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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17구간 (봇재~ 봉화산~ 오도재~ 주월산~ 무남이재

호젓한오솔길 2018. 5. 23. 23:51

 

호남정맥 17구간 (봇재~ 봉화산~ 오도재~ 주월산~ 무남이재  


                                                              솔길 남현태


3대를 이은 핵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완성한 북한이 태평양 건너 미국을 위협하자 미국을 비롯한 유엔의 경제 제재로 인하여, 궁지에 몰리고 있던 김정은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신년사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 의사를 보인 것이 계기가 되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 팀을 꾸려 올림픽을 치르면서, 남북 대표단이 오가다가 급기야는 4월 27일 판문점에서 분위기 좋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곧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만 같은 들뜬 기분에 휩싸이게 된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형님을 독살하고, 고모부를 박격포로 무참하게 참살을 한 잔인한 독재자라고는 느껴지지 않은 젊은 뚱땡이 김정은의 함박 웃음에 종북 주사파들이 광분을 하니, 지난 세월을 망각한 대부분의 국민들의 마음도 봄 바람에 눈 녹듯 한 순간에 사르르 녹아 들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어느 한쪽에서는 벌써 북한과 중국이 바라는 주한미군 철수 설이 솔솔 흘러 나오는 것을 보면 왠지 예전에 여러 번 당했던 과오를 다시 저지르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


등신이나 역적이 아니고서야 지금까지 그렇게 당하고 또 당할 수야 있으랴 만, 한 나라가 망하는 것은 백성들의 눈과 귀를 가린 권력자들의 그릇된 정치 사상과 과욕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여간 남북이 맘대로 오갈 수 있는 그런 통일이 된다고 하니, 우리네 산꾼들은 북녘에 있는 아름다운 명산들에 관심이 솔리게 되고, 한반도의 산줄기 백두대간과 장백정간, 13정맥을 마음 놓고 걸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질 따름이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은 다섯 명이 팀 산행으로 진행하고 있는 호남정맥 산행을 가기로 하였는데, 오늘 산행하게 될 호남정맥 17 구간은 지난 번에 산행을 종료한 전남 보성군 보성 녹차밭이 있는 봇재에서 출발하여 봉화산, 반섬산, 그럭재(기러기재), 대룡산, 오도치, 국사봉, 파청치, 방장산, 이드리재, 배거리재, 주월산, 무남이봉, 무남이재에 이르는 약 26Km가 넘는 거리에 500고지 전후의 산봉우리들을 오르내리는 산길이 잘 다듬어져 있고 남해 득량만으로 트인 조망이 시원한 코스라고 한다. 

 

새벽 1시에 이동 사거리에 모여서 출발하기로 하여, 퇴근 후 산행 준비를 하고 잠시 눈을 붙인 후 밤 12시 20분경에 집을 나서니, 가는 도중에 시내에서 음주 단속을 하고 있다. 지난 번에도 이 시간 대에 나가다 보니 집 앞에서 음주 단속을 하고 있었는걸 보면, 자정부터 1시 사이가 집중 음주 단속 시간인 듯하여 산에 가는 날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약속 시간에 모두 모여 산이좋아님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섬진강 휴게소에 들려서 새벽 3시 30분경에 차돌박이 된장찌개로 이른 아침을 먹은 후 아직 날이 완전히 밝기 전인 5시 30분경에 목적지 봇재에 도착한다. 모두 피곤하여 잠시 눈을 붙이고 출발할까 하다가 오후 3시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가급적이면 서둘러 일찍 산행을 끝내기로 한다.


봇재 녹차밭펜션 주차장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어둠이 채 가시지 않는 도로를 건너 공사 중인 길을 따라 지난 번에 내려온 녹차밭 봉우리를 돌아보며 산행 들머리를 찾아 시멘트 농로를 따라 가는 길, 우측에 봇재로 오르는 꼬부라진 찻길과 멀리 영천저수지 풍경이 서서히 밝아온다.


