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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16구간 (감낭재~ 제암산~ 일림산~ 봇재)

호젓한오솔길 2018. 4. 28. 21:54

 

호남정맥 16구간 (감낭재~ 제암산~ 일림산~ 봇재)


                                                           솔길 남현태


얼마 전부터 아침 출근 길에 길거리로 나와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바라보며 굽신굽신 허리 굽혀 절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니, 선거철(6.13 지방선거)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높은 여론 지지율로 의기 양양한 좌파 진보 여당의 독주 속에 두 전 대통령을 감방에 보내고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갈팡질팡 밥그릇 싸움이나 하고 있는 보수 야당들의 행태를 보니, 이번 선거는 하나마나 뻔하다는 생각이 든다.


초여름처럼 더운 날씨가 한동안 이어져 3월말에 라일락이 향기를 풍기기에 올해도 봄이 없이 바로 여름으로 건너 가는가 했는데, 4월로 접어들어 주중에 3일 연속으로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리며, 전국 곳곳에 눈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는 매서운 꽃샘추위가 잠시 기승을 부리는 변덕에 겨울 옷을 다시 꺼내 입게 한다.


꽃샘 추위 속의 4월 둘째 주 일요일에는 팀 산행으로 진행 중인 호남정맥 길을 가기로 하였는데, 산행지인 전남 장흥군과 보성군의 일요일 날씨가 산행 출발 시간인 아침 6시 기온이 영하 1도이고, 한낮 최고 기온이 영상 14도까지 올라간다고 하니, 이렇게 일교차가 심한 날씨에는 무엇 보다 옷차림에 갈등이 생긴다.


영하의 아침 기온에 맞추어 두꺼운 옷을 입었다가는 한 낮 더위에 할딱거릴 것이고, 낮 시간에 맞추어 너무 얇은 옷을 입으면 출발 할 때 꽁꽁 얼어 동태가 될 것 같아 고심 끝에 얇은 바지에 상의는 여름 티를 3개를 껴입고 겉에 바람막이를 준비하여 입고 가다가 날씨가 더워지면 하나씩 벗어 배낭에 넣기로 한다.


오늘 산행하게 될 호남정맥 16 구간은 전남 장흥군에 위치한 갑낭재에서 시작하여 작은산, 제암산, 곰재, 곰재산, 간재, 사자산, 골치, 골치산, 일림산, 아미봉, 한재, 삼수마을, 삼수고개, 활성산, 보성 녹차 밭을 지나 전남 보성군 봇재에 이르는 호남정맥의 최 남단 코스로 약 23Km 거리에 9시간 정도 소요되는 명품 산행길이 예상된다.


일요일 새벽 1시 30분에 대이동에서 만나 출발을 하기로 하였는데, 수요일이 내 생일(환갑)이고, 목요일이 어머님 생신이라 토요일 저녁에 우리 집에 가족들이 모여 저녁을 먹고 나서, 혼자 방으로 들어가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 배낭을 챙겨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새벽 1시에 집을 나서니, 옷 속을 파고드는 꽃샘 추위가 서늘하게 느껴진다.


약속 시간에 모두 모여서 산이좋아님 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섬진강 휴게소에 들려서, 된장찌개와 순두부 찌개로 아침을 먹은 후 아침 6시 10분경 지난 번에 산행을 종료한 감낭재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예상 보다 바람이 잠잠하여 날씨가 그리 차갑게 느껴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차에서 내려 각자 행장을 꾸리니, 산행 들머리에 세워진 호남정맥 안내판에는 이곳 갑낭재가 보검출갑의 형국(보검을 칼집에서 빼는 형국)이라 하여 갑낭치라고 칭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등산 지도에는 감나무재, 감낭재, 시목치 등으로 불려지고 있는 것으로 보면, 감나무(감낭, 시목)에서 유래된 이름이 맞는 듯하다.


진달래와 산벚꽃이 영하의 꽃샘 추위에 오돌오돌 떨고 있는 길을 따라 등산로가 잘 단장된 능선에 올라서니, 동쪽 산 위에 포근한 아침 해가 솟아 올라 카메라를 겨누어 본다. 정원 길처럼 잘 단장된 등산로를 따라 이어지는 걸음은 '장흥 중앙 로타리클럽' 표지석과 대리석으로 된 벤치가 놓여진 봉우리에 올라서고, 흐드러지게 피었던 진달래가 꽃샘 추위에 꽁꽁 얼어 있는 가파른 오르막 길은 이어진다.


작은산이 올려다 보이는 망바위 봉우리 주위에 진달래는 모두 만개하여, 갑자기 몰려온 꽃샘 추위에 속수 무책으로 모두 동사하여 축 처진 몰골로 산꾼을 반긴다. 망바위에서 돌아본 감낭재에서 방금 올라온 능선 길과 지난 번에 걸어온 병무산, 용두산 능선 길이 아련한 추억처럼 정겹게 펼쳐진다.


