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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15구간 (곰치~ 피재~ 만년고개~ 갑낭재)

호젓한오솔길 2018. 3. 15. 22:33

 

호남정맥 15구간 (곰치~ 피재~ 만년고개~ 갑낭재)


                                                      솔길 남현태


산골짜기에는 복수초, 바람꽃 등 야생화들이 피어나고 경칩을 지나면서 봄비가 내린 뒤 한 며칠 포근해진 날씨에 곳곳에서 피어나기 시작하는 봄의 전령사 매화꽃 사진이 카톡에 올라온다. 봄이 점점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나라 안은 온통 나라의 존폐가 걸린 북핵 문제와 성추행 미투 운동, 이명박 전대통령 검찰 소환 적폐청산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거랑에 물을 퍼 내면 방구 밑에 숨어있던 목마른 가재가 슬슬 기어 나오듯이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 시달리던, 북한 김정은이 항복 선언인지 핵미사일 완성을 위한 잠시 시간 벌기 작전인지는 몰라도 팽팽하던 한반도 주위의 정세가 급변하여, 4월 말에 남북정상 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리고, 북미 정상 회담이 5월에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각계 각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 폭로 '미투 운동'으로 인한 사회가 혼란스럽다.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던 유명 배우이며 교수이던 조민기씨가 목을 매 자결을 하고, 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이던 안희정 충남지사, 민주당 민병두 국회의원, 민주당 정봉주 서울시장 후보, 민주당 박수현 충남지사 후보, 이윤택 연극 연출가, 김기덕 영화감독, 조재현과 오달수 영화배우, 고은 시인, 천주교 신부 등등 많은 좌파 고위층 인사들의 갑질 성추행 및 성폭행 혐의가 폭로되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 구속한 좌파 정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기 위해 '다스'가 누구꺼냐며, 꼬투리를 잡기 위해 수 개월간 가택수색과 관련된 주위 모든 사람들을 검찰에 불러다가 초미세 먼지까지 탈탈 털어내는 조사를 하더니, 드디어 3월 14일에 검찰 소환하겠다고 한다. 비명횡사 하지 않으면, 감방을 가야 하는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말로를 끊임 없이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이 참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 시작되는 3월 둘째 주 일요일에는 팀산행으로 진행 중인 호남정맥 산행을 이어가기로 한다. 이번 산행하게 될 호남정맥 15구간은 지난 번에 하산을 한 전남 장흥군 장평면에 위치한 곰치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국사봉, 깃대봉, 노적봉, 삼계봉, 장고목재, 가지산, 피재, 병무산, 금장재, 용두산, 만년고개, 갑낭재 이르는 약 26Km 거리에 10시간 정도 소요되는 빨래판 같은 까다로운 구간이라고 하여 긴장이 된다.


일요일 새벽 1시에 이동 사거리에 모여서 출발하기로 하여, 일찌감치 준비를 하고 약속장소로 나가서 잠시 기다리다가 도착하는 산이좋아님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도중 강천산 휴게소에 들려서 새벽 4시경에 제육덧밥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5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캄캄한 곰치에 도착한다.   


어둠 속에서 확장공사 중인 곰치재 길가에는 주차를 할만한 곳이 없어 농가에 들어가 삽지걸에 주차하니, 집안에 개 두 마리가 얼마나 짖어대는지 집 주인의 새벽잠을 깨우는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든다. 최저 기온이 영하 2도라고 하던 바깥 날씨가 너무 추운 것 같아 모두 잠시 눈을 붙이면서 날이 새기를 기다린다.


깜박 한숨 자고 눈을 뜨이 날이 훤하게 밝아버린 6시 40분이라 서둘러 차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하니, 날씨가 차갑게 느껴져 옷을 두툼하게 껴입는다. 농가 마당에 개인택시가 세워져 있고, 잠시 후에 개인택시를 하는 주인 아저씨가 밖으로 나와 산행 후 이곳까지 태워 달라는 부탁을 하고, 전화 번호를 받은 후 6시 50분경에 산행을 시작한다.


