쉬지 않고 먼 뱃길을 따라 오는 갈매기들 던지는 새우깡을 곡예 하듯 낼름낼름 잘도 받아 먹는다. 날개를 퍼덕이면서 따라 오는 갈매기들을 작은 새우깡으로 유혹하며, 달리는 여객선은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 오후 6시경에 통영항에 도착하여, 여객선에서 내리면서 소매물도 산행길은 종료된다.


버스를 타고 잠시 이동하여 산악회에서 미리 예약한 식당으로 들러, 얼큰한 우럭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걸을 소매물도와 서로의 산 이야기들을 나누며, 건배제의와 함께 모두가 살짝 주량이 오버 할 정도로 느긋하게 하산주를 마치고 나오니, 아침부터 찌푸리고 참아왔던 날씨가 본격적으로 시원스럽게 단비를 내리기 시작한다.

 

봄비 치고는 조금 많은 요란한 비가 남부지방에는 최고 80mm까 온다고 하니, 가뭄이 극심한 포항 지방에도 비가 흠뻑 내렸으면 하는 바램으로 비속을 달려 밤 10시경에 포항에 도착하여, 아침에 탑승한 학파 앞에 내려 마눌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 오면서, 오늘 먼 거리 섬 산행길을 알차게 준비하느라 수고하신 산악회 임원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포산사와 함께한 소매물도 봄 산행길을 갈무리해본다. 

(2018.03.04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