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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북정맥 8구간 (스무재~ 우수고개~ 오서산~ 생미고개~ 아홉고개)

호젓한오솔길 2018. 6. 6. 19:43

 

금북정맥 8구간 (스무재~ 우수고개~ 오서산~ 생미고개~ 아홉고개)


                                                                              솔길 남현태


신록의 계절이요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푸른 오월도 어느덧 중순을 넘기어 17일 목요일에 영상 33도까지 올라가 무더위를 느끼게 하던 날씨가 하루 사이 18일 금요일에는 샛바람이 불면서 갑자기 추워지더니 10도 가까이 떨어진다. 일교차가 극심한 날씨에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 환자들이 늘어나고, 동해안 지방에는 이상 저온 현상으로 농작물의 생육이 늦어지고 있어 걱정이라고 한다.



북한이 북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남북 정상 회담으로, 금방이라도 평화통일이 될 것 같던 분위기가 회담이 끝나고 채 한 달도 되기 전에 김정은이 중국을 한 번 다녀오더니, 북한의 태도가 싹 바뀌어 생트집으로 남한 정부를 비방하고 나서는 것을 보면, 그들의 거짓 위장 평화 쇼에 속아 퍼주기 식 햇볕 정책으로 일관하다 핵폭탄으로 뒤통수를 맞은 어리석은 지난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도 된다. 


이번에 산행 하게 될 금북정맥 8 구간은 지난 번에 산행을 종료한 충남 보령군 청라면에 위치한 스무재에서 출발하여 은고개, 물편고개, 보령고개, 대정산, 우수고개, 가루고개, 오서산갈림, 오서산, 금자봉, 공덕고개, 봉수지맥 갈림, 신풍고개, 생미고개를 거처 홍성군 홍동면의 아홉고개에 이르는 약 23Km 구간으로 금북정맥에서 조금 벗어나 있으면서도 백대 명산에 들어 있는 오서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나지막한 야산들로 이루어진 조금은 지루한 산행길이라고 한다.


일요일 새벽 4시 정각에 포항시 북구 장량동 두산위브 사거리에서 3명이 탑승하고 출발한 버스는 부산프라자, 창포사거리, 우현사거리, 천령산 막걸리, 양학 육교, 한방병원, 승리아파트, 공대정문을 지나 지곡 롯데마트 앞에서 회원들을 태우니, 집안 일과 회사일로 인하여 불참한 회원들이 있어 오늘 산행에 참여한 대원이 지난 달 보다 한 사람이 적은 14명이라고 한다.


모두 일찍 나오느라 모자라는 잠을 보충하면서 고속도로를 달려 가는 도중에 공주 휴게소에 들러 산악회에서 준비한 국밥으로 아침을 먹고 가기로 한다. 청소하는 아저씨가 쓰레기통까지 가져다 주는 인심 좋은 공주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한 버스는 8시40분경에 산행 들머리인 충남 보령군에 위치한 공사 중인 스무고개에 도착하니, 어제 내리던 비가 그친 하늘이 참 맑다. 각자 산행 준비를 하고 들머리에 모여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은 후 금북정맥 마루금을 찾아 싱그러운 발걸음을 이어간다.


절개지 위에 세워진 스무고개 이정표를 지나 잠시 후 옛 사람들이 넘나들던 발 때 묻어 잘록해진 은고개를 건너고, 폐부를 파고드는 시원한 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지는 초록 길을 따라 오르내린 걸음은 PVC 통나무 계단길 내려서니, 조망이 트인 벌목 구간에서 바라보이는 멀리 오서산 모습이 우뚝하게 솟아 있다. 오서산 정상에 보이는 뾰쪽한 물체가 정상석인가 싶어 당겨 보았는데, 정상석이 아니고 다른 구조물처럼 보인다.


벌목으로 시야가 트인 능선 길에 오서산은 차츰차츰 가까이 다가 오고 좌측으로 여기저기 한가한 농촌 마을 풍경이 보이더니, 산소들이 있는 언덕배기 밭두렁 길을 따라 물편고개에 내려선다. 물편고개 2차선 도로를 건너고, 보령고개 2.4Km 남았음을 알리는 물편고개 이정표를 지나서, 돌아본 물편고개에는 대천 해수욕장을 알리는 커다란 안내판이 도로 위에 걸려있다.


잠시 임도를 따라 이어지는 길가에는 흐드러지게 핀 하얀 찔래꽃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더니, 시원한 임도는 농가가 몇 채 보이는 시멘트 농로를 건넌다. '다락골 내포 천주교 순례길'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잠시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길은 햇살은 점점 따가워도 바람 끝은 아직 싱그럽게 느껴진다.


