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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덕골 만추의 여운을 따라(덕골~ 삼지봉~ 동대산~ 뒷골)

호젓한오솔길 2018. 12. 7. 01:19

 

 

내연산 덕골 만추의 여운을 따라(덕골~ 삼지봉~ 동대산~ 뒷골)


                                                          솔길 남현태


* 위   치 :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하옥리

* 일   자 : 2018.11.25 (일요일)

* 동행자 : 홀로

* 산행코스 : 마두교- 덕골- 삼지봉(710)- 동지봉(788m)- 동대산(791.3m)- 뒷골(뒷터)- 마두교

* 산행거리 : 약 14.87 Km

* 산행시간 : 6시간 50분 소요 


절기상으로 소설이 지난 11월 마지막 주말 토요일에 중부 지방에는 첫 눈이 많이 내려 포항에서 서울, 춘천 등으로 결혼식을 하러 올라갔던 버스가 예식 시간을 맞추지 못하여 도중에서 돌아내려오는 등 도로가 밀려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서울에 첫눈이 8.8Cm 나 쌓여 1981년 이래 가장 많은 첫눈이 내렸다고 하지만, 포항에는 비만 살짝 뿌리다가 저녁 때는 하늘이 멀쩡하다.


계절이 겨울로 접어드는 이번 주에는 일요일에 할아버지 제사가 있어 원거리 산행을 접었는데, 아침에 집사람과 같이 제사 장거리를 시골집에 가져다 놓고, 집사람과 어머님이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혼자 근처 내연산 덕골 쪽으로 산행이나 하고 오겠다고 하였더니, 집사람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준비를 하여 함께 시골로 향한다.

 

시골에 도착하니, 어머님과 재종 형수님이 제사 장거리를 기다리다가 TV를 보고 계시기에 제수 장거리를 내려 드리고, 함께 커피 한잔 마신 후 혼자 차를 몰고 하옥 계곡 쪽으로 향한다. 매년 11월 15일부터 이듬해 5월 15일까지는 산불예방 기간이라 웬만한 곳은 산행이 통제되어 어디를 가나 산불 감시원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에 요즘은 마음 편하게 산행을 할만한 곳이 마땅치가 않다.

 

하옥 계곡으로 내려가는 도중에 둔세동 촛대바위 아래 부처다물에 정차하고 있는 산불 감시원의 차를 보고 그냥 지난다. 아침 9시 30분경에 덕골 입구 마두교 앞 야영장 주차장에 도착하니, 자동차가 1대 주차되어 있고 골짜기가 조용하다, 서둘러 산행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세 사람의 산꾼이 탄 검은색 승용차가 한 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도로를 건너서 물소리 들리는 덕골 입구 개울가로 내려간다.


개울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에는 어제 내린 비로 촉촉한 낙엽이 아침 햇살에 몸을 말리고, 너덜겅 바위에 붙어 생기를 되찾은 파란 이끼는 저무는 가을 볕에 한가롭다. 이끼와 낙엽이 어우러져 마지막 가을의 여운이 남기는 길 어느덧 겨울 잿빛으로 변한 너덜겅을 뒤로하고, 뒷골과 덕골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 개울로 내려선 걸음은 좌측 뒷골에서 내려오는 물과 우측 덕골의 물이 합쳐지는 합수점에서 덕골로 향하여 올라가는 길, 개울 바닥이 훤한 것이 올 가을에 찾아온 태풍 콩레이로 이곳 덕골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덕골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곳에도 개울 바닥에 널려 있던 바위들이 많이 떠내려가고 자갈만 남아 있고, 낙엽이 모두 떨어진 골짜기로 들어가는 대문바위 위에 노송 한 그루 독야청청 덕골의 겨울을 홀로 지키고 있다. 낙엽과 함께 어우러져 청석이 깔린 개울을 흐르는 맑은 물결이 여유로운 덕골 입구를 통과하는 관문은 좌측 폭포 옆으로 바위 밴드락을 타고 지나가는데, 여름에 물이 많을 때나 겨울철 바위에 눈과 얼음이 붙으면 미끄러워 지나기가 조금 까다로운 편이다.


물소리 정겨운 덕골 관문을 통과하여, 발걸음을 허용치 않은 막장 폭포 앞에서 잠시 멈추었던 걸음은 잠시 아래쪽으로 돌아 내려와 우측으로 바위 벼랑을 타고 등산로에 올라선다. 낙엽 등산로에서 내려다 본 골짜기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물결은 가을 햇살에 반짝이고, 건너다 본 회색 빛으로 변한 마두봉 자락에는 바위마다 곳곳에 무리 지어 모여 앉은 노송들의 정겨운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촉촉한 낙엽 쌓인 길 따라 다시 개울로 내려선 걸음은 비스듬히 청석 위를 흐르는 와폭 아래 도착하여, 여유롭게 흐르는 와폭의 물줄기를 잠시 바라보고 폭포 우측을 따라 오른다. 겨울에도 미지근한 물이 나오는 황금샘이 있어 추운 겨울에도 김이 나면서 잘 얼지가 않는다는 와폭 상류에 올라서니, 청석위를 구르는 물줄기가 더욱 한가롭게만 보인다.


