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오솔길

운문산 눈길 따라 솔길 남현태 기암 자락마다 쌓인 눈 골짜기 깊어질 때 하얀 고물 뿌린 마른 단풍 지난가을 정취 알린다 협곡 건너 바위 손에 잡힐 듯 이끼 풀 새봄 꿈꾸고 벼랑 끝에 매달린 늙은 단풍나무 엉크런 뿌리 몸부림친다 눈 속에 얼음 감춘 험한 계곡 희미한 발자국 따라 가쁜 숨 헐떡이는 ..

백암산 설국 솔길 남현태 쭉쭉 뻗은 금강송 어우러진 하얀 환상의 눈꽃 속으로 환희의 감탄사 연발하는 벌어진 입들 갖은 형용사 다 토해낸다 하얀 산호초 사이 파란 바다 하늘 향해 몸부림치는 기막힌 예술의 극치 아리한 설 국으로 녹아든 가파른 행군 길 뽀드득 탄성 소리 피어난다 엎드린 채 바들..

보현산 상고대 솔길 남현태 마른 가지에 핀 영롱한 혼들이 달그락 달그락 바람 흔들고 두꺼운 둥치 얼음 비명 소란할 뿐 홀로 든 산중 호젓하다 바람 조용한 하얀 골짜기 신비로움 더하고 환상의 설 국 열병식 연주 소리 밟으며 오른 시루봉 고드름 달린 정상석 쌩쌩 부는 바람에 투명 갑옷 오돌오돌 ..

넘은절 삿갓소 솔길 남현태 고래에서 흘러내린 물방울 칠대박골 합수 받아 오십천 따라가는 길 잠시 방구 그늘에 쉬어가는 곳 거랑 가 절벽 위 걸터앉아 바람 노래하는 노송 긴 세월 자연이 공들려 놓은 섬세한 산수화 맑은 개울 속 산 그림자 얼였다 녹였다 주야로 만들어가는 환상의 얼음 조각 예술 ..

칠대바꿈이 산정 솔길 남현태 홀 벗은 겨울나무 사이로 숨어든 계곡마다 품안에 감춘 신비한 비경 드러내고 낙엽 쌓여 분간 어려운 경사면 옛길 헤집고 나와 돌아보면 금방 흘러내려 흔적 지운다 두려운 바위 함정 덮은 낙엽 강 건너 그 옛날 숯 가마터 한숨 가득 다져 옥토 되고 영롱한 얼음 폭포 속..

솥전배기 솔길 남현태 향로봉 서쪽 자락 굽은 등허리 고향 먹방골 발아래 졸고 한바위 날개 펼친 낙동정맥 통점재 안무 속 아련하다 하늘 향해 몸통 꼬아 올린 우아한 노송 용트림 쳐다보며 과연 얼마짜리쯤 될까? 속세의 못된 습성 드러낸다 철갑 두른 아름드리 참나무 근심 걱정 없는 듯 허공에 뻗어..

멧돼지 사냥꾼 솔길 남현태 월사동 솥전배기 오르는 길 다급한 호각 소리 씩씩대며 올라와 앞서 가는 사냥개 다섯 마리 멧돼지 사냥꾼 둘 따른다 낙엽 위에 앉아 담배 피우던 엽총 든 포수 아저씨 마누라한테 핀잔먹더니 민망한 듯 이렇게 끄면 불날 일 없니더 뜨거운 담뱃불 손으로 뭉갠다 올겨울 들..

애물단지 디카 솔길 남현태 금방 얼굴 얼릴 듯 찬바람 몰아치는 능선 검은 복면하니 주머니 속 숨은 카메라 춥다고 웅크린다 달아오른 심장 가까이 싸늘한 말썽꾸러기 알몸 밀어 넣어 품어 안고 만지작거리면 못 이긴 체 슬그머니 잠시 움직여 준다 강남 더운 나라 원정 출산 모진 겨울 추위 꽁꽁 얼어..

눈길 따라 운주산 솔길 남현태 하얀 눈 위에 잔뜩 노려보며 폼 잡고 부랑케 짖어대다 카메라 겨누어 다가가니 슬그머니 꼬랑지 내리고 돌아선다 뽀드득뽀드득 정겨운 소리 빗자루 눈길 튼 안국사 적막강산인데 주차장엔 자동차 두 대 하얀 이불 덮고 겨울잠 취해있다 엉엉 울어도 들어주리 없는 골짜..

선자령 가는 길 솔길 남현태 몰아치는 대관령 거센 바람 잔설 깔린 대간 길 따라 바삐 돌아가는 풍차 소리 들으며 말 없는 행렬 이어진다 빙판길 미끄러운 뿌연 전망대 찬바람 파고드는 심술에 흐트러진 옷깃 여밀 때 분주한 풍차 날개 행진곡 울린다 오지 않는 신설의 아쉬움 응달 붙박이 눈으로 달래..