조금은 바위 거칠고 가파른 길 따라 작은산 오르는 발걸음 돌아보면 아침 햇살에 추억이 아른거리고, 발 아래 하얗게 내린 서리와 부풀어 올라 버스럭거리는 얼음은 산천을 수 놓은 진달래 무리를 일거에 몰살시킨 간밤의 꽃샘추위가 얼마나 지독했는지를 말해주는 듯하다.


복잡한 이정표가 설치된 제암산 작은산(685m)에 올라서고 멀리 우람한 제암산을 바라보며, 이어지는 발걸음은 바위에 불망비가 박힌 까탈스러운 바위 능선을 지난다. 잠시 가파르게 올라선 걸음은 나무 데크 전망대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잠시 쉬어간다. 전망대에서 돌아본 작은산과 걸어온 능선 보성군과 일림산 쪽으로 이어지는 능선 풍경 바라보고 가야 할 제암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어본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제암산으로 향하는 길가에 세워진 제암산을 소개하는 등산로 안내판을 지나 멋진 병풍바위 어우러진 정상부 음지에는 어제 내린 4월의 잔설이 남아 있고, 병풍바위와 제암산 정상의 임금바위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길가에 제암산의 아련한 전설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출입이 금지된 제암산 임금바위에는 두 사람만 올라간다.


임금 바위를 지나 다음 봉우리에 설치된 제암산 정상석 앞에서 기념사진 찍혀보고, 햇살 따뜻한 능선을 따라 정겨운 발걸음을 이어간다. 꽁꽁 얼어버린 허망한 진달래꽃 길을 따라 돌무더기가 있는 봉우리에서 돌아본 진달래 애처로운 제암산 풍경을 뒤로하고, 우측에 '가족바위(형제바위)'가 있는 곳을 지나 곰재 사거리에 내려선다.


여기저기 이정표와 안내판이 복잡하게 세워져 있는 곰재 사거리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찬바람에 애처롭게 떨어진 진달래 꽃잎을 즈려밟으며 곰재산에 올라서니 걸어온 육중한 제암산 능선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산아래 장흥읍내 풍경과 가야 할 사자산 풍경 곰제산에서 제암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어보고 사자산을 향하여 걸음을 이어간다.

 

정겹게 이어지는 걸음은 제암산 철쭉평원(630m)을 알리는 표지석 앞에 잠시 멈추니, 이 곳이 '전국제일의 철쭉평원' 제암산 이라고 자칭 한다. 아직 피지 않은 철쭉 길 따라 발아래 제비꽃 모습 사진에 담으면서, 이어지는 걸음은 '간재'에 내려서고 간재에 설치된 이정표를 지나 사자산으로 향하는 길 걸어온 제암산 능선길 아련하게 멀어지고, 봄볕이 모여드는 골짜기 저수지 풍경 바라보며, 만발한 진달래들이 몽땅 얼어 죽은 애처로운 사자산 비탈길을 오른다.


잠시 가쁜 숨 흘리며 올라선 정상에는 사자산을 알리는 등산로 안내판과 낡은 정상석이 설치되어 있다.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트인 사자산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셔터를 눌러보고 사자 등허리 능선을 따라 사자산 미봉을 지나 일림산으로 향한다. 화사한 봄볕이 내리 쪼이는 가파른 나무계단 길 따라 사자산 내려서는 길 가야 할 일림산과 이어지는 능선들이 어렴풋이 다가선다. 


안부에 설치된 쉼터와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니, 잘 단장된 등산로에는 곳곳에 비를 피하면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설치되어 있다. 초록이 피어 나는 능선 길 서둘러 피었다가 몰아친 꽃샘추위에 생을 다하지 못하고 얼어 죽은 가여운 진달래꽃 길 따라 걷다가 골치재가 가까워지는 능선에서 낙엽 위에 둘러앉아 오늘은 봄 향기가 푸짐해 보이는 도시락을 펼친다.


쉼터가 있는 골치재에 내려선 걸음 두리번거리며 골치재 사거리 이정표를 지나 길가에 흐드러진 노랑제비꽃 사진을 담으며 골치산(작은봉)에 올라서니, 몇 명의 산님들이 점심을 먹으며 쉬고 있는 쉼터를 지난다. 진달래 꽃잎 떨어진 평온한 능선 길은 골치산(큰봉우리)을 지나 일림산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능선 길이 그림처럼 이어진다.


잘 단장된 산죽길을 따라 일림산 정상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호남정맥의 최 남단이라고 하는 일림산 정상에 도착하여, 낯선 산님의 도움으로 단체로 기념사진 찍혀본다. 멀리 제암산과 걸어온 능선 길이 한 눈에 펼쳐지는 넓은 일림산 정상에서 득량만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혀보고 잠시 머물던 걸음을 이어간다.


발 아래 지천으로 피어 있는 양지꽃, 노랑제비꽃 사진을 담으며, 봉수대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남진하던 걸음이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지금부터는 호남정맥 길이 포항에서 점점 가까워진다. 고도를 낮추며 이어지는 능선 길은 득량만 풍경 바라보며, 매남골 삼거리 이정표가 있는 쉼터에서 잠시 걸음 멈추고 쉬어간다. 