간간히 벌목을 하여 조망이 트인 곳에서는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즐기며,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오르내리는 능선 길은 어제까지 내린 비로 미세 먼지가 깨끗이 씻겨진 창공에 흐르는 공기가 초록 필터로 걸러지니, 들이마시는 기분 상쾌하고 피부를 스치는 부드러운 촉감이 감미롭기만 하다.


벌목으로 조망이 트인 곳에서는 차츰차츰 가까워지는 오서산을 바라보며, 이어지는 초록 속에 낙엽 길은 좌측으로 철망 울타리에 산님들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고개를 지나고, 시멘트 도로가 가로 지르는 잘록한 우수고개를 건넌다. 우수고개 이정표를 지나 싱그러운 녹음 속으로 불어주는 녹색 바람과 함께 사뿐사뿐 선두팀 발걸음들 가볍다.


우측으로 트인 조망 불무골의 '화암저수지'가 보이고, 가루고개 건너 계단길 가볍게 밟아 오른 걸음은 산중턱 임도에서 잠시 멈추었다가 오서산이 약 2.5Km 정도 남은 지점 그늘 시원한 묘지 앞에서 과일과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잠시 쉬어간다. 오서산 삼거리에 도착하여 좌측으로 정맥길에서 1.7Km 정도 벗어나 있으나 금북정맥의 최고봉이며, 100대 명산에 꼽힌다고 하는 오서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녹음 속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 길 잠시 오르니, 내원사 사거리 이정표와 '오서산 등산로 종합 안내도'가 설치된 사거리 고개에 이르고, 주위에는 여름 야생화 민백미가 하얗게 피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노린재나무꽃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초록 속으로 평온한 낙엽 길이 이어지고, 오서산 정상이 0.4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길 오르니, 조망 시원한 전망 바위에 올라선다.


위태로운 낭떠러지 전망 바위에서 돌아본 올라온 초록 능선과 홍성군 쪽으로 트인 조망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흔들거리는 듯하여 오싹한 한기를 느끼게 한다. 장곡저수지와 장곡면 쪽으로 가야 할 나지막한 능선들이 펼쳐지는 전망 바위에서 둘러보며 기념사진 찍어본다.


기념사진 찍으며 잠시 머물던 조망 시원한 전망바위를 뒤로하고, 사방으로 손짓하는 복잡한 이정표를 지나 오서산 정상이 건너다 보이는 바위 봉우리 785봉에 올라서니, 서해 태안반도 쪽으로 탁 트인 조망이 금북정맥 길 최고의 진풍경을 펼친다. 금북정맥에서 벗어나 있어 그냥 지나지 않고 오서산으로 올라 오기를 잘 했다고 하면서 바라본 올망졸망한 섬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는 태안반도 해안 풍경에 잠시 머물던 눈길을 거두고, 조망 트인 부드러운 능선 따라 오서산 정상으로 향한다.


발아래 성연저수지 넘어 굽이굽이 펼쳐지는 해안 마을 풍경 바라보며, 커다란 정상석이 있는 오서산(791m) 정상에 도착하여, 선두팀이 거의 다 올라오길 기다려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어본다. 오서산 등산로 종합안내도 사진에 담아보고, 정상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후미가 모두 올라 올 때까지 기다렸다 가기로 한다. 


태안반도 진풍경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은 후 올라오는 산님에게 부탁하여, 단체 기념사진을 찍은 후 금북정맥 최고의 조망을 자랑하는 듯한 오서산 정상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잠시 금북정맥 길을 떠나 오서산으로 외도했던 걸음은 삼거리 갈림길에 돌아와 다시 정맥 길에 합류하고, 오늘 실질적으로 정맥 길의 최고 봉인 금자봉(538m)에 도착하여, 기념사진 찍어보고 걸음을 이어간다.

 

고도를 낮춘 걸음은 공덕고개 이정표를 지나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봉수지맥 395.1 봉을 지나더니, 잠시 후에 다시 '봉수지맥 분기점'에 도착한다. 금북정맥 홍성구간 안내판이 설치된 봉수지맥 분기점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고도를 낮추면서 임도 건너고, 마을 뒷산으로 내려서면서 짧은 알바를 했는데, 길가에는 온통 부드러운 머위나물이 탐스럽게 나풀거린다.