올 봄 4월에 눈이 내리는 등 꽃샘 추위로 녹차 새순이 올라 오다가 모두 얼어버려, 아직 녹차 잎을 수확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니, 봄날에 동상이 걸린 녹차 밭은 거무칙칙한 몰골에 아직 새순이 보이지 않는다. 시멘트 농로를 따라 들어가는 우측에 봉화산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와 산님들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들머리에 들어선다.


잠시 오르막길 걸으니 금방 달아 오른 몸은 겉옷을 벗게 하고, 녹차 밭 능선 길에서 돌아본 지난 번에 걸어온 활성산과 늘어지는 능선이 아련하게 멀어져 간다. 서늘한 아침 바람에 연둣빛 잎새 분주하게 돋아나는 능선 길, 마지막 자태를 사르는 수줍은 철쭉은 초록 사이에 몸을 움츠린 채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돌아보면 걸어온 봇재와 활성산은 한 가닥 추억이 되어 아련히 떠 오른다.


나무데크 전망대에서 바라본 발아래 철쭉 너머 화죽리 골짜기와 멀리 펼쳐진 득량만 풍경은 안개 속에 아련하고, 걸어온 능선엔 연둣빛 서로 꿈틀대는데, 연초록 사이로 이어지는 정겨운 발걸음은 시원한 바람 따라 잠시 내리막 길 내려서더니, 화죽사거리 고개 임도를 건넌다.


시멘트 임도를 따라 봉화산으로 향하는 마루금 길 통신탑이 세워진 봉우리에서 벤치에 배낭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 걸음은 봉화산 봉수대에 도착하여, 기념사진 찍어본다. 이제 막 피어나는 등나무꽃 사진에 담아보고, 엄청스럽게 커다란 봉화산(476m) 정상석 앞에서 기념사진 찍어본다. 오후 3시부터 비가 온다고 하더니, 벌써 이슬이 슬슬 내리기 시작하면서 걸어온 능선에 안개가 덮여오는 광경 바라보며, 붉은 연산홍 길 따라 봉화정 정자가 세워지고, 별로 쓰는 사람이 없어 무용지물일 것 같은 운동 기구가 설치되어 있는 넓은 산정을 지난다.


덕정마을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배각산(416.8m)을 알리는 나지막한 봉우리를 지난 걸음은 임도가 가로 지르고 있는 풍치재를 건너고, 임도를 따라 잠시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동물 이동 통로를 건너는 대룡산 삼거리 이정표에서 잠시 기러기재 입구 쪽으로 내려간다. 기러기재 생태축 복원사업 안내판이 설치된 기러기재 정자에서 과일 먹으며 잠시 쉬었다가 다시 동물 이동 통로가 있는 삼거리로 돌아 올라와서 2번 국도 위를 건넌다.


다들 사는 것이 뭐가 그렇게도 바쁜지 괭음을 울리며 국도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 제마다 날렵하기만 하고, 가파른 편백나무 숲길을 밀고 오르는 발걸음은 왠지 무겁게 느껴지더니, 덜꿩나무꽃 하얗게 피어 여름을 알리는 315봉에 올라선다. 이어지는 잘 단장된 등산로는 아낙들이 산나물을 하러 올라온 자동차가 세워진 임도 갈림길 고개을 건너고 잠시 오르막길 이어진 걸음은 대룡산 삼거리에 도착하여 정맥 길에서 3백미터 벗어나 있는 대룡산을 다녀오기로 한다. 


대룡산 정상 부근에 무덤이 몇 기 있고 주위에는 빼곡하게 글을 적은 비석들이 설치되어 있는 곳을 지나 대룡산 정상에 올라 서니 여기저기 시 비가 세워져 마치 석물 전시장 같은 기분이 든다. 비석들로 인하여 머리가 너무 무거워 보이는 대룡산 정상을 뒤로하고 철쭉 꽃길을 따라 이어지던 걸음은 오전 10시 30분경에 길가에 둘러 앉아 조금은 이른 점심을 먹고 간다.


이어지는 내리막 길은 2차선 도로가 가로 놓인 '오도재'에 내려서고 비닐을 친 넓은 밭에 농부들이 단호박 모종을 심고 있는 곳을 지나서 산행 들머리에 설치된 오도재 이정표를 지나며 잠시 뒷다리가 땡기도록 가파른 비탈길 올라선 걸음은 꽃가루 먼지가 가득 쌓인 벤치가 설치된 국사봉(335.5m) 정상에 올라선다.