곰치 고개 도로를 건너면서, 곰치 입구에 설치된 호남정맥 등산로 안내판과 조용한 곰치 풍경 한 번 돌아보고 서리가 내려 차가운 언덕 길을 오른다. 봉우리에 올라서니 밋밋한 능선 길이 이어지고, 사방에 옅은 안개가 끼인 나뭇가지 사이로 희미한 아침 해가 솟아 있는 이정표가 세워진 봉우리에서, 잠시 겉옷을 벗고 전열을 가다듬으며 쉬어간다.


가파르게 내려서는 낙엽 길 한동안 포근한 날씨에 녹았던 땅이 간밤 추위에 살짝 얼어 있어 덜 미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운곡 마을 이정표가 세워진 '백토재'에서 잠시 멈추었던 걸음은 산죽이 펼쳐진 오르막 길 잠시 오르니, 국사봉(499m) 정상에 올라선다. 국사봉 정상에 리본을 달고,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산죽길 따라 잠시 이어진 걸음은 깃대봉(448m)에 도착한다.


깃대봉 정상에도 리본을 달고 이어지는 산죽 길은 잠시 고도를 낮추더니, 운곡마을 이정표 삼거리를 지나 잠시 오르막 길 걸어 호남정맥과 땅끝기맥의 분기점인 노적봉(430m)으로 오른다. 헬기장처럼 넓은 노적봉 정상에서 기념사진 찍어보고, 바람 잠잠한 곳에서 잠시 간식을 먹으며 쉬어가기로 한다.


바람재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이어지는 걸음은 산정에 떨어지는 빗물이 세 개의 강으로(보성강->섬진강, 지식천->영산강, 탐진강) 갈라져 제각기 운명을 달리하는 삼계봉(503.9m)에 올라 자연스럽게 기념사진 찍어보고, 당산님이 무겁게 지고 온 고로쇠 물을 나누어 마시며 쉬어간다.


건너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가야 할 산봉우리들 바라보며, 급하게 내려선 길가에 산악 기상관측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곳을 지나 임도가 가로 지르는 장고목재에 내려선다. 장고처럼 잘록한 장고목재 임도를 건너고, 오늘 최고 기온이 14도 라고 하더니, 얇은 기모를 입고 더위를 느낄 정도로 포근해진 날씨에 느긋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던 마루금은 바윗길 타고 오르더니, 이정표가 설치된 가지산(510m) 정상에 올라선다.


가지산 정상의 이정표, 가지산 정상을 뒤로하고, 잠시 이어지던 걸음은 삼거리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가지산 암봉에 도착한다. 사방이 훤하게 트인 가지산 암봉에서 주위를 둘러보지만, 오늘 날씨가 포근하여, 골짜기에서 피어 오르는 수증기와 미세 먼지가 끼었는지 조망이 흐릿하니, 언제 이곳에 다시 오랴 생각하니 아쉬움만 남는다.


가지산 정상과 걸어온 능선과 가야 할 능선 산봉우리들은 박무에 침침하다. 가지산 암봉에서 주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삼거리로 돌아 나와서 조금 이른 시간에 양지쪽에 둘러 앉아 정상주를 곁들인 점심을 먹고 출발을 한다. 점심을 먹은 후 능선 길 걸어 내려와서 돌아본 가지산의 암봉 모습은 영남 알프스의 가지산을 연상케 한다.


낙목한천의 산등성이 위를 기어 다니는 듯한 가지산 암봉 모습을 뒤로하고 걸음은 잘록한 옛 고개 안부에 내려서니, '장평우산 갈림길'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다. 그간 산길을 많이 다녀 보았지만 이곳 장흥군의 호남정맥길은 이정표가 상세하게 잘 설치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능선길은 묘목이 심어져 있는 밭둑 길을 오르내리다가 태양광 발전 판이 설치된 농로를 따라 820번 국도가 가로 지르는 피재에 내려선다. 동물 이동 통로를 따라 국도를 건너는데, 길가에 펜스가 설치되어 있고 철망이 설치되어 있어 고라니 등 큰 동물들은 건너 갈 수가 없을 듯하다.


국도 위를 덮은 동물 이동 통로를 건너 가파른 절개지 오르막 길을 올라 잘 가꾸어진 산소 앞에서 고로쇠물 나누어 마시면서 잠시 쉬어간다. 빼곡한 편백나무 숲 길을 지나 가파른 낙엽 비탈길 타고 넘으면, 다시 좌측으로 편백나무 숲이 나타나고 볼록한 낙엽 봉우리 가파르게 밀고 오르니, 병무산(513.7m)에 올라선다.