올해 처음 만난 각시붓꽃 사진에 담아보고 고도를 낮추니, 얼어 죽다가 살아 남은 진달래의 몰골이 처량하게 보인다. 산벚꽃 어울려 푸르러 오르는 산자락 아래 넓은 녹차 밭과 해안으로 이어지는 마을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능선 길 따라 삼수마을이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아미봉(413m)에 도착하여, 우측 능선으로 이어지는 좋은 길로 내려가다 보니, 알바 라고 하여 다시 돌아 올라온다.


좌측으로 리본 몇 개 달린 길로 접어들어 벌목을 하고 묘목을 심은 앞이 훤하게 트인 산비탈로 내려서니, 앞쪽에 삼수 마을이 보이고 멀리 가야 할 활성산은 보이는데, 어디에도 정맥 길이라고 느껴지는 그럴듯한 마루금이 보이지 않는다. 벌목을 하고 묘목을 심어 길이 없어진 산림장 가운데를 가르는 민두름한 능선으로 선답자들이 그려놓은 GPS트랙을 따라 요리조리 내려서는 가시밭 길이 '호남정맥' 마루금 이라고 하니 믿어지지가 않지만, 중간 임도에서 내려서는 길목에 우리들의 리본을 하나 달아놓고 내려선다.


길이 없는 가시밭 길로 내려와서 돌아보니, 아미산에서 급하게 떨어지는 마루금은 벌목을 시작한 이후로는 길을 찾기가 어려워 대부분의 산님들이 우회하여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고 그 길이 옳은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루금을 막은 철조망을 어렵게 넘어서서 장 안으로 들어서니, 맞은 편에도 철조망이 둘러져 있어 농로를 따라 농장을 빠져 나온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제비꽃 모습 사진에 담아가며 한재 도로에 내려서고, 삼수마을 표지석 앞을 지나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삼수 마을로 향한다. 차향 소리길 안내판을 지나 식수를 보충할 수 있는 수도가 있는 삼수마을 앞 정자에 도착하여 잠시 배낭을 풀고, 주위에 막걸리를 파는 슈퍼가 있나 하고 둘러보지만, 막걸리를 싸려면 웅치면까지 나가야 된다고 하니, 곳도 오지 마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자 옆에 세워진 '활성산 편백 숲 보부상길' 안내판 친환경인증 차밭 길을 지나는데, 머리를 깎은 채 아직 새순이 돋아 나지 않는 우중충한 녹차 밭은 조금 삭막한 느낌이 든다. 아스팔트 포장 도로를 따라 삼수고개로 오르는 길, 이 곳은 이제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고, 돌아보니 아미봉에서부터 걸어온 밋밋한 호남정맥 마루금이 어렴풋이 이어지는 듯하다.


잠시 가파르게 이어지는 화사한 벚꽃 터널을 지나 왕새고개(삼수길)에 도착하여, 우측으로 난 삼수길 마루금을 따라 활성산으로 향하는 길 이 곳에는 얼어 죽지 않는 진달래가 화사하게 피어 산꾼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화사한 진달래 무리와 산벚꽃에 카메라 겨누어가며 이어지는 길이 잠시 숨가쁘게 고도를 높이더니, 나무 무덤이 만들어져 있는 활성산(465m) 정상에 도착한다.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활성산을 알리는 안내판을 뒤로하고 내려서는 걸음은 길가에 핀 각시붓꽃에 카메라 겨누어 보고, 이상한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벚꽃 화사한 봇재다원 능선에 내려선다. 아직 새순이 돋지 않아 보기에 좀 그런 봇재다원 풍경을 주위에 벚꽃들이 화사하게 치장을 하고 있는 밭둑 길 따라 내려서는 걸음 발아래 오늘의 종점 봇재 풍경이 화사하게 펼쳐진다. 주위에 공사 중이라 어수선한 봇재 소공원 (해발 210m) 표지석을 지나 공사 중인 도로를 건너서 잠시 후 도착하는 택시를 타고 감낭재로 향하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아침 6시 10분경 감낭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약 23.1 Km 거리에 9시간 7분 정도 소요된 산행을 마치고, 오후 3시 20분경에 보성 녹차 밭이 있는 봇재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감낭재로 돌아오니, 오늘 둘러 걸은 산길 보다 질러 오는 차길이 가까워 택시비가 17,400원이 나와 2만원을 지불한다.


서둘러 행장을 챙기고 포항에 돌아와 저녁 7시 40분경에 포항시 북구 신광면에 있는 식당으로 이동하여 한우 갈비살과 쇠고기 국밥으로 푸짐하게 저녁을 먹은 후 저녁 9시 30분경에 이동 사거리에 도착하여, 내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호남정맥의 최 남단 제암산 일림산 구간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8.04.08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