방장산이 3.7Km 남았음을 알리는 국사봉 이정표를 지나 전시용으로만 보이는 철봉과 평행봉 등 운동기구가 설치된 파청재에 내려선다. 호남정맥 파청재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이어지는 시멘트 길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오르락 내리락 거리면서 다리에 힘을 쪽 빼놓는다.


한 바탕 가파른 길 밀고 오른 시멘트 임도는 통신탑이 있는 방장산 정상에 도착한다. 방장산 정상에서 독사진을 한 장씩 찍어보고 이어지는 걸음은 돌무덤(고인돌)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진 곳을 지나는 데, 인력으로 만든 돌무덤이라고 우기기에는 돌들이 너무 크게 보여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초록 속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옛날 사람들이 넘나들던 '이드리재' 건너 이어지던 오르막 길은 철쭉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능선 길에서 겸백면 수남리와 조성면 조성리 사람들이 넘나들던 '배거리재' 이정표를 지나 운무 속에 철쭉이 피어 있는 평온한 능선 길은 활공장이 있는 오늘의 최고봉 주월산에 올라선다.


산봉우리에 걸린 뱃머리처럼 만들어진 나무데크 전망대에는 주월산에 대한 안내판이 붙어 있는데, "옛날 조성면 앞 득량만 바닷물이 홍수로 밀려 올 때 배가 이 산을 넘어갔다고 하여 주월산 이라고 했다고 하며 동쪽으로는 무네밋재 또는 무남이재(득량만 바닷물이 넘어왔다는 재)와 서쪽으로는 배거리재(배가 걸려있는 재)가 있다고 한다."


사방에 자욱한 안개가 끼어 그 옛날 바닷물이 침범해 왔다는 득량만 풍경은 보이지 않지만, 뱃머리 전망대에서 주월산 정상에 핀 철쭉을 둘러보고, 주월산(557m) 정상석 앞에서 낯선 산님의 도움으로 단체로 기념사진 찍혀본다. 후둑후둑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주월산 정상을 뒤로하고, 철쭉 화사한 길 따라 서두른 발걸음은 녹음 짙은 벚나무에 산님들 리본이 주렁주렁 열린 대곡봉(401.8m)을 지나고 잠시 내려갔다가 마지막 오르막 길 밀어 올리더니,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무남이봉(428m)에 올라선다. 가파르게 내려선 걸음은 잠시 후 오늘의 목적지 무남이재에 도착하여, 짐을 풀고 등산 안내판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반대편에서 한 무리의 산님들이 분주하게 지나간다. 

 

아침 5시 35분경에 보성군 보성읍 '봇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안개가 자욱하여 남해의 조망이 가리는 아쉬움 속에서도 시원한 안개바람을 즐기면서 잘 단장된 능선 길 따라 작은 봉우리들 오르내리는 8시간 20분 정도 소요된 산행을 마치고, 오후 1시 55분경에 보성군 겸백면 '무남이재'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 길은 종료된다.


배낭을 풀고 잠시 기다리다가 산행 중에 예약한 택시가 도착하여, 택시에 오르니, 지금까지 탓던 다른 택시와는 달리 차고에서 '무남이재'까지 태우러 온 공차 비용 11,800원을 별도로 달라고 하여, 무남이재에서 봇재까지 미터기 요금 25,300원과 함께 3만 7천원을 지급하니, 인심을 쓰는 척 2천원을 깎아 주더란다.

 

오는 도중에 휴게소에 들러서 저녁을 먹고 오려고 하다가 모처럼 고기를 좀 먹자고 하여, 서둘러 포항으로 돌아와 대이동에 있는 참육우 식당에 들러 수입산 쇠고기를 구워 든든하게 저녁을 먹는다. 느긋하게 노닥거리며 저녁을 먹은 후 내 차를 운전하여 저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신록이 짙어가는 늦은 봄날에 소풍 가듯 걸어 본 호남정맥 17구간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8.05.01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