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수성리 은행나무

호젓한오솔길 2019. 11. 11. 21:21


수성리 은행나무

 

                  솔길 남현태

 

짚신발로 꼭꼭 밟아주던

어린 추억 속 그 사람 아련한데

심은 그 자리 뿌리내려

어지러운 세상 평생 미동도 않은 채

오백 년을 살아온 은행나무

 

노랗게 갈아 입었던

고운 가을 치장 미련이 남아

소슬바람에 한 올 한 올 벗어 내리며

살을 애는 지루한 삼동

홀 벗고 맞이할 다짐을 한다

 

풍진세상 오래 살다 보니

돌고 도는 것이 정해진 이치라며

왕성하게 푸르던 잎 때 되면 물들고

고귀한 자태도 잠시뿐

매서운 삭풍 알몸으로 견딘다.

 

(2019.11.09)

영천시 임고면 수성리

천장산 가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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