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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곡산 봄의 향기를 찾아서

호젓한오솔길 2018. 4. 28. 21:52

 

침곡산 봄의 향기를 찾아서


                       솔길 남현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4월 말에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5월에 북미 정상회담을 앞 둔 북한의 김정은이 돌연 중국으로 달려가 시지핑을 만나 혈맹을 과시하고 돌아와서는 믿는 구석이 생겼는지 북핵 폐기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하여 미국이 발끈하고 있으니,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갖은 아양으로 화해 무드가 무르익어가는 듯한 한반도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것 같은 경제 위기 속에 촛불 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좌파 정권은 적폐 청산 작업으로 나라 안이 어수선하기만 하다. 국정농단의 죄명으로 감방 안에서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며칠 전 이명박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이 되는 것을 보니, 지금 천방지축으로 날뛰고 있는 좌파 정부의 앞 날도 순탄할 리가 만무해 보인다.


주말 마다 열리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기 위에 전국의 보수 세력들이 서울 광화문으로 몰려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제각기 목적이 다른 여러 갈래의 태극기 부대들이 따로 모여 목청을 높이고 있다고 하니,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무능한 보수의 힘으로는 이미 불화산처럼 타 오르는 진보 좌파의 힘을 대적하기에는 조족지혈인 듯하다.


봄이 한창 무르익은 3월에서 4월로 이어지는 이번 주에는 장거리 산행계획이 없어, 어제 3월의 마지막 날인 토요일은 자전거를 타고 고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변 마을 속으로 라이딩을 하고, 4월의 첫 날인 오늘은 마눌과 같이 가까운 곳에 할미꽃과 청노루귀가 있는 침곡산으로 야생화 산행을 다녀오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지난 한 주 산행을 쉬었을 뿐인데, 계절은 많이 바뀌어 벚꽃이 화창하게 피어 있는 꽃길을 달려가는 물가에 버드나무는 잎이 피어 연둣빛이고,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순들이 들판을 푸르게 수놓으며 봄의 찬가를 부르고 있다. 아침 10시경에 포항시 북구 기북면에 위치한 용전 저수지에 도착하니, 화창한 봄 날씨가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 먼지 탓인지 주위가 뿌연 것이 조금은 찜찜한 기분이 든다.

 

용전 저수지 옆에 주차를 하고 저수지 제방 아래로 돌아가기 위해 돌아 나오는 길 진달래 화사하게 피어 있고, 용전 저수지는 잦은 봄비로 만수위가 되어 물이 흘러 넘친다. 큰개불알풀꽃 앙증맞은 모습 몇 장 접사를 해보고, 봄 풀이 피어나는 농로를 따라 개울을 건넌다.


저수지 건너 제방에 올라서서 바라본 용전지와 골짜기 풍경 고요하고, 보릿고개를 알리는 조팝나무꽃 피어나는 길 따라 진달래 화사한 산자락 길로 접어드니 골짜기에는 해맑은 물소리 정겹게 흐른다. 진달래 피어 있는 길 따라 앙상한 너덜겅 골짜기 건너 화사한 진달래 비탈 길 산자락을 피어 오르는 군락지를 지난다.


낙엽 사이에 앙증맞게 피어 있는 노랑제비꽃 잠시 접사를 해보고, 하얀 남산제비꽃 카메라 겨누며 걸음을 멈춘다. 연분홍 빛 노루귀 바람에 흔들리는 청노루귀 현호색 모습 사진에 담으면서 오르는 낙엽 비탈길, 마눌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인다. 여기 저기 피어 있는 현호색 모습 사진에 담아가면서 낙엽 쌓인 비탈길 걸어 서당골재에 올라선다.


해발 530m 서당골재 안내판을 뒤로하고 침곡산으로 오르는 길 용전지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시원한 바위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한다. 조망 바위에서 바라본 용전지와 기북면 풍경 중국산 미세 먼지로 아련하게 보인다. 전망바위에서 점심을 먹고 침곡산으로 오르는 길은 얼마 전에 내린 봄눈으로 여기 저기 부러진 소나무 가지들이 흩어져 있고, 때로는 가지가 모두 부러져 생을 마감하는 소나무들 모습이 안쓰럽게만 보인다.


평온한 낙엽 능선길 침곡산 정상부에는 아직 진달래가 꽃망울이 맺혀있고, 바스락거리는 낙엽 사이에 가는잎그늘사초 이놈도 꽃이라고 쭈그리고 앉아 카메라 겨누어 보니, 노랑제비꽃 부부 방긋이 웃는다. 마지막 가파른 낙엽 비탈길 일진일퇴 하면서 침곡산(725.4m) 정상에 올라선다.


조용한 침곡산 정상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화사한 생강나무꽃 앞에 걸음 멈추고 노란 자태를 몇 장 접사 해본다. 낙엽 길에서 만난 청노루귀 몇 장 접사를 해보고, 주위를 살피면서 급경사길 내려서다가 다시 청노루귀를 만나 접사를 해본다. 낙동정맥 능선에 누운 무덤가에 피어 있는 할미꽃 앞에 엎드려 정성껏 사진에 담아보고, 하얗게 피어 있는 솜나물꽃 모습 사진에 담아본다.


삼거리 목쟁이에서 골짜기로 내려서는 낙엽 비탈엔 분홍빛 진달래 피어나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등산로는 낙엽이 덮여 길을 찾기가 어렵다. 돌아본 낙엽 비탈길은 생강나무꽃이 좁은 골짜기 가득 피웠고, 빈 소주병이 모여 있는 낡은 무덤을 지나 현호색 피어 있는 골짜기로 내려선다.


바위 사이로 물이 흐르는 오막한 선녀탕이 있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내려오면서, 햇잎나물과 갓 피어난 두릅을 만나 한웅큼 채취한다. 끝물 진달래 애처로운 길과 잔솔 파릇파릇 자라는 길에 바위 틈에 뿌리 내린 진달래 어렵게 꽃을 피운 곳을 지나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을 건넌다.


낡은 시멘트 길 따라 나오면서 끝물 진달래에 카메라 겨누면서 내려오니, 골짜기 어귀 무덤가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할미꽃이 무리로 피어 오늘 산행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게 한다. 무덤가에 흩어진 할미꽃 하나 하나 카메라 겨누어 가며 정성껏 셔터를 눌러본다. 할미꽃 사진 찍어보고, 자동차로 내려오는 길 고운 진달래 앞에서는 다시 미련이 남아 걸음을 멈추어가며, 버들잎 푸르러 오르는 용전지를 따라 혼자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에 돌아오면서 오늘 산행길은 종료된다. 


마눌에게는 조금 힘겨워 보이는 약 8Km 의 짧은 거리에 5시간 40분이나 소요된 어울렁 더울렁 야생화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배낭 속에 핸드폰이 산행 트랭글을 끄지 않아서 규정 속도 오버 어쩌구 하면서 혼자 구시렁거린다. 오늘 꺾어 온 한줌이나 되는 두릅을 삶은 향긋한 봄 향기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나누니, 봄꽃 찬란한 4월 초하루 첫 일요일이 그렇게 지나간다. 


(2018.04.01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