와폭 위에서 바라본 황금샘 주위를 흐르는 해맑은 물결이 영롱하게 느껴지고, 바위 아래서 사시 사철 16도 정도의 물이 나오니, 여름철에는 아주 차갑게 느껴지다가 겨울에는 따뜻하게 느껴진다는 황금샘 앞에 걸음 멈춘다. 붉은 갈색을 띠는 작은 바위 사이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황금샘은 골짜기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대부분 그냥 지나치기가 십상이다.


평온한 개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좌측으로 옛날에 사람이 살던 집터가 나오고, 이 곳에는 약 50여 년 전에 사람이 살면서 상옥까지 교회를 다녔다고 하는데, 울진, 삼척 동해안 지방에 무장공비가 출몰하던 시기에 독가촌을 모두 철거하고 마을로 이주를 시켰다고 한다. 첩첩 산중 깊은 골짜기의 오막살이집을 감아 도는 거친 개울은 숱한 애환이 서려있는 듯 하고 낙엽 쌓인 웅덩이의 맑은 물에는 홀 벗은 산영이 잠긴다.


골짜기를 가로 막은 바위덩어리들 아래로 흘러나오는 물을 마지막으로 위쪽으로는 잠시 동안 물이 없는 건천 구간을 이룬다. 수목이 자란 넓은 공터가 있었던 건천 구간을 지나면서 우측으로 올려다 보면 웅장한 바위가 장엄하게 내려다 보고 있는 골짜기 잠시 올라가면 다시 개울에 맑은 옥수가 흐르기 시작한다.


개울가의 나무들은 올 가을 태풍 콩레이로 인하여 엉크런 뿌리를 드러낸 체 생사의 귀로에 몰려 있고, 앞이 막히는 폭포는 좌측으로 타고 올라가는 길이 있지만, 우측으로 산으로 리본이 달린 길이 있어 삼지봉으로 바로 가는 길인가 싶어 따라 올라가보니, 폭포를 우회하는 길인데 더 험하고 위험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폭포를 우회한 길은 다시 작은 폭포가 있는 개울가로 내려서고, 가느다란 물줄기가 정겹게 흐르는 폭포 옆으로 바위를 타고 올라가는데, 폭포에서 튕긴 물이 며칠 전 추위에 얼어서 아직도 얼음이 번들번들하게 남아 있다. 군데군데 작은 폭포를 이루며 이어지는 골짜기는 차츰차츰 고도를 높여가면서, 겨울 채비가 끝난 만추의 덕골 풍경을 아낌없이 보여주려는 듯하다.


얼음이 남아 있는 작은 폭포를 올라가는 바위 벼랑 졸졸졸 정겹게 흐르는 가느다란 실 폭포들과 노닐다 보면, 발걸음은 어느새 삼지봉에서 동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에 올라서고, 우측으로 가까운 곳에 있는 높이는 낮으면서 내연산의 주봉으로 꼽히는 삼지봉으로 향한다. 조용한 삼지봉(710m)에 올라 정상석과 뒷전으로 밀린 (구)정상석 사진에 담아보고, 부부산꾼이 점심을 먹으려 자리를 펴고 있는 삼지봉을 뒤로하고, 오던 길을 따라 동대산으로 향하는 길 고향 상옥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끝이 차갑게 느껴진다.


포근한 낙엽 쌓인 양지쪽에서 점심 겸 간식으로 얼축 배를 채운 걸음은 낡은 헬기장이 있는 동지봉(788m)을 지난다. 내연지맥을 따라 동대산으로 이어지는 명품 낙엽 길은 언제 걸어도 기분이 상쾌하지만, 오늘은 바람 끝이 너무 차가운 것이 콧물이 줄줄 흐르는 느낌이 든다.


이어지는 낙엽 길은 동대산 아래 쟁암리에서 올라오는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고, 옛날 공비 토벌을 위한 반공호들이 석탑으로 변해가는 길을 따라 동대산에 도착하니, 안동에서 왔다는 한 무리의 산꾼들이 점심을 먹고 일어나 올라온 옥계 쪽으로 내려가고 음식 냄새를 맡은 까마귀들만 주위를 맴돈다. 다시 조용해진 동대산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오던 길로 다시 돌아서서 낙엽 능선 길을 걸어서 뒷골과 마실골의 경계인 산봉우리에 올라 뒷골 쪽으로 향한다.


치통, 요통, 동맥경화 등에 좋다고 하여 무작위로 채취하여 멸종되어가는 겨우살이가 숨어있는 길, 탐스러운 그 모습 사진에 담아가면서 내려서는 길은 오래 전에 사람들이 겨우살이를 채취한다고 톱으로 베어 쓰러진 참나무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져 이번 산행기에는 위치를 확인 할 수 있는 지도나 트렉을 올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골짜기를 따라 내려서던 걸음은 옛날에 계곡 산행을 할 때 옆으로 타고 내려가던 높은 폭포 위에서 멈추고, 오늘은 낙엽이 미끄러운 위험한 계곡을 피하여 안전하게 뒷터 마을 쪽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높은 폭포가 있는 바위 벼랑 위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작은 계곡을 돌아서 뒷터로 향하는 발바닥 하나를 겨우 붙일만한 좁은 길은 낙엽이 쌓여 희미하다.