준희님의 팻말이 달린 병무산 정상에 리본 하나 달아놓고 새벽에 강천산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으면서 싸온 아카페라 커피 한 병씩 나누어 마시며 잠시 쉬어간다. 낙엽길 따라 가파르게 내려선 걸음은 거친 바위 길과 부드러운 낙엽길 오르내리다가 잘 다듬어진 임도에 내려선다. 


자동차가 자주 다니는 듯한 임도를 건너고, 절개지를 올라 이어진 걸음은 무명 봉우리 하나 넘어 옛 고개 길 금장재에 내려선다. 금장재 이정표를 뒤로하고 이어지는 낙엽 능선은 부드러운 산죽길을 지나 작은 정상석이 있는 오늘의 최고봉 용두산(551m)에 올라선다. 철탑 울타리에 산님들의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용두산 정상에서 잠시 배낭을 풀고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휴식을 취한 후 작은 정상석 앞에서 기념사진 찍어본다.


낙엽 능선을 오르내린 걸음은 산등성이를 가르는 새로 생긴 임도에 내려서고, 임도 아래 비탈에 호남정맥 산꾼들을 위하여 나무계단 길을 만들어 놓은 장흥군의 행정에 찬사를 보내며, 좌측에 벌목을 한 골짜기에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능선을 따라 시멘트 도로가 가로 지르는 잘록한 '만년고개'에 내려선다.


만년고개 절개지를 올라 아직 4 Km 정도 거리에 4개의 산봉우리가 남은 능선 길에서, 오른쪽 다리에 이상이 생겨 근육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가파른 바위 벼랑길 '용불용설'이라고 했던가 한 동안 운동을 하지 않고 두문불출 했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용하지 않은 몸이 퇴화하며 망가지고 있는 듯 꿈틀거리는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바위 전망대에서 돌아본 걸어온 능선 길엔 솔 빛 푸르고 박무에 흐릿한 만년리 마을 너머로 '남해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 굉음소리 어렴풋이 들린다. 솔가지 끝에 봄빛 아련하게 걸린 바위 전망대를 뒤로하고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산봉우리 마다 우리들 리본도 하나씩 걸어놓고, 이어지는 능선 길 멀리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가 보인다.


낙엽 따라 잠시 내려갔다가 빼곡한 편백나무 숲 속으로 오르는 비탈길 지나 잠시 오르내리던 걸음은 오늘의 마지막 350 봉우리 무명봉에 올라서니, 나지막한 소나무 숲 능선이 갑낭재까지 이어진다. 지금은 터널이 생겨서 자동차가 별로 다니지 않아 보이는 2번 국도 옛 길인 갑낭재에 도착하여 한산한 2차선 도로를 건넌다.

 

다음 산행구간 들머리에 설치된 호남정맥 안내판을 드려다 보니, 이곳 갑낭재는 보검출갑의 형국(보검을 칼집에서 빼는 형국)이라 하여, 갑낭치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 코스는 호남정맥의 최남단으로 명산인 제암산과 일림산 있는 명품 코스인 듯하여 기대를 하면서, 오늘 걸음은 여기서 멈춘다. 배낭을 풀고 잠시 기다렸다가 도착하는 택시 기사님에게 부탁하여,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택시를 타고 곰치로 돌아오니, 택시비가 18,000원 나와서 2만원을 지불한다.


아침 6시 50분경에 전남 장흥군 장평면 곰치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빨래판 같은 300~500 고도 사이를 수 없이 오르내리는 약 10시간 40분간의 지루한 산행을 마치고, 오후 4시 30분경에 장동면 갑낭재에 도착하여, 잠시 후에 도착하는 택시를 타고 곰치로 돌아오는 도중에 친절한 기사님의 도움으로 가계에 들러 막걸리와 촌 두부 안주를 싸서 곰치에 도착한다.


집주인인 택시 기사님께 양해를 구하여 수도 가에서 세수를 하고, 촌 두부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는데, 포항에 도착하여 운전을 해야 하기에 한 잔만 마신다. 포항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거창 휴게소에 들러 돼지고기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은 후 밤 11시가 가까워지는 늦은 시간에 포항 이동 사거리에 도착하여, 내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호남정맥 15차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8.03.11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