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마을 길 자전거 라이딩
솔길 남현태
봄이 오는 듯 하다가 꽃샘추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더니, 갑자기 더워지는 초여름 날씨에 주위에는 어느새 만개하기 시작하는 벚꽃을 비롯하여 다투어 피어나는 봄 꽃들의 향연이 무르익은 3월의 마지막 주말, 지난 주에는 오랜만에 출근을 하느라 산행을 하지 못하여 갑갑한 일주일을 보내는 듯 했는데, 이번 주에도 별 다른 장거리 산행 계획이 없는 터라 금요일 저녁에 조금 과음을 하고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속이 편치가 않다.
봄기운을 찾아 가까운 산골짜기로 야생화 산행이나 가려고 했는데, 아침을 먹고 나니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닌 것 같아 다시 드러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가 12시경에 일어나 아파트에서 내려다 보니 단지내 벚꽃은 화사하게 만개하여 봄 햇살에 살랑이고, 개나리는 어느새 한 물이 지나 파란 잎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주차장에 자동차들이 듬성듬성 한 것이 모두가 봄 마중을 나간 듯하여, 서둘러 점심을 챙겨먹고 주위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봄 꽃들을 구경을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싣고 아래로 내려오니, 꽃구경하러 멀리 갈 필요 없이 아파트 단지 내 봄이 화사하기만 하다. 올려다보며 벚꽃사진 몇 장 담아보고, 골목길을 달려 영일대 해수욕장 앞 대로를 건넌다.
영일만 바다 위에는 해양스포츠 요트 대회를 한다고 살랑이는 파도 위에 요트들이 빼곡하고, 복잡한 해수욕장 구간을 빠져 나오니, 환여공원 앞 동해안 자전거 도로는 한산하여 마음 것 페달을 밟아 칠포리 해수욕장 부근에 도착하니, 주위 야산에 울긋불긋 진달래가 만발하여 잠시 자전거를 끌고 산속 길로 들어간다.
올해 처음 만난 진달래 화사한 연분홍 물결이 야산을 모두 덮은 듯하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니, 선생님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 스토리 트래킹 가는길 이라는 정겨운 팻말이 달려있다. 화사한 진달래와 오리나무도 꽃을 피우는 봄 보리밭에도 초록이 짙어간다. 연분홍 물결 따라 카메라 셔터를 눌러가며, 자전거를 끌고 가는 소나무 숲 길 느긋하게 봄의 향취를 만끽하기에 충분한 듯하다.
복사꽃도 덩달아 분홍 빛 자태를 봄 바람에 꽃망울 터트리니, 한물을 넘긴 듯한 노란 개나리들이 초록 잎새와 어우러져 마지막 자태를 사르는 봄의 함성소리 들린다. 칠포 바닷가를 지나 흥해 용천리 쪽으로 가는 농로길 용천 2리 마을 앞 수령 500년 된 당나무 앞에서 페달을 멈추니, 보호수 당나무는 시멘트 깁스하고 세월 속에 뒤틀린 근육질을 자랑한다.
동해안 7번 국도를 건너고, 덕장 2리 360년생 우람한 소나무 앞에 멈추니, 두 그루의 노송의 늙은 얼굴에 봄볕 가득 흐른다. 덕장리 작은 저수지에 봄 바람에 세월을 낚는 태공들 모습을 지나, 며칠 전에 구속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 고향 마을 덕성리로 들어선다. 덕성리 마을 앞 길을 따라 권력 무상을 느끼게 하는 이명박 대통령 고향 집터 앞 길을 지나 덕성 저수지 쪽으로 향한다.
덕성 저수지 안내판 제방에서 바라본 덕성 저수지 제방에서 돌아본 덕실마을 풍경 덕성 저수지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고주산 고개를 넘어 신광면 만석리 쪽으로 넘어가기로 한다. 비포장 도로를 따라 힘차게 페달을 밟고 올라가는데, 자동차 한 대가 흙먼지를 날리면서 지나간다.
운동기구가 설치된 고주산 고개에 올라와서 잠시 간식을 먹으며 지친 다리를 쉬어간다. 신광면 만석리를 향하여 내려가는 길 아래 버려진 미녀 마네킹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내리막 길 달린 자전거는 만석리 곡강천 벚꽃단지에 내려선다. 신광온천 앞에서 곡강천 다리를 건너고, 다리 위에서 바라본 반곡지 쪽 풍경 만개하기 시작하는 벚꽃 길을 달려 안덕리 쪽으로 향한다.
태공들이 앉아 있는 저수지에서 바라보니 벚꽃이 화사하게 보이는 안덕 2리 쪽으로 페달을 밟아 간다. 한가로운 마을 길 지나 벚꽃 군락지를 따라 사슴 목장으로 올라가다가 핸들을 돌려 꽃길 달리니, 안덕리 마을 회관 앞을 지나 안덕 1리 마을 입구 표지석 앞으로 나온다.
신광면 토성리 삼거리를 지나 냉수지에 도착하니, 물가에 진을 치고 야간 전투를 위해 밤을 기다리는 강태공들 모습이 한가롭기만 하다. 민생어 매운탕집 앞을 지나 냉수지 제방에 도착하니, 좌측 골짜기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낚시꾼들이 지난 날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하다.
내단리 마을 앞 늙은 버드나무 앞에서 페달을 멈추고 돌아보며 카메라에 담아본다. 안계 2리 마을과 양동마을 앞을 지나 양자동역 앞에서 페달을 멈추고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지금은 폐역이되고 얼마 전부터 기차도 다니지 않는 양자역은 연둣빛 왕버들 피어나는 아련한 봄날의 사연들만 두 갈래 철길 위를 달리고 있다.
봄빛이 피어 나는 왕버들과 복사꽃도 부풀어 올라 아린 젖망울 터트리는 양자동역을 뒤로하고 이어지는 길은 잠시 후 강동리까지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없어 안강으로 들어오는 자동차 전용도로를 역 주행 하여야 하므로 야간 라이딩 시에는 늘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형산강에 낙조가 드리우는 밝은 시간에 강동대교를 건너면서 바라본 형산강 풍경은 저녁 만찬을 즐기는 물오리와 철새들 모습이 한가롭고, 하루의 긴 여정을 마친 석양이 형산강에 얼굴을 비추는 시간 제산 꼭대기에 걸려 할딱이는 석양을 바라보며 잠시 페달을 멈추고 형산강 강변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머리 위에 화사한 벚꽃과 발 아래 노란 민들레 사진을 담아보고, 형산강 강변을 따라 송도해수욕장 한 바퀴 돌아 동빈교를 건너고 집 근처 영일대 앞에 도착하니, 음력 2월 15일 보름달이 호미곳 위에 떠 오른다. 내일이면 창사 50주년을 맞이하는 현란한 포스코 불빛에 가려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음력 2월 보름달 모습 살짝 당겨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3월의 마지막 봄날 꽃피는 마을 구석구석 달려본 라이딩 하나 갈무리해본다.
(2018.03.31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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