옛날 담배 농사를 지을 때 사용하던 비닐이 골짜기에 쌓여 아직 썩지 않고 남아 있는 길은 뒷터 마을이 있던 곳에 도착한다. 커다란 꿰양나무(고욤나무)는 창공이 새까맣게 달콤한 꿰양을 달고 산새들을 불러 모으니, 어릴 적 가을에 꿰양을 따서 단지에 넣고 푹 삭혀서 겨울철 흰 눈이 쌓이면 들어앉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변비가 생겨 항문이 막힌다고 하며, 꽁꽁 얼어 있는 싹은 꿰양을 간식으로 조금씩 아끼고 아껴서 나누어 먹던 아련한 옛 추억이 떠오른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가는 옛 뒷터 마을 길을 지나니, 담배를 경작하던 밭뙈기에는 수목이 자라 어느덧 고목이 되어가고, 몇해 전 향우회에서 단체 산행을 왔다가 정겹게 둘러 앉아 점심을 먹던 양지바른 밭뙈기는 어느새 아련한 추억이 맴돈다. 매몰된 비닐들이 흩어진 골짜기를 지나 뒷터 마을을 뒤로하고 정겨운 낙엽 길 따라 걸음을 재촉하니, 작은 바위들이 모여 있는 고갯길에서는 절로 걸음이 멈추어지고, 엽 따라 이어지던 길은 바위와 노송들이 어우러진 거친 능선으로 내려선다.


몇 번 와본 곳이지만 이렇게 미끄러운 바위 비탈 길을 옛 날에 고무신 신고 무거운 담배 포대를 짊어지고 어떻게 다녔으랴 싶은 생각이 든다. 덕골 입구에서 뒤터 마을까지 오르내리는 길은 요즘 사람들은 가벼운 배낭을 메고 등산을 하기에도 버거워하는 오지 길인데, 옛날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지게에 생필품과 무거운 담배포대를 짊어진 한발한발 버거운 발걸음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자연에 순종하며 살았으리라 싶다.

 

굽이굽이 한숨으로 오르내린 가파른 비탈길에는 아름다운 바위와 노송이 어우러져 지난 세월의 아련한 추억을 노래하고, 바위 벼랑에 앉아 허리 꾸부리며 골짜기를 내려다 보고 있는 노송은 뒷터를 찾아 드는 손님들을 헤아린다. 붉은 페인트 락카로 적은 뒤터밭을 알리는 바위 아래 바람의지에 앉아 배낭을 풀고 간식을 꺼내 이것저것 목구멍으로 밀어 넣어 출출해진 뱃속을 채우느라 잠시 머물던 걸음은 서둘러 개울로 내려선다.


아름다운 계곡에 맑은 개울 물이 흐르는 뒷골은 아직도 인간의 발길을 잘 허용치 않아 협곡의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탐방 산행이 재미가 있으나 요즘처럼 낙엽 쌓여 미끄러운 시기에는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낙엽이 동동 떠도는 명경지수 위에 앙상한 겨울 산 그림자 숨어드는 골짜기 작은 물줄기들이 낮은 곳을 찾아 졸졸 흐르다가 바위 벼랑을 뛰어내리면 아름다운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잠시 모여 앉아 지친 걸음 쉬어가는 동안 산 그림자 얼굴 비추는 아름다운 소를 이룬다.


아름다운 바위와 폭포들이 어우러진 골짜기 폭포 앞에서 잠시 걸음 멈추고 카메라를 겨누다 보면, 폭포를 뛰어내리는 물처럼 시간이 참 빨리도 흘러간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마음으로 정겨운 풍경들을 뒤로하고, 서둘러 뒷골을 빠져 나온 걸음은 아침에 올라가던 덕골에 합류를 하여, 옛 사람들의 정성이 남긴 정겨운 오솔길 따라 마지막으로 덕골 개울을 건너 자동차로 돌아오는 길에 내년 5월 15일까지 입산통제를 알리는 낡은 안내판을 못 본체하고, 도로를 건너 자동차에 돌라 오면서 산행 길은 종료된다.


아침 9시 30분에 이곳 마두교 앞에서 출발하여, 만추의 풍경이 아름다운 덕골로 올라 삼지봉과 동대산을 둘러 옛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뒷골로 내려오는 약15Km 거리에 골짜기 너덜겅과 능선의 낙엽 길을 걸은 6시간 50분간의 어울렁 더울렁 산행을 마치고, 오후 4시 20분에 하산을 한다.


서둘러 배낭을 풀고 시골 집으로 돌아오니, 제사준비를 모두 끝내놓고 쉬고 계신다.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저녁 8시경에 제사를 지내고 느긋하게 음복을 마친 후 밤 10시경에 포항으로 돌아오면서, 겨울의 문턱을 지나는 11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홀로 걸은 내연산 덕골과 뒷골 산행 길을 갈무리 해본다.

 (2018.11.25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