단장된 가족 묘지 뒤를 지나 2차선 도로가 가로 지르는 신풍고개를 건너고 넘어서는 낮은 봉우리 무덤가에 봉삼이라고도 하는 백선이 무리로 꽃을 피워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접사를 하게 한다. 작은 도로를 건너고 절개지로 올라 마을 사이를 가르는 듯한 나지막한 뒷산 능선길, 이곳에도 포항 근처에서는 보기 어려운 항암에 좋다고 하는 쌉싸름한 머위나물이 지천이다.

 

늦게 핀 아카시아와 하얀 찔래꽃들이 향기를 다투는 초록 길 따라 꽃밭굴고개(장곡길) 2차선 도로에 내려서니, 길가 넓은 밭에 심어져 있는 보리도 아니고, 밀도 아닌 처음 보는 이 것이 식용, 양조용, 사료용으로 쓰이는 호밀이라고 한다. 철망이 둘러진 우거진 밭두렁 길 방초 널브러진 길 따라 끊어질 듯 어렵게 이어지던 정맥 마루금은 시멘트 도로에 내려서고, 고개 위에 농가 앞에서 다시 잡풀 속으로 이어진 걸음은 묵은 밭뙈기 능선을 따라 인삼밭 둑길을 지나면서 드려다 본 인삼 밭에는 어린 인삼들이 자란다.


아랫생미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배기에서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잠시 머물던 걸음은 아랫생미 마을을 지나 뽕나무 오디가 익어가는 밭둑길을 따라 묵은 밭뙈기들 수풀 길로 이어진다. 다시 농로를 따라 나온 걸음은 96번 도로가 가로지르는 생미고개에 내려서고 생미고개에 설치된 커다란 신동마을 표지석을 지난다.


언덕배기 마루금에 자리 잡은 인산 밭에는 싹으로 보아 수확 시기가 다가오는 듯한 실한 인삼들이 자라고, 밭둑길 돌아가며 걷는 마루금 길은 다문다문 농가가 있는 마을 길로 접어드니, 들판에 볼록한 농로가 금북정맥 마루금인 길은 평지 같지만 좌우로 물 가름이 확실하다.


우사와 돈사가 늘어져 있는 마을 길로 접어드니, 삼겹살 공장 돈사에서 풍기는 악취가 숨이 막힐 지경인데, 잠시 지나기도 역겨운 이런 마을에서 어찌 사람이 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돈사의 악취를 맡으면서 걷는 고통스러운 길, 미러에 비친 돈사 풍경 지독한 오물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운용리 마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진 담배 밭을 지나는데, 어릴 적 시골에서 담배농사를 짓던 어렵던 그 시절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시멘트 포장된 마을길 따라 이어지던 걸음은 사거리에 버스가 기다리는 아홉고개에 도착하여, 아홉골 원천리 중원마을 표지석 사진을 찍은 후 버스에 여장을 풀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 된다. 


아침 8시 40분경에 스무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정맥 길에서 벗어나 앉은 오서산을 제외하고는 별로 볼거리도 없었던 것 같은 나지막한 논두렁 밭두렁 길을 걸은 약 7시간 17분간의 산행을 마치고, 오후 4시경에 아홉골 고개에 도착한다. 버스 기사님이 길러다 놓은 물로 세수를 하고 버스 앞에 둘러 앉아 다음 주에 있을 아들 결혼식 준비로 오늘 산행에 참여하지 못한 총무님이 준비한 생선회 무침으로 푸짐하게 하산 주를 나눈다.


포항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TV 뉴스에 정도 경영을 실천하여 온 LG 그룹 회장이 향년 73세로 별세를 했다는 뉴스 속보가 흘러 나온다. 세상에 돈이 저렇게 많은 사람도 우리 나라 평균 수명으로 따지어도 아직 10년은 더 살아야 할 나이에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빈손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 스트레스 받아가며 아웅다웅 발발 거리며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서쪽 지방에는 날씨가 더워서 산행 길에 땀을 많이 흘렸는데, 동쪽 지방에는 샛바람이 거세게 불어 포항에는 날씨가 무지 춥다고 하더니, 오는 도중에 추풍령 휴게소에서 들려 잠시 내렸는데, 바람막이 속으로 파고드는 서늘한 바람에 온 몸이 오들오들 사시나무 떨리듯 한다.


밤 10시경에 포항에 도착하여, 아침에 역순으로 시내를 경유하면서 회원님들을 내리고, 종점인 두산위브 사거리에 내려 종종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원한 녹색 바람이 폐부를 파고드는 비 그친 오월의 싱그러운 초록 속으로 걸어 본 제 8차 금북정맥 산행 길을 성공리에 갈무리 해본다.

(2018